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역시 미스터리. (물론 봄, 가을, 겨울에도 역시 미스터리다. 하하) 

직장을 옮기는 등의 개인적으로 소소한 변화가 있었고, 다소 한가해 진 틈을 타서 서재에도 도장을 찍는다.  1~2년 이웃나라 일본의 미스터리에 몰두하였다가 작년 부터는 다시 영미권 혹은 유럽의 소설들에 손길을 더 자주 보내고 있다. 작품 선정에 뚜렷한 색깔이 없어 좀 뒤죽박죽이긴 하지만 그래도 귀한 리스트를 남기고 있는 메두사 콜렉션, 초반 성적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아 좀 걱정되는 장경현의 MOM 등 새로운 레이블들이 기대가 된다.

  <벨벳의 악마> 
최근 두 군데의 출판사에서 딕슨 카의 미 번역 작품과 절판 작품들을 새롭게 펴내고 있다. 딕슨 카의 개인적인 팬으로서 매우 즐거운 일이지만, 그다지 독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 <벨벳의 악마>는 딕슨 카의 역사 미스터리 소설이다. 본격 미스터리 작가의 다재다능한 다른 면모를 볼 수 있어서 즐겁다. 청교도 혁명 직후의 17세기 영국에 대한 묘사가 아주 박력있게 펼쳐진다. 주인공의 지나친 정치적 편향성이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한 편의 모험 활극 소설로는 훌륭한 재미를 준다.

 <녹색은 위험>
1940년 대 씌어진 고전 퍼즐 미스터리.
당연히 설정이나 트릭 등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시리즈 두 번째 작인 만큼 커크릴 경감의 개성도 그다지 뚜렷이 부각되어 있지 않다. 그렇지만 크리스티아나 브랜드의 장기는 여전하다. <제제벨의 죽음>에서도 익히 보여주었던 작가의 현란한 미스디렉션은 지금 보아도 눈부시다. 생각지도 못했던 국내 발간이라서 더 즐겁게 읽었다.

 <밤의 기억들>
독특한 색깔을 가진 작가를 새롭게 접하는 일은 대단히 즐거운 일이다.
토머스 H. 쿡은 계간 미스터리에 게재되었던 단편 <아버지>를 통해 처음 접해보았었다. (기회가 되면 이 단편은 꼭 일독을 권한다. 놀라운 작품. 중반부에 진상을 파악해 버렸다는 나의 개인적인 자랑도 덤으로.) 그리고 <심문>에 이어 당 작품인 <밤의 기억들>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무게감을 보여주었다. 국내 최고의 미스터리 팬덤 중 한명인 C군이 침을 튀겨 가며 칭송하는 작가. 더 많은 작품들이 번역되기를 기대해 본다.

 <목소리>
말이 필요없는 아날두르 인다리다손의 에를렌두르 형사 시리즈.
<무덤의 침묵>, <저주받은 피>에 이어 세 번째 번역작이다. 일찌감치 사 두었다가 아껴서 읽었다. 에를렌두르에게도 봄은 올 것인가? 그리고 국내의 독자들이 이 후의 이야기를 접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결말이 궁금한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다.
아직도 에를렌두르를 모르신다면 서둘러 만나보시라. (작품 발표 순서는 <저주받은 피> - <무덤의 침묵> - <목소리>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추석마다 돌아오는 사나이 성룡에 이어, 여름마다 돌아오는 사나이가 된 긴다이치 코스케. 요코미조 세이시의 스토리 텔링 능력도 여전하고, 기괴하고 비인간적인 특유의 분위기도 여전하다. 시리즈의 팬이라면 저절로 손이 갈 것이고, 결코 큰 실망을 하지도 않을 것이 분명하다. 독자의 취향에 따라 시리즈의 선호도를 꼽아 보는 것도 재미가 되지 않을까. 페이지 터너 측면에서는 상위권으로 평가한다.

 <제3의 시효>
밥벌이의 지난함과 도서 정가제 강화, 밀린 책 먼저 읽기 등의 이유로 책 구입이 부쩍 줄었다. 이 책도 그 여파에 밀려 이제서야 구입하여 읽게 되었다. 국내에 소개되었던 요코야마 히데오의 여타 작품들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고, 내 생각도 다르지 않다. 작가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장 적절한 등장인물들과 알맞은 시놉시스에 녹여 놓은 훌륭한 산출물.

 <흰 옷을 입은 여인>
1년여 전에 출간되어 소수의 독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던 윌키 콜린스의 고전을 뒤늦게서야 읽었다. 현대 소설의 속도감과 화려함에 익숙해 져 있다가 다소 느릿하지만 품격 있는 이러한 소설을 읽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1860년 작이니 발표한 지 150년이 지났다. 지금 한창 쏟아지고 있는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들 중 150년 후에도 독자들에게 선택받고 읽힐 만한 명작들이 얼마나 될지 상상해 본다면 고전 명작이 갖고 있는 힘을 실감할 수 있다. 살아 남는 자가 강한 것 아니겠는가.

 <내가 죽인 소녀>
하라 료의 나오키상 수상작. 사와자키 탐정 시리즈 제 2작.
전편에 비해 챈들러의 그늘을 많이 벗어 던진 모습을 보여준다. 하라 료가 챈들러와 같지 않듯이 사와자키도 말로와 같지 않다. 말로에 비해 사와자키는 경찰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물론 호락호락한 모습은 절대 아니지만. 지나치게 서구적인 묘사도 좀 줄어든 느낌.
하드보일드 탐정은 참 쉽지 않은 인생을 산다는 점과 그들의 하루는 길고 파란만장하다는 점에선 동양과 서양의 차이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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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9-08-14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색은 위험, 밤의 기억들 보관함에 넣어둬야겠군요 :)
여름에는 역시 미스터리(물론, 봄, 가을, 겨울에도 미스터리) 는 진리죠 ㅎㅎㅎ

oldhand 2009-08-14 14:26   좋아요 0 | URL
DMB에 있는 크리스티아나 브랜드의 <제제벨의 죽음>이 DMB중에서도 번역에 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일만큼 <녹색은 위험>은 가독성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제제벨의 죽음>도 좀 매끄럽게 읽히는 번역이었다면 훨씬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미스터리는 진리입니다. ㅎㅎ.

