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에 대한 근원적 탐구를 시도한 심오한 통찰을 담은 책
































































(밑줄긋기)

인류의 초상화 15

이 책은 인간 본성에 대한 금기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금기에 대한 도전이 정말로 위험한 것인가 아니면 단지 익숙하지 않은 것인가를 궁금히 여기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 또한 이 책은 이제 막 윤곽이 잡히고 있는 인류의 초상화에 호기심을 느끼거나 그 초상화에 대한 정당한 비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나, 인간 본성에 대한 금기로 인해 우리가 긴급한 문제들에 직면했을 때 완전한 기반 없이 해결을 시도하고 있음을 우려하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 그리고 마음, 뇌, 유전자, 진화의 과학이 우리의 인간관을 영구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음을 인식하고, 우리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가치들이 사라질 것인지, 존속할 것인지, 아니면 (나의 주장대로) 더욱 강화될 것인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가장 인기 있는 인간 본성 이론 27∼28

유대-기독교의 개념은 여전히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간 본성 이론이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6%가 성서의 창조 이야기를 믿고, 79%가 성서에 기록된 기적들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믿으며, 76%가 천사와 악마를 비롯한 영적인 존재들을 믿고, 67%가 어떤 형태로든 사후 세계가 존재할 것이라고 믿는 반면, 단 15%만이 다윈의 진화론이 지구상에 출현한 인간의 기원을 가장 적절히 설명하는 이론이라 믿는다.

많은 종교적 전통들이 결국에는 과학의 명백한 위협들(가령 코페르니쿠스와 다윈의 혁명적 이론)을 참고 받아들였듯이, 우리의 가치관도 빈 서판의 종말을 이기고 꿋꿋이 살아남을 것이다.


루소의 '고상한 야만인' 34

홉스와 루소는 자연 상태를 대조적으로 그렸고, 그 상반된 그림은 그 후 수세기 동안 사상가들의 영감을 자극했다. 고상한 야만인이라는 학설이 현대인의 의식에 미친 영향을 외면하기란 불가능하다. 우리는 자연적인 모든 것(자연 식품, 자연 의학, 자연 분만)을 존중하는 경향에서, 인위적인 것을 불신하는 경향에서, 권위적 방식의 양육과 교육에 대한 거부감에서, 그리고 사회적 문제들을 인간 조건에 고유한 비극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제도적으로 개선이 가능한 결점으로 이해하는 경향에서 그 영향을 보게 된다.


뇌의 '소유자' 38

마음과 육체의 이분법은 또한 일상 언어에까지 스며들어 있어서, 흔히들 "머리를 쓴다"라고 하거나 '육체를 떠난 경험'을 이야기하고, "존의 머리"나 "존의 뇌"라고 말하는데, 이러한 표현들은 그 뇌와 어떤 식으로든 별개로 존재하는 뇌의 소유자, 존을 전제로 한다. 이따금씩 언론인들은 "육체 이식 수술"이라 부를 수도 있는 것을 "뇌 이식 수술"로 표현한다. 사실 그것은 철학자 대니얼 데닛이 언급한 것처럼 기증자가 되는 편이 수혜자가 되는 것보다 훨씬 나은 이식 수술이기 때문이다.


기계장치 70

생물과 무생물 역시 더 이상 서로 다른 영역으로 분리되지 않았다. 1628년 윌리엄 하비는 인간의 신체가 수력학과 그 밖의 기계적 원리에 의해 가동되는 기계임을 입증했다. 1828년 프리드리히 뵐러는 생명의 재료가 고동치는 신비한 젤라틴이 아니라 화학적 법칙을 따르는 평범한 화합물들임을 입증했다. 찰스 다윈은 생명의 놀라운 다양성과 어디에나 존재하는 그 설계의 증거들이 어떻게 복제자들의 물리적인 자연 선택 과정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그레고어 멘델, 그리고 그의 뒤를 이어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은 복제 자체가 어떻게 물리적 관점으로 이해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세포는 그보다 단순하면서도 복제 능력이 있는 분자, 즉 물리적 세계의 무생물 부분에서 진화했고, 따라서 분자로 이루어진 기계 장치들의 집합체로 이해될 수 있다. 그것은 물론 엄청나게 복잡한 기계이지만 그럼에도 기계장치인 것은 분명하다.


도스토예프스키의 혜안 88

수감중인 드미트리 카라마조프가 그를 방문했던 학자에게서 방금 배운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누가 그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중략)
알료샤, 이 과학이란 건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내가 이해하기로는 새로운 인간의 출현일세. ...... 하지만 슬프게도 신을 잃게 되지 않는가!

도스토예프스키의 혜안은 정말 놀랍다. 1880년은 신경 기능의 기초만이 밝혀진 때여서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모든 경험이 떨리는 신경 꼬리에서 발생한다고 믿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뇌의 정보 처리 활동이 마음의 원인이라고 말하거나, 혹은 그것이 바로 마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느 경우든 간에 정신 활동의 모든 양상이 뇌 조직 속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사건들에 전적으로 좌우된다는 증거는 압도적으로 분명하다.


하나의 네트워크 90

오래된 교육 만화에 종종 등장하는 것처럼, 뇌를 각종 계기와 레버가 달린 제어반으로 보고 그것을 사용자-자아, 영혼, 유령, 개인, '나'-가 조종한다고 하는 것은 여전히 매력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인지 신경학에서는 자아 역시 뇌의 체계들로 이루어진 또 하나의 네트워크일 뿐임을 입증하고 있다.


세 가지 심각한 폭행 92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도발적인 설명에 따르면, "지금까지 인간은 과학의 손길이 순진한 자기애(自己愛)에게 가하는 세 가지 심각한 폭행을 견뎌야 했다." 그 세 가지는 우리의 세계가 천체의 중심이 아니라 광대한 우주의 한 점이라는 사실의 발견, 우리가 특별히 창조된 존재가 아니라 동물에게서 갈라져 나왔다는 사실의 발견, 그리고 우리의 의식이 종종 우리의 행동 방식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의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것뿐이라는 사실의 발견이다.


자연 선택의 산물 106

진화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 요인이다. 모든 생명체처럼 우리도 자연 선택의 산물이다. 우리는 생존과 짝짓기와 번식을 할 수 있는 특성들을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바로 이 중대한 사실이 우리의 가장 깊은 내면에 자리잡은 갈등들을 설명해 준다. - 왜 은혜를 모르는 자식을 두는 것이 독사의 이빨에 물리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지, 왜 재산께나 모은 독신 남성에게 아내가 필요하리라는 것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진리로 통하는지, 왜 우리는 그 좋은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못하고 빛의 소멸에 분노, 또 분노하는지.


자연 선택에 의해 형성된 갈망들 110

가까운 목표와 궁극적 목표의 차이는 우리가 빈 서판이 아님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이다. 사람들이 건강이나 행복과 같이 가까운 동시에 궁극적인 것으로 이해되는 분명한 보상을 얻기 위해 노력할 때, 우리는 마음의 행복이나 육체의 건강을 얻고자 하는 단 하나의 욕망과,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단 하나의 원인-결과 계산법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기 쉽다. 그러나 사람들은 종종 가까운 행복을 파괴하는 욕망, 드러내 놓고 표현할 수도 없고 그들이(그리고 사회가) 끝내 근절하지도 못하는 욕망을 느낀다. 사람들은 때때로 이웃의 배우자를 탐내고, 수명을 재촉할 정도로 먹어대고, 사소한 모욕에도 폭발하고, 의붓자식을 사랑하지 못하고, 맞서 싸우거나 도망칠 수 없는 스트레스 요인에 반응해 신체를 혹사하고, 이웃을 따라잡거나 승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평범하지만 믿을 수 있는 파트너보다는 섹시하고 위험한 파트너를 더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당혹스럽게 느껴질 법한 이 충동들에는 진화의 명백한 근거가 있다. 그 모순들은 인간의 마음이 개인적 행복을 위한 포괄적인 충동이 아니라 자연 선택에 의해 형성된 갈망들로 가득 차 있음을 시사한다.


음울하고 불길한 본질적 특성 112

고상한 야만인의 학설은 새로운 진화적 사고에 의해 그 오류가 더욱 무자비하게 노출된다. 자연 선택의 산물 중에는 그야말로 고상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다. 다음 세대의 발현을 위한 유전자들의 경쟁 속에서 고상한 것들은 도태되기 때문이다. 두 동물이 한 물고기를 먹을 수 없고 같은 짝을 독점할 수 없기 때문에 이익을 위한 투쟁은 모든 생명체에 편재한다. 사회적 동기가 자신의 복제를 최대화하려는 유전자들의 적응의 산물이라면, 그것은 그러한 투쟁에서 경쟁자들을 이기도록 설계되어야 하는데, 이기는 방법에는 경쟁을 중화시키는 방법도 포함된다. 윌리엄 제임스의 화려한 표현에 따르면, "경쟁자들을 차례차례 도살하는 장면을 성공적으로 연출했던 자들의 직계 후손인 우리는, 아무리 평화로운 미덕을 소유했을지라도 여전히 어느 한 순간에 화염처럼 타오를 준비가 되어 있다. 그것은 그들이 수많은 학살을 통해 다른 존재들을 죽이고 자신은 살아남기 위해 휘둘렀던 음울하고 불길한 본질적 특성이다."


직관 심리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 121

침팬지를 비롯한 영장류에게는 모방자라는 명성이 있지만('원숭이는 보는 대로 따라 한다.'), 사람과 같은 모방 능력(다른 사람의 동작이 아니라 의도를 모사하는 것)은 발달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그들의 직관 심리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웃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고자 하는 강한 충동 124

사회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이웃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고자 하는 강한 충동을 갖고 있다고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실험자에게 돈을 받고 일부러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아무것도 모르는 피실험자들 넣으면, 다수의 또는 대부분의 피실험자가 같은 행동을 보인다. 그들은 자신의 눈을 무시하고, 긴 줄을 짧다고 하거나 짧은 줄을 길다고 말하고, 난방 장치에서 연기가 나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설문지를 작성하고,「몰래 카메라」에서처럼 뚜렷한 이유도 없이 갑자기 속옷을 내린다. 그러나 사회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순응성이 의도적으로 고안된 실험에서는 아무리 유쾌해 보일지라도, 거기에는 사회 생활에 필요한 진정한 논리적 이유-실은 두 가지 이유-가 담겨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는 정보와 관련된 이유, 즉 다른 사람들의 지식과 판단에서 이익을 얻고자 하는 욕구이다.(중략)

순응성의 두 번째 동기는 규범과 관련된 이유, 즉 공동체의 규범을 따르고자 하는 욕구이다.


막대한 관성 129

어떤 집단적 관습들은 막대한 관성을 자랑하는데, 이는 그 관습을 변화시키려는 최초의 개인에게 큰 대가가 강요되기 때문이다. 차량의 좌측 통행을 우측 통행으로 전환하는 것은 누군가의 용감한 반항이나 시민 운동으로 시작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향식으로 강제되어야 가능한 일이다(1967년 9월 3일 일요일 오전 5시 스웨덴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 적들이 빈틈없이 무장하고 있을 때 무기를 내려놓는 것, 컴퓨터나 자판 배열을 포기하는 것, 임금님이 벌거벗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 등도 그러한 예에 속한다.


역사와 과학의 부합 132

생리학자 제러드 다이어먼드는 진화 심리학의 개념들을 제안한 동시에 인문과학 특히 그중 역사와 과학의 부합(consilience)을 제의한 사람이다. 『총, 균, 쇠(Guns, Germs, and Steel)』에서 그는 역사가 단지 사건의 연속이라는 표준적인 가정을 거부하고, 수만 년에 걸친 인류 역사를 인간의 진화와 생태학의 맥락에서 설명하려고 했다. 소웰과 다이어먼드는 인간 사회의 운명이 우연이나 인종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혁신적 성과물을 채택하려는 인간의 충동에서 나오는 것이며, 이 충동은 지리와 생태계의 변화와 결합되어 있다는 믿을 만한 견해를 제시했다.


공통된 유전자 때문 188

인간 게놈의 유전자와 비암호화 부위 모두에는 엄청난 양의 정보가 담겨 있고, 그 정보가 복잡한 유기체의 완성을 이끈다. 특정 유전자가 인지, 언어, 개성의 여러 측면에 구체적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심리적 특성이 다양할 때 그 다양성의 많은 부분은 유전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함께 성장했든 떨어져 성장했든 일란성 땅둥이는 이란성 땅둥이보다 더 비슷하고, 생물학적 형제는 입양된 형제들보다 더 비슷하다. 개인의 기질과 성격은 생애 초기에 출현해서 일생 동안 상당히 일관되게 유지된다. 그리고 성격과 지능 모두 어린이의 가정 환경으로부터 거의 또는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다. 한 가정에서 양육된 아이들이 비슷한 것은 그들의 공통된 유전자 때문이다.


민주 제도의 관리 체제 233

"우리"가 정말로 생물학의 족쇄에서 해방되어 있다면, 자유의 빛을 보는 순간부터 옳다고 간주되는 급진적 변화의 전망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진화의 불완전한 산물이어서 지식과 지혜가 제한되어 있고, 지위와 권력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도덕적으로 우월한 존재라는 자기 기만과 착각에 눈이 멀어 있다면, "우리"는 그 모든 역사를 짜 맞추기 전에 다시 생각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정치에 관한 장에서 설명하겠지만, 입헌 민주주의는 인간 본성에 대한 편견 즉 "우리"가 거만과 타락의 유혹에서 영원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론을 기초로 하고 있다. 민주 제도의 관리 체제는 불완전한 인간이 종종 휘두르는 위험한 야망을 막기 위해 고안되었다.


진화에 대한 종교적 반대 234

인간 본성 과학에 가장 끈질기게 반대해 온 우파 집단은 종교 부문 특히 기독교 근본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진화를 믿지 않는 사람은 마음의 진화도 믿지 않고, 비물질적 영혼을 믿는 사람은 인간의 생각과 감정이 뇌 세포에서 일어나는 정보 처리와 관계가 깊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진화에 대한 종교적 반대는 몇 가지 도덕적 두려움에서 동력을 얻는다. 분명한 것은 진화라는 객관적 사실이 성서에 기록된 창조 이야기의 엄밀한 진실성을 훼손하고 그럼으로써 종교적 권위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한 창조론자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성서가 생물학적으로 틀렸다면 내가 왜 도덕과 구원에 관한 성서의 가르침을 믿겠는가?"


과학 교육이 왜곡된다는 것 235

진화에 대한 우익의 반대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창조론 운동가들 때문에 미국의 과학 교육이 왜곡된다는 것이다. 1968년 대법원 판결이 있기 전까지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진화론에 대한 정직한 교육을 금지하는 것이 허용되었다. 판결이 난 이후 지금까지 창조론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들이 통과시키고자 하는 내용에는, 과학 성적 기준에서 진화론을 빼는 것, 진화론은 "이론에 불과하다"는 선언문을 넣는 것, 교과 내용을 완화시키는 것, 진화론을 자세히 다루는 교과서에 반대하거나 창조론이 소개된 교과서를 채택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뇌과학 235

종교적 우익은 진화론뿐 아니라 신경과학 때문에도 곤혹을 치르고 이다. 기계 속의 유령을 쫓아내고 있는 뇌과학은 그에 의존하는 두 가지 도덕적 원리를 무너뜨리고 있다. 하나는 모든 사람에겐 영혼이 있으며 그 영혼은 가치를 찾고, 자유 의지를 행사하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진다는 원리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행동이 화학적 법칙을 따르는 뇌 회로의 지배를 받는다면 선택과 가치는 물거품이 될 것이고 도덕적 책임의 가능성은 수증기처럼 증발할 것이다. 창조론 옹호자 존 웨스트는 이렇게 표현했다. "인간이 (그리고 인간의 믿음이) 정말로 물질적 존재의 무심한 산물이라면, 인간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모든 것-종교, 도덕, 미-이 객관적 기초를 잃게 될 것이다."

