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기 인문 B조 마지막 도서 : 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
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 - 미국 수정헌법 1조의 역사
앤서니 루이스 지음, 박지웅.이지은 옮김 / 간장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미국 수정헌법 제1조이다.  

   
  의회는 국교를 설립하거나 종교의 자유로운 실천을 금지하는, 그리고 의사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 또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회동할  수 있는 권리와 불만사항의 시정을 정부에 청원할 수 있는 귄리를 제한하는 그 어떤 법도 만들 수 없다.  
   

  제1조를 비롯한 수정헌법의 첫 10대 조항은 1789년에 발의되어 1791년에 비준되었다. 수정헌법은 일명 귄리장전으로도 불리는데, 1787년 미연방 헌법에는 귄리장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귄리장전이 추가되는 2년 사이 격렬한 논쟁이 인다. 논쟁은 이런 것이다. 연방헌법을 기초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제임스 매디슨 같은 사람은 헌법에 실린 다른 조항들-이를테면 정부의 권한-이 소홀히 여겨질까 걱정했다. 반면 권리장전의 도입을 주장한 사람들은 정부의 과도한 권한을 우려하며 시민의 권리를 옹호했다. 2년 사이 이들이 했던 논쟁은 <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Freedom For The Thought That We Hate)>에서 말하듯 200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   

  미국 헌법에 대해선 <페더랄리스트 페이퍼(The Federalist Papers)>를 읽으며 잠깐 공부한 적이 있다. '연방주의자 교서' 정도로 번역될텐데 미국에선 독립선언문, 헌법과 더불어 미국 정치사에 있어 가장 권위있는 글로 여겨진다. 제임스 매디슨과 더불어 알렉산더 해밀턴과 존 제이가 작성한 글인데 정부의 구성과 권한에 대한 교서이다. 앞서 말한대로 연방헌법의 기초가 되는 이 책엔 의사표현과 언론의 자유에 관한 내용이 거의 없다.

  <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의 저자 앤서니 루이스는 연방헌법 제정 이후 수정헌법 제1조가 명시한 의사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미국 사회가 어떻게 운용하여 왔는지 보여준다. 이 역사를 기억해야 할 이유는 우리 역시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이 자유를 위해 싸워왔기 때문이다. 힘겨이 얻어낸 자유가 쉽사리 사라지는 모습을 나만이 자주 목격하는 것은 아닐테다. 앤서니 루이스가 지적하듯 "의사표현과 언론의 자유는 외면의 자유일 뿐만 아니라 내면의 자유이기도 하다." 표현의 자유는 곧 사상의 자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두식 교수가 한 강연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표현의 자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사람들이 우리 마음 속에 두려움을 심는 거예요. 이 말 하면 잡혀갈지도 모르는데, 누가 명예훼손 당했다던데. 표현의 자유라는 건 정부와의 싸움이라기 보다는 자기 마음안에 있는 두려움과의 싸움이구요." 결국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구속은 우리 내면의 사상도 스스로 검열하게끔 한다. 진정 두려워 할 것은 자신에 대한 검열이다. 스스로 하는 검열 앞에선 헌법이고 무엇이고 없다.

 

        Anthony Lewis(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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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10-16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가에 대한 정의부터 하고 들어가는 우리나라 헌법과는 참 다르네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10-17 10:18   좋아요 0 | URL
본문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미국 헌법의 역사는 정부(국가)의 권한과 시민의 권리간의 싸움인 듯 합니다.
미국 헌법 제1조에 의회의 권한을 제한하고 시민의 권리를 명시하는 건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삼권 분립과 더불어 정부의 권한 역시 시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의미이니까요.

다이조부 2010-10-17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두식교수 강연회가 있다길래 신청은 했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며칠전에 삼성을 생각한다 를 읽었습니다. 제법 두꺼운 책인데도 완독하는데는

며칠 안걸리더군요.

아참~ 혹시 2008년 문학동네 겨울 호 시간 나시면 한 번 보세요. 김종철선생이랑

이문재씨가 대담을 하는데 주인장이 생각나더군요. 2년 이라는 시차에도 여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10-17 13:12   좋아요 0 | URL
이문재씨는 생태시도 쓰고 하니까 대담의 상대가 될듯 합니다. 한번 찾아볼게요^^
김두식 교수가 학기중인데도 강연을 많이 하는군요? 책도 그렇지만 강연도 참 위트 있고 재미있던데요^^ 좋은 시간이 될듯 합니다!

