엄마와 연애할 때 - 칼럼니스트 임경선의 엄마-딸-나의 이야기
임경선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결혼한지 6년만에 아이를 얻었다. 아이가 없는 그간의 결혼생활은 나에게 때때로 이따금씩 묘한 상념들을 불러 일으켰고,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인내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시크하게 넘기는 일은 잦다면 잦은 편이었다. 어쨌거나 정말 감사하게도 기적처럼 아이가 생겼고 출산이라는 달콤한 고비도 무사히 넘겼다. 그러고 나니 현실로 닥친 양육. 결혼하기 전엔, 아이를 낳으면 당연히 엄마가 키워야지! 라고 생각했었다. 남들도 나에게 그랬다. 나는 전형적인 현모양처 스타일이라고_ 일을 가진 엄마가 현모양처가 아니라는 말이 아니라, 내 욕심을 과감히 접고 아이의 양육에 집중한다는 맥락에서 본다면 말이다. 여하튼_ 아이가 없는, 6년간의 결혼생활 동안 오로지 부부 중심인 삶을 오래 지속해 온 까닭인지 나는, 과거의 현모양처가 되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됨과 동시에 내가 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 나의 인생이 그 어떤 것과도 견줄 바 없이 소중해 지극히 이기적이어도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어렵사리 낳은 귀하디 귀한 딸램이를 어머니에게 부탁하고 나는 일을 택했다.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내가 일을 관두었겠지만, 어쨌든 내가 자처한 이상 그에 따른 피로와 책임감도 내 몫, 내가 풀어내야 할 숙제였다. 나이만 먹었지 양육에 대해선 아는 것 쥐뿔없는 나는, 딸이 태어나고 100일이 넘을 동안 정신없이 바빴고, 정신없이 좌충우돌했다. 그치만 그와중에도 언제나 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_ 를 잊지 않으며 피곤과 싸워냈다. 닥치면 하게 마련이듯- 100일이 넘고 딸이 하루하루 눈부신 성장을 하니 그만큼 나의 생활도 무르익었고 익숙해져갔다. 한시간 남짓 지하철을 타고 도착하는 퇴근길에도, 마음이 분주해 영 책이 읽히지 않더니 이젠 괜찮아진 것을 보아도...

 

여유가 생긴 만큼, 나를 돌아보고 싶었다. 아니 잃고 싶지 않았다가 더 맞겠다. 아직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워킹맘이자 드림맘이니까. 이 찰나에 읽은 책이 바로 임경선의 '엄마와 연애할 때' 이다. 애정해 마지 않는 유희열옹 땜에 알게 된 작가 임경선은 정말 멋진 여성이라 느끼고 있었고, 마침 나와 똑같은 나이 서른일곱에 엄마가 된 그녀의 에세이가 눈에 띄였던지라 바로 구입해서 읽었다. 이게 올해 내가 읽은 첫 책, 되시겠다. 

 

위로받고 싶었고 이해받고 싶었던 내 마음은 이 책으로 충분히 힐링되었다. 퇴근길에 읽고 또 읽고... 적나라하면서도 소신껏 육아에 대해 이야기 하고,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녀의 생각을 읽노라니 너무 감칠맛나서 나는 두번이나 정독했다. 특히 딸 윤서를 기르면서 얻은 일말의 생각들은 격하게 공감되면서 웃음을 자아내 혼자 키득거려가며 읽기도 했다. 유쾌하고 재밌고 따뜻한 책이다. 정말.

 

훗날 딸이, 지금의 그녀 나이가 되면 들려주고 싶었다던 이 책은 내가 훗날 내 딸 은율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딸이 이렇게 자라주길 바라는 그 마음이 요목조목 어쩜 나와 그리 상통하는지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비록 나는 그녀처럼, 내가 만든 책을 세상에 딱! 내놓고 유산처럼 전해줄 순 없지만, 지극히 작은 이 블로그 내에서만은 모든 것이 내 글이므로 나도 이 곳에 딸을 위해 내 인생을 따로 포스팅하기로 하였다. 먼 훗날, 그때 널 길러낼 때 엄마는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였단다_ 라고 상상할 수 있도록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