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1. <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억>(김원, 이매진, 2011. 4) 

 1999년에 처음 나왔던 책이 2011년인 지금 다시 출간된 이유는 자명하다. '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억', 그 물음이 아직도 유효하기 때문에. 1999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잊혀진 것들'이 제대로 복원되고 애도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은 누구에게 읽힐까. 80-90년대 신화화된 학생운동의 주인공들? 혹은 그것을 '풍문'으로만 전해 들은 지금의 철없거나 영악한 대학생들? 거의 제대로 직시된 적 없는 80년부터 91년 5월까지의 수많은 죽음과 파토스들이 아직 해석을 기다리며 지금 우리 앞에 있다. 그 죽음을 헛된 치기로 치부하며 망각하는 것도, 혹은 당시의 경험을 훈장처럼 지니며 신화화하는 것도 모두 올바른 애도는 아닐 것이다. 이를 잘 알기에 저자는 개정판 서문에 꼼꼼히 적어두었다. "80년대의 트라우마는 증언돼야 하며, 증언될 수 있도록 들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 동시에 나는 여전히 80년대를 '낭만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 경험하고 지켜본 현실과 그 의미를 망각하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쓴다는 저자의 그 '윤리적 이성'이야말로, 80년대가 우리에게 남겨준 가장 큰 미덕이리라.

 

2. <국민과 서사>(호미 바바 편, 류승구 역, 후마니타스, 2011. 4) 

  독창적인 탈식민 이론가 호미 바바의 신간이다. 그가 서문에서 잘 밝혀놓은 것처럼 '국민'과 '서사'의 유비관계는 흥미롭다. "국민은 마치 내러티브와 같이 시간의 신화 속에서 자신의 기원을 잃어버리고 마음의 눈 속에서 자신의 윤곽을 온전히 드러낸다" '국민'이라는 공고한(듯 보이는) 역사적 전통이, 기실, 어떻게 그 역사적 기원을 은폐하고 '문화적 강박'이 되는지를 밝혀내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문제의식이다. 저자는 '국민'의 문제를 내러티브 작용의 문제로 보고 연구하려는 것이 "단순히 언어와 수사에 주목하는 것만이 아니라 개념 대상 자체를 바꾸려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국민 담론을 구성하는 언어의 양가성, 국가 내러티브 속 언어의 수행성 등 '국가'와 '내러티브'를 겹쳐 사고할 때 사유 가능한 층위와 교호관계, 그리고 그 문화적, 이데올로기적 효과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저자들은 성실하게 새로운 개념과 방법론을 모색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라틴 아메리카의 고전들이 형성한 국가 내러티브의 계보와 그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논한 저자들의 문제의식이 16편의 글 속에 명징하게 드러난다. 이 책이 근대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을 자연화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떤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을 제시해 줄 것인지 기대된다.

  

3.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한윤형, 최태섭, 김정근, 웅진지식하우스, 2011. 4)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잘 지은 제목이다. 항상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라는 말은 언제 어디에서나 요구되는 미덕이자 올바름, 그리고 궁극의 아름다움으로까지 이야기된다. 그러나 그 '최선'은 누구를 위해 있는가. 혹, 누군가 그런 나의 '최선과 열정'을 착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같은 '열정 강박'의 논리와 담론에 대해 저자들은 '열정 노동'이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제출한다. 모든 것을 개인의 선택과 노력의 탓으로 전가시키는 사회에서 우리가 물어야 하는 것은 어쩌면 '열정은 어떻게 맹목이 되는가'일지도 모른다. 나의 '열정'의 외부에 대해 '열정적'으로 사유하지 않는 이의 '열정'은 오히려 '맹목'에 가깝다. '열정 논리'에 개재된 계급과 세대의 착취구조를 감히 알려고 할 것.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 '열정과 패기'의 주체인 젊은이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열정적 지성'일 것이다.

