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서재를 돌아다니다 보면 주인장의 민낯이 궁금할 때가 있다. 바지런 피우며 성실히 글을 올리는 이 사람은 어떤지, 웅숭깊은 글 솜씨를 보여주며 쉽게 이내 맘 떨리게 하는 이는 어떤지에 대한 그런 저런 궁금함에서다. 짧은 문장 하나 만으로 가슴에 아로새겨진 사람이 있고 장문으로 부족한 교양을 다습게 해주는 사람도 있다. 서재의 대문에 올린 사진 하나만으로 눈을 끄는 사람이 있고 필명만으로 가슴을 설레게 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다들 어떤 사람일까. 혹 아직 더 보여줄 것이 많은 지극히 아름다운 사람은 아닐까. 한번쯤은 그대들을 만나고 싶다. 마음이 푼푼해지길 바라며. 언제 봐도 슬거울 사람들일 그대들의 상상화(想像畵)나마 곡진히 그려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잗다란 인생과

대거리 하다

눈물만 왈칵 쏟아진 날이 있습니다.

 

그리도 헐겁던 마음에

성마름이 더해져

속이 슬거운 당신이

곱다시 포개졌습니다.

 

재바르지 못한 심장이

사위어 갈까 저어하여

감나무 우듬지에 걸린 달에

무람없이 견주어 보며

 

이내 맘 다습게 해 준

당신 생각에

바지런 떨며

곡진히 임 얼굴 그리니

 

그대

가뭇없이 나를 잊어 버린다 해도

푼푼했던 이내 맘

구접스럽지 않게 하소서.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09-05-12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데요 ^^

바밤바 2009-05-13 20:59   좋아요 0 | URL
고마운데요 ^^

비로그인 2009-05-13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해야할 일이 하나 늘은 아침.

팍팍함이 밀려왔던 차에 잘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밤바 2009-05-13 20:59   좋아요 0 | URL
좋은 하루 되세요~ 밤이 이미 깊었지만^^ㅋ
 

 

 간만에 FM 93.1을 듣는다. 묘하게도 내가 즐겨 듣는 연주자의 곡이 자주 들린다. 랜덤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라디오의 장점이 익숙한 음악으로 빛이 바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진행자는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 소나타 연주를 들려준다 한다. 아르페지오란 악기가 실제 사용된 연주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다니엘 샤프란의 연주만 아니길 바란다. 하지만 진행자의 입에서 나온 연주는 ‘제발 그것만은..’이다.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의 첼로와 벤자민 브리튼의 피아노 연주입니다.‘ 워낙 자주 들었던 연주이기에 클리셰하다 못해 지겹기까지 하다. 다만 시디와 달리 지직거리는 잔향이 더해져 나름의 아취를 풍긴다. 그런대로 좋다.

 하지만 브람스 교향곡 4번 1악장이 나오자 자위하던 마음이 다시금 요동친다. 그 유명한 카를로스 클라이버와 빈필. 브람스 4번의 가장 유명한 연주를 라디오에서 들려주는 건 피디의 무감해진 감성의 방증이 아닐까. 좀 덜 유명한 지휘자의 연주가 좋지 아니한가. 반면 앞서 나왔던 게자 안다의 쇼팽 왈츠는 여태껏 들어 왔던 빠른 왈츠와 달리 기품이 있어 좋았다. 모리스 라벨이 직접 지휘한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은 역사적 연주라 남다른 느낌이었다.

 유명 연주자의 곡을 자주 틀어주는 것. 이런 것도 경로 의존성이라 해야 되나. 클래식 음악계에서 종종 말하는 절대 명반의 레퍼토리가 정해져 있다 보니 피디도 별 생각 없이 어느 곡엔 어느 연주 하고 내놓는 건 아닐까. 난 돈이 없어서 구하지 못한 존 엘리엇 가드너의 베토벤 교향곡이 듣고 싶다. 전곡으로. 특히 9번으로. 만날 말하는 빌헤름 푸르트뱅글러나 헤르버트 폰 카라얀 말고.

