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TV를 별로 시청하지 않기 때문에 잘 몰랐지만, 미스터 트롯 열풍이 대단한 듯하다.

 

나와 거의 똑같은 날에 구독자 1,000명을 돌파한 어떤 유튜버 분은 <정동원의 인기 비결 3가지> 영상 하나가 대히트를 치는 바람에 순식간에 구독자 8,000명을 돌파했다. 요즘 그 유튜버 분을 흉내내는 사람들이 참 많아졌다. <신라의 달밤>을 부른 조명섭 씨를 소개하는 유튜버 분들도 부쩍 늘어났다. 고민고민 끝에 나도 하나 만들어봤다.

 

<막걸리 한 잔>, <찐이야>, <니가 왜 거기서 나와>라는 노래로 오랜 세월 동안 겪었던 무명 가수의 설움을 단번에 날려버린 가수 영탁이 마침 고교 후배여서, 그런 인연에 기대어 만들어본 영상이다.

 

이 영상이 업로드 하루 만에 조회수 1,000회를 가뿐하게 넘기는 걸 보면, 대중들의 인기가 참으로 대단하다는 걸 절감한다. 동영상 내용 중에 모교를 너무 미화하는 듯한 내용이 담기는 바람에 '자뻑이 흠'이라는 댓글도 받았는데, 기분이 크게 상하지는 않았다. 내가 봐도 조금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좋게 보는 사물들도 남들이 보면 도리어 기분 나쁘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그 댓글에 공감한다는 댓글을 달아드렸다. 진짜로 공감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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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6-25 1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영상을 재밌게 봤습니다. 이렇게 안동과 영탁 가수를 연결해서 잘 설명해 주신 오렌 님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싶네요.
굿 아이디어였어요. 안동의 자랑은 곧 우리나라의 자랑으로 들었습니다. 베리 굿!!! 입니당~~

oren 2020-06-29 16:37   좋아요 1 | URL
영상 재미있게 보셨나요? 책을 소개하는 동영상에 비해 이런 영상 만드는 건 식은 죽 먹기였어요. 뜻밖에도, 책을 소개하는 동영상 만들기가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네요. 지금도 조지 오웰의 <1984>를 소개하는 영상을 만드는데, 힘들어 죽을 지경입니다요. ㅎㅎ
 

 

4년 전쯤에 우연히 발견한 글 한 편이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하다. 붉은돼지 님께서 올리신 『에게 영원회귀의 바다』에 관한 글이었다. 그 글을 읽고 불현듯 아토스에 대한 기억들이 몇몇 떠올라, 아토스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 이 책 저 책을 마구 뒤져봤더니 놀랍게도 무려 일곱 권에서 '아토스'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한 때는 그저 아토스가 무슨 자동차 이름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플루타르코스가 쓴 『수다에 관하여』라는 책에도 아토스가 언급되어 있다. 사진에서는 그 책이 빠져있다.)

 

그 때 쓴 글을 바탕으로 아토스에 대한 영상을 하나 만들어봤다. 그런데 그 영상을 악전고투 끝에 다 만들고 나서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난 뒤 영상 공개 시간까지 예약해 둔 사이에, 저작권 침해 경고가 날라왔다. 자세히 알고 보니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에 등장하는 그 유명한 주제가인 '조르바의 춤'이 결정적으로 문제가 되었다. 기껏 만들어 놓은 영상을 다시 해체하고 수정하는데 꼬박 하루가 더 걸렸다. 영화 《300》과 《제국의 부활》에 이어 《그리스인 조르바》로 영상의 대미를 장식하려던 내 야무진 꿈은 저작권이라는 드높은 장벽 앞에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은 아직도 남아 있다. 유튜브 영상들을 조회해 보면 《그리스인 조르바》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그 멋진 장면과 음악들이 셀 수도 없이 많은데, 왜 하필 내가 만든 영상에 담은 2분 남짓한 영상만이 문제라는 것인가. 아무튼 그 영상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담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워 여기서라도 다시 올려놓아야 겠다.

 

 

맨 처음 영상은 이렇다. 그 멋진 《조르바의 춤》과 음악이 등장해야 할 대목에 그게 안 나온다!

https://youtu.be/u-U19KvREPw

 

 

두 번째 영상은 '아토스'를 담은 수많은 영상 중에 하나 골라본 것이다.

 

세 번째 영상은 흑백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의 하이라이트다.

이토록 멋진 영상과 음악을 내 영상에 담지 못한 아쉬움이 참으로 크다.

 

 

네 번째 영상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소개하는 어느 북튜버의 최신 영상이다.

아직은 채널의 구독자수도 얼마 되지 않고 영상도 몇 개 없지만,

꼼꼼한 영상 제작과 똑 부러지는 나래이션 때문에 즐겨 찾는 채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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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 https://youtu.be/8-5vQ5yl3CU

로맹 가리, 에밀 아자르 ☞ https://youtu.be/vKy0n0XDJMM

마담 보바리, 플로베르 ☞ https://youtu.be/awC0tN9mWuU

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 https://youtu.be/MTUYTbjXDbA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700명을 넘었는데도 여전히 배가 고프다. 내 시야에는 어느새 스타트업 유튜버들이 차츰 사라지고, 구독자 7,000명 혹은 70,000명을 거느린 대형 유튜버들이 더 자주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한때는 구독자가 100명만 되었으면, 혹은 500명만 되었으면 했는데...

