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나와서 3시간째 음악 듣고 있다. 길레스가 연주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다 듣고 루간스키의 쇼팽도 몇곡 들었다. 윤디리의 녹턴도 듣고.. 바딤 레핀이 연주한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1번도 1악장만 들었다.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은 1악장 중간까지만 첼리비다케 버전으로 듣고.. 간만에 좋다. 행복해 질수도 있다는 느낌이다. 

지금은 오토 클렘펠러의 말러 교향곡 2번을 듣고 있다. 부활이라고도 하는 곡인데 참 길다. 81분 정도 되는 곡인데.. 네이버는 참 많은 음악을 디스코 그래피로 갖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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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너희들 중 누구든 죄없는자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라고 했다. 하지만 예수가 인터넷으로 이러한 댓글을 남겼다면 ‘웃기시네’, ‘너는 뭐 잘나서’, ‘너 걔 친구지?’라는 말과 함께 예수를 향해서 돌을 던지는 이가 많을 것이다. 
 

지난 세밑, 인터넷은 뜨거웠다. 지하철 반말녀를 찾기 위해서였다. 어르신에게 반말을 한 그이를 찾기 위해 누리꾼들은 분주했다. 덕분에 신상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고 공공의 또다른 ‘무개념녀’가 탄생했다. 그이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전후사정이 있었는지는 고려되지 않았다. 그저 무개념녀일 뿐이었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주윗 사람 몇몇이 혀를 끌끌차고선 끝날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손가락질 하는 일이 됐다. 다들 저이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 겠다며 고압적인 비판을 가한다. 가벼운 손가락질로 그이의 가벼운 언사를 질타한다.
 

문제는 척박한 현실이다. 일상에선 상사의 자잘한 폭력 앞에서 침묵하거나 지인끼리 뒷담화를 통해 분노를 배설할 뿐이다. 이렇게 업압된 현실이 인터넷이란 접점을 만나면 분노로 용솟음 친다. 욕먹을 상대가 받을 상처는 안중에 없다. 다들 현실에서 구현되지 못한 정의를 온라인에서라도 실현하기 위해 애쓸 뿐이다. 
 

이러한 인터넷상에서만 구현하려는 소시민적 ‘정의’의 문제는 무책임성과 비연관성에 기인한다. 인터넷이야 자유롭게 말이 오가는 곳이고 무개념녀는 나와 전혀 알지 못하는 대상이니 책임 없는 ‘정당한’ 비판만 넘치는 것이다. 
 

이들의 말은 과잉처벌이라는 데서도 문제가 있다. 법은 특정 범죄에 대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양형 기준에 따라 범죄자를 처벌한다. 인터넷 상에서 가해지는 인민재판은 이러한 양형 기준 없이 네티즌의 넷심에 따라 달라진다. 단순 훈계로 끝날 일이 사형에 준하는 사회적 압박으로도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프라인과 단절된 온라인은 이렇게 무섭다. 사람들은 세상이 점점 편해졌다고 하지만 그만큼 살기 무서워졌는 지도 모른다. 휴대폰이란 기기에 내장된 수천만대의 CCTV가 돌아다니는 요즘, 개인은 말 조심에 신경써야 하고 네티즌들은 또다른 공격대상을 찾아 두리번 거린다. 
 

미셸푸코가 말한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원형감옥인 ‘파놉티콘’은 이제 현실이다. 조지오웰이 말한 ‘빅브러더’는 어쩌면 네티즌 전체를 지칭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들 각자가 파놉티콘에 갇혀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과 부지불식 간에 빅브러더의 악행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는 현실이 무엇보다 가장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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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1-01-03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자고 온라인에 종종 남겨지는...
'지켜보고 있다....' 만큼 무서운 문구는 없다고 보고 싶습니다.

더불어 한국사회는 돈이 많다면....지상낙원이라고 보고 싶은걸요.

바밤바 2011-01-03 15:09   좋아요 0 | URL
'지켜보고 있다..' 저희 선배가 자주 하시는 말인데... ㅎ
한국 사회는 정녕 돈이 많다면 지상낙원인 것 같아요~
1년 사회 생활 하면서 돈에 의해 사람이 얼마나 고양되고 또 비참해지는 지 변두리에서 '초큼' 느꼈거든요.

그리고 메피님.. 요즘 의지가 박약해 책을 못읽어서 그러는데.. 독서 토론 모임 같은게 주위에 있나요? 있으면 추천 부탁 드릴께요 ㅎㅎㅎ

Mephistopheles 2011-01-04 01:14   좋아요 0 | URL
설마...저만큼..못 읽으실라고요...이 기회에 하나 만드심이..

바밤바 2011-01-04 16:48   좋아요 0 | URL
오..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긴 한데 주위에 사람이 없어서요 ㅎ

제 블로그에 모집 공고를 올려야 겠네요 ㅎ
 

며칠 사이에 서재에 드나드는 이가 많아졌다. 다들 어디서 왔을까.  

아무도 발도장을 남기진 않지만 방문자 수가 몇몇이들의 드나듦이 빈번했음을 보여준다.  

띄엄띄엄 보던 시크릿 가든을 열심히 보니 재밌다. 우울한 마음에 약간에 햇볕이 든다.  

드라마에는 주원이 쇼팽 에뛰드 '혁명'을 듣다 오스카 때문에 방해 받는 장면이 나온다. 주원은 그 장면에서 "음악 한다는 사람이 쇼팽에 대한 예의가 없어!"라 말하며 제 성질을 드러낸다.  

뜬금없는 생각이지만 나도 음악을 들을 때 누군가 방해를 했으면 좋겠다. 혼자인 공간은 적적하여 음악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누군가 내 사소함 감정선을 어지럽힌다면. 그것도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서. 설렌다.  

요즘 너무 둥글둥글하게 살았더니 사람이 이상해지고 있다. 니체가 좋다. 그의 논리는 힘들 때마다 내게 불쾌한 해답을 던져 준다. 힘들지만 그나마 그게 답과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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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트위터 합니다. 제 트위터에 오시면 제가 뭐하는 사람인지 조금 알 수 있습니다.  

움하하하하하하하하 주소는: @Blooming_Sunday 

혹 트위터 잘하시는 분 있으면 저한테 요령 좀 가르쳐 주십시오. 참고로 제가 트위터를 하는 이유는 밥벌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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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들은지 너무 오래됐다. 극장을 간 지도 너무 오래됐다. 밥을 맛있게 먹어본지도 잠을 달게 잔지도 너무 오래됐다. 오래되면 다들 좋다고 하는데 간극의 길어짐이 오래됨은 그리 좋은 것이 아닌가 보다.  

겉멋이 가득했던 문장은 이제 뼈만 남고 말만 그득했던 삶엔 이젠 회한만 남는다. 겨울이 무서운지 모르고 자란 부잣집 아들내미 마냥 종종 걸음으로 얼음을 지친다.  

루이 로르띠가 연주하는 쇼팽 에뛰드 '겨울바람'이 듣고 싶다. 난 천상 여린 남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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