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
마틴 로이드 존스 지음, 정상윤 옮김 / 복있는사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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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는 로이드존스의 설교 한 편을 중책자로 펴낸 것이다. 어지간한 설교자의 설교를 이렇게 한 편만 책으로 낸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 설교 하나가 영혼을 울리는 강력한 메시지일 경우에만 가능한 선택이다. 가령 조나단 에드워즈의 <진노하시는 하나님의 손 안에 있는 죄인>과 같은 설교를 책으로 낸다면 누구나 납득할 것이다. 


로이드존스 목사는 20세기를 대표하는 강해 설교자이자 복음을 강조하는 전도자로 널리 인정 받고 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 역시 고린도전서 2장 2절을 본문으로 하는 강해 설교인 동시에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를 전파하는 복음(전도) 설교다. 로이드존스 목사는 그의 목회 사역 50년째가 되는 1977년에 그의 첫 부임지 웨일스 베들레헴 전진운동 선교 교회에서 설교한 것으로 간결하고 강력한 복음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는 단 한 편의 설교만 담고 있어 얇지만,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집중하기에 깊고 풍성하다. 그래서 오랜 만에 그의 설교를 읽어도 여전히 좋았다. 그의 설교를 읽을 때면, 내 영혼의 방향이 조율된다. 다른 세상사에 정신 팔리던 마음이 다시금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로 재조정된다. 내가 영혼 관리를 위해 챙겨야 할 목록 가운데 그의 설교를 읽는 것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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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투르니에의 선물
폴 투르니에 지음, 오현미 옮김, 이은혜 그림 / 새물결플러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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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폴 투르니에는 (의사로서) 심리학자이며, (신자로서) 신학자이다. 그가 쓴 책들은 신학과 심리학의 통찰이 교차한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그의 책에는 인간에 대한 긍휼과 하나님에 대한 묵상이 담겨 있다.

내가 이번에 읽은 소품 책자인 <선물>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이다. 폴 투르니에는 이 책에서 선물이라는 렌즈를 통해 다채로운 인간 심리를 깊숙이 들여다보는 동시에 이를 통해 인간의 죄와 하나님의 사랑을 들여다본다.

오랜 만에 투르니에의 책자를 읽은 체험은 만족스러웠다. 역시 그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눈이 번쩍 뜨인 부분은 우리 시대에도 적실하게 와닿는다고 하는, 거의 시간을 초월한 시의적절성이었다.

가령 나는 이 책자에서 MZ세대에 대한 설명을 찾아볼 수 있었다. 원서로는 이미 수십여 년 전에 출간되었는데, 이게 말이 되나 싶을 게다. 하지만 당대 청년에 대한 투르니에의 설명은 딱 우리 시대의 청년에 대한 이야기다.

"우라는 변화의 시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이 젊은 세대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 그리고 그 후 시대를 정복한 기술 문명의 산물들이 쏟아졌다. 라디오, 레코드 음악, 텔레비전, 자동차, 냉장고 등은 이전 세대들에게는 흥미진진한 모험이었던 반면에, 젊은 세대에게는 이미 요람에서부터 완성된 형태로 보아왔던 진부한 것들이었다. […] 이런 작은 경이로운 발명품들은 우리같이 여전히 다 큰 어린아이로 머물러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매혹적인 장난감이지만, 젊은 사람들에게는 삶의 흔해빠진 배경에 지나지 않는다. […]
이 세대의 젊은이들이 깊이 불행해하는 이유는 감사하는 마음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할 줄 아는 것은 오직 권리를 욕하는 것이다. […] 행복 또한 하나의 권리다. 현대인들이 발명해낸 모든 편리한 수단에도 불구하고, 노력으로 행복을 성취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우리는 누구나 다 욕구 불만 콤플렉스에 걸린다. 모든 것에 대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선물도 기쁨이 되지 않는 것이다. 사랑조차도 가치가 절하된 채, 깊은 헌힌 없이 남녀가 서로 주고받는 진부한 서비스가 되어버린다. 내가 이만큼 줄 테니 너도 이만큼 달라는 식이다!" (51-53쪽)

아마도 MZ세대의 상황을 이렇게 짧은 지면 안에서 이보다 더 잘 묘사하고 분석한 글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전통과 형식에 대한 존중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대한 투르니에의 우려도 우리 시대에는 더욱더 잘 와닿는다.