두 번째 도덕적 원리는 (모든 기독교 종파가 아니라 일부 종파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임신할 때 영혼이 몸 안으로 들어오고 사망할 때 몸 밖으로 나가면, 따라서 개인의 생명을 규정한다고 하는 것이다. 이 원리에 따르면 낙태, 안락사, 배반포에서 줄기 세포를 채취하는 것이 모두 살인에 해당된다. 또한 인간을 동물과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로 규정하고, 인간 복제를 신의 질서를 위반하는 행위로 간주한다.


모든 가치의 완전한 일식 240

저널리스트 앤드루 퍼거슨은 독자들에게, 진화 심리학이 "틀림없이 섬뜩한 느낌을 줄 것"이라 경고한다. "행동이 도덕적인가 아닌가, 가치를 나타내는가 아닌가는 새 과학과 유물론이 판정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의 글에 따르면 새 과학은 사람들이 단지 "고깃덩어리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인간을 애초에 신이 창조했고, 영혼을 부여받았으며, 무한히 소중한 존재"로 보는 전통 유대-기독교적 관점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심지어 신경과학과 진화 심리학을 찬양하는 좌익 성향의 저자 톰 워프도 그 속에 함축된 도덕적 의미를 걱정한다. 「미안하지만 당신의 영혼은 방금 죽었다」란 수필에서 그는 과학이 마침내("가치의 마지막 피난처인") 영혼을 죽일 때, '그 뒤를 이을 섬뜩한 광란의 축제는' 모든 가치의 완전한 일식"이라는 [니체의] 표현을 무색하게 만들 것"이라 쓰고 있다.


압도적인 증거에 의해 자연스럽게 침몰할 것 242

종교적 우익이 지식 활동에 가하는 어떤 공격도 진화론에 대한 반대보다 극단적이지 않다. 창조론으로 불리든 지능적 설계라는 완곡한 이름으로 불리든 자연 선택 이론을 부인하는 견해는 그 이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압도적인 증거에 의해 자연스럽게 침몰할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바다 속으로 가라앉기 전까지 과학 교육과 생물·의학 연구에 얼마나 더 큰 피해를 입힐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합리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246

문제는 인간 본성이 갈수록 마음의 과학, 뇌, 유전자, 진화 등에 의해 설명될 것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우리가 그 지식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있다. 평등, 진보, 책임, 개인의 가치라는 우리의 이상에는 어떤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가? 인간 본성에 반대하는 좌·우익 분파들은 한 가지 사실에 대해서는 옳다. 그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그 문제를 대할 때에는 두려운 방어적 태도가 아니라 합리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사슬 250

알렉산더 포프는 "자연의 사슬에서 어떤 고리가 깨지든,/ 그것이 열 번째든 만 번째든 사슬은 똑같이 붕괴한다."라고 썼다.


불변성 250

『2대 세계 체계에 관한 대화』에 담긴 갈릴레오의 본심은 불변성이 왜 그렇게 위대한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내가 보기에 지구가 이토록 고귀하고 훌륭한 것은 바로 그 안에서 다양한 변경, 변화, 생성 등이 끊임없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변화도 없어서 지구가 광대한 모래 사막이나 벽옥의 산으로 남았거나, 대홍수가 일어났을 때 지구를 덮었던 물이 얼어붙어 거대한 얼음 덩어리로 남았다면, 내 눈에는 그저 이 우주 속에서 아무 운동도 하지 않는, 한미디로 불필요하고 존재 가치가 없는 무의미한 덩어리로만 보일 것이다. 이것은 살아 있는 동몰과 죽은 동물의 차이인데, 나는 달과 목성과 그 밖에 모든 천체들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 사람들이 완벽함, 영원성 등을 높이 찬양한다면 내 생각에 그것은 계속 살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들은 인간이 불멸이라면 그들 자신이 결코 이 세상에 오지 못했을 것이란 사실을 생각하지 못한다. 그런 사람들은 정말로 메두사의 머리와 마주쳐서 벽옥이나 다이아몬드의 상태로 변하고 그럼으로써 현재 상태보다 더 완벽해질 만한 가치가 있다.


가짜 자격증 251

오늘날 우리는 이 세계를 갈릴레오처럼 본다. 우리로서는 돌과 공기가 3차원의 공간에 존재하는 것이 선악과 관계가 있다거나 삶의 의미나 목적과 관계가 있다고 상상하기 어렵다. 갈릴레오 시대의 도덕적 감각은 결국 천문학적 사실에 따라 수정되었는데, 이것은 사람들이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도덕성이 거대한 존재 사슬과 관계 있다는 바로 그 생각이 애초에 잘못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도 그때와 비슷한 과도기를 겪고 있다. 빈 서판은 현대의 거대한 존재 사슬이다. 그 학설은 삶의 의미와 도덕성의 이론적 근거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당대의 과학으로부터 맹공을 받도 있다. 갈릴레오가 세상을 떠난 다음의 100년 동안에 그랬듯이, 우리의 도덕 관념도 생물학적 사실에 따라 수정될 것이다. 사실은 사실이기 때문에, 그리고 빈 서판의 도덕적 자격증이 가짜이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차이와 사회 정의 269

생물학적 차이를 사회 정의라는 개념과 조화시킬 수 있는가? 물론이다. 철학자 존 롤스는 그의 유명한 정의 이론에서, 무지의 베일에 가린 채 자기 이익을 위해 협상하는 행위자들이 하나의 사회적 계약을 만들어 내는 것을 상상해 보라고 요구한다.


평등주의의 이름으로 전개된 잔학 행위 271

평등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불공평한 대우는 여러 가지 형태를 띨 수 있다. 가령 누진세, 부동산 중과세, 능력보다는 나이에 의한 학급 편성, 인종이나 지역을 안배한 할당제와 특혜, 의료 기관의 사적 운영이나 몇몇 자유 상거래의 금지 등의 경우에는 한성과 험담이 엇갈린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대단히 위험하다. 만약 사람들이 동일하게 출발하지만 결국에는 일부가 나머지보다 더 부유해진다고 한다면,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부유한 사람들이 분명 더 탐욕스럽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리고 자칫 재능을 죄악으로 추락시켜 그 해결책을 재분배가 아닌 복수에서 찾을 수도 있다. 20세기의 수많은 잔학 행위가 평등주의의 이름으로 전개되었는데, 성공을 범죄의 증거로 여기고 부유층을 공격했다. 소련에서는 쿨락("부르주아 농민")이 레닌과 스탈린의 손에 절멸되었고, 중국 문화혁명에서는 교사, 전(前) 지주, "부농"이 모욕과 고문과 살해를 겪었으며,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주 정권 하에서는 도시 거주자와 지식 전문가들이 과도한 노동으로 인해 죽거나 처형되었다. 교육과 기업 정신을 자산으로 해 번영을 이루었던 소수 민족들, 가령 동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의 인도인, 나이지리아의 이보스인,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인도네이사와 말레이시아의 중국인, 전 세계의 유대인이 고향에서 쫒겨나거나 조직적인 학살의 희생자가 된 것은 그들 중 두드러지게 성공한 사람들을 기생충과 착취자로 몰아붙인 결과였다.


노벨상 수상자를 생산하는 정자를 원한다면 273

가령 과학적 천재성, 체육 능력, 음악적 재능 같은 특성들은 행동 유전학에서 창발적(emergenic)이라 부르는 범위에 속한다. 다시 말해 유전자 조합이 있어야만 구현되므로, "실물 그대로 번식"되지는 않는다. 게다가 하나의 유전자라도 다른 환경에서는 다른 행동을 낳는다. 생화학자 조지 월드는 노벨상 수상자라는 이유로 윌리엄 쇼클리 정자 은행으로부터 정액 샘플을 요청받았을 때 이렇게 대답했다. "노벨상 수상자를 생산하는 정자를 원한다면 우리 아버지같이 외국에서 이민 온 가난한 재단사를 만나 보시오. 내 정자에서 무엇이 나왔는지 아시오? 두 명의 기타리스트요!"


"단지" 277

역사가들은 공산주의자들의 집단 처형, 강요된 행군, 강제 노동, 인위적 기아가 1억 명의 사상자를 냈는지 아니면 "단지" 2,500만 명의 사상자를 냈는지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또한 그 잔학 행위들이 도덕적으로 나치의 홀로코스트보다 더 나빴는지 아니면 "단지" 그 정도였는지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인간 개조 280

나치즘과 마르크스주의는 모두 인류를 개조하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마르크스는 "대규모의 인간 개조가 필요하다."라고 썼다. 히틀러는 "인류를 새롭게 창조할 의지"야말로 국가 사회주의의 핵심이라고 썼다.


인간의 완벽함 286

인간이 핵심까지 썩어 있고 어떤 노력을 해도 더러워지기만 한다면 누가 이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겠는가? 루소의 저작들이 낭만주의 문학 운동과 프랑스 혁명을 동시에 자극했던 것이나 1960년대에 낭만주의 운동과 급진 정치 운동이 나란히 부활했던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철학자 존 패스모어는, 새롭게 개선된 인간 본성을 통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려는 열망이 서구 사상에 반복해서 나타났음을 밝히면서, 그것을 D. H. 로렌스의 말로 요약했다. "인간의 완벽함! 아, 얼마나 음울한 주제인가!"


대단히 부도덕한 자연 291

존경받는 진화 생물학자 조지 윌리엄스는 자연 세계를 "대단히 부도덕하다."라고 묘사한다. 자연 선택은 선견지명이나 동정심이 전혀 없어서, "솔직히 말해 근시안적 이기심이 극대화되는 과정"이다. 포식자들과 기생 생물이 만들어 내는 온갖 불행만이 있을 뿐, 같은 종의 구성원들 사이에도 연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유아 살해, 형제 살해, 강간이 여러 종에서 관찰되고, 심지어 금실이 좋다고 하는 종에서도 간통이 흔하며, 채식에만 의존하지 않는 모든 종에서 동족 식육이 일어나고, 가장 폭력적인 미국 도시에서보다 더 빈번하게 싸움으로 인한 죽음이 대부분의 동물 집단에서 나타난다.


인간 본성에 대한 인정 298

인간 본성에 대한 인정은 사회적·도덕적 진보와 모순되지 않을 뿐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일어난 뚜렷한 진보의 이유를 설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디, 역사와 선사 시대의 전 기간에 공통적이었던 관습-노예제, 신체 절단 처벌, 고문에 의한 처형, 편리함을 위한 대량 학살, 끝없는 피의 원한, 이방인에 대한 즉결 처형, 전쟁의 노획물로서의 강간, 산아 제한으로서의 유아 살해, 여성에 대한 법적 소유 등-은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라졌다.


인지적·도덕적 자원 308

인간 본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를 영원한 억압, 폭력, 탐욕으로 몰아넣는 반동적 교의가 아니다. 물론 우리는 굶주림이나 질병 같은 불행의 요소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인간의 해로운 행동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요소와 싸우기 위해서는 인간 본성에 포함된 성가신 사실들을 부인하려고만 하지 말고, 그것을 좋은 사실들과 대립시켜야 한다. 사회적 변화를 위한 노력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인지적·도덕적 자원이 무엇인가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그 노력을 인간적인 것으로 만들려면 그런 종류의 변화를 바람직한 것으로 만드는 보편적 즐거움과 노고를 인정해야 한다.


이해는 용서가 아니다 320

"행동을 설명하는 것과 변명하는 것의 차이는 "이해는 용서가 아니다."라는 말에 잘 표현되어 있고, 흄, 칸트, 사르트르 등의 철학자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그것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개인이 말 그대로 강요당하지 않으면(즉, 누군가 머리에 총을 들이대지 않으면), 그의 행동은 비록 두개골 안에서 일어난 사건들의 결과일지라도 자유롭게 선택된 것이라고 믿는다.


억제의 역설 323


사형은 억제의 역설적 논리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예지만, 그 논리는 보다 약한 형벌에도 적용되고, 개인의 복수 행동에도 적용되며, 추방이나 경멸 같은 무형의 사회적 처벌에도 적용된다. 진화 심리학자들과 게임 이론가들은 억제의 역설이 정의에 대한 욕구를 뒷받침하는 감정들-준엄한 보복의 욕구, 세계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악한 행동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처벌뿐이라는 강렬한 감정-의 진화로 이어졌다고 주장해 왔다.


남들은 안 되고 나만 된다 333


모든 시대의 윤리 철학자들이 지적했듯이, "남들은 안되고 나만 된다!"는 삶의 철학은 객관적인 관점에서 자기 자신을 남들과 똑같은 존재로 보는 순간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 내가 서 있는 공간상의 한 점인 "여기"가 우주에서 특별한 장소라고 우기는 것과 같다."


생리학과 유전학의 대상 336

줄기 세포를 연구하면 간염이나 파킨슨병의 치료법을 발견할 수도 있는데, 그것이 "존재론적 비약"을 통해 "영혼"으로 성장할 세포 덩어리이므로 연구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종교 운동에서 어떤 존엄을 볼 수 있는가? 알츠하이머병, 중증 우울증, 정신 분열증 같은 불행의 씨앗들은 생각과 감정을 비물질적 영혼으로 취급할 때가 아니라 생리학과 유전학의 대상으로 취급할 때 제거될 것이다.


허무주의에 대한 극복(종교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생각) 336

영혼이 육체보다 오래 산다는 교의는 결코 옳지 않다. 필연적으로 지상에서의 삶을 무가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수잔 스미스는 어린 두 아들을 호수 바닥으로 던질 때 "우리 아이들은 가장 좋은 곳에서 살 자격이 있고 이제 그렇게 될 것"이라는 합리화로 자신의 양심을 속였다. 행복한 사후 세게는 부모가 자식의 생명을 빼앗으면서 남기는 최후의 편지에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다. 최근에도 그런 믿음이 자살 폭탄 테러범과 공중 납치범에게 용기를 돋우어 주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는, 사람들이 더 이상 신의 응보를 믿지 않으면 거리낌없이 악행을 저지를 것이라는 주장을 거부해야 한다. 물론 비신자들은 법망이나 사회적 비난이나 자신의 양심을 피할 수만 있다면 영원한 지옥 불에 떨어지는 것쯤은 두렵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또한 천국에서 영원히 살 것이라는 희망을 위해 수천 명의 사람을 학살하지는 않는다.


인생의 소중한 선물 337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이 주는 정서적 위안도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뇌가 죽을 때 우리의 존재가 끝난다면 삶은 목적을 상실하는가? 오히려 매 순간을 감각하며 사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소중한 선물이라는 깨달음보다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순간순간 "인생은 짧다."라는 사실을 떠올림으로써 얼마나 많은 싸움을 피했고, 얼마나 많은 친구를 사귀었으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아꼈고, 얼마나 많은 애정을 표현했는가?


