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책세상 니체전집 13
프리드리히 니체 / 책세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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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태양

 

이제 나 나 자신의 구제를 기다리고 있다. 나 마지막으로 저들에게 가게 되기를.

 

나 다시 한번 사람들에게 가고자 하기 때문이다. 나 저들 속에서 몰락하기를 바라며 죽어가면서 저들에게 나의 더없이 풍요로운 선물을 주고 싶은 것이다!

 

나는 지는 태양, 저 넘치는 자에게서 그것을 배웠다. 태양은 무진장한 풍요로부터 황금을 꺼내 바다에 뿌리지 않는가.

 

가난하디가난한 어부조차도 황금으로 된 노를 저을 만큼! 일찍이 나 그것을 보았고 그 광경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진정 고귀한 이야기

 

고결한 영혼의 기질이 바라는 것은 이것이니, 대가를 치르지 않고서는 그 어느 것도 누리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생에 있어서 그렇다.

 

천민 근성을 지닌 자는 어떤 대가도 치르지 않고 거저 살아가려고 한다. 그러나 생이 그 자신을 맡기고 있는, 그리하여 저 천민 근성을 지닌 자와는 근본이 다른 우리는 무엇으로 생에게 가장 훌륭히 보답할 수 있는가를 놓고 항상 궁리하지!

 

"생이 우리에게 약속하고 있는 것, 그것을 우리는 생에게 지키고자 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진정 고귀한 이야기다.

 

 

온갖 생명 내부에도 강탈과 살육이란 것이 들어 있지 않은가?

 

"도둑질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 사람들은 한때 이같은 계명을 신성시했다. 그리하여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신발을 벗었던 것이다.

 

그러나 묻노니 이들 신성한 계명보다 더 고약한 도둑과 살인자가 일찍이 세상 어디에 있었던가?

 

온갖 생명 내부에도 강탈과 살육이란 것이 들어 있지 않은가? 그런데, 저같은 계명들이 신성시되면서 진리 자체가 살육되지 않았는가?

 

아니면 일체의 생명을 거부하고 거역하고는 그런 것을 불러 신성하다고 하는 것, 죽음의 설교였나? 오, 형제들이여, 부숴버려라, 저 낡은 서판을 부숴버려라!

 

 

새로운 귀족이 출현해야겠다

 

지난날의 것들은 모두 이렇게 버림받는다. 천민이 지배자가 되고 일체의 시간이 얕은 물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일이 언젠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오, 형제들이여, 모든 천민과 모든 전제폭군적인 것에 대적하는 적대자로서 새로운 서판에 "고결"이란 말을 써넣을 그런 새로운 귀족이 출현해야겠다.

 

귀족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결한 자들과 온갖 유형의 고결한 자들이 존재해야겠다! 아니면 언젠가 내가 비유를 들어 말했듯이 "신들은 존재하지만 유일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아말로 신성인 것이다!"

 

 

새로운 명예

 

앞으로는 어디에서 왔는가가 아니라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것을 너희의 명예로 삼도록 하라! 너희 자신을 뛰어넘고자 하는 의지와 발길, 그것들을 새로운 명예로 삼도록 하라!

 

 

가장 고약한 나무

 

어떤 성스럽다는 영혼이 너희의 조상을 약속된 땅으로 인도했다는 것도 그렇다. 그 땅을 찬미하지 않는다. 온갖 나무 가운데서 가장 고약한 나무인 십자가가 자란 그 땅에 찬미할 만한 것 없으니!

 

그리고 참으로, "성령"이란 것이 그 자신의 기사들을 어디로 인도했건 그 행군의 선두에서 달린 것은 언제나 염소와 거위, 십자 모들뜨기와 편벽한 사람들이었으니!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요설

 

"왜 사는가? 모든 것이 덧없거늘! 삶, 그것은 밀짚을 터는 것과 같다. 삶, 그것은 제 몸을 불태우고도 따뜻해지지 않는 어떤 것이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같은 요설이 아직도 "지혜"로 간주되고 있다. 예로부터 내려온 것인데다 곰팡이 냄새까지 풍기고 있어 더욱 숭앙받고 있는 것이다. 곰팡이조차도 존귀하게 된 것이다.

 

 

잘 먹고 잘 마시는 것

 

허구한 날 "밀짚이나 털고 있는" 자가 그 타작을 비방해서야 되겠는가! 그같은 바보라면 사람들이 나서서 그 입을 틀어막아야 하리라!