하이드 2009-08-14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깐 존 딕슨카의 팬인 옛손님께서 여기서라도 마구 홍보해주셨어야죠- ^^
<녹색은 위험>, <밤의 기억들> 표지 때문에라도 살 생각 1g도 안 들었던 책이네요. 일단 보관함에 담습니다.

일본 미스터리가 특별히 재미나고, 쉽게 읽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존 딕슨카의 책들도 예쁘게 포장했으면 어땠을까 싶으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맘에 안 드는 표지는 안 사는 습성이 있습니다만, 존 딕슨카의 책만큼은 계속 나와주길 바라는 맘에 샀어요.

존 딕슨 카의 동서 미스터리 여섯권이던가요? 다 읽었는데, <구부러진 경첩>이 제가 읽은 존 딕슨 카의 일곱권중 하필 가장 재미없었던건 ...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겠지만, 저 뿐 아니라 많이들 별로라고 평했던건 시리즈의 처음으로서 좀 김새는 일 아니였나 싶어요. 좀 재밌는거부터 번역해주지 ㅠㅠ

요코야마 히데오의 <제3의 시효>는 요코야마 히데오의 책에 물릴 때쯤 읽은 좋은 책이였어요. 저도 읽은 중에 가장 재미있었네요. 그러고보니 요코야마 히데오도 올드핸드님께 처음 추천 받았던 작가. 아날두르 인드리다손도요. ^^

하라 료의 두번째 작품은 확실히 첫번째 시리즈보다 더 낫더군요. 첫번째 작품 읽을 때 문장 하나하나와 상황, 등장인물까지 챈들러스러워서 실소를 금치 못했던 기억에 비하면 말이죠. ^^ 전 요즘 챈들러의 책을 <빅슬립>부터 다시 읽는 중이랍니다~

oldhand 2009-08-14 14:39   좋아요 0 | URL
<녹색은 위험>, <밤의 기억들> 정도의 표지면 전 만족할만 하던데요. '추리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책들이 예전에 보여주었던 민망하기 짝이 없는 표지들이나, 요 몇년 트렌드로 자리 잡았던 일러스트 표지에 비하면야..
메두사 컬렉션 시리즈는 표지의 재질이나 만듦새는 제 취향에는 그럭저럭 맘에 듭니다. 논란은 역시 MOM 시리즈인데.. 최근의 트렌드에 어긋하는 책크기는 사실 큰 불만은 없습니다. <벨벳의 악마>는 그래도 <구부러진 경첩>보다 많이 좋아진 모습이라서 앞으로는 더 좋아지리라는 기대를 해 봅니다.

<밤에 걷다>도 새로 번역되어서 나왔던데, 악명 높았던 세진출판사 판 보다는 재미있겠지요? 다시 사긴 해야 할텐데.

쿡의 작품들은 뭐랄까, 취향을 좀 타는 스타일인 것 같은데. 구미에서는 이미 거장의 반열에 들어서고 있는 작가인 만큼 국내에서도 알려만 진다면 지금처럼 외면 당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는 확실히 챈들러의 그늘에 깊숙이 빠져있긴 한데, 저 위대한 로스 맥도널드와 루 아처도 <움직이는 표적>에서는 마찬가지였다는 생각을 해보면.. 역시 챈들러와 말로가 위대한 것이지, 너무 후배 작가들을 탓할 필요는 없는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

하이드 2009-08-14 15:57   좋아요 0 | URL
저도 일본 미스터리의 가벼워보이는 일러스트 표지들 싫어합니다만, 팔리기만 한다면 마케팅해볼법도 하지 않을까요? 위에 댓글에 썼다가 지웠는데, <녹색은 위험>이나 <밤의 기억들> 정도만 되어도 그런 표지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구매욕이 들텐데, 존 딕슨 카는 이도저도 아니였나 싶습니다. 메두사 컬렉션 시리즈에는 불만 없어요. ^^

MOM 시리즈는 표지도 표지지만(괜찮다 하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표지건, 편집이건, 재미건, 이래저래 불평이 많이 나왔었던 것 같아요. 저 역시 MOM 시리즈 계속 나와줬음 합니다. ^^

로스 맥도날드의 작품 특히 <움직이는 표적>은 나름 개성있다고 생각하는데, 무튼,하라 료의 첫번째 시리즈는 '챈들러보다 낫다' 라는 글을 봐서 약간 울컥해서 좋아할까말까 하다가 웃어버린 케이스입니다.

oldhand 2009-08-14 17:32   좋아요 0 | URL
<구부러진 경첩>은 표지부터 내용까지 좀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었지요. 읽어 보신 작품 중 가장 아래셨나 보군요. 전 개인적으로 <모자 수집광 살인사건>이나 <해골성> 보다는 좋았습니다. 의외의 피해자로 놀라웠던 초반부나 진상에 앞서 제시되었던 또 다른 트릭 등도 좋았고, 가독성도 좋았거든요.
사실 찾아 보자면 더 재밌는 작품들도 많을 수 있겠지만 <구부러진 경첩>이라는 입으로만 회자되던 고전이 번역되었다는 것 만으로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었는데, 어쩌면 그것이 조금 매니악한 관점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거장 로스 맥도널드를 어쩌다 보니 언급하게 되었는데요,(저는 챈들러보다 맥도널드를 더 좋아합니다. ^^) 하라 료는 챈들러 지향성을 훨씬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작가이죠. <안녕 긴 잠이여> 같은 작품의 제목만 보아도 이 작가가 어떤 성향을 가지는 지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챈들러 보다 뛰어난.. 이라는 평가는 미시적인 부분들에서만 가능할 수 있겠지요.
 

