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걸의 <황비홍>을 대학교때 선배 옵빠들의 꼬임에 암 생각없이 그냥 따라가서 보게 되었다. 별 기대도 없이 보여 준다고 하니까 그냥 쭐래쭐래 따라갔으나, 맨처음 장면에서 그 웅대한 주제가가 나올 때부터 빠져 들게 되었다. 당시에는 홍콩 영화들이 많이 개봉되었을 시기였고, 또 나도 그만그만한 영화들을 많이 보았지만, 그 중에서 이연걸의 황비홍은 달랐다. 카메라 트릭이나 CG 없이 그저 오롯이 강호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무술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려주었다. 지금도 그 주제가를 들으면 그 때의 그 느낌이 다시 생각난다.
황비홍 2나 3도 아마 테레비젼에서 해 준 것을 다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극장 큰 화면에서 본 것 만큼의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는 허리우드로 떠났고 여러 흥행 대작에도 나왔지만, 여전희 나에게 그는 <황비홍> 그 자체였다.
며칠전 이연걸이 우리나라에 왔다. 테레비젼 화면속으로 보이는 그는 더이상 스크린의 이연걸이 아니었다. 얼굴에 주름도 있는 마흔 넘은 중년 남자였다. 그는 이제 그의 마지막 무술 영화 <무인,곽원갑> 을 가지고 내앞에 나타났다. 황비홍에서처럼 그시대 그복장으로....이연걸처럼 변발이 어울리는 배우가 또 있을까?
이제 그는 더이상 강호인의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가 마지막으로 武人으로 찍었다는 <무인,곽원갑>을 극장속 큰 화면으로 보아주는 일이겠지....
무언가 또 한페이지가 접어지는 느낌이다. 날씨가 이래서 그런가? 요즘 아이들에게 <무인,곽원갑> 같은 영화가 통할까? 사람들이 많이 그의 그 아름다운 무술 솜씨를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