 

그같은 자들은 식탁에 자리할 때조차 아무것도, 심지어는 왕성한 식욕까지도 가져오지 않는다. 그 꼴에 "모든 것은 덧없다!"며 비방이나 해대니.

 

그러나 잘 먹고 잘 마시는 것, 형제들이여, 그것은 결코 쓰잘데기없는 기술이 아니다! 그러나 부숴버려라, 도무지 즐거워할 줄을 모르는 자들의 서판을 부숴버려라!

 

 

배후 세계를 신봉하고 있는 자들

 

"깨끗한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깨끗해 보인다." 민중이 하는 말이다. 하지만 나 너희에게 돼지에게는 모든 것이 돼지로 보일 뿐이라고 말하련다!

 

마음까지 떨구고 있는 광신자와 거짓 신자들이 "이 세계 자체가 오물을 뒤집어 쓴 괴물"이라고 설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저들 모두가 정결하지 못한 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이 세계를 그 배후에서 보지 않고서는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자들, 즉 배후 세계를 신봉하고 있는 자들이 그러하다!

 

언짢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나 그런 자들의 얼굴에 대고 말하련다. "이 세계는 엉덩이를 뒤에 갖고 있다는 점에서 사람과도 같다"고. 정말 그렇다!

 

이 세게에는 많은 오물이 있다. 정말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세계가 그 자체로 오물을 뒤집어 쓴 괴물은 아니다!

 

 

깨침

 

생명은 기쁨이 솟아오르는 샘이다. 그러나 비탄의 아버지인 저 탈난 위장을 하고 지껄여대는 자에게는 모든 샘이 독으로 오염되어 있다.

 

깨침, 그것은 사자의 의욕을 갖고 있는 자에게는 기쁨이 된다! 그러나 지쳐 있는 자는 다만 "의욕의 대상이 될" 뿐이다. 온갖 파도가 이러한 자를 노리개로 삼아 희롱한다.

 

 

세계에 지쳐있다는 자들이여!

 

저기 조각배가 떠 있다. 길은 아마도 저 너머 광대한 허무로 나 있으리라. 그러나 그 누가 이 "아마도"라는 것에 올라타려 하겠는가?

 

너희 가운데는 저 죽음의 조각배에 오르려는 자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너희가 이 세계에 지쳐 있는 자들이란 말인가!

 

세계에 지쳐 있다는 자들이여! 그러면서도 너희는 아직까지 한 번도 이 세계를 등진 일이 없으렸다! 나 너희가 아직도 대지를 탐하고 있음을 발견했으며, 심지어는 대지에 대한 너희 자신의 권태조차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도 발견했노라!

 

아무 까닭 없이 너희 입술이 아래로 축 처져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땅에 대한 작은 미련이 그 위에 자리하고 있어 그런 것이다! 거기에다 눈동자 속에는 잊을 수 없는 이 땅에서의 즐거움이라는 구름 한 조각이 떠 있지 않은가?

 

 

간교한 게으름뱅이이거나 훔쳐 먹기를 즐기는 고양이일 것

 

그리고 이 땅에는 썩 잘 만들어져 여인네의 젖가슴처럼 쓸모있을 뿐만 아니라 쾌적한 것이 많다.

 

그러나 이 세계에 지쳐 있다는 자들이여! 이 땅의 게으름뱅이들이여! 누군가가 나서서 너희를 회초리로 때려야 하리라. 그렇게라도 하여 너희의 발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어 주어야 하리라.

 

이유는 이러하다. 너희가 이 대지가 지겨워하고 있는 병자가 아니며 기력을 잃은 녀석들이 아니라면 너희는 간교한 게으름뱅이이거나 훔쳐 먹기를 즐기는 쾌락의 고양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너희가 다시 한번 유쾌하게 달려보고 싶지 않다면, 너희는 사라져버려야 하리라!

 

 

고약한 결합

 

너희가 하는 결혼. 고약한 결합이 되지 않도록 조심할 일이다! 너희는 너무 서둘러 결합을 한다. 그러니 결혼 파기라는 것이 뒤따를 수밖에!

