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4
선자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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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살아가며 느끼는 것은 잃는 것이 있으면 채워지는 것이 있고, 채워지는 것이 있으면 비워지는 부분도 있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 되고 싶어하지만 정작 내 자신이 무엇이 되고 싶은지 그림이 안 그려질 때도 있다.


2. 이 소설은 청소년의 '성장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중학생 홍알음과 베프 소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대담하게 빈집 그것도 오래전에 누군가 목을 매달아 죽었다는 집을 찾아가 의식을 치루는 부분부터 시작이 된다. 


3. 한 동안 중고등학생들 아니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유행처럼 번졌던 분신사마 같은 의식을 치루는 두 아이를 보면서 아이들의 감정과 욕망은 어른들의 그것보다 더 절실하고 강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문을 외우고 원하는 걸 생각하면 돼. 그럼 귀신이 찾아와서 계약을 해. 내 계약자가 되어서 소원을 이루어주는 거지."


4. 처음엔 친구 소희의 소원이 이뤄지도록 도와주는 차원에서 동행한 알음에게 어느 날 밤 '계약자'가 찾아온다. 거대한 머리와 털이 난 몸이 흡사 괴물처럼 보였다. '나는 너로 인해 자유를 얻을 것이다.' 그 계약자가 하는 말이다. 이런 말도 한다. '보려는 대로 보이는 것이다.' 


5. 사실 알음에게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어느 날 불쑥 아빠 품에 안겨 온 어린아이. 알음은 그나마 유지되던 가정의 평화가 그 아이로 인해 더욱 엉망진창으로 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아이가 사라져줬으면 하는 생각. 계약자와 계약이라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 아이가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


6. 스토리가 진행이 되면서 알음에겐 정작 본인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몇가지 소소한 사건이 이어지면서 소희하고의 관계도 불편해진다. 알음은 그림 그리는 것이 취미이자 앞으로 하고 싶은 일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그림을 배우는 중에 들은 이야기라곤 '너의 그림을 그려봐.' 이다. 모사화가 아닌 진짜 그림을 그려보라는 충고와 질책을 들으면서 그림 그리는 일에도 주춤하게 된다.


7. 종종 꿈에 계약자가 나타난다. '네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 고 한다. 계약이라는 것은 주고 받는 것이다. 알음은 그 게약자에게 그럼 대신 내가 무엇을 주면 되냐고 묻는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간단하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단다. 그런 계약이라면 괜찮을 듯 싶다. 대신 그 소원을 자져가는 것으로 만족하겠단다. 그 계약자는.


8. 사춘기 아이들에겐 부모나 형제보다 친구들이 더욱 소중하다. 친형제, 자매들에게도 털어놓지 않는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시시콜콜 쏟아 내놓는다는 이야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성장 과정 속에서 겪어 봄 직한 일들이다. 


9.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주변 환경과 마음이 복잡해지던 어느 날, 지칠대로 지친 알음은 계약자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정말 그만 두고 싶어요.' 돌아오는 답변은 '이미 늦었다.' 알음이 다시 말한다. '난 이제 혼자라고요.' 계약자의 말이다. "넌 혼자가 되어야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


10. 알음이 마음에 그려지는 계약자의 모습을 화폭에 옮긴다. 그야말로 자신의 첫 그림이 만들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처음에 그림을 그릴 땐 몰랐는데 다 그리고 보니 알음 자신의 모습이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아무것도 입지 않고 서 있었다. 두려움에 떨면서 그러나 분노하며, 그리고 슬퍼하고 있었다. 정신을 추스리면서 찬찬히 생각해보니 '계약자'는 알음 자신이었던 것이다. 욕망이 자라서 그 아이의 안에 내재해있던 또 다른 자신이 드러난 것이다.  계약자는 작가에게 먼저 나타났었다. 어쩌면 그 계약자는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계약자와 어떤 딜을 하느냐는 온전히 우리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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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읽는 동의보감 - 한의사 엄마가 깐깐하게 고른 최고의 양육처방 : 태어나서 열 살까지
방성혜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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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동의보감]이야기를 들려드리지요. 모두 잘 알고 계시는 사항이겠지만, [동의보감]은 허준이 대표 집필자로 되어 있는 한의학에 대한 임상의학 백과사전입니다. 1610년(광해군 2년)에 완성된 의학서입니다. 우리나라 보물로 등재되어있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 되어있기도 한 우리의 귀한 문화유산입니다.

