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의 대전환 - 거대한 역사의 순환과 새로운 전환기의 도래
닐 하우 지음, 박여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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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대체로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역사는 예전에 있었던 일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는 그 역사를 기록한 사람의 생각도 반영되어 있다. 당대의 기록자가 가졌던 생각, 그리고 과거의 기록을 오늘의 관점에서 선별하거나 해석하는 사람의 생각 등이 그 예다. 그래서 그 유명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말도 나온 것이다.

현재를 이해하고 현재와 미래를 잘 살아내기 위한 방법을 얻기 위해서 역사를 살펴본다고 할 때, 가장 유용한 것은 역사에서 특정한 패턴을 찾는 일일 것이다. 우리가 역사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반복성’이다. 이 반복은 규칙성과 주기성을 갖고 있다. 닐 하우의 『제4의 대전환』은 이 반복성, 즉 역사의 패턴을 살펴보면서 지금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고,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념을 숙지해야 한다. 제일 먼저 ‘새큘럼’이라는 개념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 개념은 어렵지 않다. 저자에 따르면 역사적 사건이 대략 80년을 주기로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주로 15세기를 시점으로 근현대 영국과 미국의 역사를 통해 이 새큘럼의 개념을 풀어내고 있다.

이 새큘럼은 자연의 순환 주기인 사계절에 빗대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의 변화를 설명한다. 이때 각 계절에 대응하는 사회적 개념으로 ‘고조기, 각성기, 해체기, 위기의 시기’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쉽게 이해하자면 한 사회가 안정권에 접어들었을 때를 각성기와 해체기라고 한다면, 이 안정된 사회가 어떤 문제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할 때 위기의 시기로 접어들게 된다. 위기의 시기는 그 사회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거나 파멸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위기에 대한 인식이 점점 높아지고 어떤 방향으로든 대응하거나 해소해야 된다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적으로 퍼지는 흐름을 고조기라고 할 수 있다. 이 고조기에서 각성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위기의 사회는 한층 더 진보한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이론의 근거로 드는 역사적 사건들은 미국독립전쟁, 남북전쟁과 대공황, 2차 세계대전 등이 있다. 이 사건들이 발생한 시기의 간격들이 대략 80년 전후로 계산된다.

또 하나 숙지해야 할 개념은 ‘세대’와 ‘원형’에 관한 것이다. 시대에 따른 각 세대의 특성을 잃어버린 세대, G.I.세대, 베이비붐 세대, X세대, 밀레니얼 세대 등으로 나눈다. 그리고 각 세대 안에서 또 유형이 나뉘는데, 저자는 이를 원형 개념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예언자 원형, 영웅 원형, 노마드 원형, 예술가 원형 등으로 나누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역사적 패턴을 비슷한 속성을 지니는 사건들의 반복적 흐름과 그 사건에 영향을 받거나 형성하는 사람들, 즉 세대와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으로 해석한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는 위기의 시대 한복판에 있으며, 이 위기가 해소되는 시점을 2030년대 초중반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독자로서 이 책을 활용하는 방법은 이 시대가 새큘럼의 어느 단계를 지나고 있는지, 그리고 이 단계에서 각 개인이 어떤 세대와 원형에 속해 있는지 확인하고 그에 따른 저자의 해법을 참고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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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익스프레스 - 길고 쓸모 있는 인생의 비밀을 찾아 떠난 여행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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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서 제목인 ‘Ben & Me: In Search of a Founder's Formula for a Long and Useful Life’이 이 책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번역서 제목을 보면 벤저민 프랭클린의 삶과 사상을 독자들이 알기 쉽게 소개한 책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 책의 주인공은 벤저민 프랭클린과 저자 에릭 와이너 두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저자가 자신이 매료된 인물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도 유연하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문장이 정말 술술 잘 읽힌다는 것이다. 원문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번역가 분이 원문의 의미를 살리면서도 한국 독자들이 쉽게 잘 읽을 수 있도록 매끄럽게 잘 번역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랭클린의 삶을 돌아봄과 동시에 그로부터 따라나오는 저자의 생각과 통찰이 마치 두 사람의 교류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프랭클린의 삶이 한 권의 책이라면, 각 페이지마다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메모해놓은 것을 읽는 느낌도 든다. 무조건 공감하는 투가 아니라 더 흥미로웠다.