또 900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

1년여 동안 회사 일이 많이 바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올해는 피곤에 절어 사느라 책도 예년의 절반 정도 밖에 읽지 못했습니다. 버려뒀다가 돌아와서 쌓인 먼지를 한 번씩 툭툭 털고 가도 그리 어색하지 않은 곳이 알라딘 서재인것 같습니다. 래왕하던 많은 서재 지기분들도 이젠 몇 분 보이질 않지만, 그래도 잘 살고 있다는 표시를 이렇게라도 남기고 가렵니다. 또 압니까, 앞으론 좀 더 자주 흔적 남길지. (물론 안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

오늘은 오랜만에 사진으로 인사를 드리지요.


어느덧 네 살, 콩주씨 이지호 양. 얼굴만 보면 액면 여섯 살로 인정 받기도 합니다.




꼬맹이가 등장했습니다. 2008년 5월 1일 생 이은호 양. (강조 드리지만 '양孃'입니다. -_-;)




나름 단란하게 잘 살고 있답니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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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09-28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등!

콩주는 콩주는 많이 컸군요.. 애들 크는데서 내 나이를 새삼 돌아본다는;; 우비꼬맹이를 기억하는데, 요시토모나라 소녀로 컸군요. 이은호.. 양이라구 하셨죠? ㅎㅎ 섹쉬한 입술과 그윽한 눈매가 천상 여자구만요.

반갑습니다. ^^

야클 2008-09-28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어서 멋진 추리소설이라도 한편 쓰고 계신줄 알았습니다. 아이들이 정말 예쁘네요. 요즘들어 아가씨 보다는 아기씨들에게 더 눈이 가는 야클이랍니다. 반가워요. ^^

oldhand 2008-09-29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 님 :: 아, 요시모토 나라 소녀. 그러고 보니 그렇습니다. 처키 머리라는 소리는 들었었는데. 이은호 양은.. 머리만 좀 자라면 한결 나아지리라 희망하고 있습니다. ^-^
야클 님 :: 잘 지내시지요? 신혼 분위기가 꺼질 줄 모르시던데.. 하하.
아기씨들이 관상용(?)으로는 좋지만 같이 사는건 좀 전쟁입니다. 예.. -_-;

비연 2008-09-29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에요! 넘 이쁜 공주님들과 함께 하고 계시는군요^^ 자주 뵈요~

oldhand 2008-09-29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 님도 잘 지내셨지요? 바쁜 일도 조금 나아지는 듯 하니 저도 좀 자주 올 수 있겠죠?

파란여우 2008-11-22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울트라 메가톤급의 충격입니다. 콩주양이 콩주소녀가 되었고 동생까지 봤네요.
그동안 저는 늙었다는 말씀이라는 말씀만은 하지 마시길.ㅋㅋ(그런다고 달라지냐!)
이은호 양도 한 인물(장군감이야=>속엣말)하는걸로 봐서
아이스크림 뺐겼다고 울던 언니하고는 다르게 강권으로 탈취할 것 같은.
건강해 보여서 예쁩니다. 이게 가장 중요한거잖아요.
아그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옛손님 안부도 알 수 있어서 기분 좋아지는 주말입니다.
밥벌이의 살벌함이 도시임금생활자들로부터 조금은 너그러웠으면 싶은 연말입니다.
건강하세요. 두 공주님과 옆지기님 모두모두.

oldhand 2008-11-23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월이 참 빠르다는 말이 절절하게 다가오는 요즈음입니다. 나이 먹는것에 가속도가 붙는것 같아요. 그만큼 아이들도 쑥쑥 자랍니다.
이은호 양은 남자다운(?) 생김새와는 달리 천성이 아주 순한 아이랍니다. 제 언니 보다도 훨씬 손이 덜 가더라구요. 둘 째의 숙명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저 사진 올린지도 벌써 두 달 전이라 그새 또 많이 자랐답니다. ^^
파란 여우님도 복되고 즐거운 연말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9월에 올린 글의 댓글이 연말인사로군요. 좀 더 자주 뵐려면 제 게으름증이 해소되어야 할 텐데요. 핫핫)

파란여우 2009-01-02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손님 북풍한파가 연말을 이어 올해 심상찮을 조짐입니다. 저도 나쁜 상태로 돌입한지 좀 되는데 잘 견뎌내셨으면 해요. 무엇보다 건강하셔야 다음 일을 도모할 수 있을테니. 가족 모두 두루두루 가내 무탈하시길 빕니다.

oldhand 2009-01-07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도 잘 찾지 않는 서재에 들러서 새해 인사까지 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여우 님 염려 덕에 잔병 치레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행복하세요.