 

유튜브 동영상 하나에 좋아요, 댓글이 순식간에 100개 혹은 200개씩 달리면 정신을 차리기 힘들다. 댓글 다는 일이 어느새 밀린 숙제하듯 일과가 되고 있다. 그래도 구독자 한 사람 늘리기 위해 노심초사했던 '어려운 시절'을 생각해서 댓글 하나 소홀히 하지 않으려 기를 쓰고 있다.

 

유튜브 이용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급증세를 이어갈 듯하다. 비대면 활동이 어느새 일상화된 탓도 그런 추세에 일조하는 듯하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1인 1채널 시대가 도래할 듯한 분위기마저 감지된다.(1인 다채널 소유자도 많기 때문에 결국에는 인구수 만큼 유튜브 채널이 만들어질 듯하다.)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지 불과 몇 달 지나지 않았지만, 초보 유튜버가 어설픈 눈으로 바라보더라도 신생 유튜버들은 끊임없이 밀려 들어오고 있는 게 확실하다. 특히나 직장에서 막 은퇴하기 시작한 50대, 60대의 활동이 유독 도드라지는 느낌도 받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이어지는 유튜브 진입 행렬을 보노라면 마치 노아의 방주를 보는 듯하다. 이 거대한 배에 올라타지 않으면 마치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밀려오기 때문이다.

 

유튜브 동영상을 올리고 나면 잠깐씩 짬을 내서 최신 동영상에 대한 홍보를 하러 돌아다니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느끼는 게 하나 있다. 알라딘 서재는 어느새 왜소해도 너무 왜소해졌구나, 하는 느낌이다. 가령, 네이버 검색창에서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를 입력하고 '블로그'를 선택해서 검색하면, 네이버 블로그 글이 100개 정도 나올 때, 알라딘 서재글이 겨우 한둘 정도가 검색된다. 다른 검색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내가 최근에 동영상으로 만들었던 작품들을 홍보하기 위해 [마담 보바리, 플로베르]를 검색하거나, [버지니아 울프, 댈러웨이 부인]을 검색했을 때도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극히 단편적인 일면만 보고 <알라딘 서재>가 너무 왜소해 졌다고 성급한 판단을 내리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업로드한 '고전 명작들'을 네이버에서 검색했을 때의 결과가 이상하게도 알라딘에 불리한 쪽으로 왜곡되어 나타났다고 믿고 싶은 생각마저 없어졌다. 똑같은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네이버 블로그 글이 100건 정도 검색될 때 알라딘 서재글이 겨우 한둘 정도로 검색되는데, 거기에 무슨 검색 과정의 왜곡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는가. 더군다나 내가 예전에 올렸던 알라딘 서재글은 어김없이(!) 또박또박 검색되어 올라왔었다.

 

물론 내가 제일 걱정하는 건 알라딘이 망하는 거다. 지난 17년 동안 내가 써 왔던 글은 대부분 알라딘에 저장해 놓고 있는데, 이 글들이 통째로 날아간다면 그보다 더 억울한 일도 없을 터이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은 책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계속 만들어 올릴 것 같다. 독자들의 반응조차 희미할 정도로 외진 플랫폼에서 계속 글을 쓰는 것보다는 세계 최고의 플랫폼에 이미 읽은 책들을 영상으로 소개하는 일이 훨씬 더 보람있고 유익할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뒤따른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고...

 

아이러니하게도 유튜브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나서 내 서재 방문자수가 도리어 늘어나기 시작했다. 유튜브 채널에 책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올릴 때마다 '알라딘 서재 링크글'을 달기 때문일까? 아무튼 알라딘 서재가 오래 오래 살아남아서 내가 이 공간에 끄적거려 놓았던 글마저 유튜브라는 대홍수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쨌든 나는 유튜브라는 새로운 '노아의 방주'에 부지런히 내 글을 옮겨 실어야겠다. 텍스트로 만들어 놓은 컨텐츠를 옮겨 싣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인 '영상화 작업'이 여전히 힘들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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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3 0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20-04-23 15:11   좋아요 1 | URL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1,000명 이상 & 최근 1년 누적 시청시간 4,000시간 이상>이 되어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답니다. 수익 창출은 반드시 구독자 수와 연동되는 게 아니라, 내 채널의 영상에 달린 광고 시청 시간이 좌우하는데, 구독자수가 적어도 헤비 유저들이 자주 & 오래 시청해 주면 꽤 쏠쏠한 수익이 나기도 하고, 뜨네기 구독자들이 많은 채널인 데다가 짧은 영상들이 많으면 예상밖으로 저조한 수익이 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저는 아직까지는 <채널 승인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단계라서 ‘수익‘을 생각할 때는 아닙니다만,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영상을 업로드 하게 되면, 구독자 수, 시청 시간, 수익 창출 등이 자연스레 따라오리라 믿고(!), 최대한 양질의 영상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답니다.. 대략 매주 1편씩만 올리더라도, 1년이면 40개 이상은 올릴 수 있고, 이런 식으로 5년 내지 10년 쌓이면 수백 개의 책 소개 동영상을 만들 수 있을 테니,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책을 읽은 보람과 책을 소개하는 보람을 동시에 맛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답니다.

