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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행복해하는 시간은 책고르기입니다. 고르기만 해도 배부르고 안 읽어도 배부른...? 

언젠간 모오두 사고 읽겠다는 꿈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ㅎㅎ

10월에 출간된 책들을 건너뛰어서 아쉬운만큼 11월의 책은 더욱 신중히~ 신중히 골라보겠습니다^^




1.야전과 영원 (사사키 아타루/자음과모음/2015-11-17)


[이 치열한 무력을]의 뒷날개 표지에 '2014년 8월 출간 예정’이라고 봤던 그날부터 이때까지 치열하게(?) 기다리던 책이 이제야 나왔어요~

사사키를 순식간에 유명한 인문학자로 만든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 [야전과 영원]의 내용 중 일부를 평이하게 풀어 쓴 책이며,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에 담긴 내용의 핵심이 르장드르에서 왔다고 하니 앞서 두 권의 책에 필이 꽂힌 분이라면 꼭 읽어봐야겠죠? 두껍지만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2.사피엔스 (유발 하라리/김영사/2015-11-23)


재레드 다이아몬드, 대니얼 카너먼, 마크 저커버그가 격찬했다고 하니 귀가 솔깃솔깃, 눈이 힐끔힐끔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는 책입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되려 하는가"

알라딘 인문MD님께서 멋지게 뽑아주신 카피가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잘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찾아보려고 합니다. 

허구를 믿는 사피엔스의 특성을 인류의 역사로 풀어낸다는 점 때문에 굉장히 관심이 가는 책입니다. 올겨울, 꼭 읽어보겠어요, 꼭!

 

 



3.어리석음 (아비탈 로넬/문학동네/2015-10-30)


분명 11월에 발간되었는데 날짜는 10월 30일;;;; 나이가 숫자에 불과한 것처럼 발간일도 숫자에 불과하다고 외치며 11월의 추천도서에 스슥 끼워넣어봅니다. 하루이틀 차이로 이 책이 조명받지 못하면 마음이 아프니까요.ㅜㅜ 허먼 멜빌이 『빌리 버드』에서 드러내는 “이해의 공백”(164쪽), 폴 드 만이 몰두해 있는 “모든 지식의 완전한 공백”(187쪽), 도스토옙스키의 ‘백치’가 암시하는 “신성한 공백”(338쪽), 워즈워스의 시 「백치 소년」를 두고 “공백을 그려내는 존재의 떨림”(424쪽)이라 말할 때의 그 공백. 로넬이 말하는 어리석음은 이 근원적 공백의 표상이라고 말하는 이 책. 이 책 전체는 이 인식 불가능한 공백을 중심으로 저마다의 궤도를 따라 회전하는 사유의 행성들로 채워져 있고, 이 은하계의 중심에는 태양과 같은 빛이 아니라 블랙홀 같은 텅 빈 어둠, 바로 어리석음이 존재하고 있다는 멋진 깨달음을 주는 책을 어찌 안 읽을 수 있을까요?



 

4.자유 (석영중/예담/2015-11-27)


러시아 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이 분의 저서를 놓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도스토예프스키를 깊이 읽고 싶다면 한 손에는 이 책을, 다른 한 손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을 들어봅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모든 러시아 작가들 중에서 자유에 관해 가장 많이, 가장 끈질기게,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고 쓴 작가이며 자유는 도스토예프스키의 거의 모든 작품을 하나로 이어주는 끈이나 마찬가지여서 자유를 공부하기에 도스토예프스키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러시아 문학은, 특히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은 겨울에 읽어야 제맛(?)입니다. 연말연시를 뜻깊게 보내는데 이 책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만큼 멋진 조합은 없을 듯 합니다.

