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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달에는 제가 좋아하는 문학 관련 인문서가 듬뿍 발간되어서 새해 첫달부터 행복했습니다~ 추천 페이퍼를 얼른 작성하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했지요. 이번 추천 페이퍼는 한 분야에 너무 심한 편애가 드러나지만;; 추천 도서로 부족함이 없는 책들이라고 자신있게 외쳐 봅니다~ ^o^




1. 작가의 책(패멀라 폴/문학동네/2016--1-23)


책 좋아한다는 분들에겐 이미 소문날 대로 소문난 책이지요. 책을 좋아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무슨 책을 읽는 지가 왜 이리 궁금한지 모르겠어요. 더구나 좋아하는 작가들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읽을 때는 추천 도서 중 가장 가뿐하고 말랑한 책이겠지만, 읽고 나면 몹시도 묵직하고 든든한 책이 되지 싶습니다. 읽을 책들이 쌓일 테니까요~  



2.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테리 이글턴/책읽는수요일/2016--1-15)


당대 최고의 문학 비평가가라 불리는 테리 이글턴이 "초보자를 위한 문학 입문서"로 내어 놓은 책이라고 해서 환호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문학을 더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는 내공이 다져지리라 기대됩니다. 십년 전에 [문학이론입문]을 사두곤 제대로 읽지 않았는데 이번에 나온 책으로 워밍업하면서 주욱 달려봐야겠습니다. 



3. 풍성한 삶을 위한 문학의 역사(존 서덜랜드/에코리브르/2016--1-20)


서양 신화부터 시작해서 시대순으로 가로지르는 문학에 대한 개설서로, 전공서적처럼 딱딱하지 않아서 읽기에 부담없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들을 시대순으로 정렬해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으로 추천해봅니다. 더불어 문학의 변화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시야도 키울 수 있겠지요~



4.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모리 코리건/책세상/2016--1-20)


우와. 개츠비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400페이지가 넘는다니 사실인가요?? 저도 개츠비를 무지 좋아하는데 저자와 삼각관계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어쩌면 동료 의식이 생길지도...ㅎㅎ 여튼 개츠비의 매력을 다각적으로 보여준다고 하니 어찌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개츠비가 가진 마성(?)의 매력 속으로 풍덩풍덩 빠져보고 싶습니다. 



5. 글쓰는 여자의 공간(타니아 슐리/이봄/2016--1-28)


열정적이고 치열한 삶을 살아간 작가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그들의 작품과 별개의 매력이 있고 의미가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분명 더 부지런히 읽고 더 열심히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겠지요. 더 많은 작가들과 더 두꺼운 책으로 만날 수 없어서 아쉬울 따름이지만 이만해도 좋습니다. 이 책을 읽을 생각에 벌써부터 두근두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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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과 영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야전과 영원 - 푸코.라캉.르장드르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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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는 사람은 ‘집필하는 동안 직면하는 기댈 곳 없음’을 감당해야 한다. 여기저기 쓴 글을 긁어모으는 것이 아니라 일관성 있는 책을 쓰려 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아는 내용을 아는 방식으로 쓴다면, 그것은 쓰는 것이 아니다. 물론 개괄적인 계획은 있다. 오랫동안 작성해온 노트도 있다. 자료도 충분히 모아왔다. 하지만 쓴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우연성에 몸을 맡기는 일이다. 모르는 내용, 알 리가 없는 내용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망연해하는 일이다. 깊이 자실하는 일이다. 얕게 고동치며 하루하루를 혼탁하게 만드는 건망과 편집광적인 기억에 괴로워하는 일이다. 자신의 몸도 혼도 아니나 그 경계에 있는, 이 구분을 허용하는 그 어디인가에 조금씩 번지는 잉크로 문신을 새기고, 그 문양을 알아보지 못하는 자신에게 또 경악하는 일이다. 아련하게 광기와 열기를 머금은 볼, 그리고 망설임에 차가워지고 시들어가는 손가락 끝 사이로 엉켜 있는 신음 소리를 울리게 하는 일이다. 창백한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그 신음 또한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면서. 따라서 처음부터 책 전체의 구성을, 그 논지를, 그 논리를 명징한 도식으로 뇌리에 떠올릴 수 있다면 책을 쓸 필요는 없다. 모든 것을 안다면 왜 써야 할 필요가 있을까? 모든 것을 안다면 음습한 환상 속에 계속 취해 있을 것이라면. 이는 지식의 복사에 불과하다. 오만한,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지식의 ‘교수’다. 그러나 이런 것이 과연 쓴다는 행위일까? (p15)


