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납치사건
재스퍼 포드 지음, 송경아 옮김 / 북하우스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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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재스퍼 포드라는 작가의 소설로 아마 우리나라에 이 작품으로 처음 소개되는 작가일 거에요. 모든 장르소설의 혼합이라는 평을 받은 책입니다. 크림전쟁이 100년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영국이 무대입니다. 패럴렐 월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에서 SF적인 요소가 두드러지죠. 이 사회의 특징이라면 '예술과 문학에 대해 열광하는 인구가 줄어들지 않'은 것이죠. 작가가 꿈꾸는 사회일까요.

셰익스피어의 부인 앤 해서웨이의 별장과 브론테 자매가 살았던 하워즈 하우스, 찰스 디킨즈가 살았던 갓힐 플레이스가 3대 '문학순례지'로 꼽히는 사회. 야구카드를 교환하는 대신에 문학의 등장인물 카드를 교환하는 사회. 시대배경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데 이 책의 서두는 더욱 흥미를 돋굽니다.

'아버지의 얼굴은 시간을 멈출 수 있었다.'

주인공 서즈데이 넥스트의 애완동물은 멸종된 종을 복원한 애완동물이 대유행이었을 때
슈퍼마켓에서 가정용 복제세트를 사서 기른 도도새 픽윅이고 시간을 멈추고 이루어지는 아버지와의 대화 한 장

'최근에는 1978년에 있었단다. 이걸 가져왔어'

그는 내게 비틀스 싱글을 건네주었다. 내가 모르는 음반이었다.

'비틀스는 1970년대에 해산했잖아요?'
'모든 시간대가 다 그런 건 아니지.'

설명하기 힘든 악역 캐릭터 '아케론 하데스'에 의해 문학작품의 내용이 변하고.. 이 시대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제인에어에서 제인은 마지막에 로체스터에게로 돌아가지 않고 사촌 리브스를 따라 인도로 떠나지요.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 위해 내용은 이만큼만. 작가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__) 역자의 세심한 각주도 책의 가치를 높여주지 않나 싶네요. 최근 읽은 책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책입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명성이 자자하던데 전부다 번역출간되기를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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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상)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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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기다리고기다리던 하루키의 최신작.<해변의 카프카>입니다. 알라딘에 뜨자마자 샀어요. 받았을 때 첫 느낌은 책 크기가 작아져서 좀 실망스럽다 였어요. 문학사상사에서 나온건데 이전 책과는 달리 표지도 빳빳하지 않고 크기도 작고.. 왠지 좀 싸구려같은 느낌.

어쨌거나 기다리고기다리던 하루키 장편소설이다보니 바로 펼치기가 어째 좀 망설여지더라고요. 아껴아껴 봐야할 것 같은. 아끼고 아끼면서 조금조금 보려고 했는데.. 결국은.

이게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하고 비슷한 구성이에요. 각각의 이야기가 한장 한장 교차편집? 되어있는. 1,3,5 등 홀수 장은 15세의 가출소년 세계에서 가장 터프한 소년 다무라 카프카의 이야기구요. 짝수 장은 어린 시절 이상한 일을 겪고 난 뒤 지능이 낮아졌으나 대신 고양이와 말을 할 수 있게된 노인 나카타 상의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하루키의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성격의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홀수 장이 좋았는데 상권 반쯤 부터는 훨씬 더 독특한 인물 나카타 상의 이야기에 빠지게 되더군요. 그러다 보니 작가의 의도를 무시하고 짝수 장만 골라서 주--욱 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ㅡ.ㅡ;; 작가의 의도가... 크..

예전에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읽을 때도 짝수장 먼저 읽고 홀수장을 읽고 마지막으로 차근차근 읽어나가는 방식으로 읽어 버렸는데 이번에도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줄거리는 생략. (인터넷 서점 가면 나와있긴 하지만,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읽는 것이 가장 좋을 듯.) 초 중기 하루키 특유의 자아 속으로 끝없이 침잠하는 1인칭문체와 <스푸트니크의 연인>및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에서 새로이 시도한 3인칭 문체가 어우러지는 것이 아주 색다른 느낌을 주네요.

죠니 워커 상(이라는 등장인물이 있습니다)이 고양이를 죽이는 잔인하기 짝이 없는 장면의 생생한 묘사는 <태엽감는 새>에서 가죽벗기는 보리스 부분을 떠올리게 했어요. 읽는 동안 내내 책장이 넘어가는 것이 아쉬웠어요. 평론가들은 고전의 반열에 들 작품을 써냈다고 극찬을 했더군요. 음.. 하루키 ... 너무 좋아요! >.<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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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벌루션 No.3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현대문학북스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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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시로 가즈키의 <고>와 이 작품을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받은 느낌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통쾌하다'. 일류고등학교가 즐비한 학군에서 유일한 삼류 고등학교에 다니는 고등학생들의 교내 클럽 '더 좀비스'. 그 클럽 구성원들의 모험(?)이야기라고 하면 될까.