 




5.도덕적 불감증 (지그문트 바우만/책읽는수요일/2015-11-27)


뉴스만 틀어도, 신문만 봐도, 걍 주변만 둘러봐도 압니다. 도덕적 불감증이 얼마나 만연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 이 책에서 바우만과 돈스키스는 도덕적 불감증을 분석하기 위해 '아디아포라'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이는 우리의 활동, 언어, 생각 없이 그저 안전하게 모방하면서 말하거나 행한 모든 것이며, 모두 우리가 성찰하지 않은, 그러나 잠자코 동의한 악들이라며, 윤리적 거울의 원리를 담아 우리의 현실을 가차 없이 비추고 있다고 합니다. 

90세에도 노익장을 과시하는 저자에게 존경을 담뿍 담아 이 책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100세까지 건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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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희망과 회복력을 되찾기 위한 어느 불안증 환자의 지적 여정
스콧 스토셀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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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알라딘 신간평가단의 선택’ 도서로 선정되었을 때 나는 ‘불안’과 함께 읽어갔다. 책도 꽤나 두꺼운데 시간대비 읽은 보람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 내용이 불안증 환자의 푸념과 개인적인 경험의 연대기이면 별로인데;;; 등…. 다행히 불안은 금방 해소되었다. 심지어 이 책, 괜찮은 발견이었다! 신간평가단을 하지 않았더라면 내 손으로 골라서 읽지는 않았을 책인데 이렇게 읽을 수 있어서 얼마나 운 좋은 만남인지.(이 책을 추천해주신 분께 감사를~)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인상깊게 읽은 나로서는 이 책이 다루는 ‘불안’에도 꽤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었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 인문학적으로, 그 중에서도 철학에 비중을 두고 ‘불안’에 접근했다면,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접근하되 배경지식이 상당히 광범위했다. 여기에 재치있는 글솜씨가 버무려져서 읽는 재미도 솔솔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8년의 시간 대부분을 3000년 동안 쓰인 불안에 대한 글 수십만 장을 읽으며 보냈다고 한다. 그 결과로 역사, 문학, 철학, 종교, 대중문화, 최신 학술 연구에서 불안에 대한 탐구들을 한데 모아 자신의 경험과 함께 엮어 이 책을 냈다. 


이렇게 불안에 대한 방대하고 두꺼운 책을 읽으면 ‘불안’의 실체를 파악하고 의미를 정의할 수 있을까? 결론은 ‘아니다’이다. 현대적인 신경증의 개념 창시자이자 불안의 수호성인이라는 프로이트조차 불안의 개념을 정의하지 못했고, 현대의학과 과학도 불안의 정의에 관해서조차 의견이 모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불안’은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 인간 경험의 스펙트럼을 억지로 담으려고 하는 부정확한 은유일 뿐이라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어떤 방법으로도 불안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으니 더 불안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 적어도 저자와 비슷한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적당히 불안해하는 법을 배우는 것. 나도 노력하는 중이다. 이 책은 그 노력의 일부다.”

적당히 불안해하는 법을 나도 이 책을 통해서 배웠다. 많은 부분을 메모하고 줄을 그었는데 그 중 가장 멋진 인용을 여기 적어보려고 한다.


문학평론가 에드먼드 윌슨은 1941년 [상처와 활]이라는 글에서 소포클레스 비극의 영웅 필록테테스 이야기를 했다. 필록테테스는 왕의 아들인데 뱀에 발을 물려 생긴 상처가 곪아 낫지 않았다. 그런데 이 상처 때문에 활을 쏘면 백발백중이었다. 필록테테스의 “지독한 냄새가 나는 상처”와 “초인적인” 사격술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나는 어쩐지 이 이야기에 마음이 끌린다. 소설가 지넷 윈터슨의 말을 빌리면 이 이야기에는 “상처와 재능이 함께한다.” 곧 나약함과 수치심이 초월, 영웅적 자질, 구원의 가능성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 있다. 내 불안은 낫지 않는 상처처럼 가끔은 나의 삶을 막아서고 나에게 수치심을 안겨준다. 그렇지만 동시에 어떤 힘의 원천이자 은총이기도 하다.(p422)