저자가 가장 마지막에 썼다는 이 두꺼운 책의 서문을 처음 읽었을 때 어려운 책인줄 짐작하면서도 기분좋은 설레임으로 두근두근했다. 이런 멋진 서문을 읽는다면 누구라도 그 다음에 펼쳐질 내용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비록 라캉과 르장드르와 푸코를 잘 모른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데 제1부의 제 1장을 읽었을 때 내 기분이란.... 준비운동도 안 하고 겁도 없이 선수용 풀에서 수영하겠다고 풍덩 뛰어들었다가 물의 깊이에 놀라서 뛰쳐나온 초보 수영 강습생의 기분이었다. 나는 준비운동 삼아 라캉과 푸코가 나오는 (르장드르의 저서는 번역서가 없으니까) 쉬운 구조주의 입문서를 찾아서 먼저 읽었다;;;


옮긴이의 말에 “이 책은 푸코와 라캉, 르장드르를 이해하는 길잡이가 아니다. 사사키 아타루가 생각하는 인간의 삶을 논하는 도정에 푸코와 라캉, 르장드르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므로 독자가 푸코와 라캉, 르장드르에 대해 사전 지식을 갖고 있을 필요는 전혀 없다.”라고 한 말은 무참하게도 내게 해당하지 않았다. 내게 있어 이 책은 누가 뭐래도 박사가 될만큼 공부한 사람의 박사 학위 논문이었다. 이 말인즉슨, 박사가 될만큼 공부한 사람만 읽어야 하는 수준의 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책이 일본에서는 많이 팔렸다고 한다. 그것도 사상가나 비평가, 전공자만이 아니라 현장에서 뭔가를 창조하고 끊임없이 운동하는 작가, 음악가, 미술가, 디자이너, 활동가들에게 찬사를 받았다고 하니 놀랍다. 나의 독서수준이 의심스러워져서 괜히 의기소침해졌다;;; 푸코의 『말과 사물』이 출간 당시 모닝빵(!)처럼 팔려 나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만큼 기죽었다. 근데 이 책은 『말과 사물』보다 더 어려웠다;;; 나는 이 책의 텍스트를 문자 그대로 읽는 1차원적인 독서만 했고, 텍스트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는 2차원적인 독서는 거의 불가능했으며 나의 관점을 투사해서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고 나의 의견을 더하는 3차원적인 독서는 엄두도 못냈음을 책 위에 손을 얹고 고해한다. (사실 면벽수행에 가까웠다. 진정 텍스트가 벽처럼 느껴졌다;;;)


구조주의자들이 쓰는 문장들이 원래부터 읽기 쉽지 않다고는 누누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사사키 아타루의 독특한 문체가 주는 쉬운 듯 어려운 듯 묘한 방식의 설득력이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을 읽을 때처럼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될 줄 알았는데, 이 책에서는 독특한 문체 때문에 구조주의자들의 문장을 이해하기가 오히려 더 어려웠다. 거기다 분량 때문에 호흡도 너무 길고!  웬만큼 어려운 책도 진득하게 읽다보면 어느 순간 이해가 되거나 다 읽고 난 후에 이해 못한 부분을 부분적으로라도 다시 깨치는 그런 독서 경험을 해왔는데 이 책은 진정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어려웠다. 그러했던 가장 큰 이유는 라캉과 르장드르와 푸코에 대한 나의 배경지식에 깊이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다 읽고도, 아니 이건 어디 가서 다 읽었다고 하긴 무안하니 훑었다고 말해야겠다. 어쨌든 그러고도 라캉과 푸코와 르장드르가 공명하는 시공, 그들의 논리가 한순간에 소생하는 시공을 내 머리로는 포착하지 못했다. 좀더 공부하고 내공을 쌓은 후에야 제대로 이 책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어쩌면 가슴으로 포착했거나 어설픈 감상에 불과한 내 깨달음이라도 한 줄 남겨보려고 한다. 저자가 밝힌 바대로 라캉과 르장드르, 푸코에 대한 “통일된 시점”이나 “이 셋을 논할 필연성”은 없어 보였기에 나는 이들이 속한 구조주의의 대의와 대략이나마 이해한 기본적인 논지를 통해서 변증법적으로 혹은 상보적으로 병치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그리하여 머릿속에 하나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밝히기 전에 푸코가 말년(죽기 1년 전)에 했던 말을 인용해보려한다.