 시디가 튀어 별 생각 없이 틀었던 라디오다. 카라얀 에디션에 있던 합창 교향곡을 다 듣고선 그의 운명이 그리워 시디를 옮기다 일어난 일이다. 괜히 까칠해질 필요 없다. 피디의 선곡에 이리저리 토를 다는 건 익숙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새것에 대한 강박 때문이다. 지금은 홀스트의 행성이 나온다. MBC 뉴스 데스크 메인 테마곡으로 사용됐던 곡인데 아마도 4번째 곡인 목성인 듯하다. 홀스트의 연주는 제임스 레바인과 시카고 심포니 곡으로 자주 들었지만 어느 곡이 어떤 명칭으로 불리는지 몰라 누군가에게 쉬이 말할 입장은 안 된다.

 엘가의 사랑의 인사가 들린다. 언제 들어도 좋은 곡이다. 붓이 가는 대로 쓰여서 수필이라 했던가. 난 음악이 가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아침의 공기는 맑다. 오늘은 소홀했던 인연들에 전화 한 통씩 해야겠다. 라디오가 끝나니 글이 끝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9-05-06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이니..명연주 명음반은 아니겠죠? 최근 늦은 밤 라디오를 켰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뭔가 잘못 한 줄 알았는데요. 봄 개편으로 많이 바뀌었더라구요.

바뀐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청취자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는 의도는 좋지만, 뭔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묻고 싶더군요.
이런. 다른 분의 블로그에 와서 푸념만 늘어놓네요~ ㅎ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 후기 현악사중주를 들으며 글 남깁니다. 그래서인지 말줄임표를 마구 쓰고 싶은.. 욕구가 일어납니다..^^

좋은 밤 되세요~

바밤바 2009-05-06 01:40   좋아요 0 | URL
좋은 곡 들으시네요. 전 지금 엠피 스리에 있는 가요 듣고 있어요. 명연주 명음반 자주 들었던 거 같은데.. 진행자가 바꼈군요. ㅠ
 

 어제 다시금 김훈의 문장에 빠졌다. 그러다 잠시 김연수의 문장에도 빠졌다. 그러면서 음악을 들었다.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이다. 연주자는 굴드다. 5곡 정도 연주 되더니 시디가 튀어 나머지 곡을 못듣는다. 시디를 바꾼다. 이번엔 페라이어와 아마데우스 사중주단이 연주하는 브람스의 간주곡이다. 이 곡도 1곡을 채 끝내지 못하고 튀는 시디 때문에 연주가 중단된다. 

 시디 플레이어에 문제가 있나 싶어 바람을 불어 넣는다. 먼지도 별로 없건만 왜 시디는 튈까. 시디가 잘못된게 아닌가 하여 리흐테르가 연주하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중 첫 번째 시디를 넣는다. 이 곡을 들으며 상념에 잠긴다. 예전에 바흐의 음악에 관한 멋진 글을 쓰신 분의 필력을 사모한 적이 있었다. 싸이에서 그 글을 본 후 그 분과 친해지기 위해 쪽지를 보내며 나름 애정공세를 펼쳤다. 그러다가 그 분이 내 정성에 감읍하였는지 한번 보자고 했다. 

 그 분은 빕스에서 점심 메뉴를 사주셨다. 내 나이가 한참 어리다 보니 난 얻어 먹기만 했다. 그 분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바흐 얘기가 나왔다. 그 분은 굴드의 광팬이었고 평균율과 인벤션을 특히 좋아하셨다. 난 평균율 연주 중 쇼팽같은 바흐를 들려주는 리흐테르를 좋아했다. 그래서 리흐테르 연주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 분은 자기가 가장 싫어하는 연주라 하셨다. 바흐답지 않다며. 그랬다. 그 분은 왠지 엄격한 느낌을 주었다. 더 리더에 나오는 케이트 윈슬렛과 같은 독일 여자의 엄격함과 쉬이 부서질 것 같은 여린 신경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내 홈피에서 문학소년의 향이 났다며 생각보다 발랄한 나를 조금은 어색하면서도 다행이라 여기신 듯했다. 상대방에 맞춰 종종 내 색깔을 없애거나 진하게 하길 좋아하는 편이었던 나는 그 날 만큼은 묘한 유채색의 맑음을 선사하려 했다. 흠모할 만한 글을 쓴 사람과 직접 대화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건 항상 나르시시즘에 도취돼 있던 내 생애에 특이할 만한 일이었다. 

