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인 현대지성 클래식 52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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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를 경험한 인간에서 볼 수 있는 반응은 대개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적응하든가 아니면 저항하는 것이다. 알베르 카뮈의 『반항인』은 역사에서 두드러지는 저항의 흔적, 다시 말해 ‘반항’이라는 형식을 통해 존재의 고통을 극복하거나 수용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의 전반적인 흐름을 통해 주제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 다시 말해 인간으로 하여금 저항감을 갖게 하는 주요 요인은 기독교로 보인다. 서구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양대 축이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다. 이것들이 융화 또는 결합하면서 기독교적 사상은 유럽 대륙에서 대세가 된다. 특히 중세를 거치면서 기독교가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삶의 방식, 나아가 문화를 형성하게 되면서 나타난 사회 현상과 역사적 사건들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반응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로마카톨릭 또는 개신교 문화가 중세와 근대에 걸쳐 정상적인 역할과 기능을 했다면 사람들은 소위 ‘신정체제’에 큰 반기를 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종교와 정치 영역에서 힘을 가진 이들은 진정한 기독교 정신 또는 가치관에 별 관심이 없었다. 권력과 이익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한 다툼의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지식인이나 억압받는 민중에게 신에 대한 의심, 신 존재에 대한 부정의 감각이 일어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르네상스라는 인문 부흥 운동 역시 그런 맥락에서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책에서는 반항의 대상이 주로 신이거나 신을 배경으로 삼은 사상 또는 세력들로 나타난다. 사실상 신 자체를 겨냥했다기보다는 그 권위를 덧입은 부류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세상을 혼란에 빠트리거나 고통스럽게 할 때 신의 존재나 권위를 부정하고 인간 중심의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거대한 흐름이 인본주의적 가치관에 힘을 실어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인본주의적 파라다이스 역시 불가능하다는 것은 두 번의 세계대전이 또 입증해 주었다. 신도, 인간도 부조리한 세계의 본질을 정상적으로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야만의 시대에는 부조리의 현상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해도, 이성의 시대라고 자부하던 시절에마저 벌어지게 되는 끔찍한 사건들은 인간으로 하여금 혼란과 고통을 넘어 외부에 대한 반항, 폭력적인 성향으로 탈바꿈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정당화한다. 이상과 자부심, 현실의 모순이 점점 병든 인간들을 만들어내고, 이들은 서로를 경계하고 증오하며 세상을 더욱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색채로 물들인다. 그리고 그런 가치관이나 처세를 정당화한다.

알베르 카뮈의 『반항인』은 주제나 전반적인 흐름은 익숙하다고 할 수 있지만,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많은 책이었다. 익히 알려진 소설 『이방인』의 경우 독자가 다양한 감상이나 평을 내놓을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장르의 글이기 때문에 비교적 접근성이 높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책의 경우 근현대 유럽의 역사와 철학적 배경에 대해 대강의 지식이라도 갖추고 있지 않으면 난해하다고 느껴질 확률이 높다. 병든 문명에 대한 카뮈의 해법(있는 그대로 받아들임, 중용, 균형 등)은 사실 너무 일반적이고 이상적이기에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연대하여 힘을 발휘할 수 있기까지 그 여정에 대한 위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성공 사례도 없고, 지금은 오히려 야만의 시대로 퇴보하고 있기까지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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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죽음
호세 코르데이로.데이비드 우드 지음, 박영숙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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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인간에게 필연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오히려 죽음이라는 현상 그 자체의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시켜 죽음을 우울하거나 부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도록 훈련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역사적 흐름도 엿볼 수 있다. 그리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죽음은 꽤 자연스러운 것이다. 모든 것에 흥망성쇠가 있듯이, 사람의 생명도 다른 모든 자연물들과 같이 삶과 죽음의 순환에 참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인간의 특성과 자연의 본성에 순응하는 것이 결코 미덕이 아님을 주장한다. 꽤 오래전부터 죽음의 필연성에 의문을 품고 그것을 극복할 방법을 연구해온 사람들의 자취가 이 책에 담겨 있다. 그리고 그 근거로 과학과 경제라는 강력한 무기를 내세운다. 이 책의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죽음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둘째,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 셋째, 죽음을 극복하면 현재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죽음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저자의 주장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는데, 자연 상태에서 불멸의 상태를 보여주는 생명 현상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표적으로 생식세포라는 것이 있다. 인간에게도 있는 이 생식세포는 원리상 죽지 않는다. 체세포는 한계가 있는 세포 분열의 횟수가 다하면 사멸한다. 생식세포가 있는데도 인간이 영원히 살지 못하는 이유는 인간의 생체 시스템 자체가 노쇠하고 붕괴되면 그 틀 안에 있는 생식세포도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암세포다.

