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I
스티븐 킹 지음, 최인석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5년 7월
평점 :
절판


고려원 책들이 다시 나오고 있어서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기쁜 일이다.

진/우맘님께 이 <불면증 1-3>과 <그것 1-4>를 같이 빌렸는데, 먼저 읽은 <그것>이 뜻밖에 상당히 지루해서 (번역탓이 크다. 황금가지에서 새 번역본이 나왔는데, 황금가지 판으로 읽었다면 어땠을지 궁금하다.) 이 책은 미뤄두고 있었다. 그러다 Kel님의 멋진 리뷰 세 편을 읽고, 용기를 내어 한밤중에 1권을 잡지 않았겠는가.
결과는 물론 밤 꼴딱 새기. ㅡ_ㅡ;;;

최근에 읽은 스티븐 킹 작품들 중 가장 힘있고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광휘에 대한 섬세한 묘사도 일품으로, 킹 아저씨의 또다른 면을 본 것 같다. 정말이지 킹 아저씨가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이다.

 3권이 앞의 두 권에 비해 조금 쳐지기는 하지만 ( 킹 아저씨의 작품으로써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 하겠다. 보통 초반부의 지루함을 딛고 계속 읽으면 후반부에 가서 푸욱- 빠지게 되는 것이 보통인데, 이건 정 반대니 말이다.), 그럼에도 보통 이상이다.   

번역도 나쁘지 않다. <잇 (그것)>의 번역과 비교하면, 그래도 고려원에서 나온 책이라 그런가 이백배쯤 나았다. 적어도 읽다가 인상을 찌푸리며 한 문장을 대여섯번 반복해서 읽게 되는 일은 한번도 없었으니까.

사족 : 개인적으로 불면증 때문에 수면제에 거의 중독되었던 경험이 있었던 터라 , 1권에서 랠프가 불면증에 시달리는 부분을 읽으면서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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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8-30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코멘트 날려먹었다...
잇은, 저도 1권 중반부에서 포기했는데. 판다님을 마루타로 삼은 것 같아 미안하지만...도서관을 뒤져서 황금가지 판으로 읽어야 하겠다. ㅋㅋㅋ

panda78 2004-08-30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ㅡ_- 진.우맘님..... 잉잉..미워이-
그래도 진.우맘님이라도 꼭 황금가지 판으로 읽으세요. 꼭.

하이드 2004-09-16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읽고 싶은데, 3권이나 되더라구요. 크고 두껍게 한권으로 나오는게 좋은데.
제 사전엔 불면증이란 없습니다. 보통은 머리만 되면, 어떤 상황에서도 자구요.
잠이 안 오면, 그냥 일어나서, 날새도록 책이라도 읽고, 편지라도 쓰고, 그러거든요.

panda78 2004-09-16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권 합쳐서 한권으로 내면.... 분명히 쪼개질 거에요.. ^^;;;
미스 하이드님, 어제도 두시간 정도 밖에 못 주무셔놓구ㅡ 괜찮으세요? ^^

sayonara 2004-09-16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진/우맘님처럼 1권에서 포기했는데... 도대체 왜 스티븐 킹의 팬들이 그렇게 열광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더라구요. -_-+
존 그리샴이나 시드니 셀던의 간결한 문체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가.. 매번 읽을 때마다 지루하다는 생각부터 들거든요.
전 그래서 스티븐 킹의 단편집을 오히려 더 좋아합니다.

panda78 2004-09-18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사요나라님이다! ^ㅂ^ 반가워요, 사요나라님-
음.. 근데요, 진.우맘님은 을 1권만 읽으셨다는 거구, 불면증은 다 읽으셨을 걸요?
불면증은 재밌던데... 사실 저도 킹 아저씨는 단편 내지는 중편에 더 재능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단편은 정말 버릴 것이 거의 없으니까요. ^^
[존 그리샴은 꽤 좋아하는데, 셀던은 예전 작품들이 훨씬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요즘에 나오는 책들에는 손이 안 가더군요. ;;; ]

sayonara 2004-09-20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드니 셀던의 최근 작품들은 공통점이 하나 있죠.
'용두사미' 딱 들어맞는 작품들 뿐입니다.
스티븐 킹의 단편은 정말이지... '엑스파일'이나 '환상특급'의 에피소드같죠!? ㅎㅎㅎ

panda78 2004-09-20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 DCN에서 다시 해 주는 환상특급 요즘 가끔 보는데, 흐흐 좀 촌스럽긴 해도 역시 예전 것이 더 재미있더군요. 어렸을 때 숨죽이며 보던 기억도 나구요.
스티븐 킹의 단편은 좀 더 좀 더 많이 읽고 싶어요. ^^
 
백주의 악마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하영진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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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십년 쯤 전에 읽은 책인데 얼마전에 미라님께 빌려서 다시 읽었다. 예전에는 꽤나 재미있게 읽은 듯 했는데, 이번에 다시 읽으니 생각보다 엉성한 느낌이었다. 포와로의 매력이야 여전하지만, 나머지 캐릭터들이 별 매력이 없달까. 범인은 끝까지 생각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결말을 알아서 흥이 깨진 것도 아닌데. 