철학자의 일, 그것은 오늘이란 무엇인가 논하는 것이고, “오늘날의 우리”란 무엇인가를 논하는 것이라고 알려져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시대는 유래 없는 파멸의, 밤의 함몰지대라거나, 태양이 높이 솟아오르고 있는 아침이라거나, 그런 단언을 하고 마는 드라마틱하고 연극적인 안이함에 몸을 맡겨서는 안됩니다. 그것이 아닙니다. 오늘도 다른 날들과 똑같은 하루이거나, 오히려 다른 날들과 완전히 똑같지 않은 하루인 것입니다. (p739)


그리고 저자의 결론, 혹은 결론을 대신한 문장도 인용해봐야겠다.


그렇다. 오늘은 다른 어떤 날과도 다를 바 없는 하루이고, 그 어떤 날들도 오늘과 다를 바 없는 하루, 다른 날들과 하나도 닮은 데가 없는 이 하루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끝이 없다. 우리가 태어나 죽는 찰나의 영겁, 짧은 영원 속에서 몇 번이나 밤은 도래할 것이다.(생략) 가자. 우리는 가자. 우리는 글 쓰고 노래하고 춤추고 사유하자, <거울>을 만들어내기 위해. 제3자를 만들어내기 위해. 근거율을 만들어내기 위해. 공격하기 위해. 손에 쥐기 위해. 지키기 위해. 굶주림에 저항하고 추위에 저항하고 죽음에 저항해 살아남기 위해. 모든 죽음과 위험의 선동을 웃어넘기기 위해. 전진하기 위해. 옆으로 한 발 나가기 위해. 소격을 유지하기 위해. 자유를 직조하기 위해. 투쟁하기 위해. 독박하기 위해. 이기기 위해. 지기 위해. 승리하고 패배하는 기쁨을 위해. 이윽고 이로는 다했다. 붓을 놓을 때가. 그러나 끝은 없다.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p773)


나는 라캉과 르장드르와 푸코의 ‘관계’에서, ‘오늘’이라는 하루의 연속성이 가져다주는 짧은 영원 속에서, 사사키 아타루의 ‘영원한 야전’이라는 개념에서 자신의 꼬리를 문 원형의 뱀인 ‘우로보로스’를 떠올렸다. 라캉과 푸코와 르장드르가 공명하는 시공, 그들의 논리가 한순간에 소생하는 시공 속에서 내가 본 것은 “거짓은 요새의 안쪽에 숨어 있고 순간적이지만, 진실은 바깥의 야전에 있고 영원하다”는 것이다. 안다는 것, 그리고 산다는 것은 이전의 허물을 벗고 끊임없이 다시 태어나듯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고, 시작이 없는 끝, 끝이 없는 시작, 시작과 끝이 연대하는 ‘영원한 야전’은 바로 우로보로스의 형상을 한 삶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듯하다. 나 또한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하여 재독할 때는 더 발전한 나를 만나고 싶다.