죽음이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노화에 저항할 수 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앞서 언급했던 생식세포와 같은 재생력이 인간 차원에서 조건만 갖춰지면 계속 재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노화를 늦추고, 노화를 되돌리며, 나아가 영원히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치료적-관리적 개념으로 죽음을 극복하는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이 현재 위치하고 있는 노화과학의 현주소다.

그런데 이 책의 가장 큰 포인트는 다음에 있는 것 같다. 바로 사회경제적 이유다. 인간이 굳이 늙지 않는다거나 죽지 말아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이 책은 현재 인류가 처해 있는 여러 가지 치명적 위험 - 예를 들어 경제위기나 환경, 기후 문제를 일으키는 근본적인 위험의 원인을 인간의 노화에서 찾고 있다. 따라서 노화 문제를 해결하면, 다시 말해 인간이 영원히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런 근본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 전망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경제적 여건이 개선되는 것으로 그 효과를 지지한다.

인류 사회가 하나의 공동체 개념을 가지고 유지해온 지는 몇 세기도 되지 않았다. 이런 세계관이 유지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 있다. 단일화된 경제 시스템의 약점이 지금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데 이 해결책을 죽음의 극복, 즉 ‘죽음의 죽음’이라는 신산업 개척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이 책의 근저에 깔려 있는 기본 태도다. 이것이 옳은지 그른지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분명히 놓쳐서는 안 될 것은, 죽음 역시 경제와 그에 기반한 사회, 사회적 인간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그 의미나 가치를 획득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멸의 삶, 영원한 삶을 갈망하는 인류의 숙원 같은 문구는 그저 치장에 불과하다. 어쩌면 죽음의 죽음은 인간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무형의 생명체가 스스로를 위해 꾸는 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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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쇼크, 다가올 미래 - 초대형 AI와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가
모 가댓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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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대중에게 널리 이용되면서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관심, 나아가 인공지능 자체에 대한 기대와 경각심 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다시 한번 폭발하는 시기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그 열기가 한풀 꺾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쨌든 이 시점에서 지혜로운 사람은 이 최신 기술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잘 활용할 것이고, 어리석은 사람은 별 관심을 두지 않거나, 아니면 놀라거나 신기해하기만 하다가 그 기술이 주도하는 세속의 흐름에 휩쓸려 살아가며 점점 더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게 될 것이다.