궁극 원인과 근인과의 혼동 339

우리의 모든 동기가 이기적이라는 생각 때문에 우울함을 느끼는 사람은 엘비와 똑같은 혼란에 빠져 있다. 궁극 원인(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의 이유)과 근인('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사는가?')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두 의미는 아주 비슷해 보이기 때문에 혼동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리처드 도킨스가 밝힌 바에 따르면, 자연 선택의 논리를 이해하는 좋은 방법은 유전자가 이기적 동기를 가진 행위자라고 상상하는 것이다. 그의 비유는 완벽하지만 한편으로는 경솔한 사람들을 함정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성을 품고 있다. 유전자는 비유적 동기-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것-를 가지고 있으며, 유전자에 의해 설계된 유기체는 실제적 동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같은 동기가 아니다. 때로는 유전자의 가장 이기적인 행위가 인간의 뇌에 이타적인 동기-진심에서 우러난, 무조건적인, 뼛속에서 우러나는 헌신성-를 배선한다.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물려줄) 자식에 대한 사랑, (유전적으로 한 배를 탄) 충실한 배우자에 대한 사랑, (신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와 동지에 대한 사랑은 우리 인간의 경우(근인의 차원)에서는 한계와 비난을 초월하지만, 유전자의 경우(궁극적 차원)에서는 이기적 행동에 비유된다.


非제로섬 게임 342

이 세계에는 양 당사자가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보다는 비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더 유리한 비(非)제로섬 게임이 존재한다(떠밀고 떠밀리는 것보다는 떠밀지 않고 떠밀리지도 않는 것이 더 이익이다.). 이익이 목표라면 몇 가지 조건이 필연적으로 주어진다. 나를 해치는 것이 부도덕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회로를 가졌다면 어느 누구도 남을 해치는 것이 부도덕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을 수 없다. 수와 숫자 감각의 경우처럼 도덕 체계도 다른 문화 또는 다른 행성에서 비슷한 결론을 향해 진화했을 것이다. 실제로 황금률은 여러 시대 여러 곳에서 발견되었다.「레위기」와 「마하바라다」의 저자들, 힐렐, 예수, 공자, 로마 제국의 스토아 학파 철학자들, 홉스, 루소, 로크 등의 사회 계약론자들, 정언 명령을 제시한 칸트 등의 윤리 철학자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의 도덕 관념은 무리 속에서 무로부터 날조되었다기보다는 윤리학의 고유 논리와 맞물리도록 진화했으리라 추정된다.


도덕관념 342

존재론적 지위가 무엇이든 도덕 관념은 인간의 마음에 기본적으로 갖추어진 표준 장비의 일부이다. 인간의 마음은 우리가 획득한 단 하나의 마음이고, 따라서 우리는 그 직관적 능력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우리가 도덕적 관점에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면(최소한 어느 때에 그리고 누군가에 대해), 도덕성은 전능한 신의 명령이나 우주 속에 새겨졌다고 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는 실제적인 것이 된다. 사랑, 진리, 미 같은 다른 가치들도 마찬가지이다. 그것들이 "외부에" 실제로 존재하는지 또는 인간의 뇌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작용하는 것인지를 과연 우리는 알 수 있을까? 그것이 인간의 사고 방식에 고유한 특성이라면 과연 얼마나 끔찍해질까? 우리는 인간의 조건에 대해 칸트의『실천 이성 비판』에 따라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두 가지를 더욱 자주 그리고 진지하게 숙고할수록, 그것은 마음을 더욱더 새롭고 강렬한 감탄과 경외로 채운다. 별이 총총한 하늘과 마음 속의 도덕률이 그것이다."

(나의 생각)
내 머리 위에는 별이 빛나는 하늘, 내 마음 속에는 도덕법칙!
(30년 전에 칸트의 책에서 접했던 '번역'이 훨씬 더 매끄럽다. 그래서 아직도 내 마음 속에 그대로 남아 있는지도......)



언어 366

인간이라는 작품을 구성하는 모든 기능들 중에서 언어야말로 가장 경외로운 기능일 것이다. (중략) 길릴레오도 당대의 예술과 발명품에 놀라움을 표하는 대목에서 글자 형태의 언어를 다음과 같이 평했다.

그러나 그 모든 위대한 발명품을 능가하는 것이 있으니, 비록 시간과 공간이라는 강력한 장벽이 놓여 있지만 자신의 깊은 사고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단을 꿈꾸었던 자의 마음은 얼마나 위대했던가! 인도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 또는 앞으로 천 년이나 만 년이 지나도 태어나지 않을 사람들에게 자신의 말을 전하다니, 스무 개의 철자를 종이 한 장에 배열해 그렇게 쉽게 의사를 소통하다니!

그러나 지적 활동의 영역에서는 아주 우스운 일이 언어에 일어났다. 언어가 사고를 전달하는 능력을 인정받기보다는 사고를 속박하는 힘 때문에 비난을 받았다. 그런 걱정은 두 철학자의 유명한 인용문에 잘 포착되어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언어의 감옥에 갇혀 사고하기를 거부하려면 사고를 멈춰야 한다."라고 썼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라고 썼다.


뇌 속의 포토샵 381

심리학자 스티븐 코슬린은 우리의 뇌에는 지각 경험의 기억들을 재활성화하고 조작하는 체계가 갖추어져 있음을 입증했는데, 이 체계는 마치 적절한 기계를 이용해 이미지를 조립하고 돌리고 채색하는 포토샵과 흡사하다고 한다. 언어처럼 심상도 뇌의 고위 간부를 위해 일하는 노예 체제-"시공간적 스케치북"-이고, 그럼으로써 가치 있는 형태의 정신적 표현물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의자가 거실에 어떻게 맞을지 또는 스웨터가 딸에게 잘 어울릴지를 마음 속으로 그릴 때 정신적 이미지를 사용한다. 심상은 또한 장면을 말로 묘사하기 전에 상상해 보는 소설가와, 상상 속에서 분자를 회전시키거나 작용력과 운동 형태를 그려 보는 과학자에게 매우 귀중한 도구이다.


생물학적 법칙의 지배를 받는 신체 기관 395

최근까지는 영혼에 대한 직관적 개념이 우리에게 매우 효과적이었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영혼이 있고, 그 영혼은 임신의 순간 생겨나 죽을 때 몸을 떠난다. 동물, 식물, 사물에게는 영혼이 없다. 그러나 오늘날 과학은 이른바 영혼이란 것(감정, 이성, 의지의 그릇)이 뇌의 정보 처리 활동이고 뇌는 생물학적 법칙의 지배를 받는 신체 기관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인간의 탄생을 가름하는 선 400

이른바 "개인"이 점차로 발달하는 뇌로부터 조금씩 출현한다는 사실 앞에서 우리는 생명 윤리의 문제들을 재구성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뇌가 완전히 조립되거나 완전히 접속되어 처음으로 반짝하고 켜지는 어느 한 시점을 생물학자들이 발견했다면 문제는 아주 간단해졌겠지만, 뇌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신경계는 배아에서 하나의 간단한 관 모양으로 생겨난 후 뇌와 척수로 분화된다. 뇌는 태아 때부터 기능을 하기 시작하지만, 아동기를 거쳐 심지어 사춘기까지도 배선을 계속한다. 종교적 윤리학자와 비종교적 윤리학자들이 한 목소리로 "인성의 기준"을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데에는, 뇌 발생기의 어느 한 시점에 인간의 탄생을 가름하는 선을 그을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그런 선을 발견했다는 주장은 어김없이 도덕적 모순으로 이어진다.


그런 권한 401

어차피 다른 포유류들도 살기 위해 투쟁하고,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처럼 보이고, 행복이 위태로워질 때에는 고통과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겪는다. 대형 원숭이들도 우리처럼 호기심과 가족애라는 고도의 즐거움을 느끼고 지루함, 외로움, 슬픔 같은 깊은 고통을 경험한다. 그런 권한이 오직 우리 종에게만 소중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퇴출당한 감자 이야기 404

2001년 유럽연합(EU)의 한 보고서는 15년에 걸친 81건의 조사 프로젝트를 검토한 결과 유전자 조작 곡물이 인간의 건강과 환경에 새로운 위험을 가한다는 증거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것은 생물학자에게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유전자 조작 식품은 결코 "자연"식품보다 위험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자연 식품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 식품점에서 판매하는 거의 모든 동물과 야채는 수천 년 동안 선택적인 품종 개량과 이종 교배를 통해 "유전적으로 조작된" 것들이다. 야생에서 자라던 당근의 조상은 가늘고 쓴맛이 나는 흰색 뿌리였다. 옥수수수의 조상은 쉽게 부서지는 속에 돌처럼 단단하고 작은 낱알 몇 개가 붙어 있던 1인치 길이의 보잘것없는 품종이었다. 다윈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식물들은 먹히겠다는 특별한 욕구를 갖지 않은 생물이어서 맛있다거나 건강에 좋다거나 인간이 재배해서 수확하기 쉬운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인간에게 먹히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자극물, 독성, 쓴맛이 나는 성분 등을 진화시켰다. 따라서 자연 식품이라고 해서 특별히 안전한 점은 없다. 유해물에 저항하기 위해 선택적으로 교배하는 "자연"의 방법은 식물의 독성 농도를 증가시키기만 한다. 자연 감자의 한 품종은 인간에게 해로운 독성이 발견되어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두려움은 건강의 측면에서 보자면 명백히 비합리적일 뿐 아니라, 식품 가격을 더욱 올려서 가난한 사람들이 이용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 그럴듯한 두려움은 어디서 나오는가? ······

······ 이렇게 볼 때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두려움은 더 이상 이상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생물에는 어떤 본질이 있다는 표준적인 직관에 불과하다. 자연 식품에는 그 식물이나 동물의 순수한 본질이 있고 그와 함께 그것이 성장한 시골 환경의 건강한 힘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두려움 407

위험에 대한 지각이 사실에서 크게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실재론적 직관 때문만은 아니다. 위험 분석가들은 사람들의 두려움이 종종 객관적 위험의 한도를 벗어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동차 여행이 11배나 더 위험한데도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 여행을 피한다. 그리고 욕조에서 익사할 가능성이 400배나 높은데도 상어에게 잡아먹힐 것을 두려워한다.


위험과 두려움 409

위험을 완전히 이해하는 합리적인 사람들조차도 진보한 기술을 외면하기로 결정할 수 있다. 만약 어떤 것이 본능적으로 역겹다고 느껴지면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그것이 합리적이든 아니든 자신의 심리적 기준에 따라 거부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위생적으로 복원된 쓰레기장에서 재배한 야채를 거부하고 바닥이 유리로 된 승강기를 피하는 것은, 그것이 위험하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그런 생각이 두려움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개념의 힘으로 살아가는 종 419

비경합재의 힘은 인간의 진화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인류학자 존 투비와 어빈 드보어는 수백만 년 전 윌의 조상들이 이 세계의 생태계에서 "인지적 적소"를 점유했다고 주장한다. 사람과(科)의 동물인 호미니드는 환경의 인과적 관계를 모형화할 수 있는 정신적 연산 방법을 진화시킴으로써 마음의 눈으로 사건의 전개 과정을 그려 보고, 자기 주변의 돌, 식물, 동물을 이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 낼 수 있었다. 인간의 실제적 지능은 언어(기술 정보를 낮은 비용으로 공유할 수 있게 한다.)와 사회적 인식(사람들로 하여금 속지 않게 함으로써 협동하게 한다.)과 함께 진화했을 것이고, 그래서 말 그대로 개념의 힘으로 살아가는 종을 탄생시켰을 것이다.


양자 역학 421

머리 겔만은 양자 역학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지만 우리가 그 사용법을 알고 있는 신비하고 혼란스런 학문 분야"라고 설명했다. 리처드 파인만은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아무도 양자 역학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 가능하다면 ······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라는 의문 따위는 버리는 게 좋다. ······ 어떻게 그러는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양자 이론을 이해한다고 생각한다면, 양자 이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요!"


오래된 수수께끼들 422

우리의 조합적 지능으로 최선을 다해 분석해 봐도 그 이상한 실체들을 낚아 올릴 만한 낚싯바늘을 얻어낼 수가 없어서, 그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그 존재를 부정하거나 신비주의로 빠지게 된다. 좋건 궂건 우리의 세계는 항상 약간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어서 우리 후손들은 끝없이 종교와 철학의 오래된 수수께끼들을 숙고할 것인데, 그 수수께끼들은 결국 물질과 마음의 개념들과 연결되어 있다. 앰브로즈 비어스의 『악마의 사전』에서는 마음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마음 [명] 뇌에서 분비되는 신비한 물질 형태, 주요 작용은 자신의 본질을 확인하려는 노력에 있으나, 그 시도가 무익한 것은 자신의 본질을 알기 위해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의존해야 한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그게 내 본능이야 424

한 우화에 다르면, 전갈 한 마리가 개구리에게 강을 건너게 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독침으로 개구리를 찌르면 자기도 물에 빠져 죽게 될 터이니 절대로 찌르지 않겠다고 안심시켰다 한다. 강을 절반쯤 건넜을 때 전갈은 개구리를 찔렀고, 독침에 찔린 개구리가 왜 찔렀는지 이유를 묻자 전갈은 "그게 내 본능이야."라고 대답했다 한다.


'다윈주의적'이라는 말 425

생물이 때때로 서로를 해치는 것은 신비가 아니다. 진화에는 양심이 없다. 만약 어떤 생물이 포식, 협박, 기생, 탁란 등의 방법으로 다른 놈을 해쳐서 이익을 얻으면, 그 후손들은 조상의 역겨운 습관을 앞세워 생태적으로 우세한 지위를 점하게 된다. 이 때문에 "다윈주의적"이라는 말은 "무자비하다"라는 말과 동의어가 되었고, 테니슨은 자연의 모습을 피로 물든 이빨과 발톱으로 묘사했다.

족벌주의는 인간의 보편적인 성향이자 대규모 조직의 보편적인 재앙이다. 그것은 세습 왕조가 지배하는 나라들을 도탄에 빠뜨리고 제3세계 정부와 기업들을 수렁에 빠뜨리는 대표적인 악습이다. 이에 대해 역사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해결책은 가족적 연고가 없는 사람들, 가령 환관, 독신자, 노예, 집이 먼 사람 등에게 해당 지역의 권력을 주는 것이었다. 보다 최근에 등장한 해결책은 친족 등용을 법으로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것인데 그나마 그러한 규제에는 항상 타협 조항과 예외 조항이 딸려 있다. 규모가 작은 회사-종종 "가업"이나 "아버지 회사"라 불린다.-일수록 족벌주의가 심하고, 따라서 기회 평등의 원칙을 위배하고 주변 사회로부터 분노를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의 생각)
기회 평등의 원칙을 위해한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 딸의 경우' 대한민국 사회 전체의 분노가 참으로 대단했던 것 같다.


참여와 헌신 441

흔히 달걀을 주는 닭과 베이컨을 주는 돼지의 공헌도를 가리켜, 전자는 참여이고 후자는 헌신이라고 말한다.


일시적 섹스 444

"일시적 섹스는 일시적이지 않다. 상처 없이 끝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여기에는 생물학적으로 깊은 이유가 있다. 섹스의 위험 중 하나가 아기인데, 아기는 기껏해야 3킬로그램 남짓밖에 안 되지만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여성은 남성과 섹스를 할 때마다, 앞으로 몇 년간 어머니로 살아야 할 가능성은 물론이고 상대방의 변덕에 따라 독신모가 될 수도 있는 도박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유한한 출산 능력의 일부를, 더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다른 남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까먹고 이 남자의 유전자와 목적에 바쳐야 한다. 남자 입장에서는 은연중에 미래의 아기에게 자신의 땀과 노고를 바치고 있거나, 그 목적을 상대방 여성에게는 속이고 있는 셈이 된다.