 하루는 그 분이 미술관을 가자고 하여 그 분 차를 타고 동물원 옆 미술관에 간 적이 있다. 평소 미술을 좋아라 했던 나는 그 분과 미술관을 돌아보며 같이 품평회도 하고 조금씩 젠체도 하곤 했다. 미술관 보다 기억에 남는 건 과천 가는 길을 장식한 낙엽이었다. 노란 낙엽과 텅 빈 도로는 영화 감독들이 좋아할 만한 풍경을 보여줬다. 가을에 취하고 낙엽에 취한 기억이 이런 저런 대화보다 기억에 남는다. 

 그 분은 어느 날 자기 홈피에 글을 남기지 말라 하셨다. 이유는 묻지 말라며. 열 살 정도 어린 청년이 한껏 발랄한 척 하며 지분거리는 게 싫었나 보다. 기실 내가 보기엔 그 분은 그런 지분거림이 싫지 않았으나 주위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였던게 틀림 없어 보인다. 당시 자아도취에 취해있던 내 눈엔 그렇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시디가 다시 튀었다. 이번엔 30분 정도 있다 튀었으니 꽤나 오래 갔다. 그 분은 뭐하고 있을까. 나한테 소개팅도 시켜줬던 분인데. 그러고 보니 소개팅을 한 지도 참 오래 된 듯하다. 2.5년 전이니. 다들 내겐 외로된 사업에 골몰하는 것이 정당해 보인다며 남들 다 하는 상렬지사는 어울리지 않다는 듯 보나 보다. 

 삶이 너무 공허한 것 같다는 느낌의 내 말을 듣고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삶이 근사해 질 거라며 소개팅을 주선해 줬던 분인데.. 당시 소개팅 했던 분이 나를 마음에 들어 한다며 좀 더 적극적으로 만나보라던 그 분의 채근이 떠오른다. 어떤 방식으로든 곁에 두면 좋은 인연이 되었을 사람이었는데 주윗 사람을 더 챙긴다고 내가 연락을 하지 않던 사람. 가슴이 아리지는 않고 그냥 좀 더 친하게 지낼 거 라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 드는 아침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무해한모리군 2009-04-23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제 키신이 연주하는 바흐를 들었어요.
놓쳐버린 인연은 늘 아쉽지요.

바밤바 2009-04-23 23:48   좋아요 0 | URL
키신의 바흐가 궁금하네요. 키신의 어릴적 연주를 들어 본게 다라서 말입죠. ㅎ

비로그인 2009-04-23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흐.. 바흐를 들을 때마다 조촐하나마 그간 모은 시디들을 바라보게 됩니다. 알듯 말듯, 언뜻 익숙하지만 늘 새로운.

글을 읽으며 꽤 많은 생각이 떠오르는데요. 밤에 읽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바밤바 2009-04-23 23:49   좋아요 0 | URL
그냥 손이 가는 데로 썼어요. 아침은 밤의 연장이란 생각으로 밤새 품었던 잡념들을 글로 풀었지요. ㅎ
 

 간만에 일찍 일어났더니 눈에 다크써클이 서린다. 눈두덩을 묘하게 감싼 검푸른 자욱이 지난 시간의 고민을 대신 말해준다. 마지막 중간고사를 앞두고선 묘하게 나른해지는 심정은 헤아릴 길 없다. 시험이 끝나면 영화를 보러 가야겠다는 둥 산행을 가야겠다는 둥 지인과 함께 산책을 가야 겠다는 둥의 나른한 계획만 서있다. 마음과는 달리 아마 그러진 못할 것이다. 하루를 꼬박 세울 과제에 아직 손도 못댔기 때문이다. 만성화된 나태야 말로 내겐 가장 치열한 주적인 듯하다. 시험공부 하기 싫어서 쓰는 글이다 보니 알맹이가 없고 무척 공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