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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떠난 여행
나사키 카호 지음, 김미란 옮김 / 진명출판사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마녀란 단어가 나온다고 해서 환타지물로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한 소녀의 아기자기한 성장 이야기거든요.
(여학교에서 특히 심한) 그루핑은 전세계 공통의 현상인 것 같네요. 새 학년이 시작되면 서로 서로 눈치를 보며 그룹을 만들고, 같은 그룹에 속한 아이들끼리만 몰려 다니고, 아무 그룹에도 속하지 않은 아이는 대개 따돌림당하기 일쑤죠. 지금에 와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매년 봄마다 적당한 그룹에 잘 끼어들려고 주위를 관찰하던 기억이 납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불편해서 어쩔 줄을 모르는 성격이라 그게 꽤나 큰 스트레스였는데 말이지요.
이 소설의 주인공 마이도 중학생이 되면서 자기 그룹을 찾지 못한 소녀입니다. 아니 해마다 반복되는 그 일에 염증을 느끼고, 그룹 나누기에 참가하지 않은 소녀가 맞겠네요. 그렇지만 학창 생활이라는 게 지난 다음 떠올리는 것과는 다르게 즐거운 것만은 아니죠. 특히 따돌림을 당할 경우엔 더더욱. 결국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마이는 시골에 살고 계시는 할머니 댁으로 한동안 가 있기로 하는데, 할머니는 영국인이랍니다. (진짜 정체는 서쪽 마녀지만요.)
할머니 댁 뒷뜰에서 허브를 키우고, 빨래를 뽀얗게 삶아 라벤더 꽃밭 위에 널고, 산딸기를 따 와서 잼을 만들고, 뒷꼍 닭장에서 달걀을 주워다 와 오믈렛도 만들어 먹고,
할머니와 세상 많은 일들에 대해(특히 죽음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그러면서 마이는 마녀 수련을 합니다.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거나, 묘약을 만들거나 하는 수련이 아니라, 삶을 잘 살아가는 수련이지요.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건강한 몸을 만들기,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기,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휘둘리지 않기.
저도 마녀수련을 해야겠습니다. 훌륭한 마녀가 되면 어떤 일이 있어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