알라딘은 제게는 늘 고향 같은 아늑함이 느껴지는 공간이라, 여기에 글을 올리는 걸 소홀히 한다는 건 마치 고향에서 멀어지는 듯한 기분까지 드는데, 바쁜 도시 생활을 하다가도 문득 고향이 그리우면 언제든 달려가듯이, 언제라도 맘 속에 담아 놓고, 수시로 들락거릴 껍니다.!! 애정이 담뿍 담긴 댓글과 응원, 정말 고맙습니다.^^


stella.K 2020-04-23 1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축하합니다. 사람의 욕심이란 게 끝이 없긴하죠.
뭐 조만간 거대 유투버되실 것 같은데요 뭐.ㅎㅎ
그러게 말입니다. 오렌님 걱정 하시는 거 저도 동감입니다만
알라딘에서 책 사 보는 사람이 없어지면 모를까
쉽게 사이트가 없어질까 싶기도 하네요.
단지 서재가 좀 활성화가 됐으면 좋겠는데
저부터도 드문드문 글을 올리는지라...ㅠ

지난 번에 가르쳐 주셨던 로맹가리 부분 잘 들었습니다.
소설 책 잘 안 읽는 오렌님이 전작하실 정도면 로맹 가리는 정말 대단한 소설가죠.
로맹 가리의 오렌님이 분석은 탁월하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렌님의 유튜브가 번창하실기 빌겠습니다.^^

oren 2020-04-23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 플랫폼이 너무 고색창연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마치 고향의 마을 입구를 오래도록 지키고 서 있는 느티나무를 닮았다고나 할까요? 사시사철, 여름이나 겨울이나 한결같이 제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조금씩 늙어가면서 나뭇가지가 차츰 성기고, 여기저기 부러진 가지들도 엿보이고, 보기에 안쓰러울 때가 많은, 그런 느낌이 자꾸만 듭니다.

알라딘이 기본적으로는 ‘책을 파는 인터넷 서점‘이긴 하지만, 다양한 아이디어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꽉 붙들어 매어둘 수도 있는 멋진 공간이 될 수도 있을 텐데, 이제는 날이 갈수록 <알라딘 서재>는 그냥 방치하는 듯한 느낌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조차 네이버 포스트, 네이버 TV 등을 만들어 발빠르게 광고 수익을 쉐어하는데, 알라딘은 양질의 컨텐츠를 무한정 제공하는 헤비 유저들에게조차 일말의 동기부여가 되는 정책들을 거의 만들어내지 못한 채 그저 무신경한 듯합니다. 아무쪼록 알라딘이 꿋꿋이 살아 남아서, 아무 때라도 만나보고픈 이웃들과 온갖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stella.K 님의 응원과 격려, 잊지 않을께요.^^

CREBBP 2020-05-31 0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곧 1000 명 돌파하면 적지만 광고수입도 들어오겠네요. 아무리 수익 구조가 적다 고 해도 애드온 수입 100 원 200원규모 보다는 크지 않을까 싶어요. 30원 같은 애드온 으로도 기쁜 걸 생각하면 첫 광고 수입이 생기는 시점도 역사적으로 중요기점이 될 듯해요.

oren 2020-05-31 18:41   좋아요 0 | URL
CREBBP 님, 반갑습니다. 대망의(?) 구독자 1,000명 돌파는 지난주에 이뤄졌고요, 광고 수입까지 얻기 위해서는 ‘최근 1년 누적 시청시간 4,000시간‘도 충족시켜야 한답니다. 아직은 누적시청시간이 2,000 시간 남짓밖에 되지 않아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해요. 꾸준히 좋은 영상을 만들어 올리다 보면 구독자와 시청시간은 계속 늘어나리라 믿고 있습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과학 분야의 명저(名著)도 동영상으로 소개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다만 그 작품을 소개하는데 필요한 이미지들을 찾는 게 조금 어려울 뿐. 그런데, 우리가 어릴 때 유난히 자주 들어 왔던 참신한 학습 방법 가운데 하나가 '시청각 수업'이었고, 시청각 도구를 활용한 수업의 대표적인 과목이 '과학'이었는데, 과학 명저를 설명하는 동영상을 만들기 어렵다는 건 묘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대화』라는 작품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책은 아니지만, '과학 분야의 10대 명저'로 손꼽힐 만큼 탁월한 작품이다. 태양이 지구 둘레를 돌고 있다는 오랜 믿음을 마침내 무너뜨리는 '최후의 일격'이 그 책 속에 너무나 절묘하고도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 『대화』의 표지

 

이 책은 갈릴레오가 직접 교황으로부터 책을 써도 좋다는 허가를 받고 나서 쓰기 시작했고, 교황청의 엄격한 사전 검열을 거친 끝에 1632년에 출간되었다. 그렇지만 갈릴레오는 끝내 이 책 때문에 종교재판에 회부되어 종신형을 선고 받았고, 차마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부끄러운 참회 성사를 하고 나서야 재판정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 로마에서 종교재판을 받는 갈릴레오

 

 

로마 교황청은 차마 갈릴레오를 화형으로 단죄하지는 못했지만, 갈릴레오의 저서를 1822년까지 오래도록 금서 목록에서 풀지 않았다. 그러나 로마 교황청도 불변의 진실 앞에서 마냥 침묵할 수는 없었던지, 1992년에 정식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갈릴레오를 복권시켰다.