로드무비 2009-01-10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ldhand 님 반가운 댓글 따라 왔습니다.
아이고 놀라워라.
그동안 콩주가 언니가 됐네요.
총명하게 생겼습니다.
두 자매가 다.
하이드님 말마따나 요시토모 나라 세계의 미모가 맞는 것 같고요.
축하 드립니다.
사진 몇 장 긁어갑니다요.^^

온 가족 건강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oldhand 2009-01-12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ome back home이라고 해 놓고 또 석달이 넘도록 업데이트가 없는 서재입니다. ^^
콩주가 언니 노릇 하느라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그랬는데, 요샌 좀 적응을 잘 하고 있어요. 아직도 동생은 '애증'의 대상이긴 하지만요. 로드무비 님, 옆지기 님, 주하 모두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셔요. ^^
 

어쩌면 나는 '루팡'을 '호움즈'보다 먼저 만났던 것 같다. 비록 만화였지만 초등학교 1학년 쯤 클로버 문고의 <기암성>(윤동원 글 그림. 윤동원은 <기암성> 이외에도 <수정마개>와 <813의 비밀> 등의 작품을 남긴 루팡 전문 작가였다.)을 보았으니 1, 2년 후에 소설로 처음 만난 '셔얼록 호움즈'보다는 '괴도 루팡'의 존재가 먼저 나에게 다가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홈즈를 처음 접하자 마자 나는 열렬하게 홈즈에게 매혹되고 말았다. 뤼팽은 당시 소개된 작품도 많지 않았거니와 나의 우상 홈즈를 무단으로 도용하여 물먹이는 등의 만행으로 어느정도 눈밖에 나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20년의 세월이 지나 셜록 홈즈와 아르센 뤼팽이 완역본으로 돌아왔다. 홈즈의 완역본은 나오는 족족 사서 다 읽었지만, 뤼팽은 여전히 내게 찬밥 신세였다. 새로 나온 완역본 중 세 권만 사서 읽었으며 더 이상 읽어야 할 필요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나마 <괴도신사>와 <813>은 재독인 셈이었고 <고백>만이 새롭게 읽은 책이었다. 어릴적 읽은 <뤼팽대 홈즈>, <기암성>, <수정마개>는 따로 완역본을 구해 읽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작년 여름 추리소설의 특별 할인 기간에 30%의 할인율에 혹해 몇몇 고수분들의 추천을 참고하여 뤼팽 전집 중 여섯 권을 지르게 되었다.

사두긴 했지만 다른 신간들에 밀려 차일피일 미루던 중 <서른개의 관>을 올 봄에 읽었고, 며칠전 <호랑이 이빨>을 읽었다. 아직 네 권이 남아 있는 셈인데, <호랑이 이빨>을 읽고 난 후 남은 네 권에 대한 기대치는 바닥을 치고 말았다.

거의 쓰지도 않지만 난 리뷰를 쓸 때 가급적 혹평을 쓰지 않는다. 소양이 부족하여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작품의 미덕이 있을까봐 저어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에 별로 차지 않는 작품들은 아예 리뷰를 쓰지 않는다. (사실 이런 행동은 오랫동안 소수파에 머물렀던 미스터리 팬들의 '저자세'이기도 하다. 얼마 되지 않는 추리 소설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많이 팔려야 그 후속편을 기대할 수 있었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특히 일본의 그것이 장르 문학 시장의 최고 주류로 떠올라 많은 독자층을 보유하게 된 최근에도 나의 이런 습성은 별로 바뀌지 않는 것 같다.)

한 번 잡은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좀처럼 다른 책에 눈 돌리지 않고 완독하는 나의 독서 습관마저도 이번 <호랑이 이빨>을 읽으면서 여러번 시험대에 올랐다. 몇 번이고 책을 집어 던지고 싶을 만큼 불쾌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서른 개의 관>만 해도 그닥 좋지는 않았지만,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왜 이다지도 나는 뤼팽과 궁합이 맞지 않는 것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이하는 결말을 언급하진 않지만 <호랑이 이빨>의 내용을 상당부분 드러내고 있기에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읽지 마시길 바랍니다.



일단, 뤼팽의 성격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남자들의 성격 중에 참 싫어하는 성격이다. 포와로의 자화자찬은 귀여운데, 어째서 뤼팽의 잘난체는 이다지도 역겨울까. 게다가 작가의 지나친 주인공에 대한 예찬은 도를 넘어섰다는 느낌이다. 소설 속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작가의 직접적인 주인공에 대한 신격화와 찬사라면 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5년만에 북부 아프리카를 평정하여 모리타니 제국을 건설한 황제 아르센 1세 부분에선 실소를 금치 못할 뿐이었다.

뤼팽에 대한 다른 등장인물들의 반응 또한 늘 이런 식이다. 일국의 총리 마저도 경박한 천재인 그에게 넋이 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기 위한 필연적인 서술과 상황이 필요한 시점에서도 작가는 모든 것을 뤼팽의 개인적인 능력과 매력때문이라고 설명할 뿐이다. 나처럼 삐딱한 독자가 어찌 동조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거부를 하려고 해도, 모두들 그의 존재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가 순간순간 내뿜는 영향력에 경도될 수 밖에 없었다.

이를테면, 정말로 예외적인 한 인간을 앞에 두고 있으며, 상상을 초월하는 행동을 위해 존재하고, 초자연적인 숙명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어떤 괴인과 상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이런식이다. 낯간지럽지 않은가? 나만 그런건가?

뤼팽이 괴도신사이고, 가난한 자들의 편이란 미화도 사실 작품을 통해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귀부인들과 미녀들을 위해 행동하고, 자신의 여성 편력과 개인적 야심(혹은 가족에 대한 이기적인 행동)을 최우선 순위로 놓을 뿐이지 않는가. 그가 진실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마음 아파하고 몸을 던지는 장면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신분 사회와 귀족 사회에 대한 동경과 안주의 모습은 자주 보여주지만 말이다. 이 작품에서도 만난지 얼마 되지 않는 여인 플로랑스에게 매혹당해 자신의 오랜 부하인 마즈루를 때려 눕히는 모습도 보여주는데, 이런 그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부하들이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다. 그가 과연 자신의 부하들을 위해 진심으로 희생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그에게 부하들은 자신을 충실히 따르는 도구일 뿐인것 같다. 자신 때문에 횡사한 운전기사에게 애도의 태도 한번 보여주지 않는 이 신사가 약자들의 편이라니.

