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마코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강상진.김재홍.이창우 옮김 / 길(도서출판)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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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적어도 인간의 경우에 있어서는

 

그런데 시각은 순수성에서 촉각과 다르고, 청각은 미각과 다르며, 후각 또한 미각과 다르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즐거움들도 사실 다른데, 사유에 관련한 즐거움은 또 이런 즐거움들과 다르다. 그리고 양 부류의 즐거움 안에서도 각각의 즐거움들은 서로 다르다.

 

그런데 각각의 동물에 고유한 기능이 있는 것처럼 고유한 즐거움도 있는 것 같다. 그 활동을 따르는 즐거움이 고유한 즐거움이니까. 이것은 우리가 구체적 동물들 각각을 살펴보면 분명해질 것이다. 말이 느끼는 즐거움, 개가 느끼는 즐거움, 인간이 느끼는 즐거움이 각각 다르며, 헤라클레이토스가 이야기한 것처럼 나귀는 황금이 아니라 여물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귀에게는 황금보다 먹을거리가 더 즐거운 것이니까. 따라서 종류가 다른 동물들의 즐거움은 그 종류에 따라 다르고, 같은 종에 속하는 동물들의 즐거움은 다르지 않다는 것이 사리에 맞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인간의 경우에 있어서는 [선호하는] 즐거움들 간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동일한 것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즐거움을 주지만 다른 어떤 사람들에게는 고통을 주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고통스럽고 싫은 반면 다른 어떤 사람들에게는 즐겁고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이 단 것과 관련해서도 일어난다. 열병을 앓고 있는 사람과 건강한 사람이 동일한 것을 달게 느끼지 않으며, 몸이 약한 사람과 활기찬 사람이 동일한 것을 따뜻하게 느끼지는 않으므로. 이러한 일은 마찬가지로 다른 경우에서도 일어난다.(365쪽)

 

 -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제10권 제5장 <즐거움의 종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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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에서 조금밖에 즐거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즐거움은 활동들을 증진시키며, [그렇게] 증진시키는 것은 [그 활동에] 고유한 것이다. 종류에 있어 다른 것들의 경우에는 그것들에 고유한 것 또한 종류에 있어 다르다.

 

또 이것은 활동들이 그것들과는 다른 종류로부터 유래한 즐거움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는 사실로부터 더욱 명백해질 것이다. 피리 연주를 좋아하는 사람이 피리 소리를 듣게 되면 토론에 집중할 수 없어지는데, 이것은 그들이 현재의 활동보다 피리 연주에서 더 큰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피리 연주에 따르는 즐거움은 토론에 관련한 활동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런 일은 다른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동시에 두 가지와 관련해서 활동할 때면 언제든지 생겨난다. 더 즐거운 활동이 다른 활동을 몰아내며, 만일 그 즐거움의 차이가 커질 경우 더 많이 몰아내게 돼 마침내 다른 활동은 전혀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어떤 것이든 하나에 대단히 열중해 기쁨을 느낀다면, 우리는 다른 것은 거의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또 어떤 일에서 조금밖에 즐거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른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가령 극장에서까지 주전부리를 하는 사람들은 배우들이 형편없을 때 특히 주전부리가 심해지는 것이다.(363쪽)

 

 -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제10권 제5장 <즐거움의 종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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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일종의 활동

 

모든 사람들은 삶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즐거움을 욕구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산다는 것은 일종의 활동이며, 각자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능력]들을 가지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서 자신의 활동을 발휘한다. 예를 들면 음악가는 자신의 청각을 가지고 멜로디에 관련해서 활동하며, 배움을 사랑하는 사람은 사유를 가지고 관조 대상들에 관련해서 활동한다. 다른 나머지 경우들 각각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그런데 즐거움은 그 활동들을 완성시키고 따라서 사람들이 추구하는 삶 또한 완성시킨다. 따라서 사람들이 즐거움도 추구한다는 것은 충분히 일리가 있는 일이다. 즐거움은 각자에게 있어 진실로 선택할 만한 것으로서의 삶을 완성시키니까.

 

우리가 즐거움 때문에 삶을 선택하는 것인지, 아니면 삶 때문에 즐거움을 선택하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지금 당장은 제쳐 두기로 하자. 왜냐하면 삶과 즐거움은 서로 결부되어 있으며 분리를 허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활동 없이는 즐거움이 생겨나지 않으며, 즐거움은 또한 모든 활동을 완성시킨다.(362쪽)

 

 -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제10권 제4장 <활동으로서의 즐거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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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모든 인간적인 것들이 연속적으로 활동할 수 없기 때문

 

그렇다면 어째서 연속적으로 즐거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인가? 피곤해지기 때문인가? 그것은 모든 인간적인 것들이 연속적으로 활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즐거움 또한 연속적으로 생겨날 수 없다. 즐거움은 활동을 뒤따르니까. 또 새로운 것일 때 우리를 기쁘게 해 주었던 어떤 것들이 시간이 지난 후 처음만큼 기쁘게 해 주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이것은 마치 무엇인가를 응시할 때 우리의 시각이 그런 것처럼, 처음에는 우리의 사유(dianoia)가 자극을 받아 그것에 관해 왕성하게 활동을 하지만, 얼마 후에는 우리의 활동이 그와 같지 못하고 느슨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즐거움 또한 시들해지고 마는 것이다.(361쪽)

 

 -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제10권 제4장 <활동으로서의 즐거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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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은 신에게도 결여되어 있으니


사유 그 자체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못하지만 목적을 지향하는 실천적인 사유는 그렇지 않다. 사실 바로 이 사유가 제작적 사유까지도 지배한다. 제작하는 사람은 누구든 어떤 목적을 위해(heneka tou) 제작하며, 제작될 수 있는 것은 그 자체가 단적인 목적이 아니니까. (그것은 어떤 것을 향한 것이며(pros ti) 또 다른 목적을 위한 것이다.) 단적으로 목적인 것은 행위에 의해 성취될 수 있는 것(to prakton)뿐이다. 잘 행위한다는 것(eupraxia)이 목적이며, 욕구는 이 목적을 향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합리적 선택이란 욕구적 지성(orektikos nous)이거나 사유적 욕구(dianoētikē orexis)인 것이며, 인간이 바로 그러한 원리(
archē)이다.

 

그런데 이미 일어나 버린 일은 어떤 것도 합리적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가령 그 누구도 일리온 도시가 함락된 사실을 합리적으로 선택하지는 않는다. 이미 지나 버린 과거에 대해서 숙고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일에 대해서, 가능한 일에 대해서 숙고하는 것이며, 이미 일어나 버린 일은 일어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다음과 같이 말한 아가톤은 옳게 이야기한 것이다.

 

이미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만드는 것,

이것만은 신에게도 결여되어 있으니.

 

지성적인 부분들 둘의 기능은 참이다. 그러니 각 부분이 그것에 따라 참을 가장 잘 인식하게 하는 품성상태, 바로 이것이 두 부분에 있어서의 탁월성이다.(205∼207쪽)

 

 -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제6권 제2장 「성격적 탁월성과 사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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