- 별점은... 너무 어려웠으므로,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만큼의 글쓰기 수준으로 독자를 만나줬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 때문에 별 세 개입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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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불감증]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도덕적 불감증 - 유동적 세계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너무나도 소중한 감수성에 관하여
지그문트 바우만.레오니다스 돈스키스 지음, 최호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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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불감증’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떠오르는 지난 뉴스들이 있었다. 태국의 방콕에서 일어난 테러로 파손된 문화재 앞에서 웃는 얼굴로 셀카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린 관광객,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폭격하는 광경을 언덕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구경하고 심지어 박수치며 환호하는 이스라엘 시민들, 뉴욕 지하철역에서 한인이 선로에 추락했는데 지하철이 진입하는 순간을 특종 사진이라고 찍은 기자……. 사람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사람들의 이런 감정 상태를 무어라 말로 표현해야 할지 막연했었는데 ‘도덕적 불감증’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바로 설명이 되었다. 도덕적 불감증에 빠진 사람들을 굳이 뉴스에서 찾을 필요도 없다. 흔하게는 인터넷에 쏟아지는 댓글들의 내용만 봐도 도덕적 불감증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알 수 있다. 세상은, 사람들은 왜 이렇게 되어가고 있는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깊어지는 고민 속에서 만난 책이 바로 ‘도덕적 불감증’이다.  


그런데 처음 책을 몇 페이지 읽는 순간 도덕적인 고민이 아닌, 엉뚱한 고민에 빠졌다. 서평으로 올라온 다른 사람들의 한줄평에서 번역의 문제가 언급되어 책을 읽기 전부터 내심 불안했는데 직접 읽어보니 나도 번역의 문제를 부정할 수가 없었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번역이 매끈하다해도 쉽게 읽을 내용이 아니다. 혹시 번역은 매끈한데 내 이해력이 딸려서 문장이 머릿속에서 해체되나 의심도 해봤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였다.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조차 맞지 않은 문장이 빈번하게 보였으니까. 그런 이유로 번역된 문장을 다시 재구성해서 이해해야 하는 수고가 필요했고 읽는 속도가 더욱 더뎌졌다. 솔직히 중간에 덮어버리고 읽은 내용만 가지고 다 읽은 척하며 적당히 리뷰를 써볼까 하는 유혹도 있었다. 하지만 새해에 읽는 첫 책에, 그것도 ‘도덕적 불감증’이라는 책을 읽는데 나부터 도덕적 불감증을 가지고 리뷰를 쓰면 안 되니까;; 도덕적으로 열심히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끝까지 읽길 진짜 잘했다. 번역 때문에 읽지 않고 지나치기엔 너무 아까운 책이다. 물론 더 나은 번역으로 개정판이 나와준다면 좋겠지만. 바우만의 다른 책들을 몇 권 읽어서인지 번역의 오류를 나름 극복하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읽고 나서 느끼는 가슴의 묵직함이란 이루 말로 형언할 수가 없다….


이 책은 돈스키스와 바우만의 대화체로 이루어져 있다. 돈스키스는 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이 책에서 비중이 상당했고(심지어 결론에 해당하는 책의 마무리도 바우만이 아니라 돈스키스가 한다) 질의 안에 포함된 내용이 질의 이상으로 의미 있었다. 인터뷰나 질의응답 방식의 글들이 대부분 내용의 체계가 떨어지고 단발적 구성이기 십상인데 이 책은 내용이 대화의 흐름을 타고 체계적으로 진행된다는 느낌이었다. 다만 다루는 내용이 쉽지 않기 때문에 목차에 나온 주요 문장들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길을 잃지 않는 독서가 필요했다.


이 책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은 우리 시대의 악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도덕적 불감증은 이 시대에 어떻게 해서 초래되었고, 도덕적 불감증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문학작품이 언급되지만 자주 언급되는 소설들이 있다. 조지 오웰의 [1984],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의 [우리들]이다. 세 권의 소설을 읽었다면 내용의 이해가 더 쉬울 것이고 읽지 않았다면 이 책을 계기로 분명 읽고 싶어질 것이다. 그리고 미셸 우엘벡의 [어느 섬의 가능성], 바우만의 저서에서 자주 언급되는 이 책을 더이상 안 읽고 버틸 수 없어 보인다. 올해는 꼭 읽어보기로 했다. 