불안이 너무 크면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지만 불안이 너무 없어도 마찬가지로 성과가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보스턴 대학교 불안과 관련 장애 센터 설립자이자 명예 소장인 데이비드 발로는 “불안이 없다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운동선수, 연예인, 기업인, 예술가, 학생 들의 성취도가 낮아질 것이다. 창의성은 사라지고 아예 씨앗조차 뿌리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대신 우리는 정신없이 바쁜 사회에서 늘 꿈꾸어오던 이상적인 상태, 나무 그늘 아래에서 빈들거리는 삶에 도달할 것이다. 인류에게 핵전쟁만큼이나 치명적인 일이다.”라고 했다.  [불안의 의미]의 저자 롤로 메이는 “불안을 피할 수는 없지만 줄일 수는 있다. 불안 조절은 불안을 정상적인 수준으로 불이고 이 정상적 불안을 자각, 조심성, 삶에 대한 열정을 높이는 자극으로 쓰는 것이다.”라고 했다. 

적당히 불안해하는 법은 적당량의 독초가 치료제로도 쓰이듯 불안이라는 삶의 독초를 잘 다루면 삶의 치료제가 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불안을 완전히 극복할 수 없을지 몰라도, 대신 뭔가 좋은 점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 책을 지금 ‘불안’으로 고민하는 분들께 적극 권하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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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심리학]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페이스북 심리학 - 페이스북은 우리 삶과 우정, 사랑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가
수재나 E. 플로레스 지음, 안진희 옮김 / 책세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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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4일 페이스북 하루 이용자 수가 10억명을 돌파했고, 이날 하루 지구상 7명 중 1명은 페이스북에 접속했다고 한다. 오지에 살거나 경제적으로 낙후지역이거나 아이나 노인들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대부분의 청소년과 성인들이 페이스북을 이용한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나는 페이스북에 접속하지 않은 6명 중 1명이며 페이스북 이용에 관심이 없고 사용하지도 않는다. 솔직히 이 책이 알라딘 신간평가단의 첫번째 도서로 지정되었을 때 관심도 없었고 반갑지 않았다;;; 얼마간 표지만 째려보고 책을 펼치지 못했는데 페이스북의 폐해에 대한 신문 기사들이 눈에 띄고, 가까운 지인들 또한 페이스북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페이스북 사용자들에 대한 심리가 점점 궁금해져서 한번쯤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특징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은 [추천의 말]에 나와 있다.

[페이스북 심리학]에서 심리학자인 수재나 E. 플로레스 박사는 이러한 전 세계의 가상 연결이 우리의 자기 인식, 기대, 욕구, 인간관계의 모든 측면에 미칠 수 있는 영향들을 깊이 탐색한다. 이러한 영향들에 대한 임상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플로레스 박사는 개인 사례들과 강렬하고 인상적인 이야기들을 인용해 페이스북과 소셜미디어가 우리의 심리 건강과 사회적 건강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이해할 수 있도록 통찰을 제공한다.(p13)


아쉬움이 있긴 했어도 개인 사례를 통해서 접근한 페이스북의 이면은 흥미로웠다. 우리나라 방송 중 황신혜가 진행했던 ‘렛미인’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자신의 사진을 모두 포토샵으로 편집해서 SNS에 올리며 현실이 아닌 SNS에 중독된 삶을 살아오던 여성이 출현했었다. 최근에는 SNS 스타인 호주 소녀의 “소셜미디어 속 나는 가짜”라는 발언과 절필 선언도 화제가 된 듯 하다. 이같은 사연이 이 책에서도 다양하게 언급되고 있다. 그러한 사례를 통해 페이스북의 과도한 이용이 야기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인지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정보를 주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유도한다. 이는 페이스북에 한정하지 않고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매체에 모두 해당될 수 있는 내용이다. 특히, 최근 뇌과학에 관심이 많아진 내가 지나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하고 소셜미디어가 출현하면서,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화학작용은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p255) 

