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니 글은 치유의 힘이 있다는 걸 느낀다. 마음이 노곤해 어깨를 욱신거리게 하지만 글을 쓰니 한결 나아진다.

고2때였다. 나는 창밖의 찻소리가 신경 쓰여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 누군가는 노이로제라 했고 누군가는 신경이 예민하다고 했다. 혹자는 강박장애라고 했다. 그 때 이후로 나는 나의 예민함을 감추려 숨 쉬듯 웃어왔고 겹겹이 쌓인 웃음의 더께는 이제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마저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게 한다. 지금도 누군가가 거슬리는 소리를 내면 그 소리에 몸과 마음이 다 쏠려 하루 종일 핍진하다. 그저 그것을 벗어나려고만 해도 마음은 이미 매서운 것과 싸우기 위한 준비를 하듯 쉼 없이 콩닥거리고 또 도리질 친다.

모든 것이 망상이라는 아포리즘도 ‘일체유심조’라는 불가의 경구도 다 맞지만 내겐 맞지 아니한 일. 그날 이후 무거워진 어깨는 이제 내 것이 아닌 것 마냥 무딘 짓누름을 가한다.

무릎팍 도사에서 안토니는 ‘내려놓음’으로써 제 자신의 질병을 극복했고 나는 풀어헤침으로써 마음의 병을 가슴 깊이 새기는 듯하다. 겨울은 사람의 마음을 쉽게 짓누르고 또 짓무르게 한다. 나는 겨울을 건너 봄으로 가련다. ‘봄날은 온다.’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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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자유인을꿈꾸다 2012-05-13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하는글이여럿이에요.
 

 

보통 병의 징후는 마음에 있다. 마음이 어지러우니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걱정은 걱정을 낳는다. 단지 마음을 벼리려는 노력은 짓누름을 더욱 강화할 뿐이다. 그렇다고 그저 내버려두면 불안이 주체가 되어 마음을 흔들고선 흩뜨려 버린다.’

 

내일부터 날이 춥다고 한다. 요즘 간간이 일이 손에 안 잡히고 머리가 무겁다. 겨울의 들머리에 햇살을 마음껏 쐬지 못한 비루한 일상 탓이리라. 퇴근 시간은 다가오는데 바깥 바람의 매서움을 알기에 나가기를 저어한다. 그저 웅크리고선 똬리를 틀 뿐이다.

슈퍼스타K2가 끝나니 허무하기 보단 오히려 편하다. 특정 시간에 티비에 앞에 앉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가 마음을 눅인다. 허각의 우승은 의외지만 다만 그게 대부분이 생각하는 ‘정의’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기실 누가 우승하든 사소한 간절함이 하나의 덩어리로 승화된 것이기에 그 절박함은 십분 이해할만 하다.

요즘 신문을 자주보고 책을 멀리하니 이야기가 오히려 산만해 진다. 겨울을 기다리던 아이의 귓가에 추위란 그저 따스함을 간절하게 해주는 장작 같은 것이 아님을 일깨워준 사람이 있었다. 그 아이는 어른이 되어 겨울을 기다렸던 시절을 허랑하게 느껴진다. 이제 집에 들어가도 겨울을 이겨내 줄 살가운 난로와 온기가 없기에 그러한 듯. 아.. 정녕 겨울은 브뤼겔의 그림에 나오는 정겨움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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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 프로그램을 열심히 본다. 잗다란 차이로 머무름과 엇갈림이 나뉘는 걸 보며 애씀만으로 되지 않는 게 세상이란 걸 일상처럼 중얼거린다.  

그냥 하나씩 생각나는 대로 평을 하자면, 

장재인에겐 양희은이 들린다. 다만 제 목소리를 찾지 못해 머무른 일종의 기항지 같은 조금은 낯섦 같은 것도 느껴진다. 그래도 매력적이다. 재능만큼은 정녕 발군인 듯.  

김지수는 무던하다. 다만 그에겐 일종의 필(feel)이 느껴진다. 그만이 가지고 있는 느낌. 이부분에선 장재인보다 낫다. 발군이다. 그의 '노란 샤쓰 입은 사나이'는 정녕 좋았다. 그는 음악에 몸을 싣는다. 살아온 삶이 녹록지 않았음을 음악으로 설득시킨다.   

허각은 기계음보다 라이브 반주에서 빛났다. 이것은 그가 정녕 뛰어난 보컬이라는 증거다. 가장 안정적이다. 다만 그게 아쉽다. 그 이상을 보기 힘들 듯. 조금 더 노력하면 김범수 정도의 재능일 듯 하다. 헌데 김범수의 노래를 듣고 가슴이 뜨거워진 경험은 별로 없다.  

