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는 텍스트

이승훈
 

고마워요 비 오는 저녁 고마워요 어제 전화 준 당신 고마워요 당신이라는 텍스트 고마워요 올 여름은 또 사는 게 힘들 것 같아요 그러나 당신이 있으므로 당신이 있어요 이건 데칼트적 회의가 아니야요 사유는 정서 너머 사랑 너머 있어요 오늘도 비 오는 저녁 술을 마셔요 어디에도 없으므로 어디에나 있는 당신 당신이라는 텍스트 고마워요 이런 사유도 고마워요 언어가 사유하고 언어가 당신이고 언어가 떠돌아요 비 오는 저녁도 이젠 견딜 수 있어요 이 소리 나도 모르는 소리가 고마워요 낮은 목소리 계속되는 목소리 가라앉고 일어서는 목소리 리듬 휴식 반복 정지 다시 떠나는 목소리 서러운 밤에 먹던 밥 아름다운 당신 고마워요 사랑스런 당신 고마워요 당신의  살 고마워요 다시 두통으로 고생이지만 약을 먹으면 돼요 고마움이 세계 정신이지요 이 비도 고마워요 이 비가 당신 이 비가 당신이라는 텍스트를 적셔요 시작도 끝도 없는 텍스트 그럼 내일 만나요 내일 내일 내일 언제나 내일!

 


 

 

 

 

 

 

 

 

 

 

 

 

 

 

 

william Kentridge, "history of the main complaint"

 

 Ne Me Quitte Pas - Nina Simone

http://user.chollian.net/~string87/NinaSimone04.w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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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11-12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귀여운 사랑이네요. 이건 데칼트적 회의가 아니야요, 라는 부분도 너무 귀엽고. ^^
 

 

홍시여, 이 사실을 잊지 말게

너도 젊었을 때는

무척 떫었다는 걸

-- 소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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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1-11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에 와 닿는 하이쿠네요. 나이가 들어야 알 수 있는 말이지요...

에레혼 2004-11-11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이 벌써 저 구절에 공감한단 말이에요? 아직 님은 한창 떫은 맛이 날 시기 아닌가...^^

물만두 2004-11-11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나이 묻지 마세요^^

에레혼 2004-11-11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는 안 궁금해요, 단지 맛을 물어 봤을 뿐.......^^

물만두 2004-11-11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어보니 세수를 안해 짭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4-11-12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깜찍! 라일락와인님, 저한테 언니 되실 텐데도 감각은 너무 톡톡 튑니다. 또 물만두님도 감각, 하면 빠지지 않으시죠. 햐~

에레혼 2004-11-12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깜찍했나요? 제가 알고 보면 제법 귀엽고 깜찍한데 말이지요, 우아함만 너무 전면에 드러나 보여서 그런 이쁜 면을 잘 못 읽어 내지요,사람들이 ^^ [너무 추운 거 아닌가요, 이거?^^]

내가 언니 되는 줄은 또 어찌 알았을까? 이안님, 증빙서류 제출 요망!

내가없는 이 안 2004-11-12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라일락와인님 글을 꼼꼼히 읽은 탓에 제대로 짚지 않았을까 싶은데... 서류 제출은 하기 싫어욧! ^^ 그리고 얼른 몸 추스리세요. 가을을 한차례 앓고 지나가시는 모양입니다.
 


 

말이 필요 없다

아무 말도, 덧붙일 빛도......


 

 

 

 

 

 

 

 

 

 

 


 

 

 

 

 

 

 

 

 

 

 

 

 

 

 

 

 

 

 

 

 

 

 

 

 

 

 

 

 


 

 

 

 

 

 

 

 

 

 

 


 

 

 

 

 

 

 

 

 

 

 


 

 

 

 

 

 

 

 

 

 

 

 

Laura Fygi, Autumn Leaves
http://www.modernpops.co.kr/board11/files/Laura%20Fygi%20-%20Autumn%20Leaves.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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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4-11-10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척 고운데다, 따스한 햇살까지 느껴지는군요. 오늘처럼 비가 오고 우중충한 날씨를 잊게합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4-11-11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 낮에 코멘트 다는 도중에 아이가 와서 지금에서야 다시 시도합니다. 오늘 내내 궁시렁거리게 하는 날씨였는데 여기 사진은 영 딴판이네요. 그러게요, 말이 필요없군요. ^^

2004-11-11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선암사 단풍귀경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꾸벅.

에레혼 2004-11-11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아블루님, 정말 하룻새에 날씨가 어쩌면 그리도 다른 세계를 펼쳐 보여주는지.... 화요일과 수요일이 다른 세계 같아요. 어제 이 사진을 올리고 나니 여기에도 비가 퍼붓기 시작했거든요. 블루님은 요즘 미술관 나들이에 영화 감상에 문화적 향기를 잔뜩 충전중이시던걸요, 언제 한번 남녘 나들이 하세요, 그나마 우리들 중에선 블루님이 가장 움직이기 좋은 조건(?)을 갖고 있잖아요^^



이 안님, 그맘때 아이가 가장 활동량이 많지요? 수시로 같이 응대해 줘야 하고.... 가장 아이에게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시기.... 어차피 그런 시기라면 기쁘게, 즐겁게 아이와 지내는 게 현명한 일인 것 같아요, 저처럼 어정쩡한 회의와 자기 갈등으로 이도저도 아닌 시간을 보내느니.......