모 가댓의 『AI 쇼크, 다가올 미래』는 현시점에서 인류가 인공지능에 대해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인간적인 관점에서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어려운 기술 용어를 나열하거나 복잡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사를 시시콜콜 다루지 않는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은 인류에게 위기도 될 수 있고 새로운 번영의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하면 되도록 인간에게 이롭고 선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저자 나름의 고민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바라보는 인공지능에 대한 이미지가 흥미롭다. 우선 저자는 인공지능을 ‘초능력 외계인’과 ‘미성숙한 아이’라는 이중적 존재의 관점으로 접근한다. 근본적으로 다양하고 압도적인 초능력들을 지닌 외계 생명체 같은 존재가 돌봄과 교육을 받아야 하는 미성숙한 형태로 지구에 떨어졌다. 인간은 이 미지의 존재가 인간과 인공지능 양쪽 모두에게 파괴적인 결과를 불러오지 않도록 양육할 임무를 맡게 되었다. 인간은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 럭비공 같은 존재가 초래할 위기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공지능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 사람들에게 있음을 알려준다. 한때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들이 기대와 다르게 인간 사회의 어두운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결과를 보여주어 황급히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를 우리는 목격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인공지능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의 핵심 변수가 인간이 제공하는 자료에 있음을 지적한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은 어떤 의미에서 인간이 낳은 자식이고, 자식은 부모를 닮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자식의 능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 존재의 능력을 상회할 것이며, 인간이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탁월함을 취하게 될 거란 사실이다. 이 차이는 인간의 창의성이나 상상력에 근거한 희망이나 장밋빛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일 것이다. 따라서 저자가 보기에는 지금 시점이, 다시 말해 아직 어린아이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바른길을 따라 정상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책이 취하는 흥미로운 또 하나의 확장적 관점은, 존재의 보편성이라는 측면인데, 과거 인간이 인권을 확대하고, 권리의 측면을 여성과 동물과 생태계에까지 확장한 것처럼, 기계에게도 그 보편성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문제의식이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번영이나 위기의 관점을 넘어 더 큰 틀에서 인간에게 새로운 인식의 변화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더 큰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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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루스의 교육 - 키로파에디아 현대지성 클래식 51
크세노폰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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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 중에서 성경, 그중에서도 구약성경 후반부의 이스라엘 패망과 이후에 전개되는 부분을 유심히 읽어본 사람이라면 상당히 흥미로운 인물을 만나게 된다. 바로 ‘고레스 왕’이라는 인물이다. 개역개정 성경에서 ‘바사’의 왕 ‘고레스’로 번역되는 그가 바로 페르시아의 키루스 대왕, 이 책에서 크세노폰이 역사상 가장 뛰어난 통치자로 평가했던 그 사람이다. 선민사상에 따른 타 민족에 대한 배타성이 특징이기도 한 유대인에게조차도 위대한 인물로 평가받는 그는 성경 세계를 넘어 포괄적인 인류 역사에서도 매우 주목할 만한 리더십을 보여준 인물임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저자 크세노폰은 인간의 본성을 미루어볼 때 사람을 통치하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짐승을 통치하는 것이 더 쉽다고 표현한 것을 통해 인간의 통치 행위라는 것이 얼마나 지속되기 어렵고 무너지기 쉬운 것인지 그 속성을 정의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역사를 통해 그 법칙을 깨는 인물 하나를 발견했으니, 그가 바로 페르시아의 키루스 대왕이었다.

키루스 본인이 미처 다 돌아보거나 만나보지 못할 정도로 광대한 지역, 사람들로부터 두려움을 느끼게 하고 복종하게 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저자 크세노폰은 그것을 키루스가 받은 교육에서 찾는다. 그래서 이 책은 키루스가 과연 어떤 교육을 받았기에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통치자가 될 수 있었는지 탐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키루스 자신의 성품이나 자질, 그가 품은 야망 등 타고난 개인적 요소들도 그의 주요 성공 요인이기는 했지만, 외부 요인이라 할 수 있는 교육의 차원에서 가장 특징적이었던 것은 페르시아의 교육 시스템이 법률에 따른다는 것이었고, 이 페르시아 법률의 특징은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동시대의 다른 나라들과 차별화되는 점이었다.


