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iroquai - Dynamite
자미로콰이 (Jamiroquai)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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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라기엔 너무 스타덤에 올라 버린 뮤지션의 태작'이라는 말로 간단하게 규정 가능하겠다. 새로운 시도도 그리 보이지 않고, 음악들은 너무나 귀에 쉽게 들어왔다 금방 잊혀진다. 저번 앨범에서 떴던 요소들을 확대재생산하려는 의도가 너무 뻔히 드러난다. 그리고 그걸 숨겨 보려고 첫 트랙을 헤비한 곡으로 내민 것도 너무 속보인다.

이 모든 불만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에서 그(들)만큼 멋진 그루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이들은 없다.

듣고 있으면 저절로 몸이 들썩거리는 Dynamite 같은 트랙을 만드는 이들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단 말인가? 음악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이라니까. 평론가는 소닉유스를 좋아해도 대중은 자미로콰이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 나 역시 점점 더 후자에 가까워 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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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디시티 (WindyCity) - Love Record
윈디시티 (WindyCity) 노래 / 티엔터테인먼트/코너스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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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핵심멤버가 그대로 가면서도 겨우 좀 알려지기 시작한 밴드 이름을 버리는 모험을 해야 했는지는 이 앨범을 들어보면 바로 풀린다. 전혀 다른 음악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들의 옛 이름인 아소토 유니온과 전혀 다른 음악은 아니다. 이 앨범의 두 기조 중 하나인 레게는 아소토 유니온 앨범에도 있었거든. 문제는 그것이 앨범이 끝나고  몇 분을 기다려야 들을 수 있는 히든 트랙이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다음 앨범이 나아갈 방향을 미리 맛뵈기로 보여주는데 히든트랙을 쓰는 뮤지션들이 꽤 있다. 시나위의 EP는 그 가장 좋은 사례일 것이다.

하여간에, 밴드의 핵심인 김반장은 쉽게 갈 수 있었던 '펑크 마스터'의 길을 버리고 '진짜' 흑인들의 중남미 음악으로 들어간다. 자마이카의 레게와 카리브해풍의 트로피칼 재즈는 아마도 한국 대중음악에서는 처음으로 그 본질을 짚은 앨범이 아닐까. 

물론 한국에는 레게 음반도 많고, 라틴음악을 한다고 설친 애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 어느 앨범도 정말로 그 본질을 추구하기 보다는 한국적인 변용에 더 신경을 쓴 것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앨범은 거의 유일하게 핵심을 곧장 파고든다.
이들의 전작인 아소토 유니온 1집도 마찬가지였다. 2000년대에 그렇게 많은 펑크, 소울 앨범들이 쏟아져 나왔음에도 이들의 앨범은 정말로 거의 몇 안되는 그 핵심을 짚어낸 앨범이었던 것이다.

그럼 이 앨범은 성공할까? 내 생각엔 아소토 유니온 만큼의 폭발력은 없을 것 같다. 안타깝게도. 아직 한국에선 진짜배기 라틴 음악은 정말 소수자의 음악일 뿐이니까. 밥 말리를 한국에서 재현해 낸다고 해도 밥 말리 음악을 들어본 이가 얼마 없는데 무슨 소용이겠는가?

한 십년 후에나 이 앨범은 다시 평가를 받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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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Mot) - 비선형 (Non-Linear)
못 (Mot)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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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이제까지 나온 앨범 중 가장 규정하기 힘든 앨범이 아닐까? 분명히 멜로디는 우리나라 올드 가요(그렇다고 뽕짝 이야기가 아니다. 70년대의 그룹사운드나 포크 풍을 생각하면 좋을 듯)에 가까운 복고풍을 띠고 있는 반면에, 사운드는 트립합이나 노이즈록과 같은 최신의 조류에 기대고 있다. 그리고 가사는 냉소적이면서 역시 트랜디하다.

꽤 괜찮은 아이디어임에는 틀림이 없다. 사실 그 당시 그룹사운드들이 만들어냈던 멜로디나 곡 전개는 지금의 뻔하디 뻔한 댄스보다 오히려 더 참신하고 세련된 맛이 있으니, 최신 사운드들과 버무려 낸다고 해도 그리 이상할 것이 없다. 다시 말해 70년대 가요와 최근 사운드를 합쳐 놓은 곡이 라디오헤드를 닮은 것도 있을 수 있는 현상이란 말이다.

그러면 이 조합은 성공적인가? 글쎄. 어차피 대중성에 대해서는 그리 기대를 하지 않았던 앨범이니까 음악성으로 따지면 꽤 성공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평론가들이 좋아할 앨범이라는 생각이 딱 드는데,

아니다 다를까. 음악 스노브들의 집결지 weiv에 가니 작년도 베스트 앨범에 모두들 이 앨범 떡하니 끼워놓으셨더군. 그런데, 평론가가 Two Thumbs Up 하면 망한다는 전통이 영화보다 음반쪽에서 더 오래된 건 아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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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ntomlady 2005-06-30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 중에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는 좋았는데.. 요즘 인디음반평도 너무 구라가 심한 거 같아요.. 잘 읽고 갑니다.. ^^
 
둠즈데이 북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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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무려 800페이지가 넘는 이 묵직한 책을 한 열흘 정도 출퇴근시간에 읽어 독파했습니다.

'반지전쟁'(네, 바로 반지의 제왕의 국내 최초 완역본이죠.) 읽던 생각이 나더군요. 일단 분량에 주눅이 들어 읽기 꺼려진데다, 처음 책을 집어들고는 한 30페이지쯤 읽다가 수없이 등장하는 인물들과 생소한 어휘들에 질려서 그만 책을 덮었던 것까지 똑같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다시 책을 잡고 정신없이 읽어나갔던 것도 똑같습니다. 부피와 도입부의 장황함에 질리지 않는다면 정말 멋진 체험이 될 겁니다.

