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풀
에토 모리 지음, 이송희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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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 소년의 자살로 시작되는 이야기. 왕따, 학원 폭력, 가정불화 등 평소에 좀 관심을 두고 있던 소재를 다룬 책이라 집어들게 되었다.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아 서점에서 대충 훑어 읽었다. 전생에 지은 죄가 많아 윤회의 고리에서 떨어져 나온 한 영혼이, 자살한 중학생 소년의 몸을 빌려 환생하게 된다. 주어진 기한 안에 자신의 죄를 알아내면 포상이 있다. (읽다보면 짐작이 되는 반전이 뒤에 기다리고 있다)

환생을 하고 보니, 이 소년은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괴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가족에 별로 관심없는 아버지, 불륜 관계에 빠져있는 어머니, 자신과 항상 비교대상이 되는 우수한 두뇌를 갖고 자신을 깔보는 형. 학교에 가도 친구란 없었다. 남몰래 동경해왔던 여학생은 명품을 사기 위해 원조교제를 하고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야 했던 소년이 불쌍하고, 현실이 혐오스러웠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른 면도 있었던 것이다. 자살한 소년 마코토가 보고 있었던 세상은 어둡기만 했지만, 사실은 컬러풀한 세상이었던 것이다. 혐오스럽던 거죽 속에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그러니까 그 무언가를 보지 못한 마코토의 잘못인가? 소년이 변하니 모든 것이 변했다는 것 같아 좀 씁쓸했다. 대강 넘겨봐서 내가 잘못 이해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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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줍는 아이들 2
로자문드 필처 지음, 구자명 옮김 / 김영사 / 199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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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조개줍는 아이들>로 우리나라에 알려지기 시작한 작가. 일상의 소소한 면들을 자세히 묘사함으로써 인생의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실력을 지닌 작가. 위대한 것은 일상속에 있다.

필력이 탄탄하여 분량이 많아도 난잡한 구석 하나없이 깔끔한 느낌. 옷, 음식, 자연에 대한 묘사도 뛰어나다.

중2때 담임이었던 미술선생이 추천하여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좋은 느낌을 간직하고 있었던 책인데 헌책방에서 발견하고 샀다.

그리고 <9월> 전2권. 이것도 로자문드 필처의 작품이다. 이 두 책을 따로따로 시간적 간격을 두고 읽었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이 있었으니, 조개줍는 아이들의 등장인물이 주요 인물중 한 사람으로 나온다는 것.

조개줍는 아이들을 다시 읽고 오, 좋아 좋아 더 보자 하고 이것도 다시 꺼내 읽는데 어라, 낯익은 회사 이름과 낯익은 등장인물? 두권이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출판사가 달라서 그런지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은데, 만약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다면 로자문드 필처의 대하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을지도.

각권 약 370페이지 * 4 = 1480p이니 이만하면 웬만한 고전의 분량에 필적한다. 시간이 좀 있을때 읽기에 아주 좋은 책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초베스트셀러가 되기에는 무리가 있는 작풍 탓인가, 그 이후로 새로운 번역본은 나오고 있지 않지만 <조개줍는 아이들>을 읽은 사람들은 거의 다 좋은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 듯, 간간이 보이는 서평을 보면 칭찬 일색이다.

p.s. <자기 스스로의 생>이란 것이 2001년에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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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제임스 미치너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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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600페이지가 약간 넘는 분량의 '소설에 관한 소설'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한 소설이 아닌 그야말로 소설의 모든 것에 대한 소설이다.

600페이지면 상당히 많은 분량인데(하드커버 양장본이 아니고 보통사이즈의 책에 보통보다 조금 작은 글씨인 것을 감안하면 더욱) 총 4부로 이루어져 있어 길다는 생각이 하나도 안든다.

1부-작가
2부-편집인
3부-비평가
4부-독자

로 나뉜다.

어떻게 작가가 책을 쓰고 그 책을 어떻게 출판사에서 출판하고 비평가는 어떤 마음으로 그 책을 비평하며 독자는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책읽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번 정도 궁금해했을 주제를 상당히 상세하게ㅡ 그러나 아주 감칠맛 있게 쓰고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소설도 실제 존재해서 읽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무리고..