 

 

피사에서 태어난 갈릴레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의대에 진학했으나 곧바로 수학에 흥미를 느껴 수학자의 길을 걷게 된다. 피사 대학에서 수학 교수로 지내던 갈릴레오는 천문학에 뛰어들기 전부터 물체의 온갖 운동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느껴 온갖 실험과 관찰에 몰두하게 된다.

 

 -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한 피사. 갈릴레오는 피사 대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쳤다.

 

피사의 사탑에서 무게가 다른 쇠공을 떨어트린 실험이 가장 대표적이었다. 그 실험을 통해 물체의 자유낙하 법칙을 발견함으로써 2,000년 가까이 인정받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역학이 틀렸음을 증명한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권위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도리어 피사 대학에서 쫒겨나게 된다. 1592년에 베네치아 공국의 파도바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거기서 18년 동안 수학과 천문학을 강의하면서 물리학 연구에 온전히 매진할 수 있었다.

 

갈릴레오의 삶을 획기적으로 뒤바꾼 사건은 파도바 대학으로 옮긴지 18년째 되던 해인 1609년에 일어났다. 1600년대 초부터 네덜란드의 안경 제작자들이 발명한 망원경을 손에 넣은 그는 무려 30배나 성능이 확대된 망원경을 손수 제작하는데 성공한다. 이 망원경을 통해 갈릴레오는 말 그대로 인류 최초로 우주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는 그 이전에 태어난 사람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광경들을 생생히 목격하게 된다.

 

갈릴레오는 이 놀라운 발견들을 정리해서 1610년에 『별들의 소식』이라는 책으로 출판했다. 유럽의 지식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2,000년 가까이 금과옥조처럼 여겨왔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과는 모든 게 어긋나기 때문이었다. 갈릴레오의 책은 불티나게 팔렸으며, 천문학자들은 망원경을 제작하기 바빴고, 갈릴레오는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다.

 

  - 태양의 흑점

 

갈릴레오는 태양의 흑점들을 관찰한 결과들에 대해서도 책으로 출판했다. 갈릴레오가 점점 더 지동설을 주장하기 시작하자 로마 교황청의 입장을 옹호하는 여러 성직자들은 강력하게 저항했고, 갈릴레오는 직접 로마를 방문하게 된다. 교황청으로부터 지동설을 승인받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1616년에 로마 교황청의 종교 재판소에서는 도리어 갈릴레오에게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하지 말라는 선고를 내린다.

 

판결문이 전달된 이후 교황을 알현하게 된 갈릴레오는 다행히 교황으로부터 신병을 보호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간신히 화를 면한 갈릴레오는 천문 관측을 통해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뒷받침하는 온갖 증거들을 무수히 발견했지만 자신이 발견한 사실을 책으로 출판할 수도 없었고, 다른 사람들과 공식적으로 논쟁할 수도 없었다.

 

그 후 세월이 흘러 1620년대가 되면서 로마의 분위기가 호의적으로 바뀌었다고 판단한 갈릴레오는 『시금저울』이라는 책을 출판해서 새로운 교황 우르바누스 8세에게 헌정했다. 그 책은 주로 천체들의 움직임, 고체와 유체의 회전 등을 다루고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천문학자나 철학자들에 대한 통렬한 풍자와 해학이 들어 있어서,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교황은 갈릴레오의 탁월한 글솜씨에 감탄했고, 갈릴레오는 1624년에 다시 로마로 가서 교황을 알현하고 코페르니쿠스 이론에 대한 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한다.

 

 - 『별들의 소식』 표지

     이번에야 알게 되었지만 국내에서도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라는 제목의 번역본이 나와 있다.

 

교황은 그 요청을 받아들일 수는 없으나,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이론을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 이론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책을 써도 좋다고 친히 허락했다. 그러나 지구가 자전이나 공전을 한다는 게 사실인 것처럼 보여서는 절대 안 된다는 조건이 붙었다. 피렌체로 돌아온 갈릴레오는 일생일대의 위대한 작품을 쓰기로 즉시 계획을 세웠고, 그렇게 해서 로마 교황청의 검열을 거쳐 출판을 허락받은 책이 『대화』였다. 그렇게 어렵사리 탄생한 이 유명한 책은 1632년 2월에 피렌체에서 1,000권이 인쇄되어 나왔다.

 

 - 눈이 덮힌 피렌체

이 책이 출판되자 갈릴레오의 친구들은 경탄을 쏟아 냈고, 갈릴레오와 격렬한 논쟁을 벌여 왔던 숱한 적대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갈릴레오가 책을 쓰도록 허락했던 교황 우르바누스 8세마저 『대화』를 읽고 나서 격노한다. 지동설을 하나의 가설로서 다룬다는 조건으로 책의 출판을 허락했지만, 책의 내용은 아무리 좋게 봐주더라도 지동설이 실제 사실이라는 점을 너무나 명백하게 주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교황이 스스로 강조했던 말이 책 속의 등장 인물인 머리 나쁜 심플리치오의 입을 통해 버젓이 발설된 점을 특히 괘씸하게 생각했다. 그건 마치 교황 자신을 천동설을 믿는 어리석은 심플리치오에 직접 빗댄 거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든 자신의 이상한 상상을 갖고 신의 전지전능하심을 제한하려 하는 것은 참람한 짓이다."

