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 동물들의 10가지 의례로 배우는 관계와 공존
케이틀린 오코넬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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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회적 동물의 정의에 인간만이 유일한 사례가 아님을 잘 보여준다. 인간이 사회적 존재의 속성을 지니는 근거로 종교나 영성, 절차, 조직, 문화, 시스템 등을 드는데, 이것은 비단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다만 인간의 관점에서 동물들의 그것이 제대로 파악되지 못했을 뿐이고, 지금에 와서야 조금씩 인간 집단과 동물 집단의 사회성에서 볼 수 있는 유사성들이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발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의례, 즉 의식적으로 반복하고 전통이 되는 모든 행동에 있어 동물들도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 절차나 과정, 목적도 유사하다. 예를 들어 인사 의례, 즉 우리가 별 의심 없이 하는 일반적인 인사 행위는 사실 유대감을 높이고 새로운 친구를 환영하며, 긴장을 풀고 화해를 하거나, 무리의 리더에게 복종을 표하며 더불어 평화로운 조직 혹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기능을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상대를 인정하거나 호의적으로 반기며 환영한다는 뜻을 보이는 의례로서 우리는 인사라는 문화를 정착시킨 것이다.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에 있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는 바로 인사의 다양성을 인지하고 되도록 많은 다른 문화권의 인사를 배워두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사는 소통을 시작하는 가장 안전한 출발점이다. 동물들에게 있는 인사 의례의 다양함은 끌어안거나 입을 맞추거나 가볍게 물거나 하는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것은 인간 사회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사례들이다. 그저 인사를 나누기만 해도 공동체의 분위기가 나아지고 정서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다.

최근 과학계에서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례 행위는 집단 내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이고, 현재 상태에 집중하게 하는 것은 물론, 적대적인 관계를 완화시키고 친분을 형성하며 사회의 결속력을 더욱 강화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심지어 인간의 경우 인지 능력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우리가 구식이라고 폄훼하는 의례적 행동들이 결코 그런 취급을 받을 성질의 것이 아님을 생각하게 한다.

현대 사회의 흐름은 물론이고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인간관계와 사회성의 양상이 변화되고 있는 것은 인류 역사 전체를 볼 때 매우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상황임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해 관계를 이어가고 뉴노멀의 가치를 거론하고 있기는 하지만 물리적인 접촉과 교류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줄이는 것이 인류의 생존 조건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은 아닌지 두고 볼 일이다.

이 책이 선사하는 가장 흥미로운 관점의 확장은 이 책에 소개되는 동물들의 인사, 집단, 구애, 선물, 놀이, 애도, 회복, 여행에 해당하는 모습들이 인간 사회에서 일어났던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다. 인류는 이제 조금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동물들은 그 가치를 본능적으로 소중하게 여기며 결코 잃지 않아야 한다고 굳은 결의를 다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인간들이 보여주는 탈의례적 행보들이 인류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종의 위기까지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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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목소리, 빛나는 책장 - 도쿄 독립 서점 Title 이야기
쓰지야마 요시오 지음, 정수윤 옮김 / 돌베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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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마을서점이 우리 주변에 있어야 할 이유와 의미, 가치를 잘 보여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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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목소리, 빛나는 책장 - 도쿄 독립 서점 Title 이야기
쓰지야마 요시오 지음, 정수윤 옮김 / 돌베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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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기존의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떠받드는 지배적인 시대의 사고방식을 거스르는 것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분야를 막론하고 자영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든 길이지만, 개인이 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그런 부담을 더하는 것이기에 더 어려운 일처럼 느껴진다.

일본처럼 출판 대국인 나라에서도 서점의 형편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신념을 지켜며 살아가기 위해 과감히 독립서점을 연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 흐름은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많은 독립서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자는 “서점은 인간의 몸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겉으로는 뚜렷한 변화를 빠르게 느낄 수 없지만 인간의 신체가 주기적으로 새로운 세포로 교체되면서 갱신되고 있듯이, 서점도 늘 같은 책만 서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판매되거나 신간으로 교체되면서 그 모습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점은 저자에게 생명력이 있는 공간으로 묘사된다.