다이조부 2010-10-18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녹색평론 작년 7~8월 호를 보는데 박경미씨의 글을 봤습니다.

주인장을 통해서 알게된 사람의 글이라 꼼꼼히 봤는데, 다른 글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10-18 11:13   좋아요 0 | URL
<마몬의 시대, 생명의 논리>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저는 박경미 교수가 번역한 책들도 한 번 찾아 읽어보려 합니다.

다이조부 2010-10-19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외수의 책을 읽었어요. 이런 구절이 있더군요.

"중국에서 다년간 공부를 하고 돌아온 아들놈을 보면 혹시 저 자식도 짝퉁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생길 때가 있다"

중국은 정말 짝퉁의 천국이라고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을 종종 접하지만, 이 대목에서

불편한 감정이 들더군요. 대학시절에 한창 인기 좋던 괴물 을 읽어봤는데 이건 뭥미

싶더군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10-20 13:07   좋아요 0 | URL
그러잖아도 중국산 치킨 관련해 이외수씨가 회자되더군요.
작가로서 갖는 이외수씨의 염결함은 존중하지만, 제겐 그의 글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진 않아서요. 실은 그의 책은 단 한권도 읽어본 적이 없어요.
말씀하신 대목은 저도 좀 불편하네요.

비와구름 2010-10-26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외수 작가가 염결하다.. 이외수 작가의 과거를 모르고 하시는 말씀이신것 같습니다. 여학생들과 모텔을 전전하며 대마초를 하던 사람이 이외수 입니다.
언제부턴가 그가 매스컴에 오르내리며 작품이 베스트 셀러가 되기 시작하더군요.
대작가라는 이름아래 지자체에서 집과 작품활동에 대한 지원을 받으면서도, TVCF활동 까지 하고, 그러면서도 어떤 선행에 대한 소식은 없는 반면 인터넷 누리꾼들이 관심가질 법한 뉴스에는 꼭 트위터나 뭐다 해서 이슈를 남기려 하는 듯 보이더군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10-26 21:59   좋아요 0 | URL
'작가로서'라는 말을 덧붙였는데 말이죠. 그가 글에 대해 갖는 신념의 염결함을 말하는 거였어요. 작가의 사생활에 대해선 알지 못하구요.
몰랐던 사실을 일러주셔서 고맙습니다.
 
거북이도 난다 - Turtles Can Fly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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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르드인을 위키백과에서 찾아봤다.   

   
   쿠르드인은 중동의 쿠르디스탄에 사는 산악 민족이다. 인구는 2500만 명에서 3000만 명으로 독자적인 국가를 가지고 있지 않은 민족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 중동에서는 아랍인, 터키인, 페르시아인(이란인)의 다음으로 많다. 종교는 이슬람교 수니파에 속한다. 언어는 인도유럽어족이란 어파에 속하는 쿠르드어이다. 주된 생업은 목축으로 중동 외의 다른 민족과 같이 유목민으로서 생활해 왔다. 쿠르드인의 거주지는 중세부터 근대에 걸쳐 광대한 영토를 유지한 오스만 제국에 있었지만 제1차 세계 대전에서 오스만 제국이 지고 영국프랑스에 의해서 만들어진 자의적인 국경선에 의해 터키, 이라크, 이란, 시리아, 아르메니아 등에 분단 되었지만, 오랜 기간 통일한 민족주의적인 세력이 흥하지 않았으며, 소수 민족으로서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이 되면서 문화적인 압력으로 정치 세력이 탄생해 큰 인구를 거느리는 터키이라크에서는 분리 독립을 요구하게 되었기 때문에 자주 박해를 받게 되었다.   
   

