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우선, 자연 자체는 경탄할 만한 우리의 신체 구조를 큰 계획하에 마련해준 것 같다. 그 결과 보기가 좋은 우리의 용모는 노출되었지만, 반면 오직 생리적인 작용과 같은 자연의 요구에 응하기 위해서 주어진 배설기관 같은 신체의 부분들은 추하고 보기기 흉해 감추고 보이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자연의 신중한 계획을 본받은 것이 바로 인간의 수치심이다. 사실 올바른 정신을 지닌 사람이라면 그 어느 누구라도 자연이 감추고 있는 것들, 즉 생식기들을 눈에서 멀리하며, 배설같은 자연의 요구에 대해서도 가급적 은밀히 혼자 처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의 요구에 응해서만 사용하는 저 생식기와 같은 신체 부위들의 경우, 그 부위나 신체의 기능은 실제 이름이 호칭되지 않는다, 배설같은 이러한 기능들을 은밀히 혼자 행하기만 한다면, 그것은 결코 음담패설처럼 추하고 부도덕하지 않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을 입에 담든다는 것은 점잖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행위들을 공공연하게 행하지도 안혹, 입에 담지도 않는 것이 무례를 피하는 길이다.(95∼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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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생의 진로를 선택함에 있어서 가장 강한 힘을 발하는 것은 적성이고, 그 다음에 작용하는 것은 운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말할 것도 없이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결정할 때에는 필히 적성과 운, 두 가지를 다 고려해야 되겠지만, 그러나 둘 중에서도 적성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적성이 훨씬 더 확고하고 변함이 없으므로, 운과 적성의 싸움이란 필히 그 자체가 사멸할 것과 불멸의 여신과의 싸움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적성에 맞춰 자기 인생의 전 계획을 수립한 자는 생의 진로를 선택함에 있어 잘못된 게 없나는 생각을 하는 한, 그것이 진실로 적성이니까 시종일관 변함없이 그대로 실행해 가도록 하라. 그러나 잘못되는 경우도 많은데, 만약 잘못되었다면 인생의 진로와 생활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만일 적당한 시기라면 변경은 보다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시기가 좋지 않으면, 진로 변경은 깊은 생각을 하면서 단계적으로 행해야 한다. 이를테면 친구지간의 우정이 더 이상 유쾌하지도 소망스럽지도 않으면, 현자들이 생각하듯 우정을 갑자기 끊기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관계를 멀리하는 것이 적절한 것처럼 그렇게 말이다.(9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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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데코룸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고 할 때,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심사숙고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는 어떤 인물, 어떤 유의 사람이 되고자 하는지, 또 어떤 종류의 삶을 영위하며 어떤 직업을 택하고자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문제인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각자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자신의 생의 진로로 삼고, 대개 그것을 직업으로 택하는데, 바로 그 때가 사고력이 가장 약한 청년기의 초입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는 자기 자신의 적성에 가장 알맞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어떤 확실한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이미 인생의 진로와 직업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89∼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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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엇보다도 먼저, 모든 사람은 각기 각자의 본성에 있는 저 데코룸을 보다 더 쉽게 유지하게 해주는 자신의 특정을 지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인간 본성의 보편적인 법칙들을 거역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시느이 고유한 본성을 따르는 것이 되며, 심지어 다른 어떤 더 중대하고 좋은 것이 있다 해도, 우리가 추구하는 바를 우리 자신의 본성이 명하는 규범에 따라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연, 즉 인간 본성에 대항하여 싸운다든다, 네가 도달할 수 없는 목적지를 가보려고 하는 것은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저 데코룸이란 어떤 것인지가 더 잘 나타난다. 그 까닭은 지혜의 여신인 미네르바의 뜻에 반하는 것, 즉 성격에 맞지 않는 것 모두가 데코룸하지 않으므로, 사람들이 말하듯이 그것은 본성에 위배되며 대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이 본성의 차이는 그토록 큰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같은 이유로 어떤 자는 자살을 해야 할 운명인가 하면, 어떤 자는 자살이 범죄가 되기도 한다. 소 마르쿠스 카토가 처했던 상황과 아프리카에서 카이사르에게 항복했던 나머지 다른 자들이 처했던 상황은 확실히 서로 달랐겠느냐? 물론 아니다. 만약 그러나 만약 카토 이외의 사람들이 자살을 했다면 그것은 본성에 어긋났을 것이다. ㅙ냐하면 그들의 생활은 카토에 비해 더 온건했고, 그들의 성격은 더 유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토의 경우는 달랐다. 자연은 카토에게 선천적으로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엄격한 성격을 부여하였는데에다, 카토 자신이 후천적으로 그것을 영구불멸의 지속적인 성격으로 강하게 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 공화국을 부활시키려는 의도와 계획된 목적으로 고수하고자 했기 때문에, 참주인 카이사르의 얼굴을 쳐다보기 보다는오히려 죽음을 택해야 했던 것이다.