저자가 벤저민 프랭클린에 대해 ‘실용주의자’라는 표현 대신 ‘가능성주의자’가 더 적합한 것 같다고 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실용주의적 사고와 태도가 가장 큰 특징이기는 하지만, 더 넓은 의미에서 모든 일에 대해 이것이 유용한지 그 가능성을 따지는 사고방식의 소유자로서 묘사한 저자의 표현이 납득되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84년을 살았다. 18세기 당시의 평균수명을 생각하면 아주 오래 살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가 죽었을 때 의사가 남긴 말 중에 “길고 쓸모 있는 삶을 마감하며...”라는 표현이 이 책을 읽는 독자가 포착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평균수명이 점점 늘어나면서 우리는 생각보다 긴 시간을 살아가야 할 처지가 되었다. 어쩌면 견뎌내야 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에 따라서 죽는 순간까지 보람 있게 살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그저 숨만 쉬며 잉여로 살아갈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아무래도 긴 인생을 쓸모 있고 의미 있게 살았다고 돌아볼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이 책은 그런 고민에 대한, 말 그대로 ‘실용적인’ 한 가지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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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감각 - 21세기 지성인들을 위한 영어 글쓰기의 정석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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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시대에는 짧은 영상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중독되고 일상화되어서인지, 긴 글이든 짧은 글이든 문장을 읽고 이해하는 행위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거나 귀찮아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생각하는 것마저 능동적으로 하기보다 남에게 맡겨버리고 본능에만 충실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매일 온라인상에서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텍스트들에서도 그런 경향은 뚜렷하다. 이게 글을 쓴 건지 싸놓은 건지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거나 억지스러운 글이 너무 많다.

최근 문해력 이슈만큼이나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 글쓰기 능력이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잘 전달할 수 있는 훈련 행위, 또 자기 치유의 도구 기능 등 글쓰기의 여러 가지 유익이 부각되면서 어떻게 하면 더 글을 잘 쓸 수 있는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예전보다 확실히 높아졌다. 블로그를 비롯한 다양한 소셜미디어에서 좋은 글쓰기 능력은 적지 않은 부수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더 결정적인 이유라고 할 수도 있겠다.

글쓰기에 관한 조언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단문으로 써라’, ‘형용사와 부사를 가급적 쓰지 마라’ 정도이다. 이런 지침의 좋은 사례로 기자 출신의 소설가인 김훈 작가의 글을 들기도 한다. 문장이 명확하게 끝나지 않고 점점 길어진다는 것은 읽는 사람에게 피곤함을 느끼게 하고 결국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파악하기 힘들게 하여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거나 이해를 포기하게 하여 그 문장을 떠나게 만든다. 이런 단점이 가득한 책은 독자들로부터 결국 외면된다.

그런데 이 책은 무조건 위와 같은 전통적이고 정형화된 글쓰기 지침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깔끔하고 단순하고 명확한 문장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이고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호흡이 긴 글도 의도나 맥락에 따라 필요하고 독자에게 글 읽는 즐거움을 더하기에 전혀 불필요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독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도 언급한다. 많은 글을 읽다 보면 그 글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어떤 것인지 파악하는 능력이 길러지고, 어떤 글이 이해하기 쉽고 명확하며, 어떤 글이 불필요한 단어와 표현을 많이 쓰고 지저분한지 알 수 있게 된다.


인간의 뇌가 독서에 적합하게 진화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는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 글쓰기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이다. 글을 읽는 행위나 쓰는 행위 모두 문자언어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단어의 조합을 통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이 글쓰기다. 구술문화에서는 이야기의 전달, 전승을 통해 지식이 전달되었다. 다시 말해 입말을 통해 생각이 쌓이고 후대에 전해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문자가 발명되고 기록문화로 이어지면서, 다시 말해 지식과 정보의 보존과 전달 효율에 있어 비교할 수 없는 발전이 이뤄지면서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더 중요하게 되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고전적 글쓰기’라 명명된 글쓰기 방법을 가르쳐준다. 쉽게 요약하자면, 독자가 읽을 때 머릿속으로 그 장면을 떠올리면서 따라갈 수 있는 문장을 최우선으로 권한다. 이는 가벼운 에세이부터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글까지를 모두 아우르는 규칙이다. 너무 쉬워서 흥미를 잃게 하는 문장과 너무 어렵거나 복잡하고 장황해서 피곤하게 만드는 문장 사이의 적절한 경계가 어디일까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영어 글쓰기에 대한 내용이라고 해도, 한국 사람으로서 문장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유용할 것이라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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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발견 - 사랑을 떠나보내고 다시 사랑하는 법
캐스린 슐츠 지음, 한유주 옮김 / 반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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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의 생명과 그 생명을 담은 육신 외의 다른 것은 갖지 못한 채 태어난다. 몸과 생존본능의 의식을 갖춘다는 것이 앞으로 완성해 갈 인생을 위한 최소이자 최선의 조건인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태어나자마자 수많은 위험에 노출된 연약한 한 생명의 탄생은 그 자체로 위태로워 보인다. 누군가는 운이 좋아 따스한 보살핌을 받으며 건강하게 자라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무시할 수 없는 정도이기에, 삶이란 상반되는 요소가 서로 부딪히거나 뒤섞이며 펼쳐지는 것이라는 인상은 일종의 법칙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상실과 발견』이라는 책 제목은 너무나 익숙하고 흔하게 언급되는 주제라서 그런지 오히려 정면돌파하는 느낌으로 독자에게 더 궁금증을 일으키는 것 같다. 표지에 있는 ‘사랑을 떠나보내고’에 해당하는 대상은 저자의 아버지이고, ‘다시 사랑하는 법’에 해당하는 대상은 저자가 만난 평생의 인연, 곧 사랑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상실과 발견이라는 사건은 전 인생을 통틀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태어나는 순간 그 삶은 수동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발견되는 사건이기도 하다. 그리고 반대로 그 삶은 살아가면서 능동적으로 수많은 발견, 곧 다양한 만남과 도전, 성취 등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다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취하는 것보다 잃게 되는 것을 더 많이 의식하게 된다. 그것은 단순한 물품 분실부터 시작해 꿈이나 목적 등을 잃게 되는 것까지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을 망라한다.