  쿠르드인이 살아가는 곳이 터키, 이라크, 이란이란다. 20세기 세계사에서 전쟁이 많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이들 지역에서 살아가는 민족이니 그들의 삶이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위키백과의 '자주 박해를 받'는다는 무색무취한 말이 쿠르드 출신 바흐만 고바디 감독의 이 영화 한 편을 보면 금새 총천연색으로 보일 듯 하다. 나는 총천연색의 고통 앞에 한동안 눈을 닫고 말도 잃었다. 

  <거북이도 난다(Turtles Can Fly)>는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이다. 허나 이들을 그저 아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주인공 위성(偉星)은 아이들의 대장 노릇을 하며 어른들과 정치적, 경제적 거래를 한다. 주인공 소녀 아그린은 이라크 군인들에게 윤간을 당해 낳은 눈먼 아들 리가를 거북이 등껍질마냥 늘 업고 다닌다. 아그린의 오빠 헹고는 지뢰 폭발로 두 팔을 잃었고, 예언을 하며 어른들의 주목을 받는다. 어른들의 전쟁 놀이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아이들이다.  

  영화는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배경으로 한다. 전쟁 놀이를 즐기는 조지 W. 부시와 사담 후세인은 아이들이 윤간을 당해도, 눈이 멀어도, 두 팔을 잃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쟁에 몰두한다. 주목할 건 두 전쟁광에 대한 감독의 시선이다. 사담 후세인의 동상에서 떨어져 나간 팔 하나를 들고 오는 아이가 있다. 이제 후세인은 아이의 말마냥 미군에게 돈으로 바꿀 정도의 값어치 밖에 없다. 조지 부시는 어떨까? '자유로운 세상을 살게 해준다'는 미군의 약속이 이루어질까? 군용차와 함께 중무장한 미군이 어딘가로 뛰어가는데, 이미 지뢰 폭발로 다리를 다친 주인공 위성은 목발을 짚고도 미군과는 다른 길로 향한다. '부시 너도 아니다'라는 감독의 말이겠다. 감독은 말한다. "아침부터 밤까지 TV에서는 사담 후세인과 부시에 대해 떠들어댄다. 정작 전쟁으로 희생되는 민중들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반대 방향을 택했다. 나는 이 영화에서 위성 뉴스에서 볼 수 없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 뉴스들에서는 민중들이 엑스트라다. 그러나 내 영화에서 그들은 결코 엑스트라가 아니라 주인공들이다. 내 영화에서 엑스트라는 부시와 부시 같은 사람들이다." 

  주인공 소녀 아그린의 등에 거북이처럼 엎여 있던 아이 리가는 정말로 날았다. 엄마 아그린이 돌에 매달아 아이를 물에 빠뜨리니 물속에서나마 아이는 날았다. 또 한 거북이 아그린도 날았다. 그녀는 절벽에서 날았다. 아이가 날고 있는 물속을 향해 아그린도 날았다.  

  남겨진 거북이들은 어떻게 될까? 두 팔을 잃고, 동생과 조카마저 잃은 천애고아 헹고는? 다리를 잃고 목발을 짚고 살아가는 위성은?

 

                                Bahman Ghobadi(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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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10-14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이 영화는 어디서 보신 건가요? ^^

윤간 이야기 들으니까, 예전에 일밤 단비 라는 프로에서 아프리카 의 어떤 나라에서

여자들이 물을 길르러 먼길을 가야 하는데 그 와중에 길가에서 강간이 자주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 기분이 안 좋더라구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10-14 17:36   좋아요 0 | URL
아래 소개한 박경미 교수의 책에 고바디 감독의 영화가 소개되었길래 친구 통해서 구해봤어요. 박경미 교수는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도 얘기하던데 <거북이도 난다> 밖에 없더군요.
제게 파일로 있으니 원하시면 보내 드릴게요^^
출연자들이 모두 전문배우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윤간을 비롯해 이 고통과 아픔을 쿠르드 아이들이 힘겨이 지고 가더군요. 저들이 어찌 사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이 사회에서 영화로나마 고통을 지켜 보았습니다.