앤 패디먼의 독서 에세이 <서재 결혼시키기>처럼 읽다보면 영문학에 대해 살짝 들여다 보게 된다. <서재->가 우리나라의 보통 교육과정을 거친 사람이라면 아마 한번도 듣도보도 못했을 작가들이 많이 등장하는 편이라면, 이 책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작가들이 주로 나온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르다.

특히 비평가 부분에서 영국작가 중 칭송할 4인과 과잉칭송되고 있는 4인을 뽑는 부분, 미국 작가 중에서 고르는 부분도 꽤 읽을 만하다.

미치너의 주관이 많이 개입된 것인지, 실재하는 사람이 한 말을 인용한 것인지(아마도 직접 인용한 부분은 실재했을 것같고, 등장인물이 발표하는 부분은 작가의 생각인 듯 하지만) 모르겠지만 그저 무조건 고전이라는 이유만으로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작품을 높이 평가하는 관례를 깨려는 시도만으로도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참고삼아 공개한다면,
영국 칭송할 4인 :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어트, 헨리 제임스, 조셉 콘라드
영국 과잉칭송되고 있는 4인 : 윌리엄 새커리, 찰즈 디킨스, 토마스 하디, 존 골스워디

미국(동순) : 허먼 멜빌, 스티븐 크레인, 에디스 워튼, 윌리엄 포크너
미국 : 싱클레어 루이스, 펄 벅, 어니스트 헤밍웨이, 존 스타인벡

가끔 고유명사의 표기에 있어서 거슬리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꼼꼼하게 주가 달려있고, 비문도 거의 없는 편. 읽을 만한 소설을 찾고 있다면 한번 시도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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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살에의 초대 - 엘리스 피터스 추모소설
맥심 재커보우스키 엮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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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산 직후 다른 사람에게서 혹평을 들어서인지, 산 지 몇달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어디 한번 읽어볼까 하고 책을 펼쳤는데, 웬걸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라든가 허를 찌르는 트릭을 원한다면 뭔가 부족하고 심심한 느낌이 들 테지만, '시대추리'인 데다가 '단편'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이만하면 됐다 싶다.

읽다보면 범인은 눈에 뻔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대개 작가가 글을 이끌어가는 방식이랄까 그런 것이 마음에 들어서, 개인적으로 아주 아끼는 책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반전이나 트릭에 지나치게 의존한 추리단편은 보통 한번 읽으면 그것으로 끝이지만, 범인을 알고 있으면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은 두고두고 다시 읽어보아도 제맛이 나므로.

등장인물 가운데 장편에서 다시 만나 그 진가를 확인하고 싶은 사람들도 꽤 있었는데, 거의 번역이 되어있지 않아 아쉬웠다. <아킬레스를 위하여>와 <잔인한 상처>,<위대한 브로고니> 작가의 작품들은 꼭 더 읽고 싶다.

책 장정이 훌륭한 것에 비해, 번역은 '살짝살짝' 못마땅한 부분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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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몽상 -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홍성영 옮김 / 하늘연못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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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권으로 나온 책도 쪼개고 쪼개서 여러권으로 만들어 출판하는 일이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는 요즘, 여러권으로 나온 책을 단권으로 출간한 것만으로도 점수를 주고 싶다. 양장이라는 점과 두께를 감안하면 가격도 그리 터무니없이 높은 편은 아니다.

추리소설 몇편과 공포소설 몇편만 접할 수 있었던 포의 작품들을 이렇게나 많이 한꺼번에 만나게 된 것은 정말 기쁜 일이다. 미처 알지 못했던 포의 다른 면면들을 느낄 수 있었다. 적어도 환상, 풍자, 추리 까지는 그랬다.

공포 부분이 문제였다. 포 하면 호러, 호러하면 포 아니었던가. 공포소설의 대부가 포 아니었던가.(추리 분야에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런데 이 중요한 공포부분의 번역이 그다지 훌륭하지 않다. 꺼끌꺼끌 책장을 넘길때마다 껄끄러워서 그 무시무시한 분위기에 당최 젖어들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사건의 가장 흥미진진한 특이함은.. '
'실제적인 진단법은 여전히 미스터리였으며, 분명하고 확연한 증상은 충분히 잘 이해되고 있었다.'
'몹시 당황스럽고 혼란한 상태에 있었지만 일반적인 정신적 능력은 바로 되찾을 수 없었다'(모두 '때 이른 매장'중)

미묘하게 거슬리는 저런 번역이 호러의 맛을 앗아갔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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