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악의 저편.도덕의 계보 ㅣ 책세상 니체전집 14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정현 옮김 / 책세상 / 2002년 2월
평점 :
'하나의 능력에 의해서' 라고 칸트는 말했다
맨 먼저 ㅡ 꿈을 꾼 사람은 늙은 칸트였다. '하나의 능력에 의해서' 라고 칸트는 말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도대체 이것이 ㅡ 대답이란 말인가? 설명이란 말인가? 아니면 오히려 물음의 반복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도대체 어떻게 아편이 잠을 들게 만드는가? '하나의 능력에 의해서', 즉 최면의 힘에 의해서이다. ㅡ 몰리에르Moliere의 작품에 나오는 의사는 이렇게 대답한다.
왜냐하면 그 안에는 최면의 힘이 있기 때문에,
그것은 감각을 재우는 성질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답은 코미디에 속한다. 이제 마침내 "어떻게 선험적 종합 판단이 가능한가?" 라는 칸트의 물음을 "왜 그러한 판단에 대한 믿음이 필요한가?" 라는 다른 물음으로 바꿔야만 할 시기가 왔다. 즉 우리 같은 종(種)의 존재를 보존하기 위해 그러한 판단을 참이라고 믿어야만 한다는 사실, 그리고 왜 그 판단이 당연히 잘못된 판단이 될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또는 더 분명하고 근본적으로 말해, 선험적 종합 판단은 전혀 "가능한 것"이 될 수 없다. 우리에게는 그러한 판단을 주장할 권리가 없다. 우리의 입으로 말하자면 그것은 단지 잘못된 판단일 뿐이다. 물론 삶의 관점주의적 시각Perspektiven-Optik에 속하는 하나의 표면적인 믿음이나 외관으로 단지 그 판단의 진리에 대한 믿음은 필요하다.
니체, 『선악의 저편』, <제1장> 철학자들의 편견에 대하여, 제11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