 

결혼 왜곡이나 사기보다는 그래도 결혼 파괴가 낫다! "물론 나는 나의 결혼을 파괴했지요. 그러나 그보다 먼저 결혼이 나를 파괴했답니다!" 내게 이렇게 말한 여인이 있었다.

 

고약하게 짝지워진 자들이야말로 더없이 고약한 복수심에 불타고 있는 자들임을 나 항상 보아왔다. 더 이상 홀로 지낼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저들은 온 세상에 해코지를 해대는 것이다.

 

 

엄청난 일

 

"우리가 과연 위대한 결혼을 하기에 적합한지,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일정 기간의 작은 결혼을 해보자! 어느 때고 둘이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니!"

 

 

이제서야 비로소

 

나를 피해 도망치고 있는가? 놀랐는가? 이 말에 놀라 떨고 있는가?

 

오, 형제들이여, 나 너희를 명하여 선하다는 자와 선하다는 자의 서판을 부숴버리라고 했거니와, 그때 비로소 나 사람을 배에 태워 먼 바다로 내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비로소 사람에게 크나큰 경악이, 크나큰 시야가, 크나큰 질병이, 크나큰 구토가, 크나큰 뱃멀미가 닥쳐오고 있는 것이다.

 

선하다는 자들은 너희를 있지도 않은 해안과 거짓 안전으로 현혹해왔다. 너희는 선하다는 자의 거짓말 속에서 태어났고 보호받아왔다. 모든 것이 선하다는 자들에 의해 철저하게 위장되고 왜곡되어온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라는 뭍을 찾아낸 자가 "사람의 미래"라는 뭍도 찾아냈으니. 너희는 이제 항해자가, 용감하며 끈기 있는 항해자가 되어야 한다!

 

 

부인과 포기

 

왜 그리도 무르며, 그리도 고분고분하며 그리도 너그럽지? 어찌하여 너희 가슴속에는 그토록 많은 부인과 포기가 자리하고 있는가? 어찌하여 너희 눈길에는 그토록 적은 숙명만이 깃들어 있는가?

 

 

나의 의지여!

 

오, 너, 나의 의지여! 온갖 고난의 전회여, 너 나의 필연이여! 나를 온갖 사소한 승리로부터 지켜달라!

 

내가 숙명이라 부르는 너, 내 영혼의 섭리여! 내 안에 있는 자여! 내 위에 있는 자여! 위대한 숙명 하나를 위해 나를 지켜달라, 그리고 아껴달라!

 

 

나를 아껴다오!

 

언젠가 위대한 정오를 맞이하여 나 준비되어 있기를, 그리고 성숙해 있기를. 휘황하게 빛을 내는 청동처럼, 번개를 머금은 구름과 부풀어오른 젖가슴처럼 나 준비되어 있기를, 그리고 성숙해 있기를.

 

내 자신을 그리고 가장 은밀하게 감추어져 있는 내 의지를 위해 준비가 되어 있기를. 자신의 화살을 갈망하는 활, 자신의 별을 갈망하는 화살로서 말이다.

 

자신의 정오를 맞이하여 준비되어 있고 성숙해 있는, 파괴의 위력을 지닌 태양의 화살로 인해 휘황하게 빛을 내며, 꿰뚫린 채 행복에 겨워하는 별로서.

 

승리 속에서 파괴하여 없애버릴 준비가 되어 있는 태양 그 자체와 가차 없는 태양의 의지로서!

 

오, 의지여, 온갖 고난의 전회여, 너 나의 필연이여! 위대한 승리 하나를 위해 나를 아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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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처럼

 

이렇게 하여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지참물로 준 것을 굳은 어깨에 짊어진 채 몸을 사리지 않고 험한 산을 넘어간다! 우리가 땀을 흘리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말한다. "그렇다. 삶이란 고된 것!"이라고.

 

그러나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짊어지기에 고된 짐이다! 낯선 것을 너무나도 많이 어깨에 짊어지고 가기 때문이다. 낙타처럼 무릎을 꿇고 마음껏 짐을 싣도록 하고 잇는 것이다.

 

특히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는, 억세고 짐깨나 지는 사람은 낯선 무거운 말과 가치들을 너무나도 많이 짊어진다. 그래서 삶이 황량한 사막으로 보이는 것이다!

 

진정! 자기 자신의 그 많은 소유물을 지고 가기에도 벅찬 터에! 게다가 사람의 내면에 있는 많은 것은 굴과 같다. 즉 역겹고 미끌미끌하며 좀처럼 잡히지가 않는다.