은밀하게 섹스를 하는 이유 445

에리카 종이 다른 대목에서 한탄했듯이, 침대에는 단 두 사람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의 마음 속에는 항상 부모, 전 애인, 실제의 도는 상상의 경쟁자가 자리잡고 있다. 다시 말해, 제3자들도 성 관계의 가능한 결과에 대해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다. ······ 제3자들의 이해 관계는 왜 섹스가 거의 보편적으로 은밀하게 행해지는가를 설명한다. 시먼스는, 남성의 번식 성공은 여성을 손에 넣은 경우로 엄격히 제한되기 때문에 남성들 생각에 섹스는 항상 희귀한 물품이라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은밀하게 섹스를 하는 이유는, 기근이 일어났을 때 귀한 음식을 먹으려면 은밀하게 먹어야 하는 이유와 같다. 즉 위험한 질투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호혜적 이타주의 448

실험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사람들이 이방인을 가장 돕고 싶어하는 경우는, 낮은 비용으로 그를 도울 수 있을 때, 그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그리고 그가 보답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때라고 한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 베풀 수 있는 호의를 베룰지 않았을 때 죄 의식을 느끼는 사람, 자기에게 호의를 베풀지 않은 사람을 응징해 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까? 448

공익에 필수적으로 수반하는 문제는 이솝 우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까?」에 잘 나타나 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면 고양이가 가까이 왔을 때 경고음이 나기 때문에 좋을 것이라는 데 한 집 안의 쥐들이 모두 동의하지만, 어떤 쥐도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방울을 매달려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는 자발성-즉 공익에 기여하려는 마음-은, 만약 그 부담을 짊어지는 사람에게 보상을 해 주겠다는 자발성이나 그 부담을 회피하는 사기꾼에게 응징을 내리겠다는 자발성이 수반한다면 진화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 455

의심하는 사람에게 나는 믿을 만하고 관대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확신을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믿을 만하고 관대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자기 기만 463

자기 기만 이론은 일찍이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의 1959년 저서 『일상 생활에서의 자아 표현』에 의해 예고된 바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는 가면 뒤에는 하나의 진실한 자아가 있다는 낭만적 견해를 반박했다. 고프먼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가면 뒤에는 또 다른 가면들이 계속 있다는 것이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수많은 발견들이 그의 이론을 뒷받침했다.


합리화 464

영화 「새로운 탄생(The Big Chill)」에서 제프 골드블럼은, "합리화는 섹스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친구들이 이의를 제기하자 그는 이렇게 묻는다.
"한 번도 합리화를 하지 않고 일주일을 보낸 적이 있는가?"


과대 평가 465

사회 심리학 실험들이 보여 주는 바에 따르면 사람들은 시종일관 자신의 능력, 정직성, 관대함, 자율성을 과대 평가한다. 사람들은 공동의 노력에 포함된 자신의 기여도를 과대 평가하고, 자신의 성공을 능력 탓으로, 실패를 불운 탓으로 돌리고, 항상 상대방에게 더 좋은 조건을 양보했다고 느낀다.


자기 기만(2) 466

자기 기만은 인간의 다툼과 어리석음을 만들어 내는 가장 뿌리깊은 원천 중 하나이다. 그것은 우리의 차이를 해결해야 하는 기능들-진리를 추구하고 합리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잘못된 눈금에 맞추어져 있어서, 논쟁의 당사자들은 제각기 자기 자신을 실제보다 더 현명하고, 유능하고, 고상하다고 평가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논쟁의 당사자들은 자신의 논리와 증거가 정확하고, 상대방은 착각에 빠졌거나 부정직하거나 아니면 둘 다라고 진심으로 믿는다. 자기 기만은 도덕 관념이 종종 유익한 결과보다는 해로운 결과를 낳는 이유 중 하나이다.


비극의 목적 466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비극의 기본 목적은 고통을 포함해 인간의 마음 속에 잠재해 있는 연민과 두려움, 경탄과 경외의 감정을 일깨우는 것이라 했다. 비극은 적대적인 세계 앞에 서 있는 인간의 가치를 옹호한다.


영원한 공식 466

자연은 살과 피를 나눈 사람들의 감정을 살짝 어긋나게 조율하는 잔인한 장난을 쳤지만, 그럼으로써 모든 시대의 소설가와 극작가들에게 끊임없는 일거리를 제공했다. 두 명의 인간이 동물의 세계에세 가장 강한 끈으로 묶일 수 있고 그와 동시에 때때로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은 연극적 가능성을 무한히 증폭시킨다. 비극적 이야기가 가족 관계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 최초의 인물은 아리스토텔레스였다. 그가 지적했듯이, 두 명의 낯선 사람이 싸우다 죽는 이야기는 두 명의 형제가 서로 싸우다 죽는 이야기에 비해 조금도 흥미롭지 않다. 카인과 아벨, 야곱과 에서, 오이디푸스와 라이오스, 마이클과 프레도, 제이알과 바비, 프레지어와 나일스, 요셉과 형제들, 리어왕과 딸들, 한나와 자매들 ·······, 수세기에 걸친 드라마 목록에서 볼 수 있듯이, "일가의 증오"와 "일가의 적대"는 영원한 공식이다."


완벽에 가까운 작품 467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와 요카스타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지만, 아버지가 곧 오빠이고 언니가 곧 어머니라는 사실은 가족의 고난이 시작되는 출발점에 불과하다. 안티고네는 크레온 왕의 명을 어기고 형제인 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을 묻어 주는데, 이것을 알게 된 왕은 그녀를 산 채로 매장하라고 명령한다. 안티고네는 그를 속이고 먼저 자살하지만, 그녀를 미친 듯이 사랑했던 왕의 아들은 그녀의 사면을 얻어내지 못한 것을 애통해하며 그녀의 무덤 위에서 자결한다. 스타이너는 『안티고네』야말로 "그리스 비극의 최고봉이자 인간이 만든 어떤 예술보다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이야기한다.


강렬한 감정 470

가족과 친구에 대한 우리의 감정도 이와 똑같다. 우리 마음 속에 풍부하고 강렬한 감정이 존재하는 것은 삶 속에서 그들과의 결속이 얼마나 귀중하고 깨지기 쉬운가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간단히 말해, 고통의 가능성이 없어진다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조화롭고 완벽한 행복이 아니라 의식의 결핍인 것이다.


도덕 관념 475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Haidt)는 최근에 인간의 도덕 관념을 구성하는 감정들을 하나의 계보로 짰다. 그가 분류한 네 가지 주요 집합은 트리버스의 호혜적 이타주의 이론과 그것을 기초로 해 협동의 진화를 실험한 컴퓨터 모델들의 실험 결과와 정확히 일치한다. 타인 비난(other-condemning) 감정-경멸, 분노, 혐오-은 사기꾼을 처벌하게 하는 작용을 하고, 타인 칭찬(other-praising) 감정-감사, 고양시키는 감정, 도덕적 경외, 감동-은 이타주의자에게 보상하는 기능을 한다. 타인 고통(other-suffering) 감정-동정, 공감, 연민-은 어려운 수혜자를 도와 주는 기능을 하고, 자의식적(self-conscious) 감정-죄 의식, 수치, 당혹-은 남을 속이지 않거나 속인 결과를 바로잡는 기능을 한다.

이 감정의 집합들 뒤에는 세 개의 도덕성 영역이 있는데, 각 영역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도덕적 판단의 틀을 형성한다. 자율성(autonomy) 윤리는 개인의 이해와 권리에 관계한다. 그것은 공평함을 기본 미덕으로 강조하며, 서양 문화권에서 비종교적 교육을 받은 사람들 사이에서 도덕성의 핵심으로 이해된다. 공동체(community) 윤리는 집단의 사회적 관습에 관계한다. 여기에는 의무, 존경, 인습에 대한 고수, 계급 조직에 대한 복종 같은 가치가 포함된다. 신성(divinity) 윤리는 숭고한 청렴과 신성의 감정에 관여하며, 오염과 신성 모독의 감정과 대립된다.


진실한 신자 VS 냉소적인 운영자 490

인간의 도덕화에는 여전히 조심해야 할 점이 많다. 도덕성을 신분이나 순수함과 혼동하는 것, 지나치게 도덕적인 차원에서 판단을 내리고 그에 따라 반대자들에 대한 공격을 허락하는 것, 불가피한 흥정안을 생각하는 것조차 금기시하는 것, 어디에나 존재하는 자기 기만의 악덕(자기 자신을 항상 천사의 편이라고 생각한다.), 히틀러 역시 온갖 이유로 자신의 대의가 청렴하다고 확신했던 도덕주의자(실은 도덕적 채식주의자)였다. 역사학자 이안 부루마는 이렇게 썼다. "여기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진실한 신자가 냉소적인 운영자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본다. 냉소적인 운영자는 패를 버릴 줄 안다. 반면에 진실한 신자는 끝까지 가서 기어코 세상을 무너뜨린다."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 506

노력하기 전에는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노력을 포기하고 기존의 악습을 이 세계의 존재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비양심적이다. 로버트 케네디의 장례식에서 그의 동생 에드워드 케네디는 다음과 같은 로버트의 연설문을 인용했다.


우리 모두는 결국 심판을 받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새로운 세계의 건설에 바친 우리의 노력에 따라, 그리고 우리의 이상과 목표를 그러한 노력으로 얼마만큼 만들어 냈는가에 따라 틀림없이 우리 자신을 심판할 것이다.

미래는 오늘에 만족하고, 공통의 문제와 동료 인간들에게 무관심하고, 새로운 생각과 용감한 계획을 두려워하는 자들의 몫이 아니다. 그것은 전망과 이성과 용기를 묶어 미국 사회의 이상과 위대한 모험에 직접 뛰어들어 헌신하는 자들의 몫이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의 전망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우리의 지배에서는 완전히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숙명이나 자연이나 저항할 수 없는 역사의 파도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노력이 이성과 원칙과 일치할 때 우리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사실이 바로 미국을 건설하는 힘이다. 그 속에는 자부심이 있고 어찌 보면 거만함도 있지만, 또한 경험과 진리가 있다. 여하튼 그것은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느닷없이 나타난 과학자들 513

1970년대 들어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진화 생물학과 행동 유전학 개념들은 유토피아적 관점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모욕일 수 있었다. 결국 유토피아적 관점은 빈 서판(영구적인 인간 본성은 없다.), 고상한 야만인(이기적 본능이나 악한 본능은 없다.), 기계 속의 유령(보다 나은 사회제도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운 "우리")을 기초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과학자들이 나타나 이기적 유전자 운운하다니!


종(種)이 틀렸다 517

개미에 대한 세계적 전문가 윌슨은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은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론은 훌륭한데 종(種)이 틀렸다."


정치의 목적과 필요성 520

존 애덤스는, "타인으로부터 존경을 받으려는 욕구는 굶주림만큼이나 자연스럽고 실질적인 욕구이다. 이 열정을 규제하는 것이 정치의 주요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알렉산더 해밀턴은 "아무리 고결한 사람이라도 명예욕의 지배를 벗어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제임스 매디슨은 이렇게 말했다. "천사들이 인간을 지배한다면 그때서야 정치에 대한 외적·내적 통제가 불필요해질 것이다."


우리가 인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 감에 따라 533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인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 감에 따라 전통적인 정치적 전선은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좌익 이데올로기와 우익 이데올로기가 형태를 갖춘 것은 다윈도 멘델도 그 누구도 유전자가 무엇이고 뉴런이 무엇이고 호르몬이 무엇인지를 몰랐을 때였다. 정치학을 연구하는 사람은 누구나 정치적 이데올로기들이 인간 본성에 대한 이론을 기초로 하고 있다고 배운다. 그렇다면 왜 그 이데올로기들이 300년 전의 낡은 이론을 기초로 해야 한다는 말인가?


식인 풍습 536

수십 년 동안 "평화의 인류학자들"은 어떤 인간 집단도 동족을 잡아먹는 습성인 식인 풍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증거는 쌓여만 가고 그 중에는 대단히 결정적인 증거도 포함되어 있다. 고고학자들은 미국 남서부에서 발견된 850년 전의 유적지에서, 음식으로 먹다 남은 동물의 뼈처럼 잘게 분해된 사람의 뼈를 발견했다. 그들은 또한 그릇 파편에서 인간의 미오글로빈(인종의 근육 단백질) 흔적을 발견했고, 놀랍게도 화석화된 인간의 배설물에서도 같은 것을 발견했다. 네안데르탈린과 현대 인류의 공통 조상의 친척이라 할 수 있는 호모 안티세서(Homo antecessor)들 역시 서로를 공격하고 도살했는데, 이것은 폭력과 식인 풍습의 기원이 적어도 8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술적 잔인성 537

도스토예프스키의 이반 카라마조포는 투르크족이 불가리아에서 저지른 만행을 알고 나서 다시 이렇게 말했다. "어떤 동물이 인간만큼 이렇게 예술적으로 잔인할 수 있단 말인가?" 국제사면위원회의 연례 보고서는 예술적 잔인성이 결코 흘러간 옛 노래가 아님을 보여 준다.


신념을 보여 주기 위한 주문 542

"폭력은 학습된 행동"이라는 진술은 올바른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폭력은 감소해야 한다는 신념을 보여 주기 위해 거듭 외워 대는 주문이다. 그것은 어떤 확실한 조사에도 근거하고 있지 않다. 슬픈 사실은 "우리는 폭력을 낳는 조건을 알고 있다."라는 확언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알 수 있는 어떤 단서도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공격을 위한 설계의 직접적인 증거 553

인간의 신체와 뇌를 볼 때 우리는 공격을 위한 설계의 직접적인 증거를 곳곳에서 보게 된다. 남성의 신체 크기, 힘, 상체 골격이 더 큰 것은 진화의 역사가 남성들 간의 폭력적인 경쟁으로 점철되어 왔음을 폭로하는 동물학적 증거이다. 그 밖의 증거로는, 테스토스테론이 지배 성향과 공격성에 미치는 영향, 분노의 감정(송곳니를 드러내고 주먹을 쥐는 반사 작용으로 완성된다.), "싸움 도피(fight-or-fight)"라는 확실한 이름이 붙은 자율 신경계의 반응, 뇌의 억제 시스템이 (알코올, 전두엽이나 편도의 손상, 세로토닌 대사 작용과 관련된 유전자의 결함 등에 의해) 고장 났을 때 변연계의 회로에 의해 공격적인 행동이 유발될 수 있다는 사실 등이 포함된다.


누구의 소가 다쳤는가에 달린 문제 555

보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어떤 폭력적 사고 방식을 영웅적으로 볼 것인가 병적으로 볼 것인가는 종종 누구의 소가 다쳤는가에 달려 있다. 자유의 전사인가 테러리스트인가, 로빈후드인가 도둑인가, 수호 천사인가 자경단원인가, 귀족인가 군벌인가, 순교자인가 카미카제인가, 장군인가 깡패 두목인가-이것은 가치 판단의 문제이지 과학적 분류의 문제가 아니다.


폭력적 본능 556-557

홉스는 흔히 자연 상태의 인간은 서로를 증오하고 파괴하는 비합리적 충동에 사로잡힌 존재라고 주장하는 철학자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분석은 보다 섬세하고 어쩌면 훨씬 더 비극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그는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행위자들의 상호 작용으로부터 어떻게 폭력이 발생하는가를 설명했기 때문이다. 홉스의 분석은 진화 생물학, 게임 이론, 사회 심리학 분야에서 재발견되고 있으며, 나 역시 그의 분석을 토대로 해서 폭력의 논리를 논한 다음 인간이 어떻게 폭력적 본능을 중화하기 위해 평화적 본능을 구사하는가의 문제로 넘어가고자 한다.

다음은 그 유명한 "인간의 삶"에 관한 구절 앞에 제시된 분석이다.