도덕적 불감증을 설명하기 위해 동원하는 메타포들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악마는 이케아, 페이스북의 모습을 한 DIY다”라는 메타포가 이 책의 핵심이다. 이케아는 후반부에 나오는 어니스트 겔너의 ‘모듈형 인간’이라는 개념과 묶어서 이해하면 될 것 같고, 페이스북도 역시 후반부에 나오는 ‘절름박이 악마’와 ‘돈 후안’을 묶어서 이해하면 되지 싶다. (이게 나의 오독이라 할지라도 내겐 영감을 주는 멋진 내용이었다)


마지막으로 다들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그래서 어쩌라고?”일 것이다. 도덕적 불감증을 극복할 방안은 있느냐? 음……. 어느 신문의 신간 소개에서 이 책의 결론이 다소 어색하다고 기자가 적어둔 글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다소 어색하다는 그 결론 외에 도대체 무슨 결론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하고 그 기자에게 되려 묻고 싶어졌다.(기자분이 이 책을 끝까지 읽었으리라는 믿음이 없어졌다) 내가 생각하기엔 다소 어색하다는 그 결론이 가장 뻔하지만 가장 기본이고 가장 당연한 결론이다. 생각에서 행동으로 이어지기 가장 어렵다는게 문제지만. 두 지성의 대화를 과정을 따라 오롯이 읽어내야만 얻을 수 있는 답이기에 여기에 구태여 내용을 적지는 않겠다. 번역의 문제가 있음에도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분들께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내어야만 진정으로 얻을 수 있는 답을 통해 잃어버린 소중한 감수성을 발견하시길 독려해본다. (결론만 도려낸 답은 오히려 불감증을 야기할 것이다)


- 번역은 별 두개만 주고 싶은데 책에 담긴 내용 때문에 별 네개.

- 돈스키스와 바우만의 신간이 올봄에 해외에서 출간되나보다. “Liquid Evil”이라는 끝내주는 제목을 가진 책이다. 유동하는 악마쯤 되려나. 최근으로 이어지는 이 책의 뒷이야기일 것 같아 기대가 크다. 부디 이 책은 멀쩡하게 번역되어 출간되길.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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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천 도서 페이퍼는 한 해의 독서 계획을 세우면서 작성하다보니 작년보다 더 열심히 읽겠다는 넘치는 의욕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새해 벽두부터 평소에 덜 읽는 과학 분야 서적들에 힘주어 작성해봅니다. 한 해에 읽는 책들이 백 권을 넘을 때 그 중 과학 서적의 권수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걸 감안하면;;;; 아래에 고른 세 권의 과학 서적이 반 년치는 될 듯...^^; 올해는 과학 서적의 비중을 더 높여봐야겠습니다~ 




1.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리사 랜들/사이언스북스/2015-12-15)


내로라하는 저명 인사들의 방대한 추천이 없었더라도 재작년에 개봉했던 '인터스텔라' 덕분에 찾아본 [숨겨진 우주]에서 저자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이 책이 출간된 걸 보고 반가웠습니다. [숨겨진 우주]의 내용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새로운 차원의 사고가 열리는 경험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제게는 의미 있는 독서였고, 이 책 또한 그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LHC(유럽입자물리연구소 CERN이 운영하는 대형 강입자충돌형가속기)를 시작으로 갈릴레오 이후 400년 동안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실험들과 이론적 도전들이 우리가 지금껏 우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송두리째 바꿀지도 모른다는 책의 설명만으로도 두근두근하는군요. 아직 번역은 안되었지만 작년 가을에 나온 [암흑물질과 공룡]에 대한 기대도 큽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봐야겠습니다.