  

 

4. <뉴레프트리뷰> 3, (마이크 데이비스 외, 공원국 외 역, 길, 2011. 4) 

 

이 시대 석학들의 가장 진보적인 사유를 소개해왔던 <뉴레프트리뷰> 3권이 나왔다. "기후 변화와 지구 환경"이라는 특집도 흥미롭지만, 새삼 '서구 신좌파의 역사'라는 제목을 단 스튜어트 홀의 글과, 에릭 홉스봄의 대담에 눈길이 간다. '일만 사회주의자 선언' 등 최근 한국의 젊은 지성들로부터 사회주의가 '진보의 가능성'으로 타진되고 있는 사례를 볼 때, 유럽 신좌파 지식인들이 어떠한 이론적, 정치적 실험을 거듭하며 <뉴레프트리뷰>를 발간해 내고 있는지를 회고한 스튜어트 홀의 글은 많은 참조가 될 것이다. 좌파 이론의 핵심 키워드인 노동자계급 주체론, 국제주의, 종교사멸론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힌 에릭 홉스봄의 견해는 어쩌면 <뉴레프트리뷰>의 내부이면서 동시에 외부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에릭 홉스봄과의 대담에 대한 평가를 언급한 서문에서는, 노회한 그가 좌파 역사학자로서의 입장을 철회하고 있으며, 세계사에 대해서는 명확한 전망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고 평했다. 이 글을 단서 삼아, <뉴레프트리뷰>라는 매체의 이론적 지평과 스펙트럼에 대해 생각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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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7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는 홉스봄을 싫어한다.

홉스봄은 알려진 것과 달리 백인 남성 우월주의자다. 이 사람 글을 보면 제3세계 민족해방운동을 아주 하찮게 여기고(그는 식민주의자다) 페미니스트들을 아주 경멸하고 게이와 같은 성소수자들을 아주 혐오하고 흑인운동을 무시하는 철저히 유럽중심주의적 사고를 갖고 있는 백인 남성 마르크스주의자가 홉스봄이다.

너무 그런 거는 모르고 우리 학계에서는 이른바 진보 또는 이른바 보수 학자 전부 다 홉스봄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좋아하는 거 같다. 그러니까 말이다.

어쨌든 홉스봄은 그런 사람이다. 책을 면밀히 읽으면 그런 것을 알 수 있고 파악이 되는데 왜들 그렇게 홉스봄이라면 늘 난리들을 부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인문/사회/과학>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 번역의 유령들(조재룡, 문학과지성사) 

 "번역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라고 썼다. 이 어딘지 익숙하고도 낯선 경구에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다 들어있다. 과연 번역은 이데올로기인가. 우리는 번역 혹은 번역비평에 대해 어디까지 아는가. 아니, 어디까지 생각해봤는가. 번역이 가질 수 있는 사유의 정도, 방향, 형식, 이동... 흔히 일종의 매개어, 인공어로서 이해되던 번역(어)의 '운명' 같은 것을 어쩌면 우리는 너무도 과잉의식했던 것이 아닐까.  지난한 직역과 의역의 싸움, 혹은 철마다 불거지는 오역 논쟁 등을 떠올려도 좋겠다. 번역(어)는 언제나 '제대로 옮겨졌는가'만이 문제시되는, 철저히 기능적인 언어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나 체념하듯 알고 있다. 번역이 다다르는 것은 언제나 미달된 정확성이라고. 그러나, 그래서 더 중요하다. 번역의 동학과 정치가 매개해온 역사와 신화가. 그리고 여기 그 작업을 기꺼이 떠맡은 적임자가 있다. 조선의 고어와 불어 등 통언어적 사유를 직접 실천하며 저자는 최남선과 김현, 조세희를 거쳐 보들레르와 벤야민의 역사적 의욕들을 다시 불러낸다. 이제 '번역가'로서 다시 선 그들은 저자 앞에 그들의 문학과 정치, 그리고 무의식에 대해 고백해야 한다. 언제나 원전과의 위계 속에서 애물단지 취급 받던 번역어, 그런 알량한 위계 속에서나마 소인배들의 구별짓기에 심심찮게 동원되곤 했던 번역 논쟁만이 번역(학)의 전부는 아닌즉, 이제 "번역의 유령들"을 읽자.