 

교황은 갈릴레오를 로마로 압송해 종교 재판에 회부하도록 명령했고, 종교 재판소는 갈릴레오에게 유죄 선고를 내렸으며, 갈릴레오는 자신의 죄를 참회하면서 기나긴 참회 성사를 읽어 내려갔다. 이 재판이 끝나고 나서 갈릴레오가 재판정을 나서는 동안에 삼척동자도 다 아는 그 유명한 일화가 탄생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말을 갈릴레오가 희미하게 중얼거렸다는 것이다.

 

 - 로마 교황청의 심문을 받는 갈릴레오

 

이 유명한 종교 재판에서 갈릴레오가 남긴 참회 성사는 참으로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도그마에 갖힌 종교적 세계관과 엄밀한 관찰에 바탕을 둔 과학적 세계관과의 충돌 문제뿐 아니라, 천재 과학자가 발견한 새로운 진리가 보편적인 진리로 받아들여지기까지 얼마나 격렬한 저항과 맞닥뜨려야 하는지도 새삼 깨닫게 된다.

 

갈릴레오는 종교 재판이 끝나고 나서 죽을 때까지 가택 연금 상태에 놓여 있었지만, 사람들과의 교유는 허용되었다. 그러자 차츰 동료 학자들이 찾아오기 시작하고, 유럽의 먼 나라에서 일부러 갈릴레오를 만나려고 찾아오는 학자들도 있었다. 아마도 그럴 때 갈릴레오는 동료 학자들에게 나지막하게 중얼거렸을 듯하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이다. 왜냐하면 갈릴레이의 명언은 훗날에 일부러 지어낸 게 아니라, 갈릴레오가 생존해 있을 당시에 이미 널리 회자되고 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갈릴레오의 『대화』는 출판된 후 200년 가까이 금서로 묶였지만, 과학자 갈릴레오가 공식으로 복권되는 데에는 그보다 훨씬 더 긴 세월이 필요했다. 1979년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로마 가톨릭 교회가 갈릴레이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이 실수였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특별위원회를 소집했다. 1992년에 이르러 마침내 갈릴레오는 복권됐다. 그가 로마의 미네르바 교회에서 참회성사를 한지 359년 만이었고, 그가 죽은지 350년 만이었다.

 

(제작 후기)

 

하나의 동영상을 제작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남들의 눈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별의별 짓을 하기 마련이다. 나는 갈릴레오의 『대화』를 소개할려고 마음 먹은 순간부터 내가 피렌체에서 직접 겪었던 짤막한 일화를 하나 소개하고 싶은 욕심을 억누르기 어려웠지만, 내내 참았었다. 그때의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무려(!) 2001년에 찍었던 사진들을 뒤지고 찾아서 그걸 다시 디지털화해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요란을 떨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랴. 동영상을 만드는 내내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기어코 그 사진들을 뒤지기 시작했고, 한참을 뒤진 끝에 몇 장의 사진들을 동영상에 담을 수 있었다. 그 누가 알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일지?

 

 - 베네치아 가는 길, 이 당시 아들 녀석은 초1, 딸이아는 유치원생이었다.

 

 - 햇살이 장난이 아니었던 로마의 스페인 계단.

    어린 녀석들을 데리고 뙤약볕 아래 온종일 도보로 강행군을 하느라 유럽 여행은 몹시 힘들었다.

 

 - 두 녀석들은 이름난 장소와 건축물들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고, 비둘기 꽁무니만 쫓아다녔다.

 

 - 사진을 찍는 건 특히 싫어했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조각상 앞에서 겨우겨우 찍은 사진이 이렇다.

 

 - 도대체 사진을 왜 찍느냐, 우린 놀러 왔으니 제발 놀게 해주라는 식이다.

 

 - 그러다가, 딱 한번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갈릴레오의 무덤 앞에서였다.

    "아빠! 사진 한장 찍어줘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여행 중에 들었던 가장 놀라운 말이었다.

 

  - 갈릴레오의 무덤은 사진 한 가운데 보이는 '산타클로체 성당' 안에 있다.

     여기에는 갈릴레오 말고도 마키아벨리, 미켈란젤로, 단테,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묻혀 있다.

     왜 나는 이들 거장들의 무덤 앞에서 사진 한 장 찍어놓지 못했을까, 싶은 생각이 이제서야 들었다.   