기술 발달이 주의력 지속 시간을 단축시키고 신경 회로를 바꾸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어느 시대보다 사람들은 시력 문제, 두통, 피로, 목 통증과 허리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 모두가 온라인 활동과 연관되어 있고 우리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p256)


페이스북과 SNS를 사용하지 않을 뿐이지 스마트폰 사용 시간과 인터넷 커뮤니티와 카톡에 관한 한, 나도 부정적인 영향을 벗어날 수 없음을 인정한다. 페이스북을 사용하지도 않는데도 책을 읽으면서 여러번 뜨끔했다. 청소년으로 자라날 내 아이들이 SNS와 어떠한 관계를 맺어야 할지도 미리 생각해볼 수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페이스북과 SNS가 미치는 영향에 관한 임상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조사와 통계를 통한 근거와 결과 도출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과학적으로도 분석이 부족하고 인문학적으로도 통찰이 부족하다. 페이스북을 위시하여 소셜미디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담론의 책들이 더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 페이스북을 잘 사용하는 법!

아이러니하게도, 더 많은 관심과 인정을 갈구할수록 사람들은 점점 당신 곁을 떠난다. 사람들은 자신감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은 인정을 요구하거나 구하지 않는다. 또한 자신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으스대거나 다른 사람을 조롱하지 않는다. 정말 스스로 미소 짓게 되는 포스팅을 올리라. 친구들의 포스팅에 진심을 담아 응답하라. 또 하나, 당신의 포스팅에 달린 댓글들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p241)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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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9월에 출간된 신간들을 추려내면서 책을 읽는 기쁨 못지않게 행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직접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지만, 출판사의 책소개와 미리보기를 통해서 내용을 신중하게 가늠하고 전작을 통해 신뢰를 가지고 있는 저자의 책을 우선으로 뽑아보았습니다. 책소개글은 역시 제가 책을 읽어보지 못한 관계로 출판사 소개와 책의 미리보기를 인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추천 순위는 무작위입니다.  




1.세상 물정의 물리학 (김범준/동아시아/2015-09-16)


[세상물정의 사회학]을 인상깊게 읽어봤다면 [세상물정의 물리학]에 눈길이 가지 않을 리가 없다. 

(음? 그런데 서로 출판사가 다르네요) 

[세상물정의 사회학]의 저자인 노명우는 책의 첫머리 추천사에서 '전문가 바보' 되지 않기 위한 긴급처방으로 '융합'을 권하고 융합의 한 가지 형태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놓인 테이블에 전문가들을 모으는 방법을 시도하길 권한다. 그래서 '세상물정'이라는 공통의 질문이 놓여 있는 테이블에 사회학자로서 물리학자와 만나 세상물정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그에 대해 물리학자가 물리학의 관점으로 쓴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목차와 미리보기로 내용 검증! 나 같은 '물리학 바보'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분명하다.





2. 은유로 본 기억의 역사 (다우어 드라이스마/에코리브르/2015-09-10)


출판사의 소개를 빌리자면 이 책은 '은유'라는 관점을 통해 기억심리학의 역사를 흥미롭게 재구성한 책으로 이 책에서 은유는 기억의 역사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유용한 도구로서 재발견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왜 '은유'냐면 기억은, 아니 마음의 세계는, 비유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는 대상이기 때문이라고. 마음을 사로잡는 매혹적인 책소개가 아닐 수 없다! 미리보기를 통해 책의 앞부분에서 '프로이트의 신비스런 글쓰기 판'을 읽는다면 단숨에 이 책이 다 읽고 싶어질 것이다. 사람의 '기억'에 대한 이런 멋진 은유적 설명이라니... 