 

 

돼지나 하는 일

 

모든 것을 맛있어 하는, 매사에 대한 만족. 이것이 최선의 취향은 아니다! 나는 "나", "그렇다" 그리고 "아니다"를 말할 줄 아는 반항적이며 까다로운 혀와 위장을 높게 평가한다.

 

온갖 것을 다 씹어 소화하는 것은 돼지나 하는 일이다! 언제나 고분고분 이-아 하고 외치기, 나귀와 나귀와 같은 정신을 가진 자만이 그것을 배워 익힌다!

 

 

기다려야만 하는 자들

 

허구한 날 기다려야만 하는 자들도 가련하기는 마찬가지다. 저들도 내 취향에 거슬린다. 세리, 소상인, 왕, 그리고 땅이나 지키고 가게나 지키는 모든 자들 말이다.

 

진정, 나 또한 기다리는 것을 배우기는 했다. 그것도 철저하게. 그러나 단지 나 자신을 기다리는 것을 배웠을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서는 법, 걷는 법, 달리는 법, 도약하는 법, 기어오르는 법과 춤추는 법을 배웠다.

 

 

길에게 길을 물어

 

나 늘 길을 묻고는 했지만, 마지못해 그렇게 했을 뿐이다. 물어물어 길을 가는 것, 언제나 내 취향에 거슬렸으니! 그래서 나 차라리 직접 그 길에게 물어가며 길을 가려 시도해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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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지난 아침 꿈에

 

꿈에, 지난 아침 꿈에 나 오늘 어느 곶 위에 서 있었다. 세계 저편에서 저울을 들고 세계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오, 아침놀이 이처럼 일찍 찾아오다니. 저 질투가 심한 자, 그가 뜨겁게 타오르면서 나를 깨우고 만 것이다! 아침놀은 언제나 내 아침 꿈의 열화를 질투하지.

 

시간의 여유가 있는 자에게는 재볼 만하고, 저울질 잘하는 자에게는 저울질해볼 만하고, 억센 날개를 가진 자에게는 다가갈 수 있고, 호두를 까는 신성한 자에게는 그 속을 미루어 헤아릴 수 있는 것, 내가 꿈 속에서 본 세계는 그런 것이었다.

 

대담한 뱃사람이자 반쯤은 배며 반쯤은 돌풍인, 그러면서 나비처럼 소리없고 숫매처럼 참을성 없는 나의 꿈, 그런 그가 어떻게 오늘 세계를 저울질해볼 끈기와 겨를을 갖게 되었을까!

 

 

가장 저주받아온 세 개

 

축복하는 법을 가르친 자, 바로 그가 저주하는 법도 가르쳤겠다. 그러면 이 세계에서 가장 저주받아온 세 개는 어떤 것들인가? 나 이제 그것들을 저울에 달아볼 참이다.

 

관능적 쾌락, 지배욕, 이기심. 이들 셋이 지금까지 가장 혹독하게 저주받아왔을 뿐만 아니라 가장 고약하게 비방받고 왜곡되어왔던 것들이다. 나 이 셋을 인간적인 관점에서 제대로 저울질해볼 참이다.

 

 

관능적 쾌락

 

관능적 쾌락. 참회복을 걸친 채 신체를 경멸하고 있는 자 모두에게는 양심을 찔러대는 바늘이자 가시요, 배후 세계를 신봉하고 있는 자들로부터는 '세속'으로 저주받고 있는 것이 이것이다. 관능적 쾌락이란 것이 저들 혼란과 오류를 가르쳐온 자 모두를 조롱하여 바보 취급 하기 때문이다.

 

관능적 쾌락. 잡것들에게는 저들을 불태워버리는, 천천히 타오르는 불길이다. 벌레 먹은 일체의 나무와 악취 나는 일체의 누더기에게는 여차하면 욕정에 불을 지를, 그리하여 김을 무럭무럭 낼 채비가 되어 있는 화덕이다.

 

관능적 쾌락. 그러나 그것은 자유로운 마음을 지닌 자들에게는 순진무구한 것이자 자유로운 것이며, 지상 낙원에서 누리는 행복이자 온미래가 현재에 바치게 될 넘칠 듯한 고마움이다.