제가 방랑벽이 있어서 어디 돌아다니는 거 좋아하거든요, 낯선 풍경, 낯선 거리, 새로운 음식... 이런 것과의 만남...... 근데 이즈음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몇 달째 집안에만 갇혀 있다 보니, 이번주에는 큰맘먹고 하루 움직여 봤어요. 역시 환기, 환풍은 좋은 것이더군요^^ 말이 필요 없이 좋은 숨 가득 들이쉬고 왔어요.



참나님, 윽~~ 이건 무슨 감탄사인가요? 감탄? 충격? 안타까움? 배아픔?...... 어설픈 사진으로나마 단풍의 환희 같이 나누고 싶어서요, 눈요기가 되셨다니 저도 기쁘네요.

참나님과 나, 우리는 '현대 타운'에 사는 공통점이 있더군요^^

urblue 2004-11-11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31900

그렇군요. 언제든 어디든 훌쩍 다녀올 수 있는 사람인데, 실제 움직이기는 어찌 그리 어려울까요. (게을러서라고는 말 못해요. ㅠ.ㅜ)

안그래도 요즘 그런 생각 했답니다. 전국 여기저기 흩어져 계신 서재 주인장들을 찾아다니는 여행길. 혼자 생각하며 슬며시 웃음짓다가도, 아냐, 싫어하심 어떡해, 하며 걱정하기도 하고. 뭐 그렇게 놀고 있습니다. 로드무비님께서는 와도 좋다 하셨는데, 님은 초대를 하신 거니까 (맞죠?) 한번 찾아가야겠군요.  


에레혼 2004-11-12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아블루님, 1900이란 숫자를 잡아 주셨군요..... 전 숫자에 별 의미를 부여하진 않지만, 어쨌든 마음 써 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초대' 맞아요, 맞구요, 아무 때고, 마음 내킬 때, 발길 움직여질 때, 훌쩍 떠나오세요. 그리 가까운 길이 아니기에 자주 오라고 할 수도 없는 게 좀 안타깝지요.... 제가 살고 있어서가 아니라, 한번쯤 마음을 열고 흠뻑 취해 볼만한 좋은 곳이랍니다, 여기.....
 

 

 


 

 

 

 

 

 

 

 

  선암사 가는 길. 전남 승주군 선암사. 이 계절이 되면 선암사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절 초입의 승선교. 그림이 잘 잡히는 구도라 하여 많은 사진작가들이 즐겨 찍는 풍경. 달력 그림 같은 데서 자주 봐 눈에 익은 다리......

280년의 세월을 거치며 다시 보수했단다. 아래는 보수하기 전 다리에 쓰였던 원래 돌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암사 들머리의 연못.

 

 

 

 

 

 

 

 

 

 절을 찾는 사람들의 가장 소박하고도 절실한 기원들. 가족 건강, 취업, 시험 합격, 소원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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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1-10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막한 평일 오후의 산사.

저도 그 속에 하루 종일 거닐어봤으면......

님 계신 곳에서 선암사까지 세 시간쯤 걸리나요?

2004-11-11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생생하여라..마치 수학여행 다녀 온 듯 현장감 있습니다..들어가는 길머리를 보니 두두근두구근하네요..벌렁벌렁..

에레혼 2004-11-11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제가 참 운이 좋다 여겨지는 게 그 날은 날씨가 참 좋았거든요, 사진에서 느껴지듯이.... 평일 오후의 산사는 맞지만, 등산객이랑 관광객이 제법 많았어요...... 그래도 저런 바람 쐬고 와서 참 좋았다지요? 여기서 선암사까지는,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아서, 두 시간쯤이면 가 볼 수 있답니다, 부럽지요?^^



참나님, 아침 일찍 들르셨네요. 요즘 잘 지내시죠? 그래요, 수학여행 분위기가 좀 나지요?^^ 선암사는 한국 태고종의 본산지로... 식의 역사적 설명이 덧붙여졌으면 더 그랬을 텐데요.... 저는 그냥 눈에 들어오는 풍경만 듬뿍 마시고 왔답니다.

숨은아이 2004-11-11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담이랑 처마랑 단아합니다. 여직 못 가본 곳...

에레혼 2004-11-12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의 멘트가 참 단아하네요! 언젠가 한번 가볼 곳 목록에 올려놓으세요, 선암사...... 넉넉하면서도 정감 있는 산사라서 한번씩 마음속에서 끌어당기는 소리가 들려오는 곳이랍니다.
 