그의 자의적이고 이중적인 판단과 논거도 문제시 되는데, 이폴리트 포빌이 질투심에 사로잡혀 아내와 그의 애인을 살인범으로 몰아가는 음모는 비뚤어진 비정상적 인간의 기이한 행각으로 치부하면서 정작 자신은 질투에 사로잡혀 가스통 소브랑을 죽이려고 하지 않았던가. 자신의 질투에 의한 살해 충동은 로맨스고 다른이의 질투에 의한 음모는 '인간의 머리 속에서는 움틀수 없을 것만 같은 악행(p.287)'이라니. 독자인 나야말로 어안이벙벙할 뿐이다.

그가 보호해 주려고 애썼던 인물인 가스통 소브랑만 해도 경찰을 죽인 현행 살인범이다. 그는 경찰을 살해했으면서도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는다.
그의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순결한 여인을 누가 감히 해코지하려 든단 말인가!...... 그 날은 어쩌다 사람 하나를 죽였지만, 마음 같아선 열 명이든 스무 명이든 해치울 수도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대체 앙스니 경감의 목숨 따위가 무슨 대수이겠습니까? 그따위 비천한 것들의 목숨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이겁니다! 그들은 어차피 마리-안과 나 사이를 가로막고 선 장애물들일뿐....

아무리 로맨스가 좋다하지만, 이런 인물인 소브랑에 대해 호의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작가와 주인공이 어찌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 이폴리트 포빌에게는 그다지도 저주를 퍼붓는가. 사실 플로랑스에 대한 뤼팽의 마음가짐과 자세도 비슷하지 않은가.


여주인공격인 플로랑스 르바셰르 또한 가관이다. 주위의 등장인물들은 온통 그녀를 칭송하기 바쁘다.

플로랑스를 아는 사람한테는 그런 혐의사실 같은 건 하등의 중요성도 없답니다. 그녀는 제가 지금껏 만나본 그 어떤 사람보다도 고귀한 영혼과 존엄한 양심의 소유자입니다.

애석하게도 독자인 나는 소설 어느 부분을 읽어도 그녀가 이러한 성품의 소유자인줄 알지 못하겠다. 앙스니 경감과 뤼팽의 운전기사 두명을 살해한 소브랑을 비호하고, 진범에게 거의 마지막까지 협조한다. 사건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사실들을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침묵으로 일관하고 몰아세우면 울기만 할 뿐이다. 결국 그녀의 침묵으로 인해 몇명이 목숨을 잃게 되는가. 어리석고 무기력한 여성으로 소설속에 잘 묘사되고 있는데,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그녀를 칭송하기 바쁠 뿐이니 내가 인물을 잘 못 독해한 것인가.

작가인 르블랑의 여성관도 동시대의 다른 작가들에 비해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편향적인것 같다. 동 시대의 다른 추리 소설들(<호랑이 이빨>은 1923년 작품이다.)만 보아도 그의 여성 캐릭터들이 19세기 적인 시각의 수동적이고, 평면적인 모습에 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울기만 하고, 진실을 감추고, 기절하고, 도망치는것이 특기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책을 집어 던지고 싶었던 이유는 신체 장애에 대한 터무니 없는 작가의 폭력적 시각이었다. 진범의 비뚤어진 성품이 그의 장애에서 비롯되었다는 식의 표현과 신체적 결함을 괴물처럼 묘사하는 부분은 1920년대라는 시대를 감안하더라도 지나치다. 눈살을 찌푸릴만한 서술이 작품의 말미를 수놓고 있다.

아직 읽지않고 내게 남아 있는 네편의 소설들은 최소한 <호랑이 이빨>보다는 덜 불쾌하길 바랄 뿐이다. 철들고 읽은 미스터리 소설중에 최악이라 할 만 하다. 물론 캐릭터로서의 뤼팽을 아끼고 사랑하는 다른 독자들에게는 나의 이 글이 불쾌하게 받아 들여질지도 모르겠지만, 궁합이 안 맞는다고 단순히 치부하기엔 너무나 많은 시비거리가 이 책에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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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0-02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홈즈가 더 좋아요 :)
추천합니다 ^^ 어지간한 리뷰보다 훨 좋은 페이퍼네요~

oldhand 2007-10-02 17:05   좋아요 0 | URL
무플 방지에 칭찬까지! 감사합니다. 하핫.

하이드 2007-10-02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리즈 책이 알록달록 너무 예뻐서 좋아하려고 애쓰고 있는 책이에요. ㅋㅋ 제게 있어 잘난체가 심히 거북했던 작가는 A.A.밀란이였어요. '뭐, 이런 재수없는-' 했다죠.

oldhand 2007-10-02 18:40   좋아요 0 | URL
밀란은 작가도 잘난체, 탐정도 잘난체인 반면 르블랑은 주인공은 잘난체하고 작가는 그런 주인공을 추켜 올리느라 별별 말을 다 하더군요. 전 후자가 더 민망했어요. ㅎㅎ

상복의랑데뷰 2007-10-02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귀수 씨의 바로크'적'인 번역과 뤼팽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번역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뤼팽은 읽을수록 장편보다는 단편이 좋더라구요. ^^

oldhand 2007-10-03 14:35   좋아요 0 | URL
원문에도 그렇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지나친 말줄임표와 느낌표의 향연도 눈에 많이 거슬린다. 독자보다 작가가 호들갑을 떤다는 느낌이라고 할까나. 간결한 단편들이 아무래도 더 낫긴 한것 같다만.