 

관능적 쾌락. 그것은 쇠잔해 있는 자들에게야 감미로운 독이지만, 사자의 의지를 갖고 있는 자들에게는 대단한 강심제요 정성스레 저장해온 최상의 포도주다.

 

관능적 쾌락. 그것은 한층 더 높은 행복과 더없이 높은 희망에 대한 비유적 행복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혼인이, 그리고 혼인 이상의 것이 언약되어 있으니.

 

사내와 여인보다도 더 낯선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데 사내와 여인이 얼마나 서로에 대해 낯선 존재인지를 그 누가 제대로 파악했으랴!

 

관능적 쾌락. 나 나의 사상과 내가 하는 말 둘레에 울타리를 치겠다. 돼지와 광신자가 내 정원에 함부로 침입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지배욕

 

지배욕. 그것은 더없이 가혹한 마음을 지닌 자를 때려대는 빨갛게 달아오른 채찍이다. 더없이 잔인한 자가 자신을 위해 아껴둔 무서운 고문이다. 화형을 위해 쌓아놓은, 타오르는 장작더미에서 솟구치는 음산한 불길이다.

 

지배욕. 그것은 더없이 허영심에 찬 민중에게 달라붙어 있는 교활한 등에다. 모든 애매한 덕을 비웃는 여인이다. 온갖 말[馬]과 긍지를 다 타고 달리는 조소자다.

 

지배욕. 그것은 썩어 푸석푸석한 것과 속이 텅 빈 것이라면 남김없이 부수고 갈라 터뜨리는 지진이다. 우르릉 꽝꽝 울려대고 꾸짖어가며 회칠한 무덤을 파헤치는 여인이다. 설익은 대답에 번개처럼 떨어지는 물음표다.

 

지배욕. 그것은 그 눈에 띄기라도 하면 기어다니게 되는, 머리를 조아리며, 전전긍긍하게 되는, 그리하여 뱀과 돼지보다도 더 비천하게 되는 어떤 것이다. 끝내 크나큰 경멸의 잘규가 사람들로부터 터져 나오기까지.

 

지배욕. 그것은 저들 스스로가 ' 물러가노라!'고 외쳐댈 때까지 도시와 제국들의 얼굴에 대고 '물러가라!'고 설교하는, 저 크나큰 경멸의 무시무시한 여교사다.

 

지배욕. 그러나 그것은 유혹적인 모습으로 순결한 자, 고독한 자, 그리고 자족할 만큼 높은 자의 경지까지 오른다. 지상의 하늘에 보랏빛 행복을 유혹하듯 그려넣는 사랑처럼 그렇게 불타오르며.

 

지배욕. 높은 자가 아래로 내려와 권력을 열망할 때 누가 그것을 두고 병적 탐욕이라고 부르겠는가! 진정, 그같은 열망과 하강에는 병적인 것도 탐욕적인 것도 없거늘!

 

고독의 저 높은 경지가 영원한 고독을 마다하고 자족하지 않는 것. 산이 골짜기로 내려오고 높은 곳에 있는 바람이 낮은 곳으로 불어 내리는 것.

 

오, 그 누가 이러한 동경에 걸맞은 세례명과 덕의 이름을 찾아낼 것인가! 이 이름할 수 없는 것을 차라투스트라는 일찍이 "베푸는 덕"이라고 부른 바 있다.

 

 

이기심

 

그리고 그때 이런 일도 일어났으니 그가 말로써 이기심을, 힘찬 영혼에서 솟아오르는 건전하며 건강한 이기심을 복된 것으로 찬양한 것이다. 진정, 처음으로!

 

고상한 신체, 아름답고 강력하며 생기 있는 신체가 속해 있는, 그리고 그 주위에 있는 모든 사물이 거울이 되어 되비추어주고 있는, 그 힘찬 영혼에서 솟아오르는.

 

저 유연하며 구변 좋은 신체, 비유와 정수가 자기향락적인 영혼인 저 춤추는 자. 이같은 신체와 영혼이 누리는 자기향락은 스스로를 일컬어 "덕"이라고 한다.

 

이같은 자기향락은 성스러운 숲으로 감싸듯 좋음과 나쁨이라는 말로 자신을 감싼다. 그러고는 행복이라는 이름 아래 온갖 경멸스러운 것을 자기 자신으로부터 몰아낸다.