 

2. 예쁜 여자 만들기(이영아, 푸른역사) 

  

 지금이 아니라면, 그저 넘겨버렸을 책이라고 생각했다. 예쁜 여자도, 예쁜 여자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도 통속적으로 소비되는 코드가 되어 버린지 오래니까. 참신한 식민지적 사례를 아무리 찾아낸다 해도, 결론은 항상 같으니까. 예쁜 여자라는 강박, 거기에 스며 있는 남성과 여성의 (불균등한) 공모, 그를 통해 성립하는 성정치. 우리 모두 조금쯤은 그것에 대해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우린 정말 알고 있을까. 우리가 아는 것은 자명한 것일까. 아마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작금의 신정아사태와 그녀의 책, 그리고 장자연사건에 대한 세간의 분분한 해석들은 말해준다. 예쁜 여자, 섹시한 여자.... 그녀들은 정말 뭘 할 수 있고, 그 표상은 우리에게 무엇을 생각하게 해주는 걸까. 중요한 건 외모보다 마음이라는 식의 도덕주의적 복음에 기대지 않으려면 책을 잃어야 한다. 근대 초기 조선의 여성들이 부딪혔던 미인 강박의 역사, 그 사연과 이에 대한 여성들의 해석의 역사가 이 책에 쓰여 있다. 

 

 

3. 언어의 감옥에서(서경식, 돌베개)  

 

 부제에 "어느 재일지식인의 초상"이 아니라, "어느 재일조선인의 초상"이라고 썼다. 독자들에게 그는 이미 독특한 학문적 지평을 확보한 '지식인'이지만, 그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재일조선인 2세'라는 어구로 시작한다. 그 명함이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민족주의와 국민주의 등 그간의 사유의 궤적들을 통으로 엮어낸 출발임을 우리는 안다. 온몸으로 언어 내셔널리즘을 마주해야 했던 그의 독서가 궁금한 것은 그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그에게 아직도 '고통의 흔적과 현실'을 보여주기만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는 계속 쓰고 있고, 한국과 일본에서, 학술논문과 에세이, 그리고 인터뷰 등 다양한 형식으로 더 나은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4. SYNC 2호(싱크편집부, 이미지프레임) 

 

 씽크, 라는 잡지 이름 들어본 적 있으신지. 몇달 전 1호를 보고 크게 놀랐다. 인문학의 위기, 태만, 자만 등등에 대한 진단과 대안이 횡행하는 요즘, 씽크는 젊고 빠르게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 가장 명징한 산물이다. 인문학의 장을 넓히고, 보다 개방적인 말걸기를 시도하자는 말을 수도 없이 많이 하지만, 그 누가 했는지? 씽크는 최신의 인문학 담론들을 공들여 만화로 만들고, '잡지'의 형식으로 펴냈다. 물론 여전히 '교양만화'같다는 인상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맨날 답도 없는 상업성과 오락성이라는 이분 구도에 대해 회의만 주구장창 거듭하는 젊은 인문학도들은 보라. 여기, 일단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잡지가 있다.

 

 

 

5. 우리가 아는 장애는 없다(베네딕테 잉스타, 수잔 레이놀스, 그린비

 

 그린비가 새롭게 '장애학컬렉션' 출판을 시작했다 한다. 실로 박수를 쳐주고 싶은 기획이다. '장애학?' 그런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 수전 손택이 '질병'에 대한 은유를 사유함으로써 그것이 우리의 인식체계 속에 어떠한 방식으로 이해되고 있는지를 탁월하게 밝힌 것처럼, 또한 이 책에게도 기대한다. 저자가 서로 다른 지역과 문화권에서 장애가 어떤 방식으로 이해되고 있는지에 대한 문화인류학적인 서술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자명하다. 우리는 '장애'에 대한 고정된 상을 상대화해야 하며, '장애' 개념에 내재한 균열과 폭력을 응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 '장애'에 대한 시각의 외부를 확보하고자 했을 테다. '장애'에 대한 인문사회학적 사유가 어디 흔하던가. 이 책은 3월의 신간 중 가장 직접적으로 '인문학'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자 한 책이다. 기꺼이 추천하고, 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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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경향신문에서 무려 '사설'로 써주었습니다. ㅎㅎㅎ