로드무비 2007-10-07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귀수 씨는 90년대 초, 난해한 시를 썼던 시인으로 잠시 유명했죠.
겸손하고 차분한 번역은 아닌가 봐요.
(그게 잘난체하는 뤼팽과 잘 맞았는지는 혹 모르지만.)
많은 부분 공감하며 재밌게 읽었습니다.^^

oldhand 2007-10-07 19:18   좋아요 0 | URL
성귀수씨의 번역은 그래도 불어권 계열의 번역자 중 아주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긴 한것 같습니다. 뤼팽의 번역도 아주 정성들여 했다는 흔적이 역력하구요. 번역가 보단 모리스 르블랑의 문제가 훨씬 더 크겠지요. 사실 뤼팽은 우리나라나 일본 이외에 구미에서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진 않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털짱 2008-01-10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손님. 님을 만나 행복했던 시간들에 늘 감사하며 올 한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님을 잊지 않고 찾아오는 소리없는 벗이 오늘은 털을 좀 남깁니다.^-^

oldhand 2008-01-10 14:31   좋아요 0 | URL
잊지 않고 찾아주시니 행복할 따름입니다. 요새 좀 바빠서 오랜만에 들어왔더니 반가운 인사가 있어 기분이 아주 좋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일들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아, 이거 서재 업데이트도 좀 하고 그래야 할텐데 말이죠.

가넷 2008-02-07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홈즈와 비교를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뤼팽을 좋아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말이죠.ㅎㅎ;;

물론 단편들은 재미있었지만... 그리고 작가의 신체장애를 보는 시선에 대한 의견에는 동감이 갑니다. 정말 불쾌했었죠. 그냥 그저 평범한(?) 재미에 불쾌한 감정이 들다 보니 호랑이이빨 이후에는 보지 않았습니다.^^;;
 

타고난 반골적 기질때문일까.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를 보다 보면 유독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있다. '신분 사회', '제국', '왕조' 등이 바로 그것이다.

공화국에 태어나 평생 평등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치부하기엔 그동안의 우리나라의 사회적 상황이나 민주화의 진행정도가 그다지 큰 공감대를 불러오기 어려운 것 같다. 그렇다면 교과서에서 교조적으로 가르치던 평등과 자유의 사상을 고지식하게 받아들여 체화한 내가 순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연유가 되였든 간에 난 신분사회를 싫어하는 사해평등주의자이다. 신념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진 모르겠지만.

봉건 시대의 신분제야 어쩔 수 없는 역사의 과정이었고 지나간 과거의 사실이기에 어쩔 수 없지만, 봉건 사회는 아닐지라도 현재까지도 왕실이 유지되고 있는 나라들에 내가 살고 있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왕실은 무슨 얼어 죽을, 잘난 것 하나 없는 놈들이.'라는게 다른 나라의 왕족들에 대한 나의 거짓없는 시각이다. 고려시대에 태어났으면 만적이 됐을려나. 만적 꼬붕 정도는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연유로 판타지나, 대체 역사물, SF등에 등장하는 제국, 왕국 등이 해당 책을 읽는데 내게 큰 장애물이다.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이 그러하였고(결국 읽다가 던져버렸다), 랜달 개릿의 다아시 경 시리즈가 그러하였다. 20세기, 혹은 먼 미래의 사회체제가 제국이라니, 이 무슨 디스토피아에 대한 묵시록적 이야기인가. 오웰의 <1984년>만 암울한 미래가 아니다. 루카스의 <스타워즈>도 마찬가지.(이건 옛날 옛적 은하계 이야기라서 그런건가)

아울러 또 하나 바라는 것은 가끔 언론에서 떠드는 '사회 지도층'이라는 단어의 용도 폐기다. 지들이 무슨 권리로 나를 지도하나. 댁들 보다 내가 훨씬 더 건전한 납세자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노동자인데. 나라의 기둥은 바로 나다. 섣불리 가르치려고 하지 마라. 지도층 같은 같잖은 단어를 쓰고 싶으면 차라리 욕망에 더 노골적인 '고위층, 권력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라. 공연히 내 혈압 오르게 하지 말고.

만민이 평등하게 잘 사는 나라는 영영 마르크스의 백일몽이 되버리고 말것 같지만,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자본주의 사회를 경제력에 좌우한 새로운 신분사회로 만들고 있는것이 너무 우울할 뿐이다.

      

다아시경, 당신이 평민이었다면 좋았을 뻔 했소. 어쩌다 귀족으로 태어나서 내 눈 밖에 났단 말이오. 미국인이었던 개릿은 유럽식 귀족 사회에 막연한 동경같은 것을 가지고 살았는지, 귀족 사회가 유지 될 경우 인류의 발전이 얼마나 모로가는지에 대해 설파하고 싶었던 것인지. 내가 조금만 덜 삐딱했어도 더 즐거웠을 뻔한 작품이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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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9-13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작품에서의 왕에 대한 언급은 가히 경악할 지경이었어요 ㅡㅡ;;

oldhand 2007-09-13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폴리 특급 살인은 아직 안 읽었어요. 마술사..까지만 해도 많이 거슬리던데, 제일 심한 모양이군요. -_-;;

비로그인 2007-09-26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흠. 물만두님이 경악이라고 하신다면..

oldhand 2007-09-26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멋, 너구리 님이 몸소 여기까지.

