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 가면 갈 수록



새벽부터 아내가 깨운다. 아들이 숙제를 해야 하니 사진 프린트 해 달란다. 급하게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지난 주 시골에 다녀온 사진 몇 장을 뽑았다. 수년 만에 다산이 유배와 잠깐 머물렀던 사의재에 들렀다. 사의재(四宜齋)는 네 가지를 마땅히 해야할 곳이라는 뜻이다. 주모의 배려로 4년 동안 머물렀다고 한다. 한양에서 머나먼 강진까지 유배와 낙망하던 그에게 주모는 자신의 방 하나를 내주며 위로 했다고 한다. 가을이라 그런지 콘트라스타가 깊다. 아마도 습기가 적어지면서 난반사가 없어지니 그늘이 더욱 어두워 보인다. 난반사 다 나쁜 것은 아닌게 분명하다. 그늘만 져도 어둡게 나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가을 풍경의 멋이다. 


집을 수리하고, 새로 집을 지으려는 계획이 서자 사의재가 다르게 보였다. 지금까지 다산이 지나쳐온 역사적 현장일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집, 건물로 보인다. 흙집이 무엇인지, 어떻게 짓는 것이 바른 것인지 주의 깊게 보았다. 전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람은 본다. 그런데 '본다'가 맞을까 궁금해진다. 왜냐하면 나의 상황이 달라지니 다른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사물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보는 것이 더 정확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이 보는 것들은 수동적인 '보여짐'이 아니라 적극적인 '봄'이 맞는 것 같다. 


존 맥아더의 성경 주석이 번역 출간되었다. 수많은 강해설교집을 펴낸 분이다. 존 맥아더는 전통 기독교를 고수하면서도 개혁성향이 강한 분이다. 수천억을 들여 교회를 건축한 사랑의교회를 질타하기도 했다. 










리처드 마우의 <아브라함 카이퍼>가 SFC에서 출간되었다. 칼빈주의 3대 학자이기도 한 그의 일생을 리처드 마우가 그렸다니 기대가 된다. '개인적으로 간략하게 소개하는' 아브라함 카이퍼라고 하니 무슨 말인지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216쪽의 작은 분량이라 그리 소개한듯하다.










데칼로그(Dakalog)는 헬라어 데칼(10)과 로그(언어)의 합성어다.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 십계명은 구약이니 구약의 언어인 히브리어로 써야할 테어니데 신약의 언어인 헬라어를 썼다. 이유가 무엇일까? 책소개를 보니 궁금증이 풀린다.









서양철학의 존재론 전통 위에서 영화 '데칼로그'를 매개 삼아 십계명을 새롭게 해석해낸 역작, <데칼로그> 전면 개정판. 폴란드의 거장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십계명에 대한 현대적 해석이 담긴 10부작 영화 '데칼로그'를 이야기 전개의 매개자로 소환해, 각 장마다 영화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이 영화가 던지는 물음을 철학적.신학적으로 해명하면서 해당 계명의 의미를 설명한다. 


철학의 관점으로 풀어낸 십계명이라.. 흠... 저자가 누구일까? 저자파일에 들어가니 독일에서 철학과 독일을 전공한 분이다. 십계명은 구속이 아닌 자유의 선언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직 읽어 보지 않아 정확한 의도를 파악할 수는 없으나 의미있는 책임에는 틀림 없다. 저자의 책을 찾아보니 상당하다.


가을이 깊어간다. 가을이 깊어 갈 수록 고향생각 더욱 깊어지고, 따뜻한 커피 한 잔에 아늑한 소파에 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지고 싶은 욕망은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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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사진을 바꾸었다.

사과나무 아래서 고민하는 뉴톤의 사진에서

시골에서 자유로이 노니는 닭 풍경으로


프로필 사진을 잘 바꾸지 않는데, 

왠지 고민하는 뉴턴의 모습이 힘들어 보인다.

한가한 시골 풍경이 편안해 보인다.


어제는 자정이 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시골은 저녁 8시만 되면 적막강산이다. 

잠을 잘 자는 것이 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밤 9시에서 새벽 3시까지가 가장 중요하다.


도시는 도전이 있고, 열정도 있고, 창조적 아이디어도 샘솟지만,

잠들지 않고, 바쁘고, 정신 없고, 피곤하다.


시골에 빨리 가고 싶다.

아내는 당장 내려 가자고 한다. 

마음은 꿀떡이지만...

기다리자. 