3.데칼로그 (김용규/포이에마/2015--9-21)


절판되어 제법 고가에 거래되던 [데칼로그]의 개정판이 나왔다! 폴란드의 거장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영화 "데칼로그"는 십계명에 대한 현대적 해석이 담긴 10부작 영화이다. 이 책은 그 영화를 매개로 삼아 서양철학의 존재론을 논한다. 영화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도 좋고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좋은 책이다. 영화와 다른, 어쩌면 그 이상의 깨달음을, 종교와 상관없이, 가슴에 새길 수 있다.


 






4. 피케티의 신자본론 (토마 피케티/글항아리/2015-09-21)


작년, 전 세계에 충격파를 던지고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구어 피케티 신드롬을 낳은  [21세기 자본]에 이어 [피케티의 신 자본론]이 나왔다. [21세기 자본]이 역사적이고 학문적으로 자본주의의 동학을 분석한 ‘인문주의적 경제학자’ 피케티를 세상에 선보인 책이라면, [피케티의 新자본론]은 보다 현실세계에 밀착해 현대자본주의가 국제정치 및 사회제도와 맺는 관계와 문제점을 밝히고 그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명쾌하게 제시하는 ‘행동하는 지성’ 피케티를 드러내는 책이라고 한다. 피케티의 혜안이 기대가 된다. (이 책이 경제 카테고리가 아니라 사회 카테고리에 들어 있어 쾌재를 불렀지만 신간평가단 중 누구도 추천하지 않을 듯 ㅜㅡㅜ)





5.자연이 보내는 손익 계산서 (토니 주니퍼/갈라파고스/2015-09-03)


상쾌한 공기 한 숨의 가격은? 흙 한 줌의 가격은 얼마? 우리는 자연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무한정 공짜에 무한 리필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무책임한 경향이 있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얻는 이득만 생각하고 자연이 파괴되었을 때 입을 피해가 얼마나 막대할 지에 대해서는 막연하기만 해서 대부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 책은 거기에 구체적인 사례와 수치를 더해서 우리에게 경각심을 심어준다. 이 책은 "자연에서 어느 것 하나만 잡아당기면 나머지 세상 전체가 딸려온다."고 말한 존 뮤어의 말에 유의하고, 그까짓 조그만 굴, 인도독수리, 땅벌, 박새에게 눈을 돌려보자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삶과 자연과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180도 달라질 것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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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로 맛보는 후룩후룩 이탈리아 역사 이케가미 슌이치 유럽사 시리즈
이케가미 슌이치 지음, 김경원 옮김, 김중석 그림 / 돌베개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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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반하는 책이라는 것도 있다. 어떤 내용인지 저자가 누구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모양새가 예쁜 책이 그러하다. [파스타로 맛보는 후룩후룩 이탈리아 역사]와 [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가 내게는 그런 책이었다. 내용에 묘하게 잘 어울리는 깜찍한 일러스트들과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국기 색깔의 표지가 일단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책부터 갖고 싶게 만들었다. [파스타로 맛보는 후룩후룩 이탈리아 역사]는 감사하게도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을 제공받았고, [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는 내가 구입을 해서 두 권을 갖추었다. 두 권으로 끝나긴 아까운 시리즈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파스타에 대해서 메뉴판을 고를 때 말고는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파스타와 스파게티와 마카로니의 차이가 뭔지도 몰랐다. 간단히 구분하자면 파스타가 총칭인데, 파스타는 이 책에서 정의내린 바로는 ‘곡물 가루에 물을 섞어 반죽해 모양을 만든 다음 삶거나 쪄서 먹는, 탄력과 점착성이 있는 요리 재료’이다. 그 중에서 길고 가는 면의 형태로 생긴 종류가 스파게티, 작고 모양이 있는 종류가 마카로니(이 책에선 마케로니라고 부름)쯤 된다. (나만 헛갈렸나.. ㅎㅎ;;;)


본문에 나오는 다양한 파스타들 사진. 특히 1번 만두 파스타가 제일 신기했다.  