     그렇게나 사진을 찍기 싫어하던 아들 녀석도 떡 하니 사진 한 장 남겼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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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든 유튜브 영상입니다. 링크 주소는 ☞ https://youtu.be/5J5YwgJcA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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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2020-03-01 1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oren 님, 좋아요 한 백만 개쯤 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갈릴레오의 ‘드라마틱한’ 삶과 진리 추구를 간결하고 생생하게 묘사해준 것도 좋지만, 저는 oren 님의 개인적 에피소드가 더 좋습니다. 지금은 개인의 시대입니다. 그만큼 우리는 개인의 삶에 큰 흥미를 느끼지요. 올려주신 꼬맹이들(이라 하기엔 좀 큰가?) 사진 정말 너무 좋아요. 엄마 아빠 다 웃고 있는데 “제발 놀게 해주라”며 토라진 따님 좀 보세요. 그 포즈가 정말 대박~^^* 앞으로 oren 님 개인적 일화를 살짝살짝 곁들이면 더욱더 좋을 것 같습니다. You made my day~ ^^*

oren 2020-03-01 13:29   좋아요 1 | URL
**** 님으로부터 간만에(!) 칭찬의 말씀을 들으니 저도 힘이 나고 기분이 좋습니다.^^

저도 유튜브 영상을 만들 때 항상 생각하는 부분이, 누구한테서나 들을 수 있는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 세상 그 누구도 아닌, 오로지 나한테서만 들을 수 있는 나만의 독창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없을까를 항상 고민한답니다. 그래서 어떤 작품을 소개하든, 나만의 개인적인 스토리를 집어넣기 위해 애쓰는 편이구요. <월든>, <몽테뉴 수상록>, <로마제국 쇠망사>와 같은 작품을 소개할 때에도 그런 시도를 했더랬는데, **** 님께서 그런 부분을 특별히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실, 저는 아직도 유튜브 동영상을 만들 때마다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시도해 봐야 하는 그런 쌩초보 중의 쌩초보에 불과한데, 유튜브 이용자들의 반응은 생각보다는 ‘초보자들한테‘ 다소 냉정한 듯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수천 명 또는 수만 명의 구독자들을 거느린 북튜버들의 책 소개 동영상을 보면 (제 기준으로는) 딱히 새롭거나 유익하다고 느껴지는 동영상들을 찾아보기 어려운데, 일반 대중들은 왜 그런 영상들에 대해서 그토록 열심히 구독하고 조회하는지 의아할 때도 좀 있습니다. 사람마다 가치관이나 취향이나 유튜브 이용 목적 등등이 다 다르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진정성 있는 독창적인 컨텐츠를 꾸준히 만들다 보면, 결국 대중들도 언젠가는(!) 또는 어느 정도는 알아줄 날이 오리라 믿고 천천히 뚜벅뚜벅 저만의 컨텐츠를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늘 관심 가져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제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아무리 사소한 부분이거나 아무리 쓴 소리라도 아끼지 말고 댓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Mind 2020-03-01 13:22   좋아요 1 | 수정 | 삭제 | URL
답글 감사합니다. 한데 답글이 안 보여요. 제가 알라딘에 ‘비로그인’한 채 댓글을 작성했기 때문에 제 댓글에 비밀 댓글을 달면 저는 볼 수가 없답니다. 어떡하죠?

2020-03-01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20-03-10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로마 스페인 광장 앞 사진에선 손가락 브이 하고 방긋 웃고 있네요. 아이들 너무 귀여워요. 저때즈음의 사진들 보면 어찌나 풋풋한지요 ㅎㅎ 가족사진이 참 보기 좋습니다. 오렌님 이 컨텐츠 참 훌륭합니다. 누적되면 굉장한 아카이브가 될 듯해요.
응원합니다. 주욱~!!

oren 2020-03-10 17:09   좋아요 1 | URL
프레이야 님께서 늘 좋게 봐주셔서 참으로 고맙고, 큰 힘이 됩니다!
저 당시에 투정부리던 모습들은 제가 지금 다시 봐도 너무 우낍니다!
갈릴레오 무덤 앞에서 사진 찍어 달라던 녀석이 다 큰 어른이 된 모습을 (그만 깜빡 잊어버리고) 영상에 담지 못했는데, 그게 좀 아쉽더라구요. 영상도 오래오래 남을 텐데 말이지요...
 

 

민음사에서 완역본으로 출간한 『로마제국 쇠망사』

 

에드워드 기번이 쓴 불후의 걸작 『로마제국 쇠망사』를 동영상으로 만드는 작업을 마침내 끝냈다. 겁도 없이 이런 대작을 소개하겠다고 무작정 덤벼들었다가 아주 식겁을 했다. 기번의 작품이 워낙에 대작인 데다가, 1,000년이 넘는 장대한 시간을 다루는 역사책을 영상으로 소개하려니 여간 품이 많이 드는 게 아니었다. 조금 과장을 하자면 <전6권> 4,150쪽이나 되는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동영상을 만드는 작업이 힘에 겨웠다. 대본이야 진작에 써 놓은 리뷰를 바탕으로 적당히 편집하면 그만이지만, 방대한 역사책을 설명하는데 필수적으로 뒤따르는 '알맞은 이미지'를 찾는 작업이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기번의 역사책을 읽는 동안에도 숱한 인물이나 사건들을 찾아 일부러 여러 번 인터넷을 뒤졌지만, 막상 이 책을 좀 더 '디테일하게' 소개하는 동영상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고 보니, 걸작품을 소개하는데 걸맞는 '좋은 그림들'을 찾는 작업이 결코 만만한 게 아니었다. 더군다나 이 영상을 만드는 도중에 들려온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소식이 엉뚱하게도 영상 제작의 어려움을 한층 가중시켰다. 영상이라는 매체에 있어서 '디테일'이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에드워드 기번이 쓴 <로마제국 쇠망사>는 주지하다시피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로웠던 시기'인 5현제의 시기로부터 시작한다. 이걸 설명하는 대목에서만 당장 다섯 황제의 면면을 드러내야 한다. 책으로 읽을 때만 하더라도 그저 막연히 이름만 알았던 황제들의 실제 이미지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이미지를 찾아 내고 나니, 이번에는 기번이 다루는 역사의 범위를 간단한 도식으로 그려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단박에 이해할 테니까. 그렇게 해서 어설프게나마 그림을 하나 그려야 했다.