신간을 뒤적거리니 이순신이 보인다. 너무 신격화 한 것은 아닐까 걱정반 우려반이지만,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인물이다. 












요즘 사도가 대세인듯 저마다 사도 이야기다. 감추어진 것이 많은 인물이기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이덕일의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에 끌린다. 그는 왜 버림 받은 것일까? 우리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


프로필 사진에서 너무 멀리 나갔다. 하여튼 한가하게 책을 읽고 싶은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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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10-04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사도>는 정병설의 <권력과 인간>을 바탕으로 했대요. 이덕일의 이 책과는 다릅니다. 해석의 차이가 확연히 다르다 하네요.

낭만인생 2015-10-04 13:19   좋아요 1 | URL
그래서 더 궁금합니다.
 

문득2.


문득 예전에 열심히 글을 올리던 분들의 글이 올라 오지 않는다. 궁금해 서재를 방문해 보니 최신글이 벌써 2년을 넘겼다. 

어디 간걸까? 혹시 이 세상에 없는 것은 아닐까? 불연듯 불안해 진다.

살아 있다면 배설해야 마땅하다. 먹으면 소화 시키고 배설되지 않는가. 


요즘 페북을 들여다보면 예전처럼 아기자기한 맛이 없다. 

참을 수 없는 글의 가벼움으로 똥칠해 있던지,

정치꾼이 되어 이상한 글과 뉴스만 퍼다 나른다.

좀비들이 많아졌다.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 모를 글이 잔뜩이다.

그들도 죽은 것이 분명하다.

살아 있다면 저런 글이 안 나올 것이다.


오늘도 글을 쓴다.

살아 있기에..

삶을 깊이 담기보다 그저 담담하게 현실을 직시하자.


오늘도 읽고 싶은 책을 담자. 그게 내 일이다.


한병철의 신간이다. <에로스의 종말> 한병철의 벌써 세권째다. 그런데 제대로 읽은 책은 한 권 뿐이다. 어렵지 않은 내용을 어렵게 쓰는 신통방통한 분이다. 그래도 깊이가 있으니 새겨들어야 한다.














IS 리포트. 새뮤얼 헌팅턴이 쓴 <문명의 충돌>이후 세계는 발칵 뒤집혔다. 냉전시대 두 축으로 갈라져 있을 때가 훨씬 나았다는 평가도 있다. 복잡해진 탓이다. 모호한 상황 속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러다 3차대전은 안일어 날래나 몰라. 하여튼 프랑스 저널리스트가 쓴 이 책은 IS가 무엇이고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알려 준다.


이런 책을 볼 때마다 저자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들지 않는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건지. 생사를 걸고 취재하는 그의 프로정신에 땀에 날 정도다.



김성권의 <소금중독 대한민국>이 눈에 들어 온다. 탈도 많고 논란도 많은 소금. 나쁜 건지 좋은 건지 알 길이 없다. 나의 개인적인 소견은 저염식의 식사를 권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다. 저자는 저염식을 통해 만성질환을 고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왠지 아니다 싶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소금을 많이 먹는 것도 위험하다. 답이 뭘까? 







패드릭 맥케이브의 <푸줏간 소년>은 성장소설이다.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가 많이 닮아 있다고 해야할까? 전개 방식은 다르지만 성장해가는 여정을 다룬다. 이미 영화로 만들어져 세기에 남을 걸작이 되었다고 하니 영화도 꼭 보고 싶다. 그런데 책 표지와 영화 표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토 히로미의 <개의 마음> 반려견과 함께한 2년 여의 시간을 담았다. 가족처럼 가까이 지낸 반려견을 떠나보내는 상실의 아픔을 안다. 어릴 적 정말 좋아했던 검은 개를 보냈던 기억이 선명하다. 며칠을 울었다. 형도 동생도 같이 울었다.

그 뒤로 이상하게 우리집은 개를 키우지 않았다. 요즘은 고양이 몇 마리가 집을 서성거린다. 









오늘도 살아 있으니 배설하다. 읽고 싶은 책 마구마구 사고 싶지만 그냥 제목을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서재가 완성되면 잔뜩 사서 쌓아 두어야 겠다. 속히 그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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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10-04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생각나서 뜸한 서재 들러보는 일 있어요. 다른 바쁜 일이 있으신거겠지, 이렇게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래지요.
한병철님은 피로사회 쓰신 그 분이지요? 읽어야하는 책 목록에 있는데 아직 못읽는새 신간이 나왔네요.