2. 마인드 체인지(수전 그린필드/이한음/북라이프/2015-12-31)


'디지털 기술은 우리의 뇌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가'라는 부제가 책이 다룰 내용들을 한 마디로 잘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신간평가단에서 첫 번째 책으로 [페이스북 심리학]을 읽을 때 사례 중심으로 치우치는 미약한 전문성 때문에 아쉬웠었는데 이 책이 상당 부분 해갈해줄 것 같습니다. 저자도 믿음직하고 번역자도 아주 믿음직해서 책을 고르는데 달리 망설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이 주제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해오며 기다려온 내용의 책이라 신간서평단 지정도서가 결정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지 어떨지...ㅎㅎ;;;; 혹시 중복되더라도 걍 사야 하나 싶네요. 새해에 읽을 첫 과학책으로 무조건 찜입니다! 찜! 찜! 이 책이 디지털 시대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복잡한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측면들의 '뇌'의 변화로부터 시작해 다방면으로 살펴본 최초의 작품이라고 하니, 이 책을 필두로 더 다양한 책들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3. 자아의 원천들(찰스 테일러/새물결/2015-12-12)


이 책을 알게 된 건 조선일보의 신간도서 소개에서입니다. "릴케를 읽으면 안다. 세계는 내면에 있음을"

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릴케가 '두이노의 비가'에서 "어느 곳에도, 사랑하는 사람이여, 세계는 없다, 내면에 있지 않다면."이라고 했고, 찰스 테일러는 이 책에서 "릴케를 읽게 되면 우리는 세계에 대해 한 발 더 나아간 '내면화'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는데 그것은 주목하고, 신중하게 조사하며, 거기 있는 것을 존중한다는 뜻이다."라고 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출판사 책소개글과 미리보기에 이 내용이 나와 있지 않은 걸 보니 책의 본문에 나와 있나봅니다...)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부터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때문에 살펴보고 있는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과 신간평가단의 두 번째 선정도서인 지그문트 바우만의 [도덕적 불감증]까지. 도덕에 대해 재고하고 숙고하는 요즘 제 눈에 딱 들어온 신간입니다. 페이지수가 무려 1062페이지. 허나 책 읽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건 분량 때문이 아니라 가격입니다;;;; 비싸네요;;;



4. 감정의 식탁(게리 웬크/알에이치코리아/2015-12-07)


먹방과 쿡방이 대세인 요즘에 한번은 읽어보면 좋을 책을 골라봤습니다. 이 책이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섭취하는 건 약물이든 음식이든 모두 신경세포의 작용에 영향을 미치며, 그 결과 우리의 생각과 감정과 태도 또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고, 따라서 몸에 들어가는 물질은 영양소가 있든 없든 모두 약물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를 어떻게 움직이고 만드는 지 알게 되면 오감이 만족하는 식도락의 향락에서 벗어나 좀더 절제된 식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땡기는 대로 내키는 대로 대강 먹는 건 이제 그만~~! 약을 함부로 복용하지 않듯 음식도 더 신경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식탁 위에서 우리는 감정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어요.




5. 니체를 읽는다(박찬국/아카넷/2015-12-07)


이름만으로도 믿고 보는 저자이고, 믿고 보는 저자의 니체에 대한 책입니다. 이쯤되면 책소개를 읽을 필요도 없이 제 장바구니에 담겨 있는 상태가 됩니다. 그래도 추천 도서 페이퍼니까 몇줄이라도 글을 써야겠지요? ㅎㅎ;;; 니체의 핵심사상 뿐만 아니라 니체가 대결한 사상가들과 니체를 해석한 사상가들에 대한 내용을 살펴봄으로써 니체의 사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저는 3장의 '니체 사상의 해석'이 가장 기대돼요) 언제부터인가 한해도 니체에 관한 책을 읽지 않은 해가 없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니체에 관하여 읽고 싶은 책이 생겼네요. 니체에 대해서는 언제나 목마르답니다. 고로 니체에 관한 책은 언제나 환영! 올한해도 니체에 관한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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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행복해하는 시간은 책고르기입니다. 고르기만 해도 배부르고 안 읽어도 배부른...? 