 

2. 이 책의 저자 방성혜 원장은 한의사가 되기 전에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중 사람의 병을 고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어릴 적 꿈을 포기하지 못해 늦은 나이에 한의과 대학에 입학합니다. 이미 아이가 하나 있었고, 둘째를 임신 중이었음에도 학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 것을 보면 이 분 또한 대단하십니다.

 

3. 저자가 동의보감을 통해 깨달은 양육의 원칙은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하나는 '기다려 주는 양육법'이고 다른 하나는 '인정해 주는 양육법'입니다. 이 책에서 그는 두 아이를 키운 선배 엄마로서 해 주고 싶은 조언, 그리고 한의원에서 만난 엄마들의 고충과 그에 따른 처방을 동의보감에 수록된 양육의 지혜에 빗대어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4.[동의보감]은 크게 5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내경 편]은 인체의 내부에서 생기는 질병에 대해, 두 번째 [외형 편]은 인체의 외부에 발병하는 질병에 대해, 세 번째 [잡병 편]은 인체 내외의 부조화로 생기는 여러 가지 질병을 설명하고 있으며, 네 번째 [탕액 편]은 질병의 치료에 쓰는 약재에 대해, 다섯 번째 [침구 편]은 질병의 치료를 위한 침, 뜸에 대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동의보감]에서 특히 [잡병 편]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겉과 속의 부조화로 인해 생기는 온갖 질병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여성과 아이에 관한 내용만 별도로 뽑아 '부인 문'과 '소아 문'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남녀노소 중 남자나 노인에 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고 엄마와 아이에게 더 큰 관심을 두었다는 뜻입니다.

 

5. 어쩌면 상식적인 이야기로 들릴지라도 우리가 잊기 쉬운 점이 아이가 태어난 후 10년 남짓한 시간이 전 인생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것입니다. 정신적, 육체적인 기본이 이 시기에 형성된다고 봐야겠지요. 허준은 이 점을 간파했기에 여성과 아이에 대해 기록으로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6.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은 동의보감에서 배우는 양육의 지혜에 대해, 2장은 아이가 자주 앓는 몸의 병에 대해, 3장은 아이들이 흔히 보이는 성격에 대해, 4장은 아이들을 더욱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먹을거리에 대한 것입니다.

 

7. 엄마가 건강해야 아이도 건강하다는 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으나, 몸이 협조를 제대로 못해 주는 경우도 있겠지요. 어쨌든 가장 좋은 엄마는 '건강한' 엄마입니다. 건강한 엄마라야 건강한 정신으로 아이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울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엄마가 편안해야 아이도 편안하여서 아직 생기지 않은 병도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다."

 

8. [동의보감]을 텍스트로 했다고 해서 여느 건강, 의학서적처럼 전문용어와 아리송한 문체로 채워져 있진 않습니다. 저자가 아이를 키우면서 체험했던 여러가지 에피소드와 진료실이나 저자의 주변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병에 걸리거나 몸의 상태가 나빠진 후 회복되는 과정이나 아이들의 성격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9. 세상 모든 엄마는 아이가 총명하게 자라기를 바라지요. 저자는 이렇게 질문을 합니다. 대체 총명하다는 말은 어떤 뜻일까? 똑똑하다는 걸까? 집중력이 뛰어나다는 걸까? 아니면 기억력이나 암기력이 좋다는 걸까? 최근 들어 화두가 되고 있는 창의력이 뛰어난 것을 말하는 걸까? '총명'이라는 단어는 귀 밝을 총(聰), 눈 밝을 명(明)을 씁니다. 저자는 이렇게 권유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총명하게 키운다는 것은 많이 보고 많이 들어 뇌의 활동을 활발하게 해 준다는 의미입니다. 외부의 좋은 자극을 많이 받을수록, 많이 보여주고 많이 들려줄수록 총명한 사람으로 자라난다는 말입니다."