낭만인생 2015-10-04 10:08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피로사회>와 <시간의 향기>를 읽었는데 어려워서 다시 읽을 참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한자는 동이족(우리나라) 문자다?


오래 전 중국 역사에 흠뻑 빠져 있었다. 중국의 역사는 한자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한자는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면서 도량형과 문자를 통일함으로 만들어진 개량된 한자다. 서예를 배우는 분들은 금문이나 갑골문을 배운다. 이 글자들은 현재의 한자와 상당히 다르다. 진시황은 이러한 난해한 문자들을 통폐합 시킴으로 모든 중국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로 했다. 마치 우리나라가 치를 센티미터로 개량한 것과 같다. 요즘은 평수까지 쓰지 못하게 하지 않는가. 하여튼 그런 역사가 있다. 그런데 이번에 출간된 김진명의 <글자전쟁>은 한자가 중국이 아닌 동이족, 즉 우리조상들이 만들었다고 말한다. 과연 그것이 옳은지 모르겠지만 일리는 있어 보인다.
















한자 문화권은 중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몽골이 있다. 남쪽으로는 베트남이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베트남을 벗어나면 태국 등에서는 한자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이것또한 묘한 일이다.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한자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지만,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배워야할 문자다. 


갑골문자는 보면 지금의 한자와 완전히 다르다. 적지 않은 학자들이 갑골문자에서 한자가 생긴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도 일리가 있는 것이다. 한자는 글 하나에 뜻이 있기에 셀수 없이 많다. 바로 이런 점에서 한자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 김진명의 소설을 소설로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갑골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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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1 0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집 수리는 아직도 멀다.


월요일 급하게 퇴원한 후 부모님은 집으로 돌아오셨다. 집 수리를 하느라 병원에 갈 수 없어 택시로 들어 오셨다. 몸이 허약해진 탓인지 걷는 것도 힘들어 하셨다. 두 어달 사이에 너무 급작스럽게 몸이 쇠하셨다. 저녁 7시가 넘도록 작업을 하느라 식사도 못하고 우리는 곧바로 올라 와야 했다. 이틀 후 잘 계시는가 전화를 해보니 식사를 거의 못하신다고 한다. 걱정이다. 그대로 내버려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병원이나 요양병원에는 가지 않으려고 하시고. 걱정이 태산이다. 어쩔 수 없이 급하게 어제 시간을 쪼개서 나갔다. 아버님은 쇠약해진 몸으로 방에 누워 계시고 어머님은 아직 남은 기력으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신다. 한 달 넘게 집을 비운게 안타까웠는지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니시며 청소도하시고 고추도 말리신다. 


싱크대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업자와 날짜를 맞출 시간도 안 되고, 내가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다. 그런데 의외로 일이 어려웠다. 특히 기존의 싱크대와는 사뭇 다른 모델이라 그런지 의외로 일이 진척되지 않았다. 모르면 싱크대를 맞춘 곳에 전화하며 조금씩 일을 진척 시켜 나갔다. 겨우 아랫부분을 모두 완성했다. 원래 싱크대는 상단부터 일을 해야 수월하다고 한다. 그러나 하루에 상부와 하부를 모두 할 수 없어 가스렌지를 설치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하부부터 일을 시작했다.벽지도 마르고, 장판도 깔고나니 제법 집 같이 보인다. 허물어져가는 집이 새 단장을 하니 새집 같다. 하여튼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아내는 집을 빨리 수리하고 책을 읽고 싶다고 한다. 옆에서 잔소리 할때는 언제고. 하여튼 빨리 서두르겠다고 답했다. 읽고 싶은 신간이 몇 권 보인다. 임영주의 <엄마, 내 아이를 부탁해>가 ㄴ눈에 들어 온다. 잘못하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로 읽을 뻔했다. 직장과 육아를 함께 해야하는 현대 주부들의 지혜가 담긴 책이다. 어떻게하면 육아와 직장을 해결할 것인가?


김훈의 신간 <라면을 끓이며>가 예약 판매중이다. 하필이면 라면일까? 라면이 얼마나 몸에 안 좋은데. 하기에 아내가 아프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라면을 먹었던가. 라면은 운명처럼 한국인의 정서와 삶에 깊게 스며있다. 덩달아 라면의 역사를 담은 <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을 읽으면 어떨까? 완전히 다른 이야긴데... 

읽고 싶다.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리는 가을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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