털짱 2007-12-03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손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여전히 멋진 리뷰로 서재인들을 행복하게 해주시네요.^-^

덕분에 저도 흐뭇해져서 돌아갑니다.

oldhand 2007-12-04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털짱 님. 예전 만큼은 아니어도 최근에 자주 글 올리셔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요새 경황이 없어서 인사는 미처 못드렸지만, 여유가 좀 생기면 마실가서 친한척 할테니 반겨주셔요. ^-^
 

900년만에 서재를 업데이트 한다.
그닥 바쁜 것도 아니었으나, 이런 저런 개인적인 사정들도 있었고 게으른 성품도 한 몫하여 이리 되었다. 그 사이에 서재는 2.0 시대를 개막하고, 여러가지 변화도 있었는데 오래전 글이 첫머리에 뜨는 나의 서재가 마음속엔 좀 짐이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워낙에 긴 세월동안 가물에 콩나듯 글을 올렸던 서재이니 만큼 고즈넉한 맛도 있고, 부담도 없이, 얽매임 없이, 앞으로도 나는 여전히 마이 페이스를 즐기련다.

서재는 뜸했어도 책읽는 속도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해서, 리뷰도 짤막한 단평도 없이 넘어가 버린 책들이 제법 많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소급하여 언급할 만한 부지런함도 없으니 최근에 읽은 책들 중 신간들에 대해서만 짧게 주절거려 볼까 한다.

워낙에 미스터리 장르 편식독자인 편이지만, 올해는 두 권이나 세 권당 비미스터리 도서들을 읽으려 의식적으로 노력해 왔다. 그러나, 여름은 역시 미스터리의 계절이고 특히나 올 여름엔 엄청나게도 화제의 신간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하여 적어도 7,8월은 '폐관수련'하는 심정으로 열심히 추리소설들만 읽고 있다. 그래봤자 한달에 7-8권 정도 읽는 속도니, 사들이는 책들은 속절없이 쌓여갈 뿐이다.

 

  

작년 여름엔 <그로테스크>와 <아임 소리 마마>를 읽었었다. (작년에 읽었던 최고의 소설이 <그로테스크>였다. 미스터리 장르라고 규정짓기엔 좀 애매하지만)
그리고 올 여름엔 이 두권과 함께 미루어 두었던 <부드러운 볼>까지 연달아 세 편의 기리노 나츠오를 읽었으니, 2년 연속 참 다크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기리노 나츠오의 소설을 연달아 읽는 것은 사실 좀 힘겹다. 아무래도 <다크>는 좀 미루었다 봐야 할것 같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미스터리 작가들 중에 가장 유니크하고 빼어난 작가라고 생각한다. '꿈이나 희망이 없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픽션에서까지 그런 걸 요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라고 일갈하는 작가의 말이 그의 작품 세계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시마다 소지의 미타라이 시리즈 최신작.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잔혹한 엽기 연쇄 살인사건과 이를 추적하는 변신한 미타라이 기요시.(데뷔작인 점성술 살인사건과는 영 딴판이다) 괴기스럽고 음습하며 초현실적이기까지 한 일련의 사건들이 자아내는 분위기만으로도 읽어 볼 만한 작품. 중심이 되는 연쇄 살인보다 소설속 등장인물의 수기에서 묘사하는 모세의 '출애굽'신화와 야훼에 대한 색다른 시각이 내겐 더 흥미로웠다.

 

미야베 미유키의 장기는 <이유>나 <모방범>에서 익히 보여주었던 여러개의 시점이 큰 줄기의 사건과 그 관련자들을 쫓아가며 묘사하는 서술 방식이다. <나는 지갑이다>는 그러한 그의 스타일을 작가 시절 초기의 의욕적이고 실험적인 시도와 함께 드러내고 있다. 향 후 발표되는 대표작들의 모습이 많이 녹아 있기도 한 의미있는 작품이다.
아쉬운 점은 <기나긴 살인>이라는 원제를 버리고 채택한 제목과 생뚱맞은 표지그림. 소설의 주제나 내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표지와 제목만 봐서는 마치 풍자 코미디 소설 같지 않은가.

 

미스터리 작가들을 가지고 연상 놀이를 한다면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나의 답변은 '페이지 터너'이다. 책을 읽고 나면 다소 허무해지기도 하고 인상적인 감상을 남기지 않을 수는 있어도 그의 소설은 언제나 '순식간에' 읽힌다. <붉은 손가락> 역시 초스피드로 읽어 버렸는데, 책장을 붙들고 있는 동안은 완벽하게 나를 매혹시키는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비슷한 소재를 놓고 <용의자 X의 헌신>이 '천재편'이라면 <붉은 손가락>은 '평범한 인물편'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읽어낸 속도에 비할 순 없겠지만 작가도 이 소설을 '순식간에' 쓰지 않았을까 예상해 본다. 독자를 정신없이 책에 붙들어 맬수 있었던 것은 짜증나서 쥐어 박고 싶은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결국 어떻게 응징 받고 참회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몹시 편애하는 작가인 교고쿠 나츠히코의 교고쿠도 시리즈 외전격인 작품.
교고쿠 나츠히코의 데뷔작이자 교고쿠도 시리즈의 첫 편인 <우부메의 여름>이 끊임없는 장광설과 몹시 음울하고도 기괴한 분위기, 호러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나는 에드가 앨런 포우의 작품들과 비견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시리즈 3작인 <광골의 꿈>에서 부터 슬슬 발동을 걸기 시작하더니, 등장인물중 최강의 코믹 캐릭터인 에노키즈를 전면에 내세운 이 작품에선 극강의 개그 소설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비로소 왜 교고쿠 나츠히코를 라이트 노벨의 시조라고 일컫는 지 이해가 되었다. 그를 포우에 비견했던 나의 '단견'은 취소다. -_-;; 
그렇다고 해서 이 작가에 대한 나의 애정이 식은건 전혀 아니지만. (그의 개그 코드는 나의 적성에 아주 잘 맞는다)

 

현재 읽는 중.
결말을 보지 않아 섣불리 예단 할 순 없지만, 요코미조 세이시가 왜 '레전드'인지 충분히 깨닫게 해준다. 탄탄한 줄거리와 독특한 배경과 소재. 그의 작품들은 현대물에선 보기 힘든 고전의 힘과 향취를 느끼게 하는 품격이 있다. 역시 나는 '본격 추리소설'의 팬이다.