이번에 읽으면서 주목한 부분은 단리 양과 옷차림에 대한 그녀의 말이었다. 창백한 안색에는 노란색과 초록색이 어울리지 않는 거구나. 내 얼굴색에는 무슨 색이 어울릴까.  진한 감색 바탕에 흰색을 배합한 드레스라... 이런 거려나? 아, 나도 작품이라 불릴 만한 드레스를 입어 보고 싶다- 이런 잡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 속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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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킨트
배수아 지음 / 이가서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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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 클럽>을 읽고 이제 배수아의 글은 읽지 않겠다고 다짐한 게 작년 이맘때쯤이었던 것 같다. 작가의 머릿속이 긍금하다, 어떻게 말짱한(어찌보면 조금은 귀엽기까지 한) 얼굴을 하고서 이런 글을 쓰는 거지? 이 사람에게는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 걸까. 뭐 그런 생각들을 했었는데.

그 책도 몇달 전에 친구에게 줘 버렸고, 머릿속에서 영영 지워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끔찍한 이미지들도 이제 흐릿해 졌고, 배수아의 다른 책을 읽을 용기도 생겼고 해서
거진 2년 동안 책장 위에 처박혀 있던 <동물원 킨트>를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동물원을 좋아하는 사람, 비바람이 칠 때 동물원을 찾는 사람, 자신만의 동물원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 동물원 킨트.

-  음? 이거 하루키 아냐? -  

언제 나올지 몰라 잔뜩 긴장하며 읽었지만, 다행히도 기괴하고 섬뜩한 장면은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양 동물원과, 쌍둥이와, 늑대의 두개골이 나왔다.

동물원, 양, 쌍둥이, 짐승의 두개골. 어떤 책에서든 나올 수 있는 것들이지만, 그것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다니. 배수아가 쓴 글이란 것을 알고 읽으면서도 어딘지 일본 소설같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것은 그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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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악마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5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문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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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의 명성만 알고 있다가 란포 책이 나왔길래 덥석 사서 읽은 것이 <음울한 짐승>이었다. <음울한 짐승>은 단편집인데, '2전 동화'나 '심리시험' 같은 본격추리에 가까운 것과, '음울한 짐승'과 같은 호러에 가까운 것이 모두 들어있었다.

얼마 전에 나온 이 <외딴섬 악마>는 섬뜩한 분위기와 추리의 절묘한 배합이 눈에 띄는 수작이다. 소개글의 "기괴 미스터리"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그리고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노련미가 전작에 비해 특히 돋보인다. 320페이지가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로.

피델님과 물만두님이 멋진 리뷰를 올리셨으니 참고 하시길 바란다. 한마디만 더하자면, 더위에 지쳐 잠이 오지 않는 여름밤, 더위를 잊기 위해 읽기에는 이만한 책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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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8-05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델님은 이렇게 쓰셨더군요. "판다님이 멋진 리뷰를 올리실 테니, 그거 읽으세요"
한편 만두님은, "전 판다님과 취향이 다르니 제 리뷰를 믿지 마세요"라고 쓰셨더군요.

panda78 2004-08-05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고진말쟁이! >ㅠ<

아영엄마 2004-08-05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자마자!!
음.. 저도 다 읽었는데 리뷰 쓸까말까..

비연 2004-08-06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홋! 읽어봐야겠네..그저께 만지작만지작 하다가 안 샀는데...=.=

panda78 2004-08-06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셨다가... 실망하심 어쩌죠? ^^;;;

2004-08-06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nda78 2004-08-06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 오호호호호호, 그럼 저도 나중에 한권 달라고 말씀드릴게요. 아이 좋아라. ㅋㅋㅋ
바꿔보는 거네요,그럼. ^ㅂ^
다음주 초쯤 보내드릴게요--

2004-08-06 1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쪽으로 떠난 여행
나사키 카호 지음, 김미란 옮김 / 진명출판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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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녀란 단어가 나온다고 해서 환타지물로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한 소녀의 아기자기한 성장 이야기거든요. 
(여학교에서 특히 심한) 그루핑은 전세계 공통의 현상인 것 같네요. 새 학년이 시작되면 서로 서로 눈치를 보며 그룹을 만들고, 같은 그룹에 속한 아이들끼리만 몰려 다니고, 아무 그룹에도 속하지 않은 아이는 대개 따돌림당하기 일쑤죠. 지금에 와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매년 봄마다 적당한 그룹에 잘 끼어들려고 주위를 관찰하던 기억이 납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불편해서 어쩔 줄을 모르는 성격이라 그게 꽤나 큰 스트레스였는데 말이지요.

이 소설의 주인공 마이도 중학생이 되면서 자기 그룹을 찾지 못한 소녀입니다. 아니 해마다 반복되는 그 일에 염증을 느끼고, 그룹 나누기에 참가하지 않은 소녀가 맞겠네요. 그렇지만 학창 생활이라는 게 지난 다음 떠올리는 것과는 다르게 즐거운 것만은 아니죠. 특히 따돌림을 당할 경우엔 더더욱. 결국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마이는 시골에 살고 계시는 할머니 댁으로 한동안 가 있기로 하는데, 할머니는 영국인이랍니다. (진짜 정체는 서쪽 마녀지만요.)    

할머니 댁 뒷뜰에서 허브를 키우고, 빨래를 뽀얗게 삶아 라벤더 꽃밭 위에 널고, 산딸기를 따 와서 잼을 만들고, 뒷꼍 닭장에서 달걀을 주워다 와 오믈렛도 만들어 먹고,
할머니와 세상 많은 일들에 대해(특히 죽음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그러면서 마이는 마녀 수련을 합니다.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거나, 묘약을 만들거나 하는 수련이 아니라, 삶을 잘 살아가는 수련이지요.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건강한 몸을 만들기,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기,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휘둘리지 않기.  

저도 마녀수련을 해야겠습니다. 훌륭한 마녀가 되면 어떤 일이 있어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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