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도 종류가 있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차갑고 스산한 바람,

비가 묻어나는 비린내가 살짝 감도는 들끈한 바람,

밖에 나서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바람의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무데뽀 바람 등등...

며칠 전 혼자 맞기에는 너무 아까운, 아주 기분 좋은 바람을 만났다.

그 시원함에 한참을 멍하니 바람을 맞고 서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가 수학학원을 가기 전 잠시 짬을 내 쪽잠을 자고 있었다.

이제 깨워야 하는데... 학원 보내야 하는데...

"딸, 일어나. 학원 가야지."

힘겹게 몸을 뒤척이는 딸에게,

"오늘 바람 정말 기분좋게 시원하다. 정신이 번쩍 들거야. 어서 일어나."

 

학원에서 돌아온 딸에게 오늘 수업은 어땠냐고 물었더니 대뜸 하는 말이.

"엄마, 오늘 바람 정말 좋더라. 정말 기분좋게 시원했어. 엄마 말이 맞았어."

 

뭐지 이 기분!

겨우 딸과 바람만 공유했을 뿐인데...  뭔가 대단하게 결속된 듯한 이 짜릿함.

살면서 알아줬으면 싶은 그런 것들 중에 하나를 내 딸도 조금씩 알아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저 고맙고 감사했다.

 

요즘 읽고 있는 이 책. 참 좋다. 정말 좋다.

 

 

 

 

 

 

 

 

 

 

 

 

 

엄마 공지영처럼 딸에게 요리 레시피를 줄 수는 없지만(난 요리에 젬병 ㅠㅠㅠ)

 

나는 딸에게 기분좋은 '바람'을 줄 수 있다.(고 스스로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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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카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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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사랑해서 한 결혼도 시간 앞에서는 변색되어간다. 사소한, 크게 문제 삼고 싶지 않았던 어떤 것들이 결국은 관계를 부식시킨다. 한나는 묻는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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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 다르거나, 튀거나, 어쨌거나
김홍민 지음 / 어크로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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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그거`보다 재미있었다 ㅎㅎㅎ~ 북스피어라는 출판사를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덕분에 관심 제로였던 장르문학 책들이 장바구니에 수북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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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톡카톡 - 읽다 떠들다 가지다
김성신.남정미 지음 / 나무발전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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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으로 하는 책이야기. 카톡이 그러하듯 깊은 이야기는 할 수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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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 자리 1 창비청소년문학 41
친원쥔 지음, 김택규 옮김 / 창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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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표지만 보고 가졌던 몇 가지 편견이 있었다.

'보아하니 이 책은 남자 작가가 쓴 수컷들의 자리 싸움인 게로군. 시대는 대충 1970년대쯤인 것 같고.'


남학생들의 심리와 행동을 잘 그린 이 책을 읽으면서 당연히 작가는 남자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역자 후기를 보니 작가는 여자였다. 1, 2편을 다 읽은 후에야 알게 되었다.

게다가 '자리'는 자리싸움이 아니라 그냥 남학생의 이름이었다. 성은, 이름은.

또한 시대적 배경도 1970년대가 아닌 지금의 중국이었다.

이렇게 표지만 보고 가졌던 나의 편견은 보란듯이 와장창 깨져버렸다.

역시 책은 펼쳐봐야만 알 수 있는 거라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번 몸소 깨닫는다.  

 

최근 중국 청소년의 생활상을 가장 잘 그려 냈다는 평가를 받은 이 책은 쑹칭링 아동문학상, 건국 50주년 헌정 10대 장편소설상, 전국 우수 아동문학상 등 중국의 저명한 문학상을 휩쓸며 백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되어 큰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책이 영화화된 경우에는 기를 쓰고 찾아보는 습관이 있어 바로 검색에 들어갔다.

럴수 럴수 이럴수가!

내가 한때 그토록 애정했던 남자 '원경천'이 이 영화에 등장한다니!

 〈남생자리신전〉

 

하지만 애석하게도 영화를 볼 수는 없었다. 포스터만 이렇게 덜렁 한 장 찾았을 뿐...

(원경천은 아마도 차선생님으로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만...)

 

《남학생 자리1》은 중학교 1학년의 이야기,《남학생 자리2》는 중학교 2학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왠지 시리즈의 냄새가 솔솔 풍긴다 했더니...

아니나다를까 작가는 이 책의 인기에 힘입어 《남학생 자리》에 나오는 조연들을 주인공으로 한《여학생 자메이》,《 개구쟁이 루즈성》,《 말괄량이 린샤오메이》등을 연이어 출간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현재《여학생 자메이》만 보림출판사에서 출판되었다.(자메이는 자리의 쌍둥이 여동생이다)

여자임에도 이렇게 남학생들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썼는데 여학생들의 이야기는 또 얼마나 제대로일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친원쥔 글, 전수정 옮김, 보림

 

어젯밤, 남편은 오랜만에 직장 동료들과 술자리를 한 후 얼큰하게 취해 들어와 중학교 딸아이에게 장난을 걸었다. 까칠한 중3 딸은 치근대는(?) 아빠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을 다녔다.

그 때, 보다못한 나는 《남학생 자리2》 를 펼쳐 보이며 '여자애들한테 관심받는 방법'이라며 남편에게 읽어줬다.

 

"네 가지 금기 사항이 있어. 여자애를 때리거나 욕하지 말 것, 먼저 여자애한테 말 걸지 말 것, 여자애들 일에 간섭하지 말 것, 여자애 앞에서 헤헤거리지 말 것." (254쪽)

 

중3 딸은 "맞아, 맞아" 하며 크게 공감했고, 남편은 그런게 어디 있냐며 너무하다고 투덜대더니 어느새 조용해졌다. 더 웃긴 건 안듣는 척 조용히 있던 초4 아들이 어느 틈에 슬그머니 곁으로 와  책 내용을 되새김질 하고 있었다. 뭔가 큰 깨달음을 얻은 듯한 표정이었다.

 

다양한 주제의 국내·외의 청소년 소설을 두루 읽은 독자라면, 1·2권 합쳐 총 32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책이 어찌 보면 좀 억지스럽고, 또 어찌 보면 그닥 새로울 게 없는 그저 그런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중국 출판계는 '청소년 도서'라는 개념이 아직 확실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고, 청소년 도서가 이제야 막 출판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니 그런 점에서《남학생 자리》는 그 출발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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