강승윤은 애처롭다. 평론가들의 박한 언어가 그를 애처롭게 한다. 보컬은 아직 덜 다듬어졌고 목소리엔 강산애와 윤도현 등이 섞여 있다. 넘치는 자신감과 빛나는 외모 뒤에 숨겨진 울적함이 노래에 배어나오면 그 애처로움은 감탄으로 바뀔 듯.  

  

존박은 항상 제 노래를 부른다. 그게 한계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 애처로움이 나쁘지 않다. 그가 불렀던 이문세 노래는 좋은 느낌이었다. 좋다는 말만큼 가여운 언어가 없지만 부박한 말재주는 그 가여움을 다시금 가져다 쓰게 한다. 그의 스타성은 참가자 중 발군이다.   

평론가들에 대해 말하자면  

윤종신은 그가 정녕 똑똑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이승철은 너무 제 자신을 믿는 구석이 있다. 엄정화는 확실한 느낌이 오지 않으면 이승철의 평을 따라하는 우유부단함이 있다.  

 

슈퍼스타K는 우리사회가 경쟁이란 단어에 얼마나 길들여져있고 또 무덤덤한지를 보여준다. 가시 돋힌 언어도 패배자의 눈물도 '삶이 원래 그렇다'는 아포리즘에 묻혀 쉬이 사그라 든다. 사회생활 잘하는 이는 우리 사회가 또하나의 슈퍼스타K라며 일상을 오디션하는 마음으로 치열하게 살고 있을 테다. 사회생활에 더딘 이는 자지레한 차이로 구별지어지는 시스템을 비난하며 패배자에게 제 자신같은 연민을 느낄 테다.  

그래도 그대들이 감정이입할 대상은 살아남은자 보다는 탈락한자일 듯. 다들 경쟁에서 수십번씩 탈락해본 경험이 있기에 그러한 감정이입은 지극히 한국적이고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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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는 자신의 단편 소설 '이사'에서 중산층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낯섦에 대한 공포를 이야기 한다. 

얼마전 이사를 하려고 했다. 광화문에 있는 오피스텔로. 전세를 알아보면서 신경쓸게 많다는 걸 알았다. 익숙지 못한 것으로 고민하며 일상을 영위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아포리즘을 이해했다.  

1억5천이 넘는 액수가 거론되며 한번도 만져보지 못한 금액의 크기에 지레 겁을 먹기도 했다. 방문하는 부동산 거래소의 갯수가 늘어나면서 이사에 대한 회의도 같이 커져갔다.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사를 해야하냐는 소시민적 회귀본능이 마음에 자리했다. 이사는 쉽지 않았다.  

결국 자금조달 문제로 이사는 올해 끝머리에 하기로 했다.  

#다음주엔 대만 출장과, 모회사 대표 인터뷰와, 이제는 조금 널럴해진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 일상의 무료함이 두터워질수록 책과 명상보단 절실한 만남이 간절해지는 듯하다. 너무 가벼워보였던 시절. 신중했던 하나하나의 마음새가 이제는 아쉬움으로 자리한다.  

트위터를 열심히하는 트위터리안에겐 팔로어가 수백명이 넘쳐나는 시절. 이곳에서 만났던 상큼했던 인연들이 단문의 트윗보다 내겐 더 알맞은 이들이었다 본다.  

가을만되면 계절처럼 마음이 스산해지기에 내 심장 눅이고자 사소한 글을 그린다. 노스탤지어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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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7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7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람이 개가 아닌 이상 제 목줄을 죄고 있는 이에게 경외(敬畏) 이외의 친근감을 느끼긴 힘들다. 아울러 밥벌이와 관련된 허접한 부딪힘 속에서 제 밥줄을 누가 쥐고 있느냐에 따라 웃음의 강도와 말의 도타움이 달라진다. 그런 것이 싫다며 손사래 치고선 제 깜냥대로 살다가는 그저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못난 사람으로 남기 마련이다. 제 자신은 고고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기실 고고함을 위해서 백조의 자맥질처럼 치열한 근천스러움이 기저에 깔려 있어야 한다.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듣다가 문득 든 생각이다. 외로웠던 독신남의 울림이 마음을 가라앉혔나 보다. 무언가 적잖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오후에 브람스는 독(毒)이다. 묵직한 보랏빛이다. 고요한 짓누름이다. 왠지 무거운 구름이 하늘을 맴도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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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29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독(毒)."보랏빛 무엇", 짓누름, 무거운 구름이군요.

알듯 말듯. 저는 브람스 1번을 들으면 날카로운 사선들이 휘휘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바밤바 2010-07-29 15:10   좋아요 0 | URL
저는 브람스에게서 두터운 선이 느껴집니다. 붓으로 칠한 두터움.. ㅎ
잘지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