인간의 본성에서 우리는 싸움의 세 가지 주된 요인을 발견한다. 첫째는 경쟁이고, 둘째는 자신감 결여이고, 셋째는 영광이다. 첫 번째는 인간이 이익을 위해 서로를 공격하게 만들고, 두 번째는 안전을 위해 서로를 공격하게 만들고, 세 번째는 가령 말 한마디, 미소, 견해 차이를 비롯하여, 본인이 직접 겪는 것이든 혈연, 친구, 국가, 직업, 이름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겪는 것이든 자신을 무시하는 갖가지 사소한 이유들 때문에 서로를 공격하게 만든다.

첫째는 경쟁이다. 자연 선택의 힘은 경쟁에 있는데, 그것은 자연 선택의 산물들-리처드 도킨스의 비유에 따르면 생존 기계들-이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는 일이면 어떤 것이든 미리 정해진 디폴트 값에 따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략)

둘째, "불신"의 원래 의미는 자신감 결여(diffidence)이다.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번역한 홉스는 "전쟁이 불가피해진 것은 성장하는 아테네의 힘과 그에 대해 스파르타가 느낀 두려움 때문이었다."라는 설명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만약 이웃이 내가 가진 것을 몹시 탐낸다면 나는 그들의 욕구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 따라서 나는 자신을 방어할 준비를 해야 한다. 방어란 성벽, 마지노선, 대탄도 미사일 등의 첨단 기술을 망라해도 불확실한 방법이고, 그런 것이 없으면 더욱 미심쩍고 불확실하다. 자기 보호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잠재적으로 적대적인 이웃에게 선제 공격을 퍼부어 쓸어 버리는 것일 수 있다. 요기 베라의 충고대로 "최상의 수비는 최상의 공격이고, 또 최상의 공격은 최상의 수비이다."

셋째는 영광인데 보다 정확한 단어는 "명예"일 것이다. 인간은 "말 한마디, 미소, 견해 차이를 비롯해 자신을 무시하는 갖가지 사소한 이유들 때문에" 싸운다는 홉스의 말은 17세기에나 지금에나 사실이다.



남자들 558

또 다른 인간 장애물은 아내로 삼을 수 있는 여자들을 독점하고 있는 남자들이다. 홉스가 이 현상을 지적한 것은 1세기 후 로버트 트리버스에 의해 밝혀질 진화론적 이유를 모른 상태에서였다. 트리버스가 밝힌 진화론적 이유는, 남성과 여성이 부모로서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의 최소치가 서로 달라서 여성의 번식 능력이 희소 가치를 띠게 되고 그로 인해 남성들이 경쟁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왜 남성이 폭력적인 성인가, 그리고 왜 남성들은 생존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에도 항상 무엇인가를 놓고 다투는가를 설명한다. 국가 이전 사회의 전쟁에 대한 연구를 보면, 남성들은 음식이나 땅이 모자라서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남자들이 다른 부락을 습격하는 이유는 종종 여자를 유괴하기 위해, 과거의 유괴에 대한 앙갚음을 하기 위해, 또는 결혼할 여자의 교환 조건을 놓고 일어난 분쟁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여자들이 가령 물질적으로 더 많이 소유하고 있는 사회에서도 남자들은 여자를 유혹할 수 있는 지위와 부를 높고 경쟁을 벌인다. 그 경쟁은 폭력적일 수 있는데, 댈리와 윌슨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현재의 길로 달리면 완전한 번식의 실패로 끝날 것이라 느끼는 생물은 종종 죽음을 무릅쓰더라도 어떻게든 현재의 생활 궤도를 개선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길에 놓인 가난한 젊은이들은 지위와 부와 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목숨이라도 걸려고 한다.


먹는 것과 못 먹는 것 559

······ 사람들의 도덕적 범위에는 모든 인간이 아니라 자신의 친족, 마을, 부족의 구성원들만 포함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이 모순을 이해할 수 있다. 그 범위 안에 포함된 사람들은 공감의 대상이고, 범위 밖에 있는 사람들은 돌이나 강이나 음식물처럼 취급된다. 이전의 한 책에서 나는 아마존에 사는 와리 부족의 언어에는 먹는 것과 못 먹는 것을 구별하는 일련의 명사 분류사가 있는데, 그 부족의 구성원이 아닌 사람은 누구나 먹는 것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언급한 적이 있다.


식인 풍습과 동물 해방 560

우리에게 식인 풍습은 아주 불쾌한 것이어서 오랫동안 인류학자들 조차도 그것이 선사 시대에 일반적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는 쉽게, 어떻게 사람들이 그렇게 끔찍한 행동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운동가들도 육식을 하는 사람들을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 육식을 하는 사람들은 무수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 뿐 아니라 그렇게 하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소를 마취도 시키지 않은 채 거세시키거나 낙인을 찍고, 낚싯바늘로 물고기의 입을 꿰뚫어 잡아 올린 다음 보트 바닥에 내동댕이쳐 헐떡거리게 하고, 바다 가재를 산 채로 삶는다. 내 요점은 채식주의를 도덕적으로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폭력과 잔인성에 대한 사고 방식을 조명해 보자는 것이다. 역사학과 민족지학에서는 마치 우리가 바다 가재를 취급하듯이 사람들이 타인을 취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행동에 대한 우리의 몰이해는 우리의 행동에 대한 동물 권리 운동가들의 몰이해와 비교될 수 있다. 『확대되는 원』의 저자 피터 싱어가 『동물 해방』의 저자인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세계주의적 관점에 기여하는 기술 561

로버트 라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일본을 폭격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내 미니밴이 일본제라는 것이다." 이 외에도 다른 사람들과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게 만드는 세계주의적 관점에 기여하는 기술에는, 언어 능력, 여행, 역사적 지식, 사실주의 예술이 포함된다. 이런 기술들을 통해 사람들은 다른 시대였다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적이었을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 자기 자신을 투사해 본다.


약자의 처신
572

만성적으로 반목하고 싸우는 사회에서 남성적 미덕의 핵심은 폭력적인 능력이다. 이때 머리 사냥과 화려한 전적은 위신과 직결되고, 살인이 통과 의례의 필수 조건이 되기도 한다. 다른 쪽 뺨을 내미는 것은 고상한 행동이 아니라 멍청한 짓이거나 경멸할 만한 약자의 처신이 된다.


전쟁보다 더 나쁜 것들
582

체임벌린의 후계자 처칠은 왜 평화가 일방적인 평화주의로 해결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닌지를 설명했다.
"전쟁보다 더 나쁜 것은 없다고? 불명예가 전쟁보다 더 나쁘다. 노예 상태가 전쟁보다 더 나쁘다."


캐나다가 이웃 나라보다 더 평화로운 이유
583

캐나다가 이웃 나라보다 더 평화로운 데에는 정부가 국민을 앞질러 영토를 선점했다는 이유도 있다. 정착민들이 수많은 구석과 틈이 숨어 있는 광대한 이차원적 영토 위로 부채꼴처럼 퍼져 나갔던 미국과는 달리, 캐나다의 거주 가능한 지역은 미국과의 국경을 따라 1차원의 띠로 펼쳐져 있어서 명예 문화가 자리잡을 미개척지와 고립된 주거지가 없었다. 캐나다 연구학자 데즈먼드 모턴은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의 서부는 경찰이 정착민보다 먼저 도착하면서 평화롭고 질서 있게 확장되었다."


죄수의 딜레마 585

죄수의 딜레마는 평화주의자의 딜레마와 비슷하다. 한쪽에게만 좋은 것(전쟁)은 양쪽 모두에게 나쁘다. 그러나 양쪽 모두가 서로에게 좋은 것(평화)을 선택할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할 때에는 최선의 결과(평화)를 얻을 수 없게 된다.

죄수의 딜레마에서 승자가 되는 유일한 방법은 규칙을 바꾸거나 게임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조합적· 회귀적인 사고 능력 587

합리성의 개방적 측면에 대한 강조는, 마음이 조합적·회귀적 체계라는 인지과학의 발견과 일맥 상통한다. 우리는 생각을 할 뿐 아니라, 생각에 대해 생각하고, 생각에 대한 생각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가 이 장에서 살펴보았던 갈등 해결의 진보적 방법들-법치에 복종하는 것, 양편이 체면을 잃지 않고 양보하는 방법을 찾는 것, 자기 기만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 자신의 이익과 타인의 이익을 평등한 눈으로 보는 것-은 조합적· 회귀적인 사고 능력에 달려 있다.


문제와 해결책 모두 인간 본성에 있다 587

많은 지식인들이 폭력의 진화론적 논리를 외면한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그것을 수용하거나 승인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대신 그들은 고상한 야만인이 던져 주는 안락한 망상을 추구하면서, 폭력이 학습의 임의적 산물이거나 외부에서 침투한 병원균이라고 믿어 왔다. 그러나 폭력의 논리를 거부하면 폭력이 얼마나 쉽게 고개를 드는지를 잊기 쉽고, 폭력에 불을 붙이는 마음의 기능들을 무시하면 그 불을 끌 수 있는 마음의 기능들을 간과하기 쉽다. 우리의 많은 관심사들처럼 폭력의 경우에도 문제는 인간 본성에 있고, 해결책도 인간 본성에 있다.



아프리카에서 온 남자와 여자 601

(중략) 따라서 남자는 화성에서 오지 않았고 여자는 금성에서 오지 않았다. 남자와 여자는 모두 진화의 요람인 아프리카에서 왔고, 그 곳에서 한 종으로서 함께 진화했다. 남자와 여자는 Y 염색체에 있는 소량의 유전자 말고는 모두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뇌 또한 아주 비슷해서 독수리처럼 날카로운 눈을 가진 신경 해부학자들만이 몇 안 되는 차이를 간신히 발견할 정도이다. 최고의 심리 측정 기술에 따르면 남녀는 일반 지능의 평균도 비슷하다. 그리고 언어를 사용하고 물리적 세계와 생물에 대해 생각할 때에도 동일한 방법을 적용한다. 남녀는 기본적으로 동일한 감정을 느끼고, 양쪽 다 섹스를 즐기며, 영리하고 친절한 결혼 상대자를 찾고, 질투를 하고, 자식을 위해 희생을 하고, 지위와 짝을 얻기 위해 경쟁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격을 감행한다.


안드로겐과 에스트로겐 607

인간의 몸에는 남자 아이의 뇌와 여자 아이의 뇌가 서로 다르게 발달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이 담겨 있다. Y 염색체가 남자 태아의 몸에서 고환의 성장을 촉발시키면, 고환은 (테스토스테론을 비롯한) 남성 특유의 호르몬인 안드로겐을 분비한다. 안드로겐은 태아 발생기와 출생 후 수개월, 그리고 사춘기 동안 뇌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성 특유의 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도 평생 동안 뇌에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뇌에서 성호르몬 수용체는 대뇌 피질은 물론이고 시상하부, 해마, 변연계의 편도에서 발견된다. ······ 남자는 전(前)시상하부의 간질핵과, 분계선조의 핵, 시상하부의 핵이 월등히 큰데, 이것이 성적 행동와 공격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자의 매력 622


보통 남성의 자부심은 지위, 봉급, 재산과 더 밀접하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성에게서 무엇을 찾는가에 대한 수많은 연구에서 볼 수 있듯이 성적 파트너나 결혼 상대자로서의 남자의 매력도 그런 것들과 밀접하다. 따라서 남자들은 자기 분야에서 승진이나 출세를 하기 위해 더 많이 일하고 삶의 다른 부분들을 기꺼이 희생시킬 수 있다고-따분한 지방 도시에서 살거나, 발령을 받았을 때 친구와 가족을 떠나 살 수 있다고-말한다.


성과 양육의 관계 623


자식에 대한 애착은 대개 아버지들보다는 어머니들 쪽이 더 강하다. 이것은 전 세계 모든 사회에서 사실일 뿐 아니라, 약 2억만 년 전 최초의 포유류가 진화한 시점까지 우리의 계통을 거슬러 올라가도 그럴 것이다. 수잔 에스트리히의 표현대로, "성과 양육의 관계가 깨지길 기다리는 것은 고도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수입을 비교하는 방식 623


경제학자 제니퍼 로백은 이렇게 지적한다. "사람들이 금전적 수입을 희생하고 다른 즐거움을 찾는다면, 이 사람과 저 사람의 수입을 비교하는 방식으로는 어떤 것도 추론할 수 없다."


인간 본성에 대한 과학 648

감정만 앞서고 도덕적으로는 무의미한 엉터리 지식 때문에 주제에서 벗어날 이유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 본성에 대한 과학들 덕분에 우리는 엉터리 정보와 정말로 중요한 목표를 구별함으로써 여성의 권익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되었다. 여성 운동은 정치적·사회적 평등을 위한 운동으로서는 중요하지만, 인간 본성에 대한 괴벽스런 교의에 몰두하는 학문적 파벌로서는 중요하지 않다.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여성과 남성이 뒤바뀔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믿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선택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여성이 모든 직업의 50퍼센트를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행동 유전학의 세 가지 법칙 652

행동 유전학의 세 가지 법칙은 심리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견일 것이다. 그러나 세 가지 법칙이 여러 시사 잡지의 커버 스토리를 통해 소개되었음에도,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은 그것을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고,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중략)

세 가지 법칙은 다음과 같다.

제1법칙 : 인간의 모든 행동 특성은 유전적이다.
제2법칙 : 한 가족 내에서 양육되는 것의 효과는 유전자의 영향보다 작다.
제3법칙 : 복잡한 행동 특성들의 편차 중 상당 부분은 유전자나 가족의 영향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중략)
세 법칙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유전자 50퍼센트, 공유 환경 0퍼센트, 단독 환경 50퍼센트(조금 양보하자면, 유전자 40∼50퍼센트, 공유환경 0∼10퍼센트, 단독 환경 50퍼센트). 이것을 기억하는 간단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일란성 쌍둥이는 함께 자라든 따로 자라든 50퍼센트 비슷하다.



무엇이 우리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드는가 652


알렉산더 포프는 "가지가 휘는 대로 나무는 굽는다."라고 말했다. 워즈워스는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말했고, 밀턴은 "아침이 하루를 보여 주듯 유년은 그 사람을 보여 준다."라고 말했다. 예수회 수도사들은 "아이의 처음 7년을 다오. 그러면 너에게 어른을 돌려줄 수 있다."라고 했는데, 이 금언은 영화 감독 마이클 앱티드가 영국 아이들을 7년 단위로 추적해 제작한 다큐멘터리에 맺음말로 사용되기도 했다.


생애 후반 656


예를 들어 지능의 유전율은 개인의 나이에 따라 증가하고, 생애 후반에는 0.8까지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가지가 휘는 대로"가 아니라, "이런, 내가 우리 부모랑 똑같이 되어 가고 있군!"인 것이다.


유전적 656


일반 지능은 유전적이고, 사람들의 성격에 차이를 부여하는 다섯 가지 주요 특성 또한 유전적이다. 그 다섯 가지 주요 특성은 지적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내행성, 적대성-친화성, 정서 안정성인데 이를 OCEAN이라는 약자로 지칭하기도 한다. 그리고 놀라울 만큼 구체적인 특성들-가령 니코틴이나 알코올 의존성, 텔레비젼 시청 시간, 이혼 가능성 등-도 유전적이다.


지적 장애의 진단 662


유전자 이야기만 나오면 사람들은 갑자기 이성을 잃고 50퍼센트와 100퍼센트, "어떤"과 "모든", "영향을 미친다"와 "결정한다"를 구분하는 능력을 상실한다. 이런 지적 장애의 진단은 간단하다. 만약 유전자의 영향이 신학적인 이유로 0이어야 한다면, 0이 아닌 모든 값들도 똑같이 이단적일 것이다.