 


 

 

 

 

 

 

 

 

 

 

 

 

 

 

어제 하니케어님이 보내준 마그리트 화집을 받았다.
하니케어님의 아마도 자주 만나 보지 못할 서재 이벤트에 참여해 내가 찜한 상품(?), 르네 마그리트의 화집.
1995년 예경에서 나온 초판본이다.
재미 삼아 이벤트에 참여했던[퀴즈도 순전히 어림짐작과 찍기 실력으로 참가!] 나는 우선 하니케어님이 선물로 내놓은 도서 목록을 보면서 조금 놀랐다.
아직도 내가 힘겹게 구한 책이라면 '실제로 나의 양식이 되어주었든 아니었든 간에' 끌어안고 살기에 급급한 나라면 그렇게 선뜻 풀어놓지 못할 '귀한 양서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 삼아 그 목록을 여기 옮겨와 봤다.

1.가우디,공간의 환상 (내가 없는 이 안님)
2.파리의 스노우캣(카이레님)
3.사진집 L O V E(ANUS MUNDI님)

이하 예경판 화집
5.마그리트(라일락 와인님)
6.칸딘스키(판다님)
7.코코슈카(유어블루님)
8.베이컨(ANUS MUNDI님)
9.김선우 산문집; 물밑에 달이 열릴 때(노웨이브님)
10.카메라 루시다.(선인장님)

13.호두까기 인형,눈의 여왕(아영엄마님)
14.유마경(미네르바님께)


*애교상도 있어요. (15. 16. 17)

15.화양연화 DVD (체셔고양이님)
16.파라다이스 키스 (플레저님)]

그리고, 어제 선물로 받은 마그리트 화집을 열어보고는 하니케어님의 또 다른 면모, 아기 속살처럼 보드랍고 정감있는 손길과 눈길을 발견하고는 마음이 따스해졌다. 어느 책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아는 이의 흔적'은 잘 구워진 고소한 내음의 얇고 보드라운 페스튜리처럼 마음에 여러 겹의 잔상을 남긴다.



 

 

 

 

 

 

 

 

속 표지에 적힌 짧은 편지...
그리고, 책장 곳곳에 까만 볼펜으로 그어놓은 밑줄[음, 역시 하니케어님은 공부를 좋아하는 분인 게야!], 마그리트의 연보나 사진 옆에 작게 적어놓은 메모들, 가령 마그리트의 생몰 연대 "르네 마그리트 1898∼1967" 의 아래에 끄적인 '69세까지 살았군'[이걸 계산해 봤을 하니케어님의 모습이 귀엽지 않나요?], 1938년, 10년 전에 완성된 <야만인>이란 그의 작품 앞에 앉아 있는 마그리트의 사진 옆에 달아놓은 '귀엽다, 르네 마그리트' 같은 메모들에서 하니케어님의 연녹색 잎새처럼 여리고 감성적인 유전인자를 엿보게 되는 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책갈피 속에  끼워져 있는 만화 잡지와 패션 잡지에서 스크랩해 놓은 화보 사진 몇 장. 님의 취향을 한눈에 엿보게 해주는[특히 패션 잡지의 모델 사진에서 하니케어님이 애용하는 이미지가 고스란히 읽히지 않는가...]!

 

 

르네 마그리트.
진중권의 <미학 오딧세이>로, 미셸 푸코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란 책으로, 몇몇 문학 작품 속에서의 등장으로 낯이 익은 화가이면서도 정작 그의 작품 세계를 한 줄에 쭉 늘어놓고 찬찬히 살펴보진 못한 터였다. 이번 선물을 계기로 마그리트의 그림 세계로 여행을 떠나 볼까 한다. 관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한 형상화의 화가, 그의 이야기에 찬찬히 귀기울여 보자. 하니케어님의 밑줄 위에 다시 나의 밑줄을 그으면서....... 나도 알고 보면 은근히 혼자 공부하는 재미를 제법 즐기는 사람인 것이다.

하니케어님, 마그리트 화집 선물 고맙구요, 잘 읽고 소화시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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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4-11-11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책가지고 학대하는 타입이어서. 지극히 사적인 흔적때문에 책을 빌려주거나 그냥 주거나는 못했다지요.뭐 이젠 행복행복행복한 항복,기쁘다 아점마 철판 깔았네...이히히 얼른 내빼야지.

에레혼 2004-11-11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詩我一合雲貧賢 님, 실은 베이컨 화집도 제가 찜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였어요. 하니님이 처음에 두 권씩 고르라고 하셔서.... 욕심을 내려다가 한 권으로 족하다 싶어서.... 그 화집의 인연은 님에게 있었군요! 좋은 화집 보시고 근사한 리뷰 하나 올려 주세요, 그걸로 같이 나눌게요.



하니님, 이 페이퍼로 제 기쁨과 고마움이 전달이 됐으면 좋을 텐데요...... 하니님, 이쯤의 '물질적 접촉'을 통하고 보니 평소 님의 트레이드 마크인 우아함과 격조 뒤에 귀여운 소녀의 사랑스러움이 확연히 잡힙니다, 풍성한 드레스 자락 사이로요....

저 정말 이 화집을 계기로 이제부터 마그리트 학습에 들어갑니다, 기다려라, 마그리트여!




에레혼 2004-11-12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저 요즘 마그리트 학습에 들어갔답니다, 공부하기에 재미있는 화가네요, 이 사람.....

판다님이 이미 좋은 그림 많이 소개하셨나 봐요, 한번 들러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