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인이 어느 분야에 몰두하다 보면 몰입 경험의 궤적이 변하게 마련이다. 한때는 너무 어려운 도전이라 여겼던 일이 쉽게 달성할 만한 일, 심지어는 유쾌한 일이 된다. 반면에 오래 전에 성취했던 일은 더 이상 관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나름대로 탄탄한 실력을 갖춘 음악 연주자들은 익숙한 곡을 정확하게 연주하면서 몰입 상태를 경험하며, 젊은 대가급 연주자들은 연주하기가 가장 어려운 곡에 도전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오랜 연륜을 쌓은 거장들은 익숙한 곡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하거나,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연주가 매우 어려운 작품을 다시 집어 든다. 이러한 설명은 창조적인 사람들이 좌절을 겪더라도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마치 도박판에서 '판돈'을 계속 올리듯 통례적인 보상을 받지 못할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더욱 더 어려운 도전에 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준다.-69쪽
티모시 힐턴은 피카소의 다채로운 연애 경험, 미술 양식과 매체에 관한 다양한 실험, 보헤미안적인 삶과 부르주아적인 삶이 혼융된 생활 등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영감이 사라지는 현상을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시도였다고 보았다. 어쩌면 피카소는 무의식적으로 인생의 판돈을 더 올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수단으로 피카소가 작품 활동에서 늘 활용했던 방식이었다.-3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