Forgettable. 2010-10-14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 쿠르디스탄인 인데요. 이제 독자적인 국가 갖고 있다고 하던데.. 몇 년 전에 독립했다고 들었는데 자기네들만의 생각인건가;;; 아니면 제가 잘 못알아 들은건가;;;
위키에는 그렇게 나와있군요.
가끔 이 나라 가요도 듣는데 노래 좋더라고요. ㅋㅋ

파고세운닥나무 2010-10-14 18:09   좋아요 0 | URL
그 노래들 저도 꼭 듣고 싶네요^^
위키를 다시 찾아보니 이리 적혀 있네요. 국가라 하기엔 그렇고 자치구라고 하네요. 이라크령이구요. 2005년에 자치권을 인정 받았네요.
자이툰 부대가 파병된 곳도 쿠르드 자치구 쪽이라고 하네요.

노이에자이트 2010-10-21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이툰 부대가 파병된 곳이 아르빌인데 거기가 쿠르드 자치구에 속해 있어요.자이툰 부대 철수 즈음에 터키군이 쿠르드 무장세력을 소탕한다며 그 부근에서 무장충돌이 일어났기 때문에 좀 아슬아슬했지요.현 이라크 대통령도 이라크 역사상 최초로 쿠르드 출신입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0-10-21 23:36   좋아요 0 | URL
쿠르드 출신의 대통령이 쿠르디스탄을 위해 얼마나 일할지 궁금해지네요.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어요. 물론 미국의 비호 아래 움직이는 대통령이란 한계는 있겠지만요.
 
마몬의 시대, 생명의 논리
박경미 지음 / 녹색평론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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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에 대해서 우선 말을 꺼내본다. <마태복음> 6장 24절이다. "그 누구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습니다. 이쪽을 미워하고 저쪽을 사랑하거나, 혹 이쪽을 받들고 저쪽을 멸시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하나님과 마몬을 함께 섬길 수 없습니다." 예수의 말인데, 마몬은 부나 재물을 상징하는 아람어이다. 하나님과 마몬은 함께 섬길 수도, 함께 할 수도 없다. 주인이 둘일 수 없기 때문이다. 예수의 선명한 이 논리는 '마몬의 시대'를 힘겨이 살아가는 나에게 '생명의 논리'란 무엇인가 고민케 한다.  

  저자는 기독교학과 교수이다. 주로 종교와 신학 관련 서적을 번역하는데, 나는 <녹색평론>에 기고하는 글을 종종 보았다. 이 책은 <녹색평론>에 기고한 글과 종교 관련서 역자 해설을 묶어 놓았다. 시사 관련한 글도 보이는데, 현 정부와 한국 교회에 대한 쓴소리가 돋보인다. 저자는 근래 '이반 일리치 읽기모임'을 통해 새로운 배움과 사귐을 가졌고, 진실한 말과 글에 대한 절박함도 가졌다고 한다. '책머리에'서 박경미 교수는 학자로서 글을 쓰는 어려움에 대해 토로한다.

  "논문이란 형태의 글쓰기는 글을 쓰는 행위가 본질적으로 공격적인 행위임을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과거의 축적물들을 뒤져서 이리저리 각을 떠 '말길'을 찾아내고 미래의 있을 수 있는 모든 반론들을 앞당겨 격파하면서 글을 쓰기에는 한마디로 체력이 달렸고, 처음의 문제의식을 놓치기 일쑤였다. 대학시절 신학의 길로 이끄셨던 돌아가신 허혁 선생님은 "베끼지 않고는 논문을 쓸 수 없어서" 좋은 책을 번역한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미련하게 표절이 들통나게 논문을 쓰지는 않았지만, 엄밀히 말해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것도 표절이라 본다면 내가 쓴 논문 중 베끼지 않은 논문은 없고, 표절 아닌 논문도 없다." 이만한 지적 염결함을 근래 나는 보지 못했다. 교수 출신의 정부 각료 후보자들이 논문을 표절했니, 안 했니 하는 소동이 우습게 여겨질 만큼 저자의 염결함은 높이 사두고 싶다. 

  저자는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에 대해서 알량한 논리라며 비판한다. "이반 일리치의 말대로 비가 오는데 우산을 만들어 비를 피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비 자체를 없애려 하는 것이 근대산업주의의 오만이다. 유전자조작과 우생학, 인간과 사회에 대한 극단적인 공학적 접근, 그리고 가장 가까운 예로는 한반도대운하 같은 것이야말로 이러한 근대적 오만과 어리석음의 극치이다."('이른바 '실용주의'의 내면성에 대하여' 중) 홍수로 수해를 입는다며 멀쩡한 강을 메우고 괜한 물길을 내는 게 이 정부의 실용주의이다. 내면성을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실용주의이다.  