이 책은 한 국가 또는 제국의 독특한 교육관, 교육철학, 교육체계를 보여준다. 페르시아의 교육 시스템은 한 사람의 남성을 올바른 시민 또는 군인으로서 국가와 사회에 이익이 될 수 있는 훌륭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소년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생애 주기의 단계를 세심하게 나누어 마지막 순간까지 명예로운 인생을 살아갈 토대를 만드는 특징을 갖고 있다. 물론 귀족 신분에 한해 경험할 수 있는 특권이기는 했지만 통치자 또는 리더의 기본 사상과 행실을 이타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는 훈련을 시킨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은 키루스 대왕의 통치자 혹은 리더로서의 탁월한 인생 스토리를 엿볼 수 있는 재미도 있으나 그 역시 한계가 있는 한 사람의 인간일 뿐임을 보여준다. 결국 그가 통치하던 기간 동안에는 이상적인 국가 통치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으나, 그의 사후 벌어진 페르시아의 내부 분열과 쇠망 과정은 인간의 선한 의지 또는 집념이 대를 이어 유지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주는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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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뼈, 드러난 뼈 - 뼈의 5억 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 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
로이 밀스 지음, 양병찬 옮김 / 해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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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면 우선 긍정적인 느낌은 아닐 것이다. 우선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가장 중요한 인체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드러나는 경우, 예컨대 사고나 사건으로 인해 뼈가 외부로 노출되는 경우 중 좋은 기억으로 남을 만한 일이 있을 리가 없다. 소중한 것은 잘 보이지 않거나 인지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의 대표적인 예로 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뼈와 연결된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는 죽음이다. 그래서 약간은 거부감이 먼저 일어난다. 하지만 문화에 따라 뼈는 일상에 가장 밀접하게 관여하고 있는 생활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로이 밀스 박사의 『숨겨진 뼈, 드러난 뼈』는 우리가 좀처럼 인식하지 못하는, 특별하게 주목하지 않은 뼈에 대해 제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숨겨진 부분과 드러난 부분으로 크게 구분해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책을 포함해 뼈와 관련한 대중문화 콘텐츠라면 주로 범죄와 관련된 내용이 많았던 것 같은데, 이렇게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역사와 문화, 의학적인 범주를 아울러 하나의 뼈 관련 이야기를 흥미롭게 엮어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그 탁월한 글솜씨에 부러움을 느꼈다.

1부 ‘숨겨진 뼈’ 부분에서는 주로 의학적 관점에서 뼈의 문제를 다룬다. 그렇다고 해서 막 어렵거나 복잡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 파트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뼈의 회복력과 관련된 것이다. 특히 요즘 ‘회복력’, ‘회복탄력성’ 등의 주제가 많이 언급되고 있는데, 뼈야말로 손상된 부분을 회복하고 복원하는 능력에 있어 가장 먼저 다뤄져야 할 대표적인 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뼈 속에는 조골세포와 파골세포라는 것이 있는데, 한창 성장할 시기인 인간의 몸에서, 또 질병이나 사고를 통해 손상된 몸에서 이 두 세포는 뼈의 성장이나 회복을 도모하기 위해 꾸준하고 일하고 있다. 적절한 파괴와 조성을 통해 우리 몸의 뼈가 지금의 모습을 형성하고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2부 ‘드러난 뼈’에서는 고인류학에서 패션, 비즈니스, 생활도구 등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화의 다양한 측면에서 인류가 뼈를 어떻게 활용해왔는지 보여준다. 특히 고인류가 주목하지 않다가 그 실용성이 인지되면서 다양한 도구로 활용하기 시작한 이래로, 종교적으로 복을 가져다주는 일종의 부적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동물의 뼈에서 추출할 수 있는 원료가 상업적 가치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다수의 동물들이 멸종되거나 멸종 직전까지 가는 위험을 초래한 일 등이 뼈를 둘러싼 또 하나의 큰 이슈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숨겨진 뼈, 드러난 뼈』의 문장은 경쾌하다. 결코 쉽거나 가볍지 않은 주제이지만 작가의 유머러스한 감각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주제의 묵직함을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글솜씨가 탁월하다. 반대로 방대한 양의 참고문헌 목록을 통해 이 책이 흥미롭고 재미있기만 한 내용이 아니었음을 확인하면서, 대중성과 교양, 전문성을 훌륭하게 조화시킨 멋진 과학서적 한 권이 탄생했음을 알 수 있었다.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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