언젠간 모오두 사고 읽겠다는 꿈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ㅎㅎ

10월에 출간된 책들을 건너뛰어서 아쉬운만큼 11월의 책은 더욱 신중히~ 신중히 골라보겠습니다^^




1.야전과 영원 (사사키 아타루/자음과모음/2015-11-17)


[이 치열한 무력을]의 뒷날개 표지에 '2014년 8월 출간 예정’이라고 봤던 그날부터 이때까지 치열하게(?) 기다리던 책이 이제야 나왔어요~

사사키를 순식간에 유명한 인문학자로 만든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 [야전과 영원]의 내용 중 일부를 평이하게 풀어 쓴 책이며,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에 담긴 내용의 핵심이 르장드르에서 왔다고 하니 앞서 두 권의 책에 필이 꽂힌 분이라면 꼭 읽어봐야겠죠? 두껍지만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2.사피엔스 (유발 하라리/김영사/2015-11-23)


재레드 다이아몬드, 대니얼 카너먼, 마크 저커버그가 격찬했다고 하니 귀가 솔깃솔깃, 눈이 힐끔힐끔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는 책입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되려 하는가"

알라딘 인문MD님께서 멋지게 뽑아주신 카피가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잘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찾아보려고 합니다. 

허구를 믿는 사피엔스의 특성을 인류의 역사로 풀어낸다는 점 때문에 굉장히 관심이 가는 책입니다. 올겨울, 꼭 읽어보겠어요, 꼭!

 

 



3.어리석음 (아비탈 로넬/문학동네/2015-10-30)


분명 11월에 발간되었는데 날짜는 10월 30일;;;; 나이가 숫자에 불과한 것처럼 발간일도 숫자에 불과하다고 외치며 11월의 추천도서에 스슥 끼워넣어봅니다. 하루이틀 차이로 이 책이 조명받지 못하면 마음이 아프니까요.ㅜㅜ 허먼 멜빌이 『빌리 버드』에서 드러내는 “이해의 공백”(164쪽), 폴 드 만이 몰두해 있는 “모든 지식의 완전한 공백”(187쪽), 도스토옙스키의 ‘백치’가 암시하는 “신성한 공백”(338쪽), 워즈워스의 시 「백치 소년」를 두고 “공백을 그려내는 존재의 떨림”(424쪽)이라 말할 때의 그 공백. 로넬이 말하는 어리석음은 이 근원적 공백의 표상이라고 말하는 이 책. 이 책 전체는 이 인식 불가능한 공백을 중심으로 저마다의 궤도를 따라 회전하는 사유의 행성들로 채워져 있고, 이 은하계의 중심에는 태양과 같은 빛이 아니라 블랙홀 같은 텅 빈 어둠, 바로 어리석음이 존재하고 있다는 멋진 깨달음을 주는 책을 어찌 안 읽을 수 있을까요?



 

4.자유 (석영중/예담/2015-11-27)


러시아 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이 분의 저서를 놓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도스토예프스키를 깊이 읽고 싶다면 한 손에는 이 책을, 다른 한 손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을 들어봅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모든 러시아 작가들 중에서 자유에 관해 가장 많이, 가장 끈질기게,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고 쓴 작가이며 자유는 도스토예프스키의 거의 모든 작품을 하나로 이어주는 끈이나 마찬가지여서 자유를 공부하기에 도스토예프스키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러시아 문학은, 특히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은 겨울에 읽어야 제맛(?)입니다. 연말연시를 뜻깊게 보내는데 이 책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만큼 멋진 조합은 없을 듯 합니다.

 




5.도덕적 불감증 (지그문트 바우만/책읽는수요일/2015-11-27)


뉴스만 틀어도, 신문만 봐도, 걍 주변만 둘러봐도 압니다. 도덕적 불감증이 얼마나 만연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 이 책에서 바우만과 돈스키스는 도덕적 불감증을 분석하기 위해 '아디아포라'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이는 우리의 활동, 언어, 생각 없이 그저 안전하게 모방하면서 말하거나 행한 모든 것이며, 모두 우리가 성찰하지 않은, 그러나 잠자코 동의한 악들이라며, 윤리적 거울의 원리를 담아 우리의 현실을 가차 없이 비추고 있다고 합니다. 

90세에도 노익장을 과시하는 저자에게 존경을 담뿍 담아 이 책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100세까지 건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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