 

울리섹스가 저 오랜 기간의 방황 중, 키르케와 칼립소를 여자라 칭할 수 있다면 바로 그 여자들을 위해 봉사하였고, 모든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는 상냥스럽게 말을 하고 또 유쾌하게 하려고 했을 때 그 얼마나 많은 애를 썼던가! 또 집에 돌아와서는 장차 소원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서라긴 하지만, 그는 심지어 노예들과 하녀들의 모욕까지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아이악스라면 분에 못이겨 그런 것들을 참기보다는, 차라리 천번이라도 죽으려고 했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각자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특성이 무엇인가를 꿰뚫어보고, 이를 잘 조절해야지, 공연히 다른 사람의 특성이 자신에게 얼마나 데코룸한지 시험해 보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각자에게 가장 고유한 것이 각자에게 가장 데코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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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리스인들은 어떠한가? 그들 중에서도 우리는 달콤하고 윗트가 있으며, 유머러스한 대화와 모든 웅변에서 그리스인들이 에이로나라고 부르는 거장으로서는 소크라테스를 인정한다. 반대로 피타고라스와 페리클레스110는 쾌활하지 않은데도 최고 권위자가 되었다. 우리는 카르타고장군 중에서는 한니발을, 우리 로마장군 가운데에서는 퀸투스 막시무스를 지모가 출중하며, 쉽게 비밀을 감추고 침묵하며, 위장하고 매복하여 적의 계획을 사전에 탐지한 명장으로서 인정한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 희랍인들은 테미스토클레스와 페라이의 야손111을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손꼽으면서도, 특히 지모가 출중하고 기민한 예로서는 솔론의 처신112을 들고 있다. 솔론이야 말로 자기 생명을 더 안전하게 하는 동시에, 언젠가는 국가이익을 위해 더 큰 일을 도모하기 위해 일부러 미친 척 했던 것이다.(83쪽)

 

110) Pericles: 아테네의 유명한 정치가. B.C. 462∼429년 10인 장군회의의 의장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 민주주의 옹호자로서 언급되기도 하는 그는 아크로폴리스에 저 유명한 파르테논신전을 건축한 것으로도 유명함.

 

111) Jason of Pherae: Pherae의 참주(B.C.395∼370)이며 유능한 장군. Thessaly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 나서 전 그리스의 통합군을 결성, Persia를 침략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B.C. 360년에 그가 죽음으로써 그의 야망이 실현되지 못했다.

 

112) Solon: Salamis의 점유를 놓고 Athens가 Megra와 다투다가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므로, 더 이상 그 문제에 대해서는 쓰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자는 법을 제정하게 되었다. 이러한 불명예스런 주장의 포기에 대해 격분한 Solon은 일부러 미친 척하여 법망을 피해가며 그 자신이 직접 지은 짧은 한 편의 애가조의 시를 반복하며 돌아다님으로써 아테네인들에게 과거이 불명예와 사랑스런 섬의 재정복을 상기시켰다. 그 결과 그 법은 폐기되고, 선전이 포고되어 원정은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 * *

 

 

공포의 제어와 분노의 제어는 언제나 위대하고 고상한 역량이다. 이들이 정의와 자혜의 명령에 따를 때, 이들은 위대한 미덕이 될 뿐만 아니라 기타 미덕들의 광채를 증가시킨다. 그러나 이들은 때로는 매우 다른 동기들에 의해 지휘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이들은, 비록 여전히 위대하고 존경받을 만하다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위험할 수 있다.

 

가장 불의(불의)한 일을 위해 가장 용맹한 행동이 감행될 수도 있다. 대단히 화가 나 있는 상태에서 외견상의 평온과 좋은 기분은 흔히 복수하려는 가장 단호하고 잔혹한 결정을 감추고 있기도 한다. 이러한 위장에 필요한 강인한 정신은, 항사 ㅇ그리고 반드시 천박한 허위(허위)에 의해 더럽혀진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행위를 경멸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종종 많은 찬사를 받는다.

 

메디치 가(Medicis)의 캐더린(Catharine)의 위장은 아주 박식한 역사가인 다빌라(Davila)의 찬사를 받고 있고, 딕비 경(Load Digby)과 그 후의 브리스톨(Bristol) 백작의 위장은 엄숙하고 양심적인 클라랜돈 경(Lord Clarendon)의 칭찬을, 샤프츠베리(Shaftesbury) 백작의 위장은 현명한 로크(Locke)의 찬사를 받고 있다. 키케로(Cicero)마저도 이 기만적인 성격을, 참으로 최고의 존경을 받을 만한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지만, 생활 방식에 일정한 유연성을 주는 데 부적절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이러한 생각을 그는 허머(Homer)의 율리시스(Ulysses)의 성격, 아테네의 테미스토클레스(Themistocles), 스파르타의 리산더(Lysander), 그리고 로마의 마커스 크라수스(Marcus Crassus) 등의 성격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4)

(458∼459족)

 

4) 아담 스미스는 키케로의 『의무론』을 참조하고 있다. 키케로는 여기에서 일반적 적정성(적정성)과 특수한 적정성을 거론하면서 보편적 인간 성격과 개별적 인간 성격을 구분하고 있다. 개별적 성격의 유형으로서 그는 첫째로 위장 능력을 겸비한 약삭빠른 성격을 설명하고, 이러한 성격의 소유자로서 테미스토클레스를 들고 있다. 그 다음으로 더욱 극단적인 교활한 성격의 소유자로서 크라수스와 리산더를 대표적인 인물로 들고 있다. 그는 율리시스를 인내력을 특징으로 하는 성격의 소유자로 기술하면서도 다른 한편 위장 능력을 소유한 자로 취급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가 군복무를 피하기 위해 미치광이처럼 위장했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이러한 율리시스의 경격을 키케로가 솔론(Solon)에 관해 기술한 것과 혼동했던 것 같다. 키케로는 솔론을 테미스토클레스와 동일한 유형의 성격의 소유자로 분류하고 있다. 솔론은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고 국가에 대한 봉사를 회피하기 위해 미치광이처럼 위장을 했는데, 즉 약삭빠르고 꾀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 아담 스미스, 『도덕감정론』, 「제6부 미덕의 성품, <제3편 자기제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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