 

 

아무튼 영상으로 책을 소개하자면 이런 번거로운 작업은 피할 도리가 없다. 이런 식으로 이미지를 하나씩 만들어 내고 찾아 내다 보니 어느새 25분짜리 동영상에 채워넣을 이미지들이 곳간에 가마니 쌓이듯 차곡차곡 쌓이게 되었다.

 

 

 

 

 

 

 

 

이렇게 모은 이미지를 지금에서야 헤아려 보니 무려 232개나 되었다. 이미지 한 개에 평균 3분 정도씩 시간을 투입했다고 하더라도 무려 10시간이 넘는 막대한 시간을 쏟아부은 것이다. 물론 대부분은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을 뒤져서 찾아낸 사진들이고, 내가 직접 사진을 찍거나 그려낸 이미지는 1할이 될까 말까 싶다. 이렇게 잔뜩 끌어모은 이미지를 내가 설명하는 '내레이션'에 맞춰 알맞게 딱딱 배치시키면 영상의 초벌 작업이 마무리된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고민이 생긴다. 특정 장면을 해설하는데 가장 적합한 이미지가 이것 말고 더 나은 게 어디 없을까 하는 욕심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 혹은 광고를 찍을 때 똑같은 장면을 수십 번씩 반복해서 찍는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글쓰기 작업으로 비유하자면 일종의 '퇴고'를 거치는 셈인데, 이럴 때 뭔가 물흐르듯 매끄럽게 연결되는 알맞은 이미지를 찾지 못할 때만큼 안타까운 경우도 없다.

 

가령 서로마 제국이 멸망할 무렵의 '몰락하는 로마'를 그려낸 이미지가 그렇다. 고트족의 왕인 알라리크의 세 차례의 침입으로 마침내 제국의 수도인 로마가 무참하게 짓밟히는 장면만큼 역사적인 장면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서로마 제국이 몰락하는 그 드라마틱한 장면을 도대체 어떤 경로로 찾아낼 것인가가 진짜 문제다. 내가 찾고자 애썼던 아래의 그림을 찾아내는 데는 결국 3분이 아니라 30분쯤은 걸렸던 듯하다. 그 덕분에 서로마 제국의 몰락을 그린 그림들은 이것저것 실컷 구경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야만족에 의한 로마의 함락, 410년>

 

<로마제국쇠망사>는 또한 여느 문학작품 못지 않게 숱한 고대의 신화와 전설이 언급된다. 역사적인 사건과 장소를 신화와 전설 속의 이야기와 함께 맛깔스럽게 버무려내는 솜씨야말로 기번의 특출난 재능이자 이 작품을 역사서를 뛰어 넘어 문학작품으로까지 격상시키는 핵심 요소이다. 이런 설명에 당연히 뒤따라야 하는 게 또한 그런 장면에 딱 알맞은 이미지이다. 가령 다음과 같은 그림들이 그렇다.

 

<오뒷세우스 일행을 공격하는 외눈박이 거인 폴뤼페모스>

 

하르퓌아와 싸우는 아이네이아스와 동료들, 17세기경, 프랑수아 페리에

 

얼굴은 처녀이고 몸통은 독수리인 이 괴조(怪鳥)는 <아르고 호의 모험>에도 등장하고, 셰익스피어의 작품 <템페스트>에도 등장하는데, 기번은 바로 이 괴조의 이야기를 자신의 작품 속에 등장시킨 것이다.

 

☞ 셰익스피어의 『태풍』속에 나오는 마녀새 이야기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반드시 언급해야 할 대목 가운데 하나는 <그리스도교 역사에 대한 분석>인데, 이런 설명에 뒤따르는 이미지 또한 내 입맛에 맞게 딱딱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밀라노 칙령을 통해 기독교가 마침내 공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니케아 공의회를 둘러싸고 벌어진 극심한 이단 논쟁, 그리스도교인들에 대한 박해, 교황과 황제 사이의 권력다툼 등을 묘사한 그림들이야 (잘만 찾아보면) 숱하게 널려 있겠지만, 그런 이미지들 가운데 내게 딱 알맞은 이미지를 금세 찾아내는 게 역시 쉽지만은 않았다. 잠깐 동안의 설명을 위해 무한정 시간을 쏟아부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이런 과정에서 애써 찾아낸 많은 이미지들이 결국 영상에 쓰이지 못하고 버려진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도 등장하는 <멜크 수도원>