“새로운 상점이 생긴다는 것은 0에서 1이 되는 일”이라는 말을 통해, 단지 독립서점 경영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적인 자영업의 의미, 중소상공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명제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기억에 남는다. 특히 저자는 “규모는 작아도 내가 책임지고 꾸려나가는 공간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하면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주체적으로 운영하는 서점 생활의 기쁨을 ‘작은 자유’라는 표현으로 요약한다. 이는 곧 서점 경영이 단순한 장사가 아니라 하나의 존재 형식으로까지 확장되는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또한 “거리에 상점을 낸다는 건 싫든 좋든 나와 ‘약간 다른’ 인생을 사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서점 운영이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 더 깊이 있고 활력 있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알려준다. 그래서 저자가 생각하는 서점은 마을 한구석을 밝히는 등대 같은 느낌의 공간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상점은 결코 자기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에게 있어 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감정과 인간다움을 자발적으로 시스템에 내주고 있는 사회”, 다시 말해 자기 마음대로 살 수 없는 사회에서 최소한의 인간성과 존엄성을 회복하고 지켜나가기 위한 경건한 노동과도 같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생활과 정체성이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 혹은 노동이 보다 삶 혹은 생활에 밀착한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저자에게 있어 독립서점 ‘타이틀’의 존재는 개인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면서도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다운 세상을 회복하는 부단한 몸부림과도 같다. 서점은 사람이 모이는 곳,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곳이며, 그런 활동을 통해 점점 잃어가고 있는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으리라는 소망을 엿볼 수 있다. 독립서점이 단순히 하나의 트렌드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를 이 책을 통해 생각하게 된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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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영화수업 - 윤리와 공정에 관한 십대들의 생각 모으기
정은해 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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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콘텐츠를 통해 우리 시대에 필요한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기를 수 있는 모범적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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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영화수업 - 윤리와 공정에 관한 십대들의 생각 모으기
정은해 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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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담는 메인 그릇이 문자에서 영상으로, 책에서 화면으로 그 주도권이 넘어간지 오래다. 좋은 책은 책 너머 다양한 문화 소통 수단을 접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일 테고, 좋은 영화나 드라마는 다시 책을 펼치게 하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을 들게 하는 것일 테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감각적으로 소모되기만 하고 깊이 있는 성찰로 이어지지 않는다.

내 기억이 맞다면, 최근 기사에서 유튜브의 시청 시간에서 70% 이상이 짧은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 쇼츠’로 채워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영상 콘텐츠 자체도 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축된 형태의 지식이나 정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제 그마저도 몇 십초짜리 영상에 밀려나고 있는 처지라니, 세상이 점점 어떻게 되려는지 예측불가다. 이제는 정말 책과 인문학의 위기가 도래하는 걸까?

하지만 책의 위기, 인문학의 위기가 그렇게 많이 거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종이책을 읽고, 또 효율과 이윤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인생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의로운 영화수업』은 이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다양한 문화 소통 장치 중 대표적인 ‘영화’를 통해 세상을 살면서 우리가 정말로 알아야 하고 고민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살피고 생각해보는 모범적인 활동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함께 읽으며 생각해볼 내용들이 가득하다.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시스템인 자본주의, 그리고 앞으로의 인류의 삶의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과학 기술, 요즘 부쩍 미디어에서 많이 접하게 되는 환경 위기, 1년 이상 이어져 오고 있는 현재진행형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때문에 더 피부에 와닿는 전쟁의 고통,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류가 정말 제대로 된 문명사회를 이룩한 것이 맞나 의심하게 하는 인권 문제까지 하나도 빼놓을 내용이 없다.

이 책의 구성은 해당 영화에 대해 다각적인 분석을 한 후, 함께 보면 더 좋은 영화를 소개하여 영화 보기의 깊이를 더한다. 그리고 영화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문제를 토론 논술 활동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적용할 수 있는 일종의 학습 틀을 제공한다.

어떤 예술 장르든 그 시대의 가치관과 유행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그런 틀을 벗어나 새로운 가치관이나 개념을 제시하는 예술 행위가 역사에 뚜렷한 흔적을 남기기는 하지만, 어쨌든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예술은 그러한 경향을 갖고 있고, 가장 대표적인 장르가 ‘영화’다. 때문에 영화는 단지 시간 때우기나 오락거리로 소비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문화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영화를 보는 시간을 더욱 유익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저항 역량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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