요즘은 흔하게 파스타 전문점을 찾아볼 수 있지만 내가 처음 파스타 전문점을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를 다니던1992~3년이었다. 이 시기에 ‘소렌토’라는 스파게티 전문점이 생겼었고, 인스턴트 혹은 엉성한 분식 스타일의 미트소스 스파게티만 알고 있었던 내가 다양한 스파게티의 종류를 알게 된 것도 그때였다. 그때만 해도 스파게티는 특별한 사람을 만날 때 가끔 먹는 음식이었다. 나는 아직도 파스타가 가끔 먹고 싶지 자주 먹고 싶은 입맛은 아닌데, 세대가 달라질수록 파스타를 먹는 빈도수가 늘고 있음을 느낀다. 아이들을 데리고 외식을 할 때면 아이들의 요구로 파스타 전문점을 빈번히 가게 된다. 갈 때마다 파스타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매번 시키는 파스타만 주문했다. 이 책을 보고서 이제 파스타에 대해 좀 알 때도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관심있게 읽었다. 


저자가 일본인이고 번역서라서 책의 글머리에 ‘일본 최초의 파스타’나 ‘일본의 국수 문화와 파스타’와 같은 일본의 파스타 사정을 설명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한국의 파스타 사정도 내용을 추가했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글머리를 읽고 나면 본격적으로 파스타를 통해 배우는 맛있는 미시사가 시작된다. 밀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발명한 건조 파스타의 이야기, 파스타 길드, 처음에는 독성으로 알려진 식물들과 비슷하다고 오해받아 받아들여지지 않은 토마토, 이탈리아 문학에 나오는 파스타 이야기 등. 읽는 재미가 아주 솔솔했다. 특히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 나온 파스타 이야기가 아주 흥미로웠다. 


이탈리아의 전형적인 이상향은 조반니 보카치오가 쓴 [데카메론]의 8일째 세 번째 이야기에 등장하는데, 그곳은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에 걸친 바스크 지방에 있다고 합니다. 근처 일대에는 윤이 나는 최상급 포도주가 강이 되어 흐르고, 포도나무에는 소시지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으며, 산 하나가 강판에 간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산 정상에 있는 사람들은 마케로니와 라비올리를 만들어 거세한 수탉 수프에 넣어 삶아 내기만 하면 됩니다. 이렇게 만든 파스타를 산 아래쪽으로 흘려 보내면 산기슭에 있는 사람 누구나 배불리 먹을 수 있습니다. (p129)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있는 [데카메론]에서 내용을 직접 찾아봤다.


중세 시대의 민중 사이에서는 파스타가 단연 최고의 ‘꿈의 음식’이었던 것이다. 민중들은 가끔 파스타를 일품요리로 즐길 수 있었던 반면, 귀족들은 코스 메뉴 중 하나로 파스타를 곁들여 즐겼다고 한다. 중세를 지나 파스타와 이탈리아 역사 사이의 끈끈한 끈기를 느낄 수 있는 내용은 현대까지 이어진다. 


저자는 말한다. “파스타는 이제 더 이상 이탈리아인만의 것이 아니라 세계의 음식입니다. 이제부터 세계사의 어떤 전개와 발맞추며 진화해 갈까요? 설레는 가슴으로 파스타의 변신을 지켜보고 싶군요.” 그러고보니 한국식으로 변신한 파스타도 요즘 레시피로 꽤 눈에 띈다. 냉이 된장 파스타, 뚝배기고추장 파스타, 김치삼겹 파스타 등…. 후룩후룩. 오늘 저녁은 파스타를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파스타 이야기를 들려줘볼까? 파스타와 세계사를 함께 좋아하게 만들어주는 깜찍한 책이 아닐 수 없다.



봉골레 냉이 된장 파스타 레시피 :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35070&memberNo=2657101&vType=VERTICAL

 

<이 글은 서평 이벤트를 통해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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