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처음 철학 공부 - 소크라테스부터 쇼펜하우어와 니체까지 형이상학부터 유머의 철학까지 세상의 모든 철학 지식 인생처음 공부시리즈
폴 클라인먼 지음, 이세진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이란 용어는 무척 친숙하면서도 낯선 인상을 준다. 모든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생각, 사상, 철학이란 것을 갖고 있지만 막상 철학이 무엇인가, 그것을 정의하고 설명하라고 하면 곤란함을 느낀다. 철학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인간의 다양한 생각과 행위의 모양들은 대체로 그런 모호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럴 때는 어떤 질서나 체계가 도움을 줄 수 있다. 특정 개념이나 지식 영역과 관련해서 그 부분의 핵심이나 주요 흐름을 정리한 ‘책’이 단연 그 역할에 최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입문서라고 부른다.

이 책은 철학이라는 학문 분과 또는 분야의 초보가 읽기에 적당한 입문서의 구조를 적절히 갖추고 있다.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부에서는 소크라테스 이전의 그리스 고전 철학자들로부터 시작해 근대의 장 폴 사르트르까지 주요 철학자들의 생애와 업적, 주요 논제 및 쟁점을 소개한다. 2부에서는 철학사에서 중요하게 취급되는 사유 방법 및 접근법들을 다룬다. 3부에서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이슈가 되는 철학적 난제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이미 많이 알려진 내용으로, ‘철학’ 즉 'philosophy'는 지혜에 대한 사랑을 의미한다. 여기서 지혜는 어떤 대상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 간절함이라고 할 수 있다. 최초의 철학자들은 자신들을 둘러싼 외부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나 경외심으로부터 지혜에 대한 갈증을 느꼈던 것 같다. 외부 세계는 곧 자연과 사회, 타인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반동으로 철학하는 주체, 곧 자기 자신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는 흐름도 나타나게 된다. 이는 앎에 대한 물음과 답을 구하는 과정은 ‘인식론’, 또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해 탐구하는 ‘형이상학’(존재론) 등으로 발전한다.

결국 철학은 인간이 자기 자신이나 자신을 둘러싼 세계 및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인식되는 감각과 인식의 영역을 지속적으로 탐구함으로써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궁금증들을 지난 역사 속에서 철학자들은 형이상학과 논리학, 인식론, 미학, 정치철학, 윤리학이라는 접근 방법을 통해 풀어나갔다.

인간이 철학 행위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공교롭게도 노예제도가 있었던 덕분이다. 당장 생존하거나 삶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사람들이 우주나 인간, 사회, 도덕 등에 관심을 가지고 골똘히 생각에 잠길 수 있었던 것은 가장 심오한 역사적 아이러니다. 다행히 오늘 우리가 사는 시대에는 기술을 통해 그 노예 역할을 사람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더 많은 보통사람들이 철학적 식견을 가지고 세상을 보고 판단하거나 대처할 수 있게 된 것은 참 다행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문해력을 비롯한 기본 학습 능력의 차이가 사실상의 사회적 계급을 결정짓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세계와 인간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책은 외부세계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해 인간 내면, 관계, 감각과 이성, 사회와 국가, 정치에 이르기까지 철학이 다루는 폭넓은 주제들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놓는다. 독자들은 이 책 속을 여행하면서 철학하는 유익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중후반으로 갈수록 낯선 개념들이 등장해 입문서임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어려움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그 장벽을 넘어서고 나면 좀 더 깨끗한 안경으로 세계와 자기 자신을 보고자 하는 욕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책 말미에 소개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철학 추천 도서’는 거기에 불을 지펴줄 것이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우주의 첫 순간 - 빅뱅의 발견부터 암흑물질까지 현대 우주론의 중요한 문제들
댄 후퍼 지음, 배지은 옮김 / 해나무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재 인류의 과학은 우주의 크기가 약 138억 광년에 이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물론 이것은 ‘현재’의 과학이 밝혀낸 수치다. 최근 이보다 더 늘어난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는데, 대다수의 동의를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왜냐하면 이론을 기반한 계산과 예측은 관측된 사실, 다시 말해 증거의 지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사실상 진리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대부분의 과학 이론들은 혹독한 검증 과정을 거쳐 보편적인 지식이 된 것이다.