도가니 683


거의 모든 경우에 사람들은 부모가 아니라 또래를 모델로 삼는다. 이것이 바로 그토록 포착하기 힘들었던 환경의 성격 형성에 대한 해리스의 설명으로, 그녀는 여기에 집단 사회화 이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모든 것이 유전자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전자에 없는 것이 부모에게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사회화-사회생활에 필요한 규범과 기술의 습득-는 또래 집단에서 이루어진다. 아이들도 문화가 있으며, 그 문화는 성인 문화의 요소들을 흡수하는 동시에 그들만의 가치와 규범을 발전시킨다. 아이들은 깨어 있는 동안 어른들의 근사치가 되려고 노력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아이들은 보다 나은 아이들, 그들 자신의 사회에서 잘 살아가는 아이들이 되려고 노력한다. 우리의 인성은 바로 이 도가니에서 형성된다.


자유의지가 아니라 운명이라는 개념 696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우리가 인간 본성을 설명할 때 과학 이전의 한 개념-자유 의지가 아니라 운명이라는 개념-에 여지를 남겨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자유 의지가 아닌 이유는, 함께 자란 일란성 쌍둥이들 간에 다르게 나타나는 특성들 중에는 본인도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정신 분열증 환자, 동성애자, 음악적 천재는 물론이고 불안한 사람, 자신만만한 사람, 지적으로 개방적인 사람이 되겠다고 결정하지 않는다. 일단 우리가 발생 과정에 작용하는 수많은 우연의 가능성을 인정한다면, (엄격히 예정된 길이라는 뜻에서가 아니라,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미래라는 의미에서의) 운명이라는 오래된 개념은 현대 생물학과 손을 잡을 수 있다. 이 점에 있어 해리스는 우리가 자녀를 형성할 수 있다는 믿음이 얼마나 최근의 것이고 편협한가를 지적하면서 1950년대 인도의 외진 마을에 사는 한 여자의 말을 인용한다. 자식이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이렇게 대답했다. "내 바람과는 상관없이 그건 아이의 운명에 달려 있다."


또래 집단 698

사람들은 아이가 특별한 인간 관계의 당사자란 사실을 쉽게 잊고 말랑말랑한 공작용 재료쯤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또래 집단에 적응한다는 이론도 그들을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다. "또래 집단"은 우리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친구와 동료"라고 표현하는 것을 아이들의 세계에 그럴듯하게 적용시킨 용어이다. 우리는 찢어진 청바지나 배꼽티를 입고 싶어 안달하는 아이들을 보고 개탄하지만, 마찬가지로 덩치가 아주 큰 사람이 나에게 분홍색 덧바지를 입혀 기업 이사회 모임에 보내거나 디스코 의상을 입혀 학술 회의에 보낸다면 죽고 싶은 심정이 들 것이다. "또래 집단에 의해 사회화된다"는 "어떤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식인데, 사회적 동물에게 이것은 "삶"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아이들을 빈 서판이라 생각하면서 아이들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종종 망각한다.


예술은 적응 특성의 부산물 708


나를 포함한 일부 학자들은(이야기 문학을 제외한) 예술이 세 가지 적응 특성의 부산물이라고 생각한다. 그 세 가지 적응 특성은 지위에 대한 갈망, 적응할 수 있는 사물과 환경을 경험할 때 얻는 미적 즐거움,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인공물을 설계하는 능력이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예술은 마약이나 성애 예술 또는 섬세한 요리법처럼 즐거움의 기술이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자극을 정화하고 농축해서 우리의 감각에 제공하는 방법이다.


지위에 대한 충동
711


예술이 채택한 마지막 심리적 특성은 지위에 대한 충동이다. 더턴이 목록으로 작성한 예술의 보편적 특성에는 비실용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쓸모 없는 것이 역설적으로 특별한 목적에 매우 유용할 수 있는데, 그 특별한 목적이란 바로 타인의 재산 감정이다. 소스타인 배블런이 그의 사회 지위 이론에서 최초로 이 개념을 강조했다. 우리는 이웃의 은행 통장이나 카드 대금 청구서를 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재산을 짐작하는 좋은 방법은 그들이 사치품과 여가 활동에 돈을 낭비하는가 아닌가를 살피는 것이다. 배블런은 취미의 심리가 세 가지 '금전적 규범"에 따라 움직인다고 말했다. 확실한 소비, 확실한 여가, 확실한 낭비가 그것이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설명한다. 즉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물은 예외 없이 희귀한 재료에 까다롭고 전문적인 노동을 가해 만든 물건, 또는 섬세하고 불편한 옷이나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취미처럼 자신이 육체 노동에서 자유롭다는 것을 나타낼 수 있는 어떤 것이다.


기이한 장식의 진화 711

생물학자 아모츠 자하비도 이와 동일한 원리를 이용해 가령 공작의 꼬리처럼 동물들에게서 볼 수 있는 기이한 장식의 진화를 설명했다. 아주 건강한 수컷 공작들만이 아까운 영양분을 성가시고 사치스러운 꼬리로 돌릴 수 있다. 암컷은 꼬리의 아름다움을 보고 짝을 평가하고, 진화는 최고의 꼬리를 가진 수컷들을 선택한다.

애호가들은 이 제안에 깜짝 놀라겠지만, 예술-특히 엘리트 예술-은 확실한 소비를 보여 주는 교과서적인 예이다. 정의상 예술은 실용적 기능과 무관하고, 더턴이 그의 목록에서 지적했듯이 일반적으로 미덕(유전적 우수성, 기술 연마를 위한 시간, 또는 둘 다를 보여 주는 징표)과 비평(예술과 예술가의 가치를 측정한다)을 수반한다. 유럽 역사의 대부분 동안 미술과 사치스러움은 함께했다. 오페라 극장의 사치스런 장식, 그림을 담은 장식적인 액자, 음악가의 정장, 고서의 표지와 제본 등이 좋은 예이다. 예술과 예술가는 귀족이나 갑작스런 존경을 추구하는 벼락부자들의 후원을 받았다. 오늘날에도 그림, 조각, 사본들은 여전히 충격적인 가격에 팔린다(1990년 반 고흐의「닥터 가셰의 초상화」는 8,250만 달러에 팔렸다).


상류 계급의 견장 713

예술 창작과 소유의 목적 가운데 하나(유일한 목적이 아니라)가 다른 사람들(단지 장래의 짝만이 아니라)에게 자신의 사회적 지위(유전적 우수성 만이 아니라)를 각인시키는 것이라는 설명은 위의 이론에서 설득력이 약한 부분에 해당하지만, 나는 이 설명을 각별히 지지한다. 베블런이 제시한 이 개념은 예술사학자 쿠엔틴 벨에 의해 그리고 톰 울프의 소설과 논픽션을 통해 상세히 설명되어 왔다. 아마도 현재 가장 열렬한 옹호자는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일 것이다. 어렵고 난해한 문화적 산물에 대한 감식안은 상류 계급의 견장 역할을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해하는 능력의 희소성 722

20세기의 예술은 더 이상 작품 자체의 희소성이나 뛰어남으로 특권을 부여하지 못하게 되었고, 대신 작품을 이해하는 능력의 희소성으로 특권을 부여해야 했다. 부르디외가 지적하듯이, 단지 특별히 선택된 엘리트만이 새 예술 작품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인지적 착각 727

분명한 사실은 여가 시간을 즐기는 방법에 따라 도덕적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예술가와 감식가들이 도덕적으로 앞서 있다는 확신은, 도덕성에 해당하는 회로가 지위에 해당하는 회로와 교차 배선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인지적 착각에 불과하다. 비평가 조지 스타이너가 지적했듯이, "한 남자가 저녁에 괴테나 릴케를 읽고 바흐나 슈베르트를 연주하고 나서는 아침에 일어나 아우슈비츠로 출근할 수 있다." 반면에 글자조차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신체 일부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원 봉사자로 일하거나 장애아를 입양해 키우면서, 현대 예술에 대해서는 "우리 네 살 난 딸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야기 733

A. S. 바이어트는《뉴욕타임스 매거진》의 편집자들이 지난 1,000년 동안 최고의 이야기가 무엇이었냐고 묻자 사헤라자데 이야기를 꼽았다.

 『천일야화』속의 이야기들은 ······ 사랑과 삶과 죽음과 돈과 음식과 그 밖의 다른 필수품들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하는 이야기들이다. 인간에게 있어 이야기하기는 숨쉬기나 혈액 순환만큼이나 중요한 본성이다. 모더니즘 문학은 이야기를 제거하려 했다. 이야기를 저속하게 생각했고, 플래시백, 직관, 의식의 흐름 등으로 대체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생물학적 시간의 본질이어서 우리는 그로부터 탈출할 수 없다. 파스칼이 말했듯이, 인생은 동료 죄수들이 매일 처형당하기 위해 끌려 나가는 감옥에서 사는 것과 같다. 세헤라자데처럼 우리도 누구나 사형 선고를 받은 존재여서, 자신의 삶을 시작과 중간과 끝이 있는 이야기로 생각한다.


인간이라는 동물 733

존 업다이크 역시 지난 1,000년을 회고해 달라는 질문에 자신이 속한 문학의 미래로 그 답을 대신했다. "거짓말의 전문가인 소설가는 역설적으로 무엇이 진실인가에 집착한다." 그리고 "진실의 단위는 최소한 소설가에게는 지난 10만 년 동안 변하지 않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에 속한, 인간이라는 동물이다."


" ······ 인간은 팽팽한 긴장 속에서 죽음을 예견하고 리비도를 의식하는 동물이다. 지상의 어떤 다른 존재도 그렇게 뛰어난 사고 능력을, 가능성을 상상하고 좌절하는 복잡한 능력을, 종족과 생물학의 명령을 의심하는 골치아픈 능력을 경험하지 못한다.

그렇게 많은 갈등과 영리함을 지닌 존재로서 인간은 허구적인 생각에 초점을 맞추며 끝없이 즐거워한다. 아마도 호모 사피엔스는 아무리 아름다운 유토피아에 도달해도 자신의 모든 갈등을 풀거나 온갖 심술의 원천인 궁핌함을 제거할 만큼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인간의 비극
755

인간의 비극은 모든 인간 관계에 본래부터 존재하는 불공평한 이해 갈등에 있다는 것이 나의 마지막 주제이다. 나는 그것을 어떤 위대한 소설에서도 쉽게 발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지 스타이너는『안티고네』에 대한 글에서, 그 불멸의 문학 작품이 "인간의 조건에 항상 존재하는 모든 주된 갈등들"을 표현하고 있다고 썼다. 존 업다이크는 "보통 사람들이 경험하는 갈등이 글을 쓰는 우리의 손과 가슴을 뜨겁게 한다."라고 말했다.


인간 본성 759

······ 격노와 사랑과 신비와 영원한 매력이 가득하며 예측이 가능한 그것을 우리는 인간 본성이라 부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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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0-10-07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에 들렀다가 소설가 조정래 선생님의 아래 글을 발견하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저 또한 스티븐 핑커의 책들을 두 번씩이나 읽고도 모자라 그의 책에 대해 '필사'를 하다시피 '엄청난 분량'의 밑줄 친 부분들을 여러 날 밤을 졸면서까지 타이핑했는데, '괜한 헛수고'는 아니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저 또한 단순하고도 고된 작업을 하면서도 '저자인 스티븐 핑커는 이 많은 분량의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각고의 노력을 했을까. 이 훌륭한 책을 쓰느라 숱한 책들을 헤메고 다녔을 게 아닌가.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그래도 창작은 창작 아닌가. 저자는 이 방대한 분량을 새로이 지어내기까지 했는데, 책 내용의 일부를 베껴쓰는 것조차 힘들어 하는 건 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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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독 중의 정독, 필사

우리 흔한 말이 그런 게 있죠.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 마찬가지로 저 당나라 시대부터 백 번 읽는 것보다 한번 옮겨 베끼는 필사가 더 효과가 있다는 것이에요. 필사는 정독 중의 정독이거든. 그래서 우리 아들, 며느리에게 니 애비가 어떤 고통 속에서 이 글을 썼는가를 알아라, 그래야 내 새끼로서의 자격이 있다. 그런 뜻으로 필사를 시킨 것이고, 독자들도 필사를 하게 되면 태백산맥 문학관에 놔줄 수 있냐고 최근에도 확인이 왔어요. 그래서 필사를 정말 다 하시면 그러겠다고 했어요. 그러나 정말 필사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우리 아들과 우리 며느리는 자식, 며느리의 의무 때문에 억지로 마지못해서 하는 부분이 있어요. 알아요. 그러나 서른 두 권을 쓴 사람에 비하면 필사는 훨씬 쉬운 일이니까 정말 쓰는 독자가 있을 수 있겠죠. 쓰시면 반드시 태백산맥 문학관에 전시해 드리겠습니다. 이름 명확하게 박아서.

 