생물선생님이 말했다. 세상을 바꿔보고 싶지 않냐고. 너희가 삼류 고등학교에 오게 된 것은 너희의 유전자 때문이다. 공부를 잘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지배계층이 되는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너희의 유전자를 공부를 잘하는 유전자와 결합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류 여고생을 잡아라. 푸핫!

<고>가 재일교포 주인공의 연애이야기였다면, 이것은 초일류 학군내에서 따돌림받는 삼류 고 학생들이 초일류 여고생을 여자친구로 만들기 위해 벌이는 모험 이야기이다.

설정 자체도 유쾌하지만 등장인물들의 대사 하나하나가 어찌나 재기발랄한지 시종일관 웃을 수 있다. 특히 가장 돋보이는 조연 야마시타. 그를 눈여겨 보라. 이후 일상생활에서 기분 나쁜 일을 겪을 때마다 '야마시타 바이러스'탓으로 돌리고 웃을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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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
사기사와 메구무 / 문학사상사 / 199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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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의 나이에 쓴 '강변길'로 문학계 신인상을 수상하고 그 이후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세번이나 올라 주목받은 작가의 작품집이다. 데뷔작인 '강변길'을 포함, 총 4편의 단편이 실려있으며 이 책의 제목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중 한 단편의 제목이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18세에서 20세 사이에 쓰여졌다고 하는데 문장이나 구성 모든 면에서 빼어나다. 글을 쓰기 위해 태어나는 사람도 있기는 한가보다.

작가가 20살 되던 때 작품을 위한 조사활동을 하던 중 우연히 자기에게 한국인의 피가 4분의 1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후 우리나라에 이 작가가 소개될 때는 언제나 이양지나 유미리 같은 재일교포 작가로서 소개되는데, 사실 그녀의 글들은 순수 일본인의 글이다. 한국을 방문하고 쓴 에세이 '개나리도 꽃 사쿠라도 꽃'에서는 자신에게 흐르고 있는 한국인의 피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고 있지만, 작가 자신도 말하고 있듯이 한국인은 커녕 교포조차 될 수 없는 사람이다.(나쁜 뜻은 아니다.)

성인이 되기전까지 자신이 순수 일본인이라 생각하고 자라서겠지만 어쨌든 이 작가의 작품들에는 일본적 정서가 흐르고 있다. 한 문학평론가는 이 작가의 작품은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은 현대 일본작가들과는 다르다고 했지만 하루키를 즐겁게 읽은 사람이라면 이 작가의 작품들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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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소파
제니퍼 와이너 지음, 장원희 옮김 / 신영미디어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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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바비인형을 가지고 놀기 때문에 왜곡된 바디이미지를 형성된다던가, 여분의 지방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바짝 마른 몸매에 기형적으로 긴 다리를 지닌 수퍼모델들 때문에 필요도 없는 다이어트를 하게 된다고들 말한다. 먹고 살 것이 없어 살이 찔래야 찔 수 없었던 옛날에야, 바싹 마른 몸매보다 살집이 있는 것이 더 높게 평가받았을 것이다. 인류에게 문명이라는 것이 생긴 이래 지금만큼 길고 가느다란 몸매를 찬양한 때가 있었을까.

모두들 강조한다. 외모보다는 내면이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내면을 가꿔야 한다. 그러나 결국 세상은, 다수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외모를 가진 사람들에게 관대하다. 백화점이든 동대문이든 옷을 하나 사러 가 보면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그런 사소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취직을 하려고 해도 외모는 중요하다. 면접을 위해 지방제거를 하고 성형수술을 받는 경우가 그리 드물다고 할 수 없다. 이성을 사귀거나 결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듀오와 같은 결혼정보회사를 보면, 회원을 여러 등급으로 나누고 같은 등급의 사람들끼리 소개를 시켜주는데, 그 등급을 나눌 때 재산이나 학벌만큼, 아니 여자의 경우엔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기준이 바로 키와 몸무게이다. 키작고 뚱뚱하다고? 당연히 최하위 등급이다. 당신이 뚱뚱하다면 그런 곳에 등록하는 것은 돈만 날리는 일일 터이니 일치감치 그만두길 바란다.

<노란 소파>의 주인공은 뚱뚱하다. 뚱뚱한 히로인이라니? 그렇다.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이 아니다. 뚱뚱하지만 다른 매력이 너무나도 넘쳐나 남자들이 줄줄 따르고 결국 잘생기고 돈많은 남자와 이루어지는 그런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이야기도 아니고. 뚱뚱한 여자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받게되는 온갖 차별과 경멸과 비웃음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결국 여주인공은 자신의 가치라는 것은 외모에 있지 않고 내면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그것은 참으로 힘들고 괴로운 과정을 거친 뒤이다. 이 책을 읽고 아, 정말 그렇다. 한 사람의 진정한 가치는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가에 있지 않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에 있다. 라고 느꼈느냐고? 그렇지는 않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으면 그만큼 힘들고 괴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해졌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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