『우리 우주의 첫 순간』은 인간의 과학적 사고방식과 실제적 검증을 통해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우주의 첫 순간, 즉 빅뱅 직후의 극단적인 초기 환경에 대한 여러 가지 설명을 풀어내고 있다. 여기에서 극단적인 초기의 범위는 무료 ‘1조 분의 1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점에 무슨 일이 일어났고, 그 일로 인해 지금의 우주와 은하, 별, 행성,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암흑물질’이나 ‘암흑에너지’같은 SF스러운 용어들을 접하게 된다.

인간이 가진 직관은 가까이에 있는 사물이나 현상, 멀리 보이는 우주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해왔다. 그 예로 우주에 대한 인류의 직관이 거둔 가장 큰 업적으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들 수 있겠다. 특히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이론이 된 데에는 그 이론이 그때까지 지배해왔던 뉴턴의 물리학이 설명할 수 없었던 물리 현상의 이면에 중력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새롭게 밝혀 냈다는 것과 함께 인간의 직관에 반하는 보이지 않는 세계의 힘에 대한 통찰을 인류에게 열어주었다는 점이다.

아인슈타인의 시대까지, 그러니까 불과 약 100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이 생각했던 우주의 크기는 10만 광년에 불과했다. 그리고 항상 그 자리에 질서정연하게 기계처럼 작동하는 고요한 우주, 정상 우주를 우주의 본질로 생각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그것을 가장 잘 설명하는 도구였다. 그런데 상대성이론은 이론을 만든 사람의 선입견마저 뛰어넘었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고정적이지 않고 시간에 따라 공간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이 변화는 곧 우주가 생물처럼 진화해 오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보다 더 큰 중대한 의미는 바로 이 변화가 우주도 시작이 있고 끝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여기서부터 우리 우주의 첫 순간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추적해 가기 시작한다. 우주의 시작과 끝이라는 아이디어는 가끔 미디어에서 접하는 ‘빅뱅 이론’이나 ‘우주의 팽창과 수축’, ‘힉스 보손’, ‘초끈 이론’, ‘평행 우주’, ‘평면 우주’, ‘블랙홀’, ‘물질과 반물질’,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중력파’ 등의 개념들로 이어지며 우주의 근원적인 비밀과 신비로 우리를 이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렇게 인류에게 직관적으로 인식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세계와 그 세계를 움직이는 힘에 대한 실마리가 수학자들의 상상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수학적 논리로 형성된 인간의 감각을 초월하는 기하학적 세계관이 아인슈타인에 의해 비로소 실제로 존재하고 작동하는 물리학의 언어로 드러나는 과정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으로 가는 문 - 이와나미소년문고를 이야기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우출판사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상상력의 뿌리가 되는 중요한 한 부분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집중력 설계자들 - 몰입의 고수들이 전하는 방해받지 않는 마음, 흔들리지 않는 태도
제이미 크라이너 지음, 박미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시대는 우리의 마음과 시간을 빼앗는 것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많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재미난 것들, 흥미로운 것들이 덩달아 많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으로 인하여 정말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잃어버리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이 ‘양’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이 주로 다루는 시기는 고대 후기부터 중세 초기에 해당하는데, 지금 시점에서 보면 엄청 옛날에 해당되는 그 시기에 사람들에게 무슨 오락거리가 그리 많이 있었을까? 하지만 그런 옛날에도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빚어진 수많은 사건과 사고, 그리고 사건까지는 아니더라도 시시콜콜한 삶의 이야기들로 인해 정신을 많이 빼앗겼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집중력이라는 것이 어느 특정 시대만의 화두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의 원서 제목에 사용된 표현인 ‘종잡을 수 없는 마음’,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것’ 등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이 책이 집중력 그 자체보다, 우리로 하여금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다양한 요인들이 과거에도 역시 겪고 있는 문제였으며, 우리보다 먼저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당시 사람들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한다는 기획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재미있었던 것은, 이 책의 원서 제목과 번역서 제목의 취지와는 별도로, 중세 수도원에 대한 지금까지 잘 접해보지 못했던 흥미로운 사례나 정보를 많이 알 수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수도원’, ‘수도사’라는 표현에서 느낄 수 있는 고독함, 고립감, 통제된 환경, 고통 등의 이미지를 넘어, 당시 일반 문화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수도원 고유의 독특한 특징을 형성할 수 있었는지 알아가는 과정은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수도사들에게는 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나아가 합일의 경지에 이르고자 한 분명한 목표가 있었고, 그 목표를 위해, 산만함으로 이끄는 내면과 외부의 방해물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고민과 아이디어의 역사가 이 책의 주요 내용인데, 이것이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다양하게 해석되어 가는지, 개인의 차원에서 또 수도원이라는 집단의 차원에서 순수한 전통이 형성되거나 반대로 왜곡되어 변질된 과정은 어떠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결론적으로 수도사들의 개별적인 악전고투, 수도원의 전통적인 집단적 노력이 현대인들에게 산만함을 극복하고 집중력을 기르기 위한 모범답안을 주지는 못한다. 모든 방법에는 양면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역사적으로 가장 고도의 집중이 필요했던 종교집단의 수백 년에 걸친 고민의 흔적이, ‘도둑맞은 집중력’의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훈련 또는 연습 방법에 대한 힌트를 줄 것이라는 점은 신뢰할 만하다.