 

이 작품은 또한 숱한 역사적 인물들로부터 격찬을 받은 작품이어서, 그런 인물들을 소개하는 것도 빼놓기 어려웠다. 에드워드 기번과 거의 동시대의 인물이었던 볼테르, 데이비드 흄, 애덤 스미스를 비롯, 나폴레옹, 토머스 칼라일, 윈스턴 처칠, 버지니아 울프, 아놀드 토인비 등등이 그런 인물들인데, 이런 인물들의 이미지 또한 일일이 찾을 수밖에 없었다. 작업의 초창기에 녹음을 마친 내레이션에 그런 인물들에 대한 언급이 버젓이 담겨 있는데, 어떻게 그런 인물들의 실제 이미지를 영상에서 쏙 빼놓을 수 있겠는가.

 

<로마제국 쇠망사>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사마천의 <사기>와 비교될 만큼 방대한 작품이다.

 

이렇게 내 나름대로는 각고의 노력(?)을 들여 동영상을 하나 만들어 올렸지만, 내가 아무리 고생을 했다손 치더라도 그건 에드워드 기번이 <로마제국쇠망사>를 완성하기 위해 24년 동안 바친 엄청난 노고에 비하면 참으로 보잘 것 없는 것이 분명하다.

 

아무튼 기번이 쓴 <로마제국 쇠망사>는 작가가 기울인 엄청난 노고와 작품의 명성에 걸맞는 만큼 많은 독자들로부터 읽히지는 않는 듯하다. '없는 게 없다'고 소문이 자자한 그 유명한 유튜브에서조차 아직까지는 이 책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내가 힘들여 만든 동영상만이라도 하나의 자극제가 되어 이 걸작을 읽는 독자들이 좀 더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아, 참... <로마제국 쇠망사>를 소개하는 동영상에는 '제92회 아카데미 작품상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영광의 작품상을 수상하는 감격적인 장면도 등장한다. <로마제국 쇠망사>를 소개하는 영상에 뜬금없이 웬 기생충이냐고? 그 이유를 여기서 굳이 밝힐 필요는 없지 싶다. 동영상을 보시는 분들은 그 이유를 십분 공감하리라 믿는다.

 

(제가 만든 유튜브 동영상입니다. 링크 주소는 https://youtu.be/UMuGTYPub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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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0-02-20 18: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수고 많이 하셨네요. 이미지 뽑고 선별하고 편집하고 보통일이 아닙니다. 귀한 작업 나중에 찬찬히 보고 듣고 즐기겠습니다. 지금은 페이퍼만 읽고 제가 다 신나서ㅎㅎ

oren 2020-02-20 20:02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정말 보통 일이 아니더라구요. 저 두툼한 책도 읽었는데 고작 20 분짜리 영상 하나 못 만들 소냐, 하고 섣불리 덤벼들었다가 아주 혼쭐이 났습니다. 무모한 시도였지만 다 만들어 올리고 나니 쫌 뿌듯한 보람도 느낍니다. 영상을 보시는 분들께서 얼마만큼 공감해 주실지는 몰라도요.^^

막시무스 2020-02-20 18: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정말로!

oren 2020-02-20 20:06   좋아요 2 | URL
저는 오히려 동영상을 만들면서 다시 한번 에드워드 기번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단순히 책을 읽고 리뷰나 페이퍼를 작성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작품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직접 만드는 일이 얼마만큼 더 ‘작품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는 지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작품에 대한 이해가 어설프면 결국 동영상 속에 그 밑천이 훤히 다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걸 절감했으니까요.^^

Falstaff 2020-02-20 2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이고... 저는 몇년째 쇠망사를 읽을까 말까 고심을 하다하다하다하다 아직 결정을 못짓고 있는 상태인데요, 오렌님께선 동영상까지. 후덜덜합니다
제가 걱정하는 건, 하필이면 그 출판사에서 그 시기에 찍었다는 건데요, 저는 쇠망사는 읽지 않아 모르겠는데, 책을 찍은 시기가 책의 장정은 가장 화려했지만 교정 교열이 가장 안 좋았던 때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완전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특히 비슷한 시기에 나온 사기, 별로 좋지 않아서 쇠망사를 포기했는데, 아... 고민됩니다.

oren 2020-02-20 21:34   좋아요 2 | URL
<쇠망사>를 앞에 두고 읽을까 말까를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이 그 누가 있겠습니까마는, 그 어떤 책이든 안 읽은 책 빼고는 두루 섭렵하시는 팔스타프 님께서 이 책을 앞에 두고 고민하신다니, 과연 이 책의 무게감을 알 만합니다.^^ 저는 민음사에서 나온 <사기(본기, 세가, 열전)>을 읽을 때에도 교정과 교열에 별 불편한 걸 못 느꼈고, <로마제국 쇠망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쩌다가 오탈자를 발견한 기억이 있지만, 눈살을 찌푸릴 만한 구석은 발견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제 영상 한번 보시고, 이참에 용기 내셔서 단번에 쫙 한번 끝까지 내달려 보시지 그러세요? 기번의 문장이 워낙 좋아서, 문장의 힘에 이끌려서라도 손쉽게 갈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