최근 5년간 최저점 대비 상승률 상위 종목



① 거래소            
구분   종 목 명 최저가(A) 최고가(B) B/A   상승요인 1 상승요인 2
1    현대미포조선 2,759 331,000 120.0   조선경기 호조 실적호조
2    VGX인터 169 19,973 118.2   미국 제약사 바이럴지노믹스(VGX)가 인수 에이즈 치료제 개발중
3    성원건설 580 37,500 64.7   건설경기 호조 두바이 개발
4    현대상선 977 60,000 61.4   해운경기 호조 실적호조
5    금호산업 1,475 74,300 50.4   자산가치(자회사) 부각 실적호조
6    한국코트렐 437 21,350 48.9   환경·신재생 에너지업체 부각  
7    오양수산 1,220 55,700 45.7   경영권 분쟁 등  
8    대한해운 2,820 126,000 44.7   해운경기 호조 실적호조
9    STX 2,250 100,000 44.4   조선경기 호조 실적호조
10    일양약품 1,400 61,800 44.1   신약 모멘텀(일라프라졸) 부각  
11    한화 1,560 64,700 41.5   자산가치 부각 실적호조
12    STX엔진 1,833 72,600 39.6   조선경기 호조 실적호조
13    현대엘리베이터 3,231 127,500 39.5   현대건설 M&A 관련  
14    삼성엔지니어링 2,780 108,000 38.8   석유화학 플랜트 업황 호조 실적호조
15    금호석유 2,050 79,600 38.8   실적호조  
16    종근당 1,336 47,219 35.3   업계 최고의 수익성 확보 발기부전치료제 관련
17    세하 898 29,300 32.6   카자흐스탄 유전개발 사업에 참여  
18    한진중공업 2,510 78,600 31.3   조선경기 호조 자산가치(토지) 부각
19    솔로몬저축은행 905 28,300 31.3   나라저축은행 인수 및 대출 수요 호조 실적호조
20    SK케미칼 3,060 88,000 28.8   자회사(SK건설) 가치 부각 실적호조
21    삼호 986 27,750 28.1   건설경기 호조 저평가 인식
22    명성 1,915 53,500 27.9   자원개발 관련  
23    두산 6,000 165,000 27.5   핵심 자회사(두산중공업) 호조  
24    삼호개발 385 10,400 27.0   운하 등 특수건설 시공능력 부각 실적호조
25    대우인터내셔널 1,895 49,700 26.2   유전 개발 실적호조
26    현대중공업 15,700 403,500 25.7   조선경기 호조 실적호조
27    대양금속 455 11,350 24.9   니켈 가격 급등 실적 대폭 호전
28    그린화재보험 835 20,700 24.8   실적 대폭 호전  
29    두산중공업 4,400 105,500 24.0   중동 특수  
30    SK 5,890 134,500 22.8   SK인천정유 기업가치 부각 실적호조
31    화천기공 3,298 74,900 22.7   자산가치(자회사) 부각 실적호조
32    한국철강 4,310 96,600 22.4   철강경기 호조 실적호조
33    대한화섬 10,900 230,000 21.1   장하성 펀드 효과 저평가 인식
34    영풍 36,400 768,000 21.1   자회사(고려아연) 가치 부각 실적호조
35    동양제철화학 7,520 150,500 20.0   자산가치(인천공장) 부각 태양열 산업 성장성 부각
36    동양종금증권 1,166 23,050 19.8      
37    진양화학 1,620 32,000 19.8      
38    무학주정 490 9,480 19.3   바이오에탄올 사업 부각  
39    세아홀딩스 8,499 162,000 19.1   자산가치(자회사) 부각 저평가 인식
40    대한통운 6,400 119,000 18.6   M&A 관련  
41    녹십자 5,100 93,500 18.3   바이오 의약품 R&D 성과 가시화 단계 장기 성장성 부각
42    두산인프라코어 2,060 37,400 18.2   중국 특수 실적호조
43    현대H&S 7,060 128,000 18.1   자산가치(현대백화점 등) 부각 저평가 인식
44    삼부토건 3,458 62,000 17.9   건설경기 호조  
45    써니전자 261 4,605 17.6      
46    한국석유 6,810 120,000 17.6   DM파트너스의 지분 확대 자산가치 부각
47    천일고속 5,538 96,500 17.4   자산가치 부각  
48    동부화재 2,010 34,950 17.4   실적호조  
49    삼성중공업 3,310 57,200 17.3   조선경기 호조 실적호조
50    다우기술 960 15,900 16.6   자산가치(키움증권) 부각 실적호조
51    태광산업 100,000 1,654,000 16.5   장하성 펀드 효과 저평가 인식
52    현대산업 5,280 87,000 16.5   건설경기 호조  
53    하이닉스 2,453 40,300 16.4   턴어라운드  
54    고려아연 12,100 198,500 16.4   호주 자회사 흑자전환 저평가 인식
55    NH투자증권 1,331 21,700 16.3   농협에 피인수  
56    신원 2,005 32,000 16.0      
57    현대제철 4,160 65,100 15.6   철강경기 호조 저평가 인식
58    대성산업 16,500 254,500 15.4   자산가치 부각  
59    대우건설 1,975 30,200 15.3   건설경기 호조 자산가치(대우빌딩) 부각
60    삼양식품 2,500 37,900 15.2      
61    한국금융지주 4,950 74,300 15.0   자회사들의 성장성 부각  
62    한라건설 2,340 34,700 14.8      
63    대한유화 4,715 69,700 14.8   석유화학 업황 호조  
64    일성신약 9,730 139,500 14.3   실적호조  
65    신흥 1,930 27,500 14.2   임플란트 수혜  
66    GS건설 9,930 141,000 14.2   건설경기 호조  
67    삼성테크윈 3,937 55,700 14.1   방위산업 성장성 부각 실적호조
68    세방 1,254 17,700 14.1   자산가치 부각 저평가 인식
69    한솔LCD 4,281 59,800 14.0   실적호조  
70    보해양조 2,810 39,250 14.0      
71    대림산업 11,700 162,500 13.9   건설경기 호조 실적호조
72    경남기업 3,415 47,300 13.9   건설경기 호조 저평가 인식
73    가온전선 4,520 62,500 13.8   저평가 인식 실적호조
74    이건산업 2,613 35,700 13.7   환경 및 자원 관련주로 부각 자산가치 부각
75    대한방직 7,200 98,300 13.7      
76    동부증권 1,657 22,550 13.6   실적호조  
77    STX조선 4,339 58,600 13.5   조선경기 호조  
78    한국카본 930 12,550 13.5   조선경기 호조 실적호조
79    카스코 2,965 39,900 13.5   (2007.6.1 현대모비스에 합병됨)  
80    수도약품 297 3,940 13.3      
81    현대건설 6,060 80,200 13.2   건설경기 호조  
82    한국주강 441 5,810 13.2   조선경기 호조 저평가 인식
83    SIMPAC 266 3,500 13.2      
84    신성건설 1,215 15,750 13.0   두바이 공사 수주  
85    한신공영 2,535 32,800 12.9   건설경기 호조 저평가 인식
86    LS산전 3,440 43,800 12.7      
87    오리엔트바이오 600 7,600 12.7      
88    동원산업 5,900 73,900 12.5      
89    LG 4,339 54,200 12.5   자회사 가치 부각 저평가 인식
90    한진해운 4,380 54,500 12.4   해운경기 호조  
91    두산건설 1,655 20,400 12.3   건설경기 호조  
92    대우조선해양 5,220 64,000 12.3   조선경기 호조 실적호조
93    한미약품 13,133 161,000 12.3   실적호조  
94    코오롱건설 1,710 20,750 12.1      
95    성지건설 2,020 24,450 12.1      
96    유니온 5,900 71,000 12.0   자산가치 부각  
97    메리츠화재 798 9,500 11.9   실적호조  
98    BNG스틸 2,318 27,500 11.9   니켈 가격 급등 실적 호조
99    동국제강 3,370 38,950 11.6   철강경기 호조  
100    흥아해운 372 4,290 11.5   해운경기 호조  
101    대경기계 4,334 49,500 11.4   실적 대폭 호전  
102    동부건설 2,400 26,850 11.2   건설경기 호조  
103    삼성물산 5,330 58,300 10.9   건설경기 호조 실적호조/저평가 인식
104    진흥기업 285 3,030 10.6   건설경기 호조 저평가 인식
105    세원정공 5,550 59,000 10.6      
106    선창산업 8,000 84,100 10.5   자산가치 부각  
107    셀런 867 9,110 10.5      
108    화인케미칼 8,380 88,000 10.5   실적 대폭 호전 자회사 가치 부각
109    고려개발 4,044 42,400 10.5      
110    한국공항 7,880 80,000 10.2   자산가치 부각 저평가 인식
111    삼환기업 3,940 39,700 10.1   건설경기 호조 실적호조
                 
② 코스닥            
구분   종 목 명 최저가(A) 최고가(B) B/A   상승요인 1 상승요인 2
1    플래닛82 350 46,950 134.1   나노이미지센서 칩 개발 관련 (15일 연속 상한가 기록)
2    태웅 820 88,600 108.0   풍력발전 사업 성장성 부각  실적호조
3    산성피앤씨 528 49,500 93.8   FCB파미셀에 투자  
4    현진소재 764 52,500 68.7   선박부품 수요 호조 풍력발전 시장 초호황
5    헬리아텍 231 15,400 66.7      
6    3SOFT 295 19,000 64.4      
7    화이델SNT 270 14,900 55.2   주식 다단계(구 삼원정밀)  
8    액티패스 640 35,200 55.0   구본호씨 관련주 타노나노튜브 사업
9    삼영엠텍 355 19,450 54.8   조선기자재 업황 호조  
10    두림티앤씨 280 15,100 53.9   리비아 방파제 공사 수주  
11    마스타테크론 560 29,500 52.7      
12    팬텀엔터그룹 405 20,855 51.5      
13    중앙바이오텍 570 28,500 50.0      
14    이노셀 378 18,361 48.6   신약 개발  
15    조아제약 417 19,650 47.1      
16    디에스아이 480 22,500 46.9   실적호조  
17    나노트로닉스 543 25,103 46.2      
18    성광밴드 690 31,400 45.5   조선 및 플랜트 업황 호조 실적 폭발적 성장세
19    지엔텍 766 34,600 45.2      
20    오리엔탈정공 630 25,200 40.0   조선경기 호조  
21    케이알 431 17,050 39.6   풍력발전 사업 성장성 부각   
22    코미팜 1,905 73,963 38.8      
23    폴리플러스 660 23,400 35.5      
24    키움증권 3,185 111,400 35.0   주식시장 호황 수혜주  
25    대한뉴팜 782 27,250 34.8   Baverstock GmbH 주식 17% 취득  
26    넥서스투자 115 3,980 34.6      
27    케이엠더블유 550 18,350 33.4   기지국 장비 수요 확대 턴어라운드
28    PW제네틱스 455 15,050 33.1      
29    다스텍 307 9,939 32.4      
30    대선조선 11,200 360,000 32.1   조선경기 호조 실적호조/저평가 인식
31    UC아이콜스 900 28,800 32.0   M&A를 통한 기업 확장  
32    큐렉소 401 12,700 31.7   우회상장(구 대원씨아이)  
33    스타엠 487 15,413 31.6      
34    NHN 5,940 186,300 31.4      
35    디지탈퍼스트 395 12,300 31.1      
36    자유투어 280 8,600 30.7      
37    제넥셀 408 12,001 29.4      
38    보더스티엠 570 16,700 29.3      
39    태광 1,397 38,000 27.2   조선 기자재 수요 호조 실적 대폭 호조
40    서부트럭터미널 824 22,100 26.8   자산가치(용산땅 등) 부각  
41    진성티이씨 515 13,800 26.8   건설중장비 수요 호조  
42    에스켐 900 23,900 26.6   황우석 관련주  
43    한국하이네트 365 9,480 26.0      
44    소리바다 220 5,680 25.8   실적호조  
45    영풍정밀 4,400 112,000 25.5   고려아연 기업가치 급등 저평가 인식
46    예당온라인 1,610 40,400 25.1      
47    HS홀딩스 339 8,400 24.8      
48    포휴먼 1,288 31,250 24.3   유해가스 저감장치 자회사(FH) 가치 부각 실적호조
49    에머슨퍼시픽 610 14,600 23.9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 사업 호조 등  
50    코람파나진 650 15,400 23.7      
51    쓰리쎄븐 1,470 34,800 23.7      
52    SLS캐피탈 92 2,120 23.0   SLS그룹 주가 동반 상승 실적호조
53    하이록코리아 760 17,450 23.0   전방산업(조선 및 해양플랜트) 호조  
54    네패스 880 20,200 23.0      
55    성원파이프 200 4,515 22.6      
56    레드캡투어 2,010 43,000 21.4   우회상장(구 미디어솔루션)  
57    하나투어 4,630 98,500 21.3   여행수요 급증  
58    미디어코프 310 6,580 21.2      
59    소디프신소재 2,870 60,800 21.2   태양전지 재료업체 성장가능성  
60    대웅화학 2,100 42,500 20.2   실적 호조  
61    텍슨 420 8,500 20.2      
62    신화인터텍 903 18,100 20.0      
63    IDH 395 7,900 20.0   섬유기계 수요 급증 실적호조
64    이테크건설 3,120 61,500 19.7   대폭적인 실적 호전 저평가 인식
65    다우데이타 360 6,860 19.1   다우그룹의 지주회사 가치 부각  
66    동신건설 649 12,150 18.7   실적 대폭 호전 저평가 인식
67    주성엔지니어링 1,550 28,500 18.4   대폭적인 실적 호전  
68    덱트론 522 9,550 18.3      
69    미주소재 370 6,730 18.2      
70    더존디지털 1,201 21,800 18.2      
71    코아정보 530 9,510 17.9      
72    케이스 377 6,700 17.8   해외자원개발 전문자산운용사 설립  
73    제이엠아이 405 7,140 17.6      
74    동국산업 509 8,940 17.6   자회사(동국S&C)자산가치 부각 풍력발전 사업 기대
75    심텍 940 16,150 17.2   BOC(Board on Chip) 매출 호조 실적 대폭 호조
76    황금에스티 1,384 23,450 16.9   고수익 구조에 성장성 겸비 실적호조
77    영우통신 940 15,550 16.5      
78    피에스케이 1,210 19,800 16.4   반도체 장비 '애셔'(Asher) 세계 1위 업체 저평가 인식
79    서화정보통신 611 9,950 16.3   DMB 전국방송의 수혜주(WCDMA망 확대)  
80    바이넥스 1,930 30,800 16.0      
81    위다스 345 5,470 15.9      
82    세중나모여행 1,155 18,300 15.8   상용 여행 분야의 1위 기업 일부 기관 블록 딜 매수
83    에스엠 1,370 21,510 15.7      
84    메디프론 530 8,290 15.6      
85    에코솔루션 428 6,690 15.6   대체에너지 사업추진(바이오디젤)  
86    디앤에코 528 8,010 15.2      
87    성우하이텍 664 9,996 15.1      
88    퓨쳐비전 770 11,550 15.0   태양광 전지 소재업체 인수  
89    포스데이타 858 12,850 15.0   Wibro 및 하이패스(ETC) 사업 가치 부각  
90    네스테크 269 4,000 14.9   기업인수(파인디지털, 파라웰빙스)  
91    원익 945 14,000 14.8   실적호조  
92    서울반도체 5,075 74,500 14.7   신성장주(LED조명시장) 부각  
93    세보엠이씨 476 6,900 14.5   삼성계열사(물산,중공업 등) 수주 호조 실적 대폭 호조
94    씨티엘 484 7,000 14.5   반도체 장비 수요 호조 (구상호 : 라셈텍)
95    네오위즈 4,222 60,650 14.4   스페셜포스 등 막강한 게임 라인업 확보 EA 제2대 주주로 참가
96    뉴인텍 301 4,277 14.2      
97    알티전자 1,065 14,850 13.9   LED 시장 진출에 따른 성장성 부각  
98    제일바이오 598 8,330 13.9      
99    볼빅 590 8,160 13.8      
100    케이디씨 215 2,950 13.7   3D 입체패널 사업 탄력  
101    솔믹스 1,410 19,300 13.7   반도체용 세라믹소재 수요 호조 실적호조
102    기륭전자 690 9,400 13.6      
103    디지탈온넷 559 7,580 13.6      
104    삼일기업공사 3,110 42,050 13.5   자산가치 부각 실적호조/저평가 인식
105    C&S마이크로 1,009 13,550 13.4      
106    티씨케이 1,580 21,200 13.4      
107    매일유업 3,115 41,000 13.2   실적 대폭 호전 저평가 인식
108    쌍용건설 1,880 24,650 13.1      
109    뉴젠비아이티 893 11,627 13.0      
110    한광 300 3,900 13.0   레이저 가공기 판매 호조 실적호조
111    이지바이오 543 7,039 13.0      
112    엠넷미디어 1,039 13,400 12.9      
113    에이에스이 2,930 37,750 12.9      
114    YNK코리아 975 12,500 12.8   온라인게임(로한) 흥행 성공  
115    샤인시스템 530 6,790 12.8      
116    삼원테크 1,107 14,138 12.8      
117    파이컴 1,210 15,400 12.7      
118    화인텍 1,815 23,000 12.7   LNG선 시장의 LNG보냉재 독점 업체  
119    케이에스피 1,746 21,950 12.6   조선 기자재 수요 호조 실적 대폭 호조
120    기산텔레콤 1,090 13,700 12.6      
121    리노스 462 5,791 12.5      
122    세원물산 685 8,450 12.3      
123    서울음반 810 9,990 12.3      
124    동화홀딩스 2,255 27,700 12.3   자산가치 부각  
125    유진기업 1,505 18,400 12.2   서울증권 인수 및 로또 사업권 확보  
126    씨앤에스 1,029 12,350 12.0      
127    코스프 120 1,425 11.9      
128    테크노세미켐 2,927 34,700 11.9   유기재료 사업부문 고성장 지속 기대  
129    옵토매직 1,172 13,800 11.8      
130    어드밴텍 626 7,370 11.8      
131    AJS 450 5,290 11.8      
132    태원엔터테인먼트 930 10,853 11.7   우회상장(구 스펙트럼DVD)  
133    큐릭스 8,600 99,500 11.6   디지털케이블 본격화 등 SO 가치 부각  
134    진양제약 1,025 11,703 11.4      
135    에코플라스틱 800 9,100 11.4      
136    에스에프에이 5,100 57,800 11.3   대규모 현금성자산 보유 저평가 인식
137    인터파크 1,227 13,888 11.3      
138    와이즈콘트롤 521 5,800 11.1      
139    코미코 1,279 14,200 11.1      
140    HS바이오팜 920 10,150 11.0      
141    중앙백신 1,820 19,600 10.8      
142    케너텍 2,487 26,750 10.8   대체 에너지 사업 활발  
143    대동기어 4,280 46,000 10.7      
144    아이즈비전 4,500 48,000 10.7   중국 홈쇼핑시장 진출 등  
145    오스템 357 3,770 10.6      
146    시노펙스 1,000 10,550 10.6      
147    한일화학 2,566 26,800 10.4   자산가치 부각 실적호조
148    대진공업 760 7,920 10.4      
149    삼지전자 885 9,200 10.4      
150    액토즈소프트 3,002 31,200 10.4      
151    동원개발 2,260 23,350 10.3      
152    우리조명 750 7,740 10.3      
153    아즈텍WB 550 5,630 10.2      
154    신성델타테크 1,131 11,550 10.2   높은 성장성과 양호한 수익성 확보 저평가 인식
155    파인디지털 1,890 19,100 10.1   오빌홀딩스(네스테크 자회사)의 지분 매입  
156    이오테크닉스 2,030 20,200 10.0      


* 붉은 색 표시 : 최근 1개월 이내에 최고가 갱신
* 2007. 7. 16 종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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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7-07-18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참고 하겠습니다. 돌아보면 쉬운데 다시 앞을 내다보면 어려운게 미래예측인 것 같습니다. ^^
 

운세가 좋지 않을 때는 독서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홀로 존재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독립불구’(獨立不懼:홀로 있어도 두렵지 않음)하고 ‘둔세무민’(遁世無悶:세상과 떨어져도 근심이 없음)할 수 있는 힘은 바로 독서의 습관에서 나온다. 독서를 통하여 불운을 견딜 수 있었던 사람 가운데는 중세 피렌체 공화국의 서기관이었던 마키아벨리도 포함된다.