* 네이버 「북유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학의 역사 - 울고 웃고, 상상하고 공감하다
존 서덜랜드 지음, 강경이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른 동물과 비교했을 때 인간의 가장 특징은 생존해오는 과정에서 사회성와 언어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점이다. 단순한 운동 능력으로 따지자면 동물보다 모자란 점이 많은 인간이 이렇게 비활동적 영역에서 키운 역량을 통해 지구상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적-집단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최고의 능력은 바로 정보와 지식을 처리하는 방법, 즉 보존과 전달에서 빛을 발했다. 여러가지 방법이 있었겠지만 그중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이야기라는 형태로 지식을 재가공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단순히 생존의 차원을 넘어 인간에게 존재의 의미 같은 철학적 문제 탐구나 즐거움 같은 오락적 차원에까지 충족감을 주게 되었다.

이야기라는 소통 방식은 훗날 ‘문학’이라는 형식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 책이 초반에 제공하는 ‘연대표로 보는 문학의 역사’에 따르면, 문학의 기원은 기원전 20세기경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서사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이것이 완전한 기원은 아닐 것이다. 현대 인류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서 기원의 의미를 갖는다.

이 책은 문학이 ‘허구 속에 진실을 품고 있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것이 포인트다. 정보나 지식, 그리고 진실 같은 추상적 가치까지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기 쉽게, 또는 생각하기에 용이하도록 도구화한 것이 바로 문학인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발달한 것이 또한 인간의 상상력 아니겠는가.

이 책은 신화에서 시작하여 오늘날의 전자책까지 그 내용과 형식에 있어 문학이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대략적으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원제에 ‘A Little'이라는 표현이 있는 것처럼, 전세계 모든 문학의 원천이나 흐름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주로 영어권을 다루고 있으며, 책 말미에 이르러 다른 지역의 문학을 조금 언급하는 정도이다.

책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으로는 제국주의 및 자본주의와 문학 융성의 관계를 밝힌 부분(강성한 국가가 더 많은 기록을 남기고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영미문학에 대한 자료가 방대하고, 거기에 따라 관련 연구와 저술이 더 많이 수밖에 없는 등의 내용), 그리고 위대하다고 칭송받는 문학인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가 그 장르 또는 서술 형식에 있어 후배들에게 새로운 문학의 가능성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부분이었다.

이 책은 얇은 편은 아니지만 각 챕터마다 분량이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그리고 원저자의 유머 넘치는 문장과 내용 전개가 독자에게 즐거움을 준다. 그리고 이런 특징을 잘 살린 번역가의 역량도 탁월하다고 생각되었다. 이런 색깔로 동양문학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룬 교양서가 한 권 나와준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 내가 몰라서 그렇지 이미 나와 있을지도 모르겠다.

* 네이버 「북유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