 

줄기차게 일본 미스터리들만 읽고 있는 셈인데, 사이 사이에 읽은 묵혀두었던 책들이 몇편 있었다. 그 중에선 <끗발>이라는 끔찍한 제목과 함께 내용에 전혀 동떨어진 엉뚱한 선전 문구로 장식된 딕 프랜시스의 작품(원제 : long shot)이 역시 보증수표인 작가의 명성을 확인해주었다. 그의 작품군중에서 전체적으론 범작에 속한다 하겠지만 말이다. <그레이브 디거>까지는 열심히 일본 미스터리들을 읽을 예정이고, 그 이후엔 다시 영미권 미스터리에 집중할 것 같다. 8월 중순엔 반가운 랜달 개릿의 다아시 경 시리즈도 완결편이 출간된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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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8-12 0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래간만이십니다. ^^ 기리노 나쓰오의 <아웃>은 읽으셨나요? 저는 여전히 그녀한테 적응이 안 되지만, <아웃>만은 너무 좋더라구요. 기다렸던 작가들(다카노 가즈아키, 시마다 소지)의 작품들은 '잘 넘어간다' 말고는 좀 실망스러웠어요.기대치가 높았던거겠지요.
이번에 엘러리 퀸 알파벳 시리즈에 새삼 홀딱 빠졌구요. 딕슨 카는 <연속 살인사건>과 <해골성>을 남겨두고 있네요. 왠지 딕슨 카는 요코미조 세이지를 연상시켜요. 물론 요코미조가 딕슨 카의 영향을 받은거겠지만요. <백기도 연대> 지금 읽고 있는데 진짜 말대로 '개그소설' 이네요;; 외전격이었던거군요. 두번째 중편 읽고 있는데, 아직까지 제가 가장 편애하는 세키구치가 안 나와서 서운하고 있지요.

비로그인 2007-08-12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올드핸드님,
야클님 결혼식날 뵙고는 첨이네요 :)

저도 다른 책은 모르지만 잔학기 만큼은 수작으로 여기저기 추천하고 있습니다.
자주 뵈어요 ^^

oldhand 2007-08-12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 님 / 정말 오랜만이지요? <아웃>은 제가 처음 읽은 기리노 나츠오입니다. 역시 강렬한 첫인상이 작가에 대한 좋은 평가에도 영향을 미쳤겠지요? <아웃>은 저번 추리소설 독자 인터뷰에서도 추천했던 작품이어요. <그레이브 디거>도 평이 꽤 좋은것 같던데 하이드 님은 그냥 그랬던 모양이군요. 사실 <13계단>도 사형제도라는 다소 의미 깊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소재와는 별개로 소설은 완벽한 <활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백기도연대> 세번째 이야기에선 세키구치 선생이 맹활약(?) 합니다. 물론 웃기는 역할로요. 기대해 보세요. 하핫. 딕슨 카는 <유다의 창>이나 어디선가 내주길 기대하고 있는데 말이죠.

체셔고양이 님 / 그러네요. 제가 원래 좀 격조합니다. 하하. 체셔고양이 님 서재는 가끔 들러서 재밌는 글 읽고 있습니다. 따로 댓글 남기지 못해 죄송합니다. 워낙 서재 마실도 드문 드문 하는지라.. <잔학기> 리뷰도 예전에 잘 봤습니다. 교주님께서 기리노 나츠오 소문좀 많이 내 주셔요. ^^

하이드 2007-08-12 11:52   좋아요 0 | URL
그랬었나요? ^^; 제가 정리해 놓고도 깜박했네요. <그레이브 디거>의 활극부분은 좋았지만, 범인에 대한 묘사가 약했던 것이 별로였어요. 뜬금없는 등장이란 느낌이었지요. 추리소설 헌책방에 가면, 존 딕슨 카 소설이 무지하게 많던데, 하나도 안 사와서 지금 생각하니 무지 아쉽네요.

야클 2007-08-12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셨어요? ^^ 그래도 저 보다는 많이 읽으셨네요. 사긴 다 사놓은 책인데 별로 책 읽을 짬이 안 생기네요.

oldhand 2007-08-12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안녕하셨어요. 따끈따끈한 신혼이신데 뭐 굳이 책 읽으실 필요 있나요. 다른 할 일(?)도 무궁무진 하실텐데. 흐흐흐. 야클 님 페이퍼가 항상 행복이 듬뿍 담겨 있어서 보는 저도 늘 기분 좋습니다. ^^

물만두 2007-08-12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롱숏은 제목만 따로 세편인가 네편 나와서 제가 골탕먹은 작품이라지요^^;;;

oldhand 2007-08-12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0년대 초중반에 딕 프랜시스가 몇몇 출판사에서 꽤 나왔었죠. 제목도 가지가지로 나온데다 좀 뜬금없는 제목들이 많아서 좀 혼란스럽긴 합니다. ^^

아영엄마 2007-08-12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 반갑습니다. ^^ 제가 보고 싶은 책들은 다 보셨군요. 저는 매니아님들의 글 읽고 가는 것으로 추리소설이 허기를 면하고 갑니다.

oldhand 2007-08-12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와도 반겨주시는 분들이 많으니 좋네요. 요새는 추리소설 많이 못 읽으시나 봐요. 제 글이 염장성 글이 된 셈이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