열독해주십시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3232113425&code=990101

 

[사설] '인권침해' 논란까지 부른 대학 등록금 

입력 : 2011-03-23 21:13:42수정 : 2011-03-23 21:13:43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대해 무분별하고 폭력적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했다고 한다. 고액 등록금으로 학생들의 학업과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등록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는 바람에 교육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학생들이 고액 등록금과 등록금 고율 인상에 대해 경제적 차원을 넘어 인권 침해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이는 인권위가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와는 별도로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웅변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번 인권위 진정은 대학의 일방적인 등록금 인상에 한숨만 내쉬던 대학원생들이 제 목소리를, 새로운 시각에서 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학부생의 등록금에 관심이 쏠려 있는 동안 대학원 등록금은 거침없이 올랐다. 성균관대의 경우 지난 5년새 등록금이 100만원 인상됐다.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가 있지만, 대학원은 예외나 다름없다. 대학은 학부에서 덜 올린 등록금을 대학원에서 벌충할 궁리만 하는데도 정부는 팔짱 끼고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청년실업의 사회적 위기를 ‘학위 장사’의 호기로 삼는 대학들은 불안한 학생들에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식으로 살인적인 등록금 고지서를 발부하기 일쑤다. 이런 점에서 대학원생들이 등록금 문제의 심각성을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 낸 것은 때늦은 감마저 있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어느 모로 보나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입이 아프도록 지적되어 왔다. 현금을 쌓아놓고도 등록금만 올리려는 사립대들과 고등교육 지원을 늘려 등록금을 낮추기는커녕 물가인상률보다 등록금을 더 올리게 해준 정부가 공모한 결과다. 그렇지 않다면 학생·학부모의 아우성이 이처럼 외면당하지 않을 터이고, 등록금 현실화를 요구하기 위한 학생·시민 대회가 금지될 리도 만무하다. 인상률 상한제를 어긴 대학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 것이나, 등록금 인상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경찰이 연행하고 대학이 징계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 등록금은 학부모와 학생의 생존권과 교육권을 위협하고 있다. 인상률 숫자 놀음의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우리나라는 특히나 대학을 강권하는 사회다. 이번 인권위 진정을 계기로 등록금과 학생 인권문제에 대한 활발한 공론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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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대학원 등록금 부당인상 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안 제출했습니다.

 

1. 이번 인권위 진정안은 저희 <성균관대 대학원 등록금 인상 반대 연대회의>가 실시한 제1차행동( '대학원 등록금 인상 반대 475시간 릴레이 1인 시위', 2월 16일-3월 7일), 제2차행동('대학원 등록금 인상 반대 집회 : 외치기', 3월8일-3월11일)에 따른 제3차행동입니다.

 

2. 인권위 진정 취지

1) 최근 여러 매체를 통해 고액등록금과 학자금 대출빚을 갚느라 목숨을 끊는 등 안정적인 생계와 학업을 위협받는 대학원생들의 현실이 수없이 보도되고 있는데도, 성균관대는 이를 방기하며 터무니없이 지나치게 높은 금액의 등록금을 책정하여 학생들의 교육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점.  

2) 특히 성균관대는 별도의 고지나 합의 없이 학부 3.0%, 대학원 4.2%로 등록금 인상율을 차등 결정하여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을 차별하고 양자간의 갈등관계를 조성하고 있다는 점.

3) 이는 정부가 학부 등록금 인상률에 관해서는  3% 상한선을 제시한 반면, 대학원 등록금에 관해서는 방기, 묵인했고, 학교 당국은 이를 명백히 이용하고 있는 것이므로, 이번 대학원 등록금 인상안은 국가적 차원에서 개입하고 저지해야 할 사안이라는 점.