  교회 다니는 이로서 이런 말은 정말 가슴 아프다. "이랜드 박성수 회장은 "성경에는 노조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고, 이랜드 전 직원 앞으로 "불법파업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고 노동조합원들이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현장으로 복귀하여 다시는 사탄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자신의 달란트(임금)에 불만을 갖지 않는 성실한 종의 소임을 다하도록" 기도하라는 기도제목을 하달했다."('예수의 교회, 마몬의 교회' 중)  

  김두식 교수가 한 강연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님은 한국 기독교 전통이 낳을 수 있는 최대치의 인물입니다. 미국 기독교 전통이 낳을 수 있는 최고의 인물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구요. 상향성의 한국 기독교 문화가 만들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모델이 이명박 대통령님입니다." 주목할 건 '상향성'이라는 말인데, 상향성의 교회를 박경미식으로 바꾸어 말하면 마몬의 교회이다. 결국 상층엔 권력과 더불어 돈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상층 지향과 마몬의 현신인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으로 있는 이 시대는 정말 마몬의 시대이다. 누구보다 기독교인들이 이를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예수가 우리에게 "여러분은 하나님과 마몬을 함께 섬길 수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난 어떤 생명의 논리로 마몬의 시대를 뚫고 나가야 할까? 예수의 선명한 논리를 두고 다시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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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0-10-09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랜드 회장의 말이 참 거시기합니다.성경이 저런 식으로 인용되는 사례가 의외로 많더군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10-09 17:25   좋아요 0 | URL
기독교 기업이라는 이면엔 오너의 저런 해괴망측한 논리가 있었던 거죠.
마몬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논리로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는 생각입니다. 두 장로 모두다 말이죠.

다이조부 2010-10-14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 있는 녹색평론 을 뒤져봐야겠네요.

김두식교수 강연회에 참여하셨나봐요?

이 책은 엄마한테 선물하면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10-14 11:49   좋아요 0 | URL
저도 친한 친구한테 권했는데 구입했더라구요.
김두식 교수가 백주년기념교회에서 운영하는 양화진문화원에서 강연을 했어요. 직접 가보진 못하고, 교회 홈페이지에서 동영상으로 보았네요. 얼마 전엔 박원순 선생님도 같은 곳에서 강연을 해서 들었구요.
개인적으론 <창작과비평>을 정기구독하고 있는데, <녹색평론>을 구독해 볼까 고민중이에요. 대학 입학 때 <창비>는 제게 우상에 가까웠는데, 이젠 <녹색평론>이 제 생각에 더 가까운 듯 합니다.

다이조부 2010-10-14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색평론 구독도 좋지만, 제가 더 하고 싶은건 녹색평론 모임에 한 번 나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 있잖아요? 잡지 뒤에 있는 지역 독자들 모임 말이에요.

창비 이야기 하니까 옛날 룸메이트 형이 신입생때 외판원에게 창비 옛날 책들을

모조리 구입해서 이걸 언제 다 읽냐고 걱정하던게 생각나네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10-14 18:10   좋아요 0 | URL
녹색평론 모임 가운데 '이반 일리치 읽기 모임'이 있다던데 저도 꼭 가보고 싶네요.
지역 모임도 좋구요.
 
유령 작가 - The Ghost Writer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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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야 워낙에 안 좋은 후문이 많아 덕분에 자신의 영화가 주목받는 효과도 있겠지만 아예 등지게 하는 역효과도 있을 듯 하다. 그런 후문을 듣기 전 봤던 영화 <피아니스트(The Pianist)>(2003)는 명작이었다. 아우슈비츠 작품들-<피아니스트>는 넓은 범위로나마 이 범주에 들겠다-에 대한 관심은 줄곧 가졌는데 반인간주의의 극단적 형태인 전쟁을 겪어낸 한 음악인의 삶이 꽤 절절히 내게 다가왔다. 이 영화 이후 폴란스키 감독은 영화 보다 성추행 사건으로 대중 사이에 회자된다. 개인적으로는 예술가의 삶과 작품의 상관 관계를 고민케 하는 시간을 주었다.  

