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빗속을 뚫고 통영을 갔다. 한참전에 미리 예약을 해 놓았고 예약 취소를 해도 요금은 나가기 때문에 폭우를 헤치고 집을 나섰다.
운전을 하면서 와이퍼를 제일 빠르게 해놓고 다닌 경우는 처음이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양동이로 물을 쏟아붓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어마하게 왔으나, 지난 여름 휴가 이후 어디로 놀러간것은 처음이라, 또 운전도 오래간만이고, 비 오는 것도 좋아하는지라 전혀 무섭지 않았다.
원래 그날 일정은 고성 공룡엑스포였지만, 심한 악천후로 휴장이래서 바로 통영으로 갔다. 점심으로 일단 유명한 충무김밥을 먹었으나, 서울에서 먹는 충무김밥에 익숙해져버린 입맛인지라, 맨밥에 아무 간도 안한 밥이 그다지 맛있지는 않았다.
지도를 보고 통영에서 갈 만한 곳을 찾았으나, 엄청나게 내리는 비때문에 실외는 모두 패스하고 수산박물관이라는 곳으로 출발했다. 어찌나 바다바람이 거센지 골프우산이 뒤집어 지면서 살이 부러져 버렸다.
이름도 약간 촌스런 통영수산박물관으로 가는 길은 왜 통영을 한국의 나폴리라고 하는지 여실히 알 수 있게 해주었다. 굽이굽이 난 길을 지날 때마다 다도해의 여러 섬들이 보이고 곳곳에 숨어있는 포구에는 여러 종류의 배들이 정박해 있었다.부산이나 다른 동해안처럼 무슨 항을 가야만 볼 수 있던 배들이 여기서 몇 킬로미터 간격으로 계속 등장했다. 거기다가 왼쪽으로는 산이고 오른 쪽으로는 바다인 해안 일주 도로는 비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해도 정말 멋졌다.
수산 박물관 가기 전에 있는 일몰이 멋지다는 달아공원에서 보는 경치도 좋았다. 바람때문에 붉게 핀 철쭉들이 모두 떨어져 붉은 바닥을 걸어서 정상에서 보는 다도해의 여러 섬들이라니....
수산박물관도 나름 재미있었고, 산 정상에 있는 그곳까지의 드라이브는 정말 즐거웠다. 급경사도 거의 없이 굽이굽이 산과 바다를 볼 수 있는 그런 곳이 흔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숙소인 충무마리나는 겉에서 보기엔 정말 멀쩡했으나, 안으로 들어가 본 실내는 정말 구락했다는 표현이 딱이었다. 한번도 리모델링을 안 한 80년대의 인터리어 때문에 돈이 아까왔으나, 창문 너머로 바로 보이는 바다 때문에 그나마 좀 위로가 되었다.
저녁은 바다가에 왔으니 당연히 회를 먹고, 비가 그친 통영을 다녔다. 몇년 전에 가본 목포와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통영은 크고 화려했다. 중심가는 부산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고층 아파트와 이마트,롯데마트등이 군데군데 있었다. 내가 통영을 몰라도 한참 몰랐던 것이다. 숙소로 들어와 씻고 뉴스 보고 누우니 바로 꿈나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