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파리에서 보낸 7년]을 겨우 다 읽었습니다.
내용은 그런대로 재미있는데,
번역이 너무 읽기 괴롭더라구요.
헤밍웨이가 만년에 이런 지독한 만연체를 써 댔는지,
아니면 프랑스어 판본을 번역한 중역본의 한계인지
그도 아니면 역자의 문제인지 (이게 가장 유력하겠지만.)
스콧(스콧 피츠제럴드)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아름다운 집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리고 나는 아름답게 별장을 가꾸고 있는 아내를, 우리의 친구들을 보는 것이 행복했고, 그리고 우리들이 점심식사 전에 마셨던 딱 한 잔의 아페리티프 맛은 너무도 훌륭했으며 우리는 좀 더 마셨다.
나는 그를 관찰하는 것에 굉장한 호기심이 있었고, 그리고 나는 하루종일 힘들게 일했으며, 그리고 내가 그때까지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나의 친구가 된 덩크 채플린과 그리고 스콧과 함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무척 멋진 일처럼 느껴졌다.
이런 문장이 최소한 책 본문 전체의 30%는 됩니다.
한 문장에 그리고, 왜냐하면, 그러나, 그래서 등의 접속사만 여섯번 나온 적도 있다구요.
도대체 왜, '행복했고, 우리들이' 라고 하지 않은 걸까? 행복했고, 그리고가 뭡니까.
접속사 하나라도 불어 판본과 똑같이 하려고 일부러 그런 걸까요? 으음... ;;
내가 절대적으로 솔직하게 대답해야만 하는 그것이 자연스럽게 나오기를 나는 기다렸으나, 그는 식사가 끝날 무렵까지 입을 떼지 않았는데, 그건 마치 우리가 비지니스를 위한 점심식사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루키 수필 중에 식당에서 음식을 가져다 주면서 '고기감자볶음이 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걸 들을 때마다, '그래, 너, 고기감자볶음이 되겠다고? 어디 한 번 돼 봐!' 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하는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 생각이 납니다.
우리들이 비지니스를 위한 점심식사처럼 보였을 거라고? 내 참.
그래놓고는... '교정에 많은 정성을 들여야만 했'답니다. ㅡ _ ㅡ;
이 책, 읽고 싶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