  <유령 작가(The Ghost Writer)>는 재밌게 보았다. 평소 추리 소설, 추리 영화를 안 보는 터라 세간에서 이 영화를 두고 말하는 정통 추리물이니 하는 평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내겐 조지 W.부시가 대통령 하던 시절 '미국의 푸들'이라 불리던 영국의 총리가 떠 올랐을 뿐이다.  

  전 영국 총리인 아담 랭(피어스 브로스넌 분)은 자신의 자서전을 유령 작가(이안 맥그리거 분)에게 대필하게 한다. 전임 유령 작가의 죽음으로부터 의문을 갖게 된 주인공은 자서전과 전임 총리에 얽힌 역사와 사건들을 알게 되고 진실마저 알게된 후 죽음을 맞게 된다. 전 영국 총리가 현재 머무는 곳이 미국인 것만 봐도 영국과 미국의 밀월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 나는 나름 정치적으로 영화를 이해했는데 내겐 이런 방식이 이 영화의 의미를 가져다주었다.  

  영국 작가인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는데, 미국의 푸들이 된 영국의 현실을 꼬집는 시각은 사둘만 하다. 그 현실에 전쟁과 군산복합체가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아울러 사둘 부분이다. 영화가 손에 땀을 쥐도록 긴장감을 갖게 하는지는 의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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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10-01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주에 사는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어요~

그 친구는 국문학을 전공했는데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공부할 계획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더군요~ 저의 친구한테 주인장 이야기를 잠깐 했어요.

두 사람이 교류하면 상호간에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 친구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데 말이죠~

언제가 될지 기약할 수 없지만, 셋이서 독서모임 이라도 같이 꾸리고 싶네요 ㅋ

파고세운닥나무 2010-10-01 11:01   좋아요 0 | URL
친구 분이 어려운 공부를 준비하시네요. 저는 늘 시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친구 분이 블로그나 트위터라도 하시면 웹상에서라도 독서모임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선 그렇게라도 만나면 서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다이조부 2010-10-03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컴퓨터 상에서 혹시 windows 가상 메모리 부족 이라는 메시지가

자주 뜨고,

컴퓨텨가 파란화면이 나오면서 다운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네요 --

혹시 해결책 아시면 조언좀 부탁합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0-10-04 00:09   좋아요 0 | URL
제가 그쪽은 잘 알지 못해서요... 저도 처음 듣는 현상인데요...
 
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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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으로 김두식 교수의 책은 모두 보았다. 법조계와 기독교계에서 '삐딱선'을 타는 저자는 따로 연구를 필요로 하는 인물이다. 연구의 한 실마리로 한국 사회의 레드 콤플렉스를 들 수 있겠다. 김두식의 외삼촌이 한국전쟁 중 북한을 택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검사 임용 때도 자신은 따로 면접을 봤다고 한다. 집안의 사정이 한 몫을 했으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김두식을 보면 뚱딴지 같이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자!'는 생각을 한다. <불편해도 괜찮아>에는 저자가 본 영화와 드라마가 숱하게 등장하는데 그 숫자가 우선 놀랍다.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틈나는 대로 영화를 봤다지만 영화편수만이 아닌 꼼꼼하게 뜯어보는 눈도 놀랍다.  

  저자의 전작인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를 보면서도 해박한 신학 지식에 놀랐다. 김두식은 대학 때 한국기독학생회(IVF)에서 활동했는데 이 단체는 '기독 학사 운동'을 사명으로 삼고 이성적이고 지적인 크리스천을 양성하고 있는 걸로 안다. IVF는 IVP라는 출판부를 운영하는데 양서를 출간하는 걸로 이름이 나 있다. <불편해도 괜찮아>를 보며 자극 받아 나도 서점에 가 IVP에서 출간한 철학자 강영안의 책들-<신을 모르는 시대의 하나님>, <십계명 강의>-을 구입했다. 김두식은 선교회 활동 시절 친구들과 신학 서적을 섭렵하고 토론도 했다는데 근래 그 공부가 결실을 맺는 듯 하다.