 

그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일체의 겁을 쫓아버린다. 그는 말한다. 나쁜 것은 겁많은 것!이라고. 허구한 날 근심에 싸여 있는 자, 한숨 짓는 자, 탄식하는 자 그리고 사소한 이익이나 주워 모으는 자, 그에게는 이런 자들이 경멸할 만한 자로 생각된다.

 

 

하인의 근성

 

보다 하찮은 것으로 간주되는 것은 쉽게 영합하는 자, 곧장 땅바닥에 드러눕는 개와 다름이 없는 자, 겸허한 자다. 하긴 겸허하며 개와 다를 바 없는, 경건하며 쉽게 영합하는 지혜도 있긴 하다.

 

자기 자신을 지키려 하지 않는 자, 독이 든 침과 사악한 시선을 말없이 삼켜버리는 자, 무던히 참기만 하는 자, 모든 것을 인내하는 자,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매사 만족해하는 자들도 자기향락에게는 혐오스럽고 역겨운 존재들이다. 그런 것들은 하인의 근성이니.

 

나쁨

 

누가 신들 앞에서 그리고 신들의 발길질 앞에서 하인처럼 굴든, 사람들과 멍청한 여론 앞에서 그리하든 이 복된 이기심은 일체의 하인 근성에 침을 뱉는다!

 

나쁨, 기가 죽어 있는 것, 쩨쩨하게 굴종이나 하는 것, 부자유스럽게 깜박이는 눈, 짓눌린 가슴, 두텁고 겁먹은 입술을 하고 입술을 맞추는 저 위선에 찬 타협적 태도 모두를 복된 이기심은 그렇게 부른다.

 

 

이기심을 학대하는 것

 

그러나 사이비 현자들, 모든 사제들과 세상살이에 지쳐 있는 자, 여인과 하인의 영혼을 가진 자. 오, 예로부터 이같은 자들의 농간이 얼마나 이기심을 학대해왔던가!

 

거기에다 이기심을 학대하는 , 바로 그런 행위가 덕으로 간주되고 덕으로 불려 왔으니! 그러니 "무욕", 세상살이에 지쳐 있는 겁쟁이들, 그리고 십자거미들이 그것을 소망한 것도 실로 당연한 것이리라!

 

 

위대한 정오

 

그러나 이들 모두에게 그날이, 변화가 그리고 심판의 칼이, 저 위대한 정오가 다가오고 있다. 이제 많은 것이 반드시 백일하에 드러나리라!

 

그리고 자아를 두고 건전하고 신성하다고 말하며, 이기심을 두고 복되다고 말하는 자, 진정, 예언자는 그가 알고 있는 것을 일러주고 있다. "보라, 위대한 정오가 다가오고 있다. 가까이 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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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고향 네 집에

 

너 이제 여기 네 고향 네 집에 와 있다. 그러니 무슨 말인들 못하랴. 마음속에 있는 것을 모두 털어놓아도 된다. 여기서는 감추어져 있는 감정과 굳어 있는 감정, 그 어느 하나 부끄러울 것이 없다.

 

여기서는 모든 사물이 응석을 부려가며 네가 하는 말로 다가와 네게 아첨을 하리라. 너의 등에 업혀 달려보고 싶은 것이다. 너 예서 온갖 비유의 등에 업혀 온갖 진리를 향해 달리고 있으니.

 

너는 예서 온갖 사물에게 솔직하고 정직하게 이야기해도 된다. 진정, 누구든 온갖 사물과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눈다면, 저들의 귀에는 그것이 찬미로 들릴 것이다!

 

 

버림받았다는 것

 

그러나 버림받았다는 것은 이와 다르다. 오 차라투스트라여,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가? 너 숲속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송장 옆에 서 있었고 그런 너의 머리 위에서 너의 새가 울어대던 그때를.

 

'나의 짐승들이 나를 인도해주면 좋으련만! 나는 사람들 틈에 있는 것이 짐승 틈에 있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임을 깨달았다.' 너 이렇게 말하던 때를. 버림받았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겉치레

 

변복을 한 채 나 저들 틈에 앉아 있었다. 저들을 견뎌내고 있다고 나 자신이 착각하고 있어도 좋다는 각오로, 그리고 나 자신에게 "너 바보여, 너는 사람들을 모른다!"고 기꺼이 타일러가면서!