"그렇다, 사랑은 절대로 추상적이지 않다. 사랑은 외적으로 나타나야 하고 개인적인 선물로든 의례적인 선물로든 표현되어야 한다. 사회 일반의 관행, 예의범절, 여성을 대하는 친절한 태도 등을 공허하고 형식적인 겉치레라고 멸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속아넘어가지 말자. 이런 관습에는 심오한 의미가 있다. 이런 범절은 타인을 기쁘게 해주려는 목적을 가지며, 타인을 기쁘게 함으로써 자신도 삶의 기쁨을 발견하려는 시도가 된다." (87쪽)

이것 뿐이겠는가. 투르니에의 깊고 예리한 통찰은 도처에서 발견된다. 분량은 작(고 금방 읽히)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하나 굳이 더 소개할 필요는 없으리라. 지금 바로 읽어보시라. 눈이 번쩍 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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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헨리 드러몬드 지음, 신현기 옮김 / IVP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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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위대한 단어이다. 위대한 실체이다. 

그래서 사랑을 다루는 시와 소설,그리고 철학 작품이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 중 적잖은 책들이 나름의 통찰을 과시한다. 사랑에 대한 좋은 책들은 결코 적지 않다. 

그러나 지금 소개할 이 한 권의 책은 단연 존재감을 뿜어낸다. 바로 헨리 드러몬드의 <사랑,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이다. 신약성경에 수록된 서신 가운데 하나인 <고린도전서> 13장에 대한 해설서이다. 13장은 사랑에 대한 찬가로서, 통상 사랑 장으로 불린다. 당연히 여기에 대한 해설서(주석, 강해, 설교 등)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더욱 주목할 만 한 점은 <사랑,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이 중책자라는 점이다(사실 편집을 통해 소책자를 중책자로 키운 것에 불과하다). 내 손을 얹어놓으면 딱 맞아떨어지는 작은 크기(116*180mm)에 얇은 두께(64쪽)인지라 그 존재감이 외려 두드러진다.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형식상 <고린도전서> 13장의 간결한 해설 형식을 취한다. 

a. 사랑의 대조(1-3절) 편에서는 (이 편지의 저자인 바울 당대의)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던 다른 덕목들을 사랑에 비추어 그 열등함을 드러낸다.

b. 사랑의 분석(4-7절) 편에서는 사랑의 다양한 면모를 아홉 가지로 나누어 살펴본다.

c. 사랑의 옹호(8-13절) 편은 사랑의 영원성과 우월성을 천명한다. 


사실 이렇게 간단하게 소개하고 나니 별 것 아니게 보인다. 심지어 분량도 작아서 몇 십 분이면 다 읽을 수 있으니 더 그렇게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은 결코 그렇지 않다. 그러나 미주알고주알 따져가며 증명하기에는 우스울 정도로 수준이 높고 깊다. 또한 굳이 일일히 보여줘가며 밝히기에는 분량이 작고 문장도 쉽다. 

그냥 직접 읽어보시라고 감히 말씀드리겠다. 나는 이미 여러 번 읽었고, 앞으로도 계속 읽을 것이다. 책의 앞에 실린 김기석 목사님의 추천사 가운데 한 문장을 인용함으로 글을 가름하겠다.


"하루에 한 차례씩 이 글을 읽으면 우리 내면에 덕적덕적 달라붙은 더러운 것들이 떨어져 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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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가 기록한 그리스도의 생애
J. B. 필립스 지음, 김명희 옮김 / 아바서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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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필립스역으로 처음 <누가복음>을 읽어보았다. <누가가 기록한 그리스도의 생애>라는 제목의 이 번역을 들고 어제 돌아다녔다. 이동 시간 중에 40%를 읽고 집에 와서 마저 다 읽었다. 간단히 말하면 조금 번역이 다른 <누가복음>을 읽은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일단 형식상으로도 46판이라는 작은 판형의 책 한 권에 188쪽으로 담아낸 누가복음서 한 권(과 사도행전 앞부분)이라 읽기에 좋은 구성이라고 본다. 

본문 중간에 몇 편 수록된 그림은 명료하게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없어도 별 상관 없었으리라 본다. 

<누가복음>을 쭉쭉 읽어내려갈 수 있고, 개역개정판보다 훨씬 수월하게 읽힌다. 그렇다고 <메시지>럼 의역한 것은 아니다. 많은 부분에서 개역개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번역을 택했다. 나는 그 점이 좋게 보인다. 이걸 읽고 나서 개역개정판을 본다면 훨씬 잘 눈에 들어올 것이다.

일단 나로서는 만족스러운 독서 경험이었다. 단지 한 가지가 읽는 내내 걸렸다. 바로 예수님의 존대어법 사용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이다. 제자에게는 반말, 외부인에게는 존대의 구성이 아니다. 우호적인 대상에게는 존재, 비우호적인 대상에게는 반말의 구성도 아니다.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구별한 건지가 확인되지 않아 아쉽다. 일러두기 등을 통해 그 기준을 적어주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J.B.필립스,필립스역, 신약성경, 누가복음, 성경번역, 예수님, 복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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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가 기록한 그리스도의 생애
J. B. 필립스 지음, 김명희 옮김 / 아바서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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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존대어법 사용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을 제외하면, 여러 모로 만족스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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