  이 사람의 공부가 근래 결실을 맺는다는 생각은 <불편해도 괜찮아>를 읽기 전에도 했다. 김두식이 한 강연회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자신의 어린 딸이 성경엔 귀신 얘기가 많은데 왜 자기 눈엔 귀신들이 보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아빠 눈엔 귀신이 보이냐고도 물었다. 김두식은 자신도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는데 왜 딸과 자신의 눈에 안 보일까 고민했다고 한다. 고민의 결과는 자본주의라는 시스템 자체를 사탄이 돌리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이었다. 자본주의라는 세련된 시스템 사이에 숨어 사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별스런 얘기가 아니달 수 있지만 경제학자 칼 폴라니도 주저인 <거대한 전환(The Great Transformation)>에서 비슷한 얘기를 해서 눈이 갔다. 폴라니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구를 빌려 자본주의를 '악마의 맷돌'이라 말한다. 악마가 굴리고 돌리는 맷돌 밑에서 사람들은 악마를 보지 못하지만 고통 끝에 죽어간다. 비슷한 맥락에서 프리모 레비도 이런 말을 남긴다.  “괴물이 있긴 하다. 그러나 그 수가 많지 않아 그리 위험하지 않다. 실제로 위험한 것은 의문을 품지 않고 무조건 믿고 행동하는 평범한 기계적 인간들이다.” 맷돌 밑에서 자본주의 혹은 괴물을 무조건 믿고 행동하는 기계적 인간들이 위험한 것이다.  

  책에서 장애인 문제를 언급하며 김지석 <한겨레> 논설위원의 칼럼을 저자가 문제 삼고 있다. 장애인의 현실을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게 비판의 요지인데, 비판에 동의한다. 하지만 김지석 논설위원이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장애를 입은 분이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장애인의 세계를 이제야 알아간다는 반성과 희망이 뒤섞인 자기 다짐이 칼럼의 요지인 듯 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김두식 교수의 트위터로 글을 남겼는데 저자가 이렇게 답해왔다. "김지석 논설위원께서 교통사고로 장애를 갖게 되셨다는 사실은 제 책 나온 이후에 알았습니다. 원래 글을 선의로 쓰신 것은 처음부터 알았고요. 제 책을 보셔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실 것 같습니다."(2010년 9월 19일) 김지석은 칼럼집(<시대의 과제에 맞섰는가>)에 실린 자전적인 글을 통해 자신이 장애인이란 사실을 말하고 있다. 문제 삼은 칼럼이 저자의 상황을 알고나면 달리 이해될 듯 해 댓글을 달아봤다.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를 비판한 대목은 경청할 부분이다. 난 이 영화를 이창동이 새로 보여준 영화적 세계를 중심으로 보았는데 김두식은 장애인의 현실을 틀거리로 삼아 얘기를 꺼냈는데 고민해 볼 여지를 남겨 주었다. 고마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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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09-28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두식의 책은 다 마련해놓고도 한권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또 일깨워주시네요. 언젠가 날잡아 한꺼번에 읽어야할까봅니다.

2010-09-28 2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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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8 23: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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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8 23: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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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9 02: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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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9 11: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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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9 14: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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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9 15: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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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2 2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이조부 2010-09-30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문열 아버지도 월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아저씨는 그것이 컴플렉스가

되어서 그것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저돌적으로 우향우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구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9-30 10:15   좋아요 0 | URL
문학으로나마 한국 사회의 주류가 되려했던 이문열의 절박한 선택이겠죠.
같은 콤플렉스가 김두식은 검사라는 주류에 들었다가 외려 겉돌게 되는 원인을 만들기도 하구요. 물론 김두식을 비주류라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죠. <불편해도 괜찮아>가 발간되었을 때 한 시민단체운동가가 그 책을 비판적으로 읽었는데, 그 분의 논지도 김두식은 어찌되었든 주류라는 것이었어요. 김두식은 그 비판을 수용한다는 얘기를 했구요.
중산층, 법조인, 국립대 교수, 기독교인이라는 자신의 범위안에서 소수자를 이해하려는 그의 뜻은 충분히 사둘만하다는 생각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