인생에 있어 상실과 관련하여 가장 큰 슬픔을 주는 것은 가족을 잃는 경우일 것이다. 부모님이나 형제, 친구, 지인 등이 죽음을 맞는 사건은 남은 이로 하여금 큰 충격과 슬픔에 빠지게 한다. 저자의 경우 누구보다 의지가 되고 마음의 벗이기도 했던 아버지의 죽음이 상실과 관련하여 깊은 통찰을 이끌어 내게 된다. 그리고 애도의 과정을 통해 상실이 단순히 인생에서 중요한 어떤 것을 잃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길고 짧은 호흡의 문장으로 풀어낸다.

인생을 단순하게 정의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인간은 새로운 것을 인식하고 상상하고 발견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과정 전후로 또 하나의 큰 인생의 흐름을 경험하게 되는데, 다름 아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전체 3부 중 2부에 해당하는 ‘발견’과 관련한 내용은, 한 편의 아름다운 연애소설을 읽는 것처럼 잘 몰입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저자는 잃어버리는 것과 찾는 것, 다시 말해 상실과 발견의 사건이 독립적이거나 순환적인 특징으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준다. 특히 ‘그리고(and)’라는 개념을 활용하여 상징적이고 대표적인 삶의 두 흐름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결합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인생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존재한다는 것 자체의 소중함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통찰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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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은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가 - 현대 물리학의 존재론적 질문들에 대한 도발적인 답변
자비네 호젠펠더 지음, 배지은 옮김 / 해나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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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이 처음 상대성이론의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때, 당대의 수많은 과학자들이 그 이론을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때까지 물리학의 기본 토대를 이루던 뉴턴의 고전물리학 체계를 뿌리부터 흔들어놓는 아이디어였기 때문에 우선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실제로 검증해볼 기회가 생겼고, 결론적으로 상대성이론은 옳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하지만 상대성이론 자체로부터 유도되는 또 하나의 자연법칙이 있었으니 그것은 양자역학이었다. 정상우주론자이기도 했던 아인슈타인으로서는 예측불가능성과 확률론적인 양자역학의 특성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에, 우주상수라는 억지 요인을 끌어들여 자신의 이론이 괴상한 자식을 낳는(?) 것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오늘날 여러 분야에서 입증되고 있듯이, 미시세계에서의 양자적 입자 운동, 특성의 불확실성은 실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떤 아이디어나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이론은 다른 표현으로는 특정한 자연현상에 대한 예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예측이 하나의 온전한 이론이나 이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실제로 관측이 가능해야 하고, 이 관측치과 예측이 들어맞을 때 비로소 이론은 살아남아 현실 세계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다. 가설과 검증의 과정을 거친 과학이론은 이런 식으로 역사에서 큰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 과학의 역할이 너무 강조되는 나머지, 이제는 각종 사이비와 이단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유사과학이나 과학의 탈을 쓴 각종 미신들이 과학인 양 행세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실세계에서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없는 양자역학적 지식은 과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대중에게 기형적이고 왜곡된 지식으로 상품화되어 대중을 현혹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에서 예로 든 대표적인 경우가 평행우주, 다중우주론 같은 것이다. 저자는 이런 이상한 유사과학들이 유행하게 된 데는 현역 과학자들의 책임도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저자는 실제로 관측할 수 없거나 당장은 기술적으로 관측이 불가능한 여러 과학 이론들이 있는데, 문제는 이런 이론들이 그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과학자들 스스로의 오류와 맹신에 의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호도되고 있는 것을 경계한다. 아무리 뛰어난 통찰이라 해도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입증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런 저자의 불만 속에 언급되는 과학자들 중에는 현재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고 인기도 있는 사람들도 있다.

저자는 책 전체에 걸쳐 반복적으로, 과학과 믿음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떤 것이 과학이고 어떤 것이 비과학적인 접근인지 상세히 설명한다. 다시 말해 과학적 설명과 비과학적 설명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직관이 아닌 이성에 근거한 사물과 현상에 대한 이해의 노력이 진정한 과학적 태도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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