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소설을 잘 읽지 않는 내게 우연찮게 소설책이 생겼다.
칭찬이 자자한 심작가님의 책이니, 그래도 한번은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사전지식 하나도 없이 책을 들었다.
책은 첫페이지부터 나를 빨아들였다.
기록이란 중요한 거에요.원초적으로 그래요.기록이 남지 않은 것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요..........
존재했던 엄연하고 무거운 현실도,기록되지 않으면 사라져버립니다.그 반대로,
존재하지 않았던 일도 일단 기록되어버리면 존재했던 것으로 착각되어요.........
그렇죠.기록은 기억의 확장이니까요.우리는 기억을 믿듯이 기록을 믿어요.결국 기록은 존재를 대신해요.
존재는 기록이 남아 있는 그 범위까지만 유효성을 가지죠.........
얼마전 노트를 샀다.다이어리까지는 아니더라도 , 무언가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지난 몇년간의 세월을 돌아볼때 기억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다지 기쁜일도,슬픈일도 없이 그저 세월만 보냈다고 할까...
물론 기억이라는 것이 어찌나 깜찍한지 내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은
스스로 delete를 시켜버린듯, 책속의 한 페이지를 잘라낸듯 그렇게 뭉텅이로 사라져버렸다.
그리 대단할 건 없는 날들이지만, 너무 세월을 흘려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기를 쓰기로 결심한 순간, 저런 구절들을 읽으니
이책이 나에게 온 것이 필연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느낌으로 정신없이 책을 읽었다.
다시금 창세기 편에서 또한번 놀랐다.
얼마전부터 종교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화두와 비슷한 문제를
마치 나를 위해 조근조근 설명해주듯 그렇게 풀어주고 있다고 할까...
개인적 느낌때문일 수도 있지만,어쩌면 그게 가장 클 수도 있지만,
올해 읽은 소설 중에서 최고이다.
물론 추리소설을 제하고 나면 남는 소설이라고 해야
공지영과 보통씨밖에 없지만,
공지영의 경우는 그저 딱 예상하고 기대한 만큼이었고,,
보통씨는 와 이렇게 어린 작가가 어떻게 이런 글을 쓸까하는
감탄과 경외감이었지,
내자신과 공명하지는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심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기회가 되면 꼭 읽어봐야겠다.
나머지 한권은 얼떨결에, 그러니까 쿠폰의 압박에 못이겨 산 책이다.
어찌하다 보니 장하준의 책을 두권 읽게 되었는데,어설픈 전작주의때문에
보관함에 들어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나보니 책이 하루만에 내 손에 들려있었다.
목차를 봤을때 내 깜냥이 안 되는 책이라고 생각하고 반쯤 포기한 책이었는데,
무엇에 홀려 주문을 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국가의 역할이라니..내가 국가에 바라는 것은 야경국가 이상이 아닌데,
아니 그나마 야경국가라도 잘 해 주었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는 내게
국가의 역할에 대한 500페이지 책이 눈앞에 나타나다니.....
이제 겨우 서문 읽었다.
문제는 이렇게 가슴에 돌덩이 하나 달아놓은거 같은 책이 눈앞에 있으면
평소에는 이책 저책 읽는 나도, 왠지모를 죄책감에 다른 책을 볼 수 없다는것이다. ㅜ.ㅜ
올 연말은 이 책 하나로 헉헉 될거 같다. 아니 내년초까지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