 

사람들과 함께 살다보면 저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잊게 된다. 사람들에게는 너무 많은 겉치레가 있다. 아득한 시야를 갖고 아득한 것을 찾고 있는 눈이 예서 무슨 소용이 있는가!

 

 

모든 변변치 못한 것들은

 

독파리들에게 물리고, 수많은 악의의 물방울에 의해 돌처럼 뚫린 속을 하고는 나 저들 사이에 앉아 내 자신에게 말했었다. "모든 변변치 못한 것들은 그 변변치 못함에 대하여 아무 책임이 없다!"고.

 

 

더없이 독성이 강한 독파리들

 

누구보다도 "선한 자"를 자처하는 자들이야말로 더없이 독성이 강한 독파리들이다. 저들은 아무 가책 없이 물어뜯고 아무 가책 없이 거짓말을 해댄다. 그런 자들이 어떻게 내게 공정할 수가 있으랴!

 

 

말 둘러대는 법

 

나 자신을 그리고 나의 풍요를 감추자. 그래야 한다는 것을 나는 저 아래에서 배웠다. 나 사람들의 정신이 아직도 하나같이 궁핍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내가 모든 사람을 알고 있고,

 

나 저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정신으로 충분하며 어느 정도의 정신이면 이미 과도한지를 간파하고 냄새 맡았다고 했지만, 그것은 내 연민이 꾸며낸 거짓말이었다!

 

저들의 완고한 현자들을 나 완고하다고 하지 않고 지혜롭다고 했다. 나는 이처럼 말을 삼켜버리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저들의 무덤 파는 자들을 나 탐구하는 자, 음미하는 자라고 불렀다. 나 이처럼 말 둘러대는 법을 배운 것이다.

 

 

무덤을 파는 사람

 

무덤을 파는 사람은 병까지 파내어 병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오래된 파편더미 밑에 고약한 연무가 서려 있다. 늪을 휘젓는 일은 없어야겠다. 그러려면 사람들은 산 위에서 살아야 한다.

 

 

재채기

 

거품 나는 포도주에 간지럼을 타듯 날카로운 대기에 간지럼을 탄 나의 영혼은 재채기를 한다. 재채기를 하고 나서는 자신에게 환성을 지른다. 건강하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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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책세상 니체전집 13
프리드리히 니체 / 책세상 / 2015년 12월
평점 :
일시품절


 

 

저들도 한때는

 

모기가 그러하고 젊은 시인들이 그리하듯 저들도 한때는 빛과 자유 주변을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다녔었다. 그러다가 나이가 좀 들고 열이 가라앉으면서 어느덧 속을 알 수 없는 사람, 밀담이나 나누는 사람, 난롯가에 쪼그리고 앉아 세월을 보내는 사람이 되고 만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것들이

 

달리 할 수만 있었다면 저들도 달리 하고자 했을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것들이 전체를 더럽히기 마련이지. 나뭇잎은 말라버리겠지만. 그렇다고 어디 한탄할 것이 있겠는가!

 

 

오래된 일들

 

지난 밤 정원 담벼락에서 나 오래된 일들에 대한 말 다섯 마디를 들었다. 아주 늙고, 우울하고 말라빠진 야경꾼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들이었다.

 

"그는 아버지인데도 자신의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피고 있지 않다. 인간의 아버지가 자식들을 더 잘 보살피지!"

 

"너무 늙었어! 그래서 더 이상 자신의 아이들을 돌볼 수 없는 것이지." 다른 야경꾼이 대답했다.

 

"그에게 아이들이 있기라도 한 것인가? 그 자신이 그것을 증명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그것을 증명할 수 없지! 나 오래전부터 그가 그것을 제대로 증명해주기를 바랐지."

 

"증명이라고? 일찍이 그가 뭔가를 증명한 일이 있었다는 말투군! 증명, 그에게는 어려운 일이지. 그는 사람들이 그를 믿고 있다는 그 사실에 큰 무게를 두고 있지."

 

"그래! 그래! 신앙이, 그에 대한 신앙이 그를 행복하게 만들지. 늙은 사람들은 다 그 모양이지! 우리 또한 그렇고!"

 

빛을 싫어하는 두 늙은 야경꾼은 이렇게 말하고는 구슬프게 뿔나팔을 불어댔다. 지난 밤 정원 담벼락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때 나의 심장은 너무나도 우스워 뒤틀리다 못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라 횡경막 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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