 

3. 인권위는 본래 국가기구의 인권침해 건을 다루는 기구이므로, 이번 저희의 진정안은 사실 인권위가 직접 다루는 대상은 아닙니다. 그래서 아마 기각될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그러나 저희는 이번 안과 관련한 선행 사례는 없다 하더라도, 인권위 진정을 통해 무분별하고 폭력적인 대학원 등록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환기력을 높여보고자 합니다. 특히 이제 더이상 대학원 등록금 문제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원생들의 기본적인 생계를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고, 이는 바로 대학 당국과 정부 간의 '공모'의 결과라는 점을 명백히 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현재 고액 등록금 때문에 자살까지 하게 되는 대학원생들의 실태는 '인권' 차원에서 조명받아야 하고, 인권위도 '인권' 개념에 대한 보다 확장적이고 성찰적인 인식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안

 

 

 

* 이름 : (단체) 성균관대 대학원 등록금 인상 반대 연대회의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명륜동 3가 53 성균관대학교

 

* 제목 : 성균관대의 부당한 등록금 인상에 따른 대학원생들의 인권 침해 고발안

 

* 내용:

 

현재 한국의 대학원생들은 고액의 등록금 때문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본적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평균 물가인상률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매년 꾸준히 오르고 있는 대학의 등록금 때문에 많은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이 학업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균관대는 별도의 고지나 등록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대학원과 학부의 등록금을 차등 인상하여 대학생과 대학원생 사이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성균관대는 2010년 학부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대학원은 5.2% 인상안을 적용했고, 2011년에는 학부는 정부 권고안에 따라 3%를 인상하면서 대학원은 4.2% 인상안을 적용하였습니다. 이는 대학원생들의 열등한 지위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대학 당국의 엄연한 차별 행위입니다. 대학원생들은 학위 논문과 교수와의 관계, 또한 학업 이외의 생계 문제 때문에 학교의 정책이나 제도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대학원생들은 아무런 저항이나 이의 제기도 하지 못하고 학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높은 등록금을 납부하고 있습니다.

 

매년 급격히 상승하는 대학원 등록금 때문에 학업 현장에서 이탈하여 노동 현장으로 강제 편입되는 대학원생의 수는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가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들이 심심치 않게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고액의 등록금을 납부하기 위해 피를 뽑거나, 고된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다 몸을 상하는 젊은이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뉴스를 전해들을 때마다 우리는 대학원생의 인권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더욱 비참한 것은 이러한 ‘등록금 지옥’ 속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 대학원생들의 소식이 언론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이어져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대학은 별다른 대책 없이 이 문제들을 계속적으로 방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사태를 책임져야 할 정부 당국자와 대학 관계자들은 현재의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 프로그램으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것을 종용하는 식의 발언을 일삼고 있습니다.

 

현재의 학자금 대출 제도는 고율의 이자와 대출을 거듭할수록 늘어가는 원금 부담 때문에 청년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등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물론 이렇게 조악한 학자금 대출 제도일지라도 이것이 국가가 고등교육권을 보장하는 가장 기초적인 보조책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심지어 현행 학자금 대출 제도 역시 대학원생을 차별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학부생과는 달리 대학원생들은 정부가 주력하여 홍보하는 ‘취업후상환학자금대출’ 제도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학원생들은 어려운 가정 형편인 경우에도 불구하고 일반학자금대출에서 시행하는 ‘저리 대출’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개인의 경제적 형편과 상관없이 정책적으로 결정된 고율의 이자를 동일하게 지불해야 합니다. 대학원생에 대한 인권 침해 요소는 이처럼 국가가 시행하는 ‘정부학자금대출제도’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국가와 대학 당국은 대학원 등록금이 수혜자 부담 원칙에 따라 책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고액의 등록금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국내 대학원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허울뿐인 말입니다. 실제로 대학원생들은 학부생들에 비해 훨씬 높은 등록금을 납부하면서도 그에 합당한 수업권이나 연구환경을 보장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학금의 경우도 학부생들의 경우보다 훨씬 수혜율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등록금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금액만을 지급하는 성균관대의 장학금 제도는 수년째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정부와 서울시에서 시행하던 대학원 장학 사업도 점차 중단 ․ 축소되고 있습니다. 월 40~80만 원짜리 연구보조원 자리를 얻기 위해 동학들끼리 신의를 저버린 아귀다툼을 해야만 하는 것이 대학원생들의 현실입니다. 이처럼 학문후속세대인 대학원생은 학업에 대한 경쟁력을 쌓기보다 당장의 생계와 등록을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하는 지경에 처해 있습니다. 이는 국가와 대학 당국이 방치하고 자행하는 대학원생에 대한 엄연한 인권 침해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대학원생들의 문제는 한낱 개인이나 일개 대학 당국에게만 책임을 지워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온갖 불평등과 차별이 대학원생에게는 마치 당연한 일인 것처럼 만연하고 있는 한국 교육의 현실과 이러한 대학원생에 대한 착취 구조가 대한민국 대학사회의 구조적 요인으로 정착해버렸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입니다.