책 이야기를 한다면, 소년 콜린이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말이 이 소설의 분위기를 압축해 표현합니다. "정말 묵시적이야!"  번역본을 본 지라 원어 표현은  알 길이 없습니다만, 이 말은 아마도 '묵시록같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네요.

묵시(계시)는 보통 '신이 직접 그의 뜻을 보여주다'는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긍정적인 단어입니다. 반면 묵시록이라는 말은 요한묵시록에서 묘사하는 지옥도, 절망적인 분위기를 연상케 합니다.

실제 이 소설에서 묘사하고 있는 흑사병의 시대에는 모든 이들이 묵시록의 예언들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렇게밖에는 이 저주스러운 시대를 설명할 방법이 없었겠죠. 이 소설에서 묘사되는 흑사병은 정말 끔찍함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소설에서는 현대의 같은 곳-옥스포드-에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지는 사건을 묘사합니다. 결국 이 바이러스는 과거로부터 온 것으로 파악이 되죠. (흑사병도,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도 아닙니다) 미래로부터 과거로 보내진 키브린은 과거의 지옥도를 목격하게 되고, 과거로부터 미래로 보내어진 바이러스는 다시 한 번 암흑시대를 재현해 냅니다.

이러한 상호연관성, 혹은 과거와 현재의 병치는 인물들에게서도 나타납니다. 제자를 위해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는 던워디 교수는 중세에서 키브린을 헌신적으로 돕는 로슈 신부와 겹쳐지고, 종교적 맹신에 빠져 다른 이들을 괴롭히는 존재도 양 시대 모두 존재합니다.

그러고 보니 귀엽지만 정신없는 아이들도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군요.
이 작가가 콜린과 아그네스의 행동을 묘사하는 부분은 정말 탁월합니다. 특히 아그네스에 대해 작가는 엄청난 애정을 갖고 이 소녀를 그려내고 있는데, 의외로 그녀가 흑사병에 희생되는 부분은 너무나 간단하게 언급되고 맙니다. (집사나 언니 로즈먼드가 발병에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집요하다못해 지독한 묘사라던가, 이 소설 전체의 엄청난 수다를 생각한다면 이 부분은 정말 소설에서 유일하게 파격적인 생략의 미가 돋보입니다. ^^)

아마도 작가는 정말로 키브린에 감정이입되어 이 다섯살 소녀를 자신의 동생처럼 생각하면서 소설을 썼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차마 이 소녀가 끔찍한 고통을 겪고 온몸이 망가지면서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는 것을 쓰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싶네요.   

결국 작가는 과거이건 미래이건
사람은 똑같은 사람이다
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혹은 황석영식으로, 암흑같은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라는 거죠) 이 긴 소설을 그렇게 간단하게 주제 요약해 버리는 것은 물론 제가 받은 국어교육의 병폐이겠지만, 이 소설을 덮으면서 작가가 '진짜' 휴머니스트라는 것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살벌하고' '묵시록적'이지만 따뜻한 소설이었습니다.

* 역자를 비롯해 수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1993년에 이 책을 쓴 작가는 휴대통신의 발달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고, 그래서 이 소설의 2050년대는 별로 현실감이 없습니다. 이 소설의 사건들은 결국 모두 전화 불통 내지는 부재 때문에 벌어지게 되는데...영화로 만든다면 과연 무슨 사건이 이 모든 이들간의 커뮤니케이션 불가능 상태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이것 역시 다른 분이 지적한 것이지만, 동아일보 기자는 책을 아예 읽지도 않고 새로운 '둠스데이 북'을 창조해 냈습니다. 게으른데다 뻔뻔한 기자 같으니라고.(아래 굵게 표시한 부분은 전부 틀린 부분입니다)

(전략)
페스트가 창궐하던 시절로 보내진 키브린은 미래로 돌아가기 위해 알아둬야 할 '랑데부' 장소를 찾아내지 못한 채 페스트에 걸리게 된다. 한편 현재의 옥스퍼드 역시 페스트에 걸린 채 과거로부터 귀환해 온 시간여행 기술자 때문에 환자들이 속출하게 된다. 질병이 시간을 가로질러 전염된 것이다. 결국 던워디 교수만이 키브린을 구해내야겠다는 각오를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중략)
'둠즈데이 북'은 주인공 키브린이 중세 관찰기를 녹음하기 위해 손목뼈에 이식한 녹음기의 이름이다. - 권기태 기자(2005-02-19) 동아일보 Copyright
ww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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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내음새... 2005-05-30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코니 윌리스!
아울러 역시 번역자 최용준씨!
문장을 읽다 보면 우리말 맛에 대해도 신경 쓰고 번역한 태가 폴폴 흘러나와
정말 흐뭇하다!!!
 
생각 - 장정일 단상
장정일 지음 / 행복한책읽기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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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을 쓰기보다 간단하게 한 구절만 인용하자.

시민이 책을 읽지 않으면 우중이 된다. 책과 멀리하면 할수록 그 사람은 사회 관습의 맹목적인 신봉자가 되기 십상이고 수구적 이념의 하수인이 되기 일쑤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내밀한 정신의 쾌락을 놓치는 사람일 뿐 아니라, 나쁜 시민이다. (167페이지)

(같은 단락을 다른 책에서 본 분도 있으리라. 저자의 독서일기 6권 서문에 썼던 것을 다시 실은 것이다.)

나도 같은 말을 하고 싶다. 물론 여기서의 "책"은 공병호류의 처세서, 영어공부책 등을 포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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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5-06-14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공병호류의 처세서나 영어공부책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니, 갑자기 읽어 보고 싶어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