마흔셋의 나이에 반체제 사건에 연루되면서 잘 나가던 인생이 곤두박질친다. 직장에서 잘리고, 10년 봉급에 해당하는 액수의 벌금을 물었는가 하면, 감방생활을 거쳤다. 그는 피렌체에서 쫓겨나 시골의 허름한 산장에서 처자식과 함께 생계를 유지해야만 하였다.

낮에는 주막집에서 시골의 장돌뱅이들과 어울렸지만, 밤이 되면 흙으로 더러워진 평상복을 벗고 관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책이 가득한 서재로 돌아가 독서에 몰입하곤 하였다.

시오노 나나미는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한길사)에서 그 대목을 이렇게 묘사하였다.

“예절을 갖춘 복장으로 몸을 정제한 다음, 옛 사람들이 있는 옛 궁전에 입궐하지… 그곳에서 나는 부끄럼 없이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행위에 대한 이유를 물어 보곤 하지. 그들도 인간다움을 그대로 드러내고 대답해 준다네. 그렇게 보내는 네 시간 동안 나는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네. 모든 고뇌를 잊고, 가난도 두렵지 않게 되고, 죽음에 대한 공포도 느끼지 않게 되네.”

만약 마키아벨리가 독서하는 습관이 없었더라면 이 시절에 자살했을 가능성이 높다.

동양의 식자층들은 어땠는가. 중국 당나라의 관료들은 관청에서 퇴근하면 부인 자식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잠깐 이야기를 나눈 후에 곧바로 서재로 들어가곤 하였다.

가장이 한번 서재로 들어가면 누구도 그 독서를 방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정년 퇴직을 하면, ‘그 동안 읽지 못했던 책을 이제야 마음놓고 실컷 읽을 수 있겠구나!’ 하면서 더욱 독서에 몰입하였다고 한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 조기 퇴직이 대세이다. 항산(恒産)도 없는데, 항직(恒職)도 없으니, 항심(恒心)도 어려운 ‘삼난항’(三難恒)의 시대가 된 것이다. 삼난항의 시대에서 우울증에 걸리지 않으려면 책을 붙잡아야 한다.

[조선일보 2005-02-25 17: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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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5-02-25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조선일보는 별로라도.
독서 중요하죠.
 

[중앙일보   2005-02-04 18:33:40]


서울대가 4일 '천변풍경'(박태원), '과학혁명의 구조' 등 서울대생이 읽어야 할 '권장도서100선'(표 참조)을 발표했다. 이번 권장도서 목록은 지난 1993년 서울대가 발표한 '동서고전 200선'을 바탕으로 분야별 교수 20여 명이 1년여 동안 검토 끝에 선정한 것이다.

'페더랄리스트 페이퍼'(알렉산더 해밀턴)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로얼드 호프만) 등 다른 교양서 추천목록에선 보기 힘들었던 책들이 포함됐다. 분야별로는 한국문학 17권, 외국문학 31권, 동양사상 14권 서양사상 27권, 과학기술 11권이다.

여정성 서울대 교무부처장은 이와 관련 "학생들이 개별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 종합적 판단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책을 골랐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권장도서마다 해당 분야 교수의 해설을 곁들인 가이드북을 3월말 간행하는 한편 해당 서적을 분야별로 다루는 핵심교양과목을 개발할 방침이다.

한편 문학평론가 장은수씨는 "좋은 책들이나 요즘 대학생 수준에 비춰 읽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역사와 과학 분야에서 서구 중심이어서 전체적으로 균형감이 떨어지는 인상"이라고 평했다.

김성희 기자
jae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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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02/06 17:22

[천자칼럼] 권장도서


내일 모레면 설이다.

설이 지나면 곧바로 개학이니 초·중·고생들은 설날에도 바쁘게 생겼다.

문제를 풀어야 하는 방학책은 없어졌지만 만들기와 독후감쓰기같은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요즘엔 독후감도 인터넷 곳곳에서 퍼다가 짜깁기하는 일이 흔하다지만 그것도 간단하진 않을 것이다.

독서는 기실 누가 시키고 말고 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의 경우 엄마가 골라주는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의 책은 내용이나 품질에 상관없이 잘 팔리는 반면 10대 이후 스스로 선택해 읽는 책의 판매량은 뚝 떨어진다고 한다.

게임 등 재미있는 놀이가 수두룩한데다 독서가 공부를 방해하는 가욋일로 여겨지기 일쑤인 탓이다.

그러다 보니 독후감 쓰기를 방학과제로 내줘서라도 읽게 하는 셈인데 수많은 요약본과 인터넷 덕(?)에 의도하는 대로 되는 것같지 않다.

고전이라도 이해하기 어렵거나 절판돼 구하기 힘든 책을 권장도서로 제시하거나, 기껏 써냈는데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채 넘어가는 것도 초·중·고생들의 독서에 대한 흥미를 가로막는다.

결국 대학생 혹은 사회인이 돼도 마음속에 간직한 책 한권 없는 수가 허다하다.

제목과 대략의 내용은 알지만 정작 읽진 않아 첫 문장이 어떻게 시작되는지,가슴 깊이 와닿는 대목이나 문구는 무엇인지 모르는 일도 태반이다.

책은 안읽고 영화나 드라마로 보는 바람에 책과 다른 내용을 기억하기도 한다.

서울대가 재학생을 위한 '권장도서 1백선'을 내놨다.

분야별 교수 20여명이 1년여 검토해 만들었다는 목록의 한국문학엔 '구운몽''춘향전'부터 이기영 백석의 작품,서양사상엔 헤로도투스의 '역사'에서 마르크스의 '자본론'까지 들었다.

얼마나 고심했을지 짐작할 만하다.

그러나 제아무리 유명한 책도 읽히지 않으면 곤란하다.

전공서적이 아닌 교양서적이면 더더욱 그렇다.

책이란 옛것을 아는데도 중요하지만 오늘과 내일을 이해하는데도 필수적인데 동시대 저자의 책이 거의 없는 것,예술 경제경영 여성학에 대한 책이 없는 것도 의아하다.

어쨌거나 설 연휴엔 언젠가 읽으리라 별렀던 책 한권쯤 독파해볼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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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2005-02-04 15:03]

⊙서울대 선정 '서울대학생을 위한 권장도서 100선'

[한 국 문 학]

1. 고전시가선집 향가, 고려가요, 송강가사(정철) 등 포함 2. 연암산문선 3. 구운몽 (김만중) 4. 춘향전 5. 한중록 6. 청구야담 7. 무정 (이광수) 8. 삼대 (염상섭) 9. 천변풍경 (박태원) 10. 고향 (이기영) 11. 탁류 (채만식) 12. 인간문제 (강경애) 13. 정지용전집 14. 백석시전집 15. 카인의 후예 (황순원) 16. 토지 (박경리) 17. 광장 (최인훈)

[외 국 문 학]

18. 당시선 이백시선, 두보시선 포함 19. 홍루몽 (조설근) 20. 노신선집 21. 변신인형 (왕몽) 22. 마음 (나쓰메 소세키) 23. 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24. 일리아드, 오딧세이아 (호메로스) 25. 변신(오비디우스) 26. 그리스비극선집 소포클레스 등 포함 27. 신곡 (단테) 28. 그리스로마신화 29. 세익스피어 Hamlet, Macbeth, The Tempest, As You Like it 등 포함 30. 위대한 유산 (디킨스) 31. 주홍글씨 (호손) 32. 젊은 예술가의 초상 (조이스) 33. 헉클베리핀의 모험 (트웨인) 34. 황무지(엘리어트) 35. 보바리 부인 (플로베르) 36. 스완네 집 쪽으로 (프루스트) 37. 인간조건 (말로) 38. 파우스트 (괴테) 39. 마의 산 (토마스 만) 40. 변신 (카프카) 41. 양철북 (그라스) 42. 돈키호테 (세르반테스) 43. 백년동안의 고독 (마르께스) 44. 픽션들 (보르헤스) 45. 고도를 기다리며 (베케트) 46. 카라마조프 형제들 (도스토예프스키) 47. 안나 카레니나 (톨스토이) 48. 체호프 희곡선 (체호프)

[동 양 사 상]

49. 삼국유사 50. 금강삼매경론 (원효) 51. 퇴계문선 사단칠정론, 성학십도 포함 (이황) 52. 율곡문선 천도책, 성학집요 등 포함 (이이) 53. 다산문선 목민심서 등 포함 (정약용) 54. 주역 55. 논어 56. 맹자 57. 대학-중용 58. 제자백가선도 59. 장자 60. 아함경 61. 사기열전 62. 우파니샤드

[서 양 사 상]

63. 역사 (헤로도투스) 64.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투키디데스) 65. 국가 (플라톤) 66. 니코마코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 67. 고백록 (아우구스티누스) 68. 군주론 (마키아벨리) 69. 방법서설 (데카르트) 70. 리바이어던 (홉스) 71. 정부론 (로크) 72. 법의 정신 (몽테스큐) 73. 에밀 (루소) 74. 국부론 (아담 스미스) 75.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 (칸트) 76. 페더랄리스트 페이퍼 (해밀톤 외) 77. 미국의 민주주의 (토크빌) 78. 자유론 (밀) 79. 자본론 1권 (마르크스) 80. 도덕계보학 (니이체) 81. 꿈의 해석 (프로이드) 82.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베버) 83. 감시와 처벌 (푸코) 84. 간디 자서전 (간디) 85.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브로델) 86. 홉스봄 4부작: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 극단의 시대 (홉스봄) 87. 슬픈 열대 (레비스트로스) 88.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하우저) 89. 미디어의 이해 (맥루한)

[과 학 기 술]

90. 과학고전 Anthology On the Revolutions of Heavenly Spheres (Copernicus), Dialogue Concerning the Two Chief World Systems (Galileo Galilei), The Principia (Newton) 등 포함 (현재까지 이런 내용을 포함한 선집은 발간되지 못했음) 91. 신논리학 (베이컨) 92. 종의 기원 (다윈) 93. 과학혁명의 구조 (토마스 쿤) 94. 괴델, 에셔, 바흐 (호프스태터) 95. 부분과 전체 (하이젠베르크) 96. 엔트로피 (리프킨) 97. 이기적 유전자 (도킨스) 98. 수확의 확실성 (클라인) 99. 객관성의 칼날 (길리스피) 100.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호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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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경에 잠자리에 들었을 때 나는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마침내 나는 전체 상황을 감독할 권한을 얻었다. 나는 마치 내가 운명의 여신과 함께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의 지난 모든 삶이 오로지 이 시간을 위한 준비과정이었던 것처럼 생각되었다. …비록 조바심이 나서 아침을 못 기다릴 정도였지만 나는 푹 잤고 좋은 꿈을 꿀 필요도 없었다. 현실이 꿈보다 더 나았기 때문이다."

영국인들이 어느 위대한 영국인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처칠, 그가 남긴 회고록의 한 토막이다.

영국 정부로부터 제2차 세계대전을 지휘해 줄 것을 요청 받고 자신의 전 생애는 바로 그 순간을 위해 준비해 온 것이라고 당당히 말한 것이다. 얼마나 간절히, 그리고 집요하게 하나의 목표를 가슴에 품고 준비해왔으면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이런 이야기가 인류의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사람들만의 전유물이라면 우리는 너무 슬플 것이다. 수년 전 '신지식인'으로 뽑힌 코미디언 심형래가 "못 하니까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니까 못하는 겁니다."라고 했을 때 아주 후련한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사무실의 한 쪽 벽면에는, 내가 몇년 전에 미국의 한 심포지엄에 참가했다가 눈에 띄어 사온 글귀 하나가 옆으로 길게 씌어 있다. '당신이 시도할 때까지는 당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You never know what you can do until you try)

오랜 주입식 교육이 우리에게서 상상력과 창의성을 잠재우기도 했지만, 누가 뭐래도 우리에게는 조물주에게서 부여 받은 무한한 잠재력과 상상력이 있다. 나폴레옹 힐은 "상상력이 세계를 지배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빌 게이츠는 이렇게 고백했다. "마이크로 소프트 사의 유일한 재산이라곤 직원들의 상상력 밖에 없다." 상상력의 원천은 우리 내면의 깊은 곳에 자리잡은 꿈의 편린들로부터 비롯되는 것. 꿈이 큰 민족이 꿈이 작은 민족을 지배한다. 마찬가지로 꿈이 큰 개인이 꿈이 작은 개인을 지배할 수밖에 없다.

월트 디즈니가 자신의 상상 속에서 꿈틀대는 몽상을 현실로 끌어내어 디즈니랜드에 가공할 만한 일을 만들어 냈다. 있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던 일이었다. 한국의 문화 예술이 한류 열풍을 타고 아시아를 휩쓸고 있다. 한 번 바람 불기 시작한 바람은 이변이 없는 한 유럽으로, 미국으로 번져 나갈 것이다.

우리는 모름지기 꿈을 꾸어야 한다. 꿈을 꾸지 못하는 사람은 죽은 사람뿐이다. 젊으나 늙으나, 남자나 여자나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야 한다.

오늘의 나는 알고 있지만 내일 내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할 수 있고, 가지고 싶은 것은 가질 수 있으며, 그리고 되고 싶은 것은 어떤 것도 될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내가 결단을 내려 시도할 때까지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고, 다른 사람이 가르쳐 줄 수는 더더구나 없다.

오직 우리에게서 꿈을 말살시키지 않는 한 우리는 그 꿈에 따라 행동할 수 있고, 그것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은 이미 우리의 내부에 넘치도록 가지고 있다. 사과 속의 씨는 셀 수 있지만 씨 속의 사과는 셀 수 없다. 내 안의 잠자는 거인을 깨워 원하는 길로 같이 가자고 독려해 봄이 어떨까?

김경섭한국리더십센터대표

(출처 : 머니투데이   2005-01-25 12: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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