 

대학원생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는 국가적인 차원의 해결과 조정이 필요한 중요한 과제입니다. 고액의 등록금 문제와 대학원생들의 열악한 사회적 조건 등에 대해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충분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 입니다.

 

특히, 성균관대는 한국 대학 중에서도 가장 잔인하고 악질적인 등록금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간섭하고 관리하는 학부 등록금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인상 권고안인 3% 상한선을 준수하고, 정부와 여론의 관심과 보호의 대상이 아닌 대학원생들의 등록금은 터무니 없이 올려버렸습니다. 이렇게 국가가 방임하고 있는 대학원생이라는 사회적 공백과 빈틈을 대학 당국은 교묘하게 파고들어 악질적인 등록금 차별 정책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성균관대의 이러한 처사를 보더라도 대학원 등록금 문제는 반드시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국가 기구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성균관대의 등록금 차등 인상안이 확정 고지된 지난 2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우리는 학교를 상대로 차별적 대우를 폐기하고 공정한 거래를 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습니다. 성균관대의 총장과 주요보직자를 상대로 공개 서한을 보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른 등록금 재심의를 요구했지만 학교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우리는 학교의 부당한 행보에 대응하여 20일이 넘는 시간동안 성균관대의 대학본부 앞에서 2011년 확정고지된 일반대학원 인문사회계열 등록금액 475만원에 해당하는 상징적인 시간인 475시간 동안 일인시위를 하기도 했지만 학교는 여전히 부당한 등록금에 대한 인하조치는커녕 대학원 등록금 인상요인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나 설득도 회피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끈질긴 요구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계를 위협하는 고액의 등록금 문제에 관해서는 소통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학교를 상대하면서 우리는 대학원생들의 비참한 처지와 열악한 상황에 대해 또 다시 뼈아픈 인식을 하게 됐습니다.

 

정부가 방관하고 대학이 만들어낸 ‘미친 등록금’이라는 괴물 때문에 가장 높은 단계의 교육 과정에 있는 대학원생들의 교육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이 같은 모순된 현실을 절박하게 고발합니다. 지금까지 학부에 비해 사회적인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던 대학원 등록금 문제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꼭 살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첨부파일은 지난 겨울부터 최근까지 성균관대학교를 상대로 등록금 관련 공개서한, 일인시위 내용, 각종 언론보도, 등록금 인상 반대 온라인 서명에 관한 증빙자료입니다. 등록금 인상 반대를 원하는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의 오프라인 서명철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인터넷을 통해 탑재하지 못한 자료들에 대한 추가 제출은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 첨부파일 : 성균관대 대학원 등록금 인상 반대 별첨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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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대학원 등록금 인상반대 연대회의> 공식 카페 주소입니다.

http://cafe.naver.com/noraising

 

여기서

- 지금까지 및 앞으로의 활동 내역

- 후원금 입출금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유게시판을 통해 질문, 건의, 제안 등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연대회의> 스텝 내부 보고용 카페로 운영했던 터라

아직 많은 자료들이 내부게시판에 있습니다.

계속 카페 관리, 점검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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