 

10. 책의 부록으론 [한의사 엄마가 꼼꼼하게 정리한 증상별 치료음식]이라는 타이틀로 엄마가 간직해야 할 음식처방중 준비해야 할 '재료'와 조리상의 tip. 그리고 시식평이 사진과 함께 잘 정리 되어있군요. 이 책을 읽은 것이 참 시의적절합니다. 딸이 낳은 아기가 생후 약 40일 되었네요. 지금은 산후 조리차 함께 있습니다.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딸은 이젠 혼자서 키워보겠다고 준비를 하고 있네요. 딸에게 이 책을 선물로 줍니다. 잘 읽어보면서 아기를 키우는데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름답게 건강하게 잘 키워야겠지요. 몸 건강, 마음 건강하게 잘 자라서 이 땅에 태어난 자신의 몫 그 이상의 삶을 살아가길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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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무한도전 - 카이스트 한동수 교수의
한동수 지음 / 흐름출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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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특허에 관한 책을 한 권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먹고 살기도 바쁘고, 내 일 하기도 버거운데 웬 특허? 하시겠지요. 하긴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한 생각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비록 특허는 못내더라도 최소한 저자의 학문에 대한 열정과 학문의 응용을 생각해보고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 저자에 대한 소개가 먼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현재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카이스트 실내위치 인식센터장, 카이스트 위치공학연구회 의장, 지능형교통학회(ITS)이사, 철도기술연구원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한동수 교수는 이외에도 여러곳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군요. 과학자이면서 60여 편의 시를 발표한 시인이기도 합니다.


3. 저자는 1980년대 초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주변의 권유로 의과대학에 들어갑니다. 그렇지만 이내 마음을 바꿔 1년 3개월 만에 다니던 학교를 그만둡니다. 졸업만 하면 미래가 보장된 의사라는 직업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무런 도전 없이 살아가게 될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뒤 과감하게 다시 공부해 공과대학에 들어갑니다. 당시 의과대학 동기생들은 물론 가족이나 친구들도 저자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4. 공과대학을 다니는 동안에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이고 싶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휴일도 반납한 채 도서관에서 지내며 학업에만 매달렸습니다. 덕분에 서울대학교 계산통계학과를 학과 최초로 3년 만에 조기 졸업하고 교육부 국비 장학생으로 일본에 건너가 교토대학 정보공학과에서 정규과정으로는 처음으로 2년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합니다. 


5.  저자에게 터닝 포인트가 있었군요.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교수로 임용된 뒤 10년이 지났을 때 동료 교수가 저자에게 던진 질문이 자극이 되었습니다. "한 교수님, 지금까지 한 일 중에서 어떤 일이 가장 자랑스러우세요?"  나를 비롯해 우리 모두에게 던져 볼만한 질문입니다. 저자는 자신 있게 대답을 못했다고 합니다. 이때 들었던 생각은 이제부터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세상을 위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결심합니다. 필요하다면 나 자신을 바꾸겠다는 다짐을 하는군요. 그 나를 바꾸는 일 중 하나가 그때까지 써본 경험이 없었던 특허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6. 책은 총 5부로 나뉘어집니다. 특허 초보자, 특허 고수가 되다. 특허 그런 거였어?.  특허는 가까이 있다. 특허의 주인공이 되자. 특허와의 동행입니다.  저자는 특허와 관련해서 평균 이하의 재능을 갖고 태어났다고 하지만, 글쎄요 그것은 아닌 듯 합니다. 저자가 특허에 대해 몰입하기 시작한 것은 40대 중반 무렵부터라고 합니다. 거의 매일 특허에 대해 생각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주말마다 남산도서관에 박혀 그 아이디어를 정리했다고 합니다. 


7. 2008년 휴대기기가 있는 장소를 무선 랜 신호를 이용해 인식하고 해당장소와 연계된 프로그램을 그 장소에서 즉석으로 휴대기기에 내려받아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수십 편의 특허를 출원하게 됩니다. 저자가 특허 출원한 것 중에는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목적지를 입력하면 LED 디스플레이에 자신이 탑승해야 하는 버스와 목적지 정보가 표시되는 스마트 버스 정류소도 포함이 되어 있다고 합니다. 


8. 특허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데는 크고 작은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역발상은 기존의 사고방식을 깨는 것이지요. 고정관념에서 벗어 날 때 이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보지 못하던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선보이면서 출력 수단이었던 화면을 입력 수단인 키보드로 사용하게 한 아이디어를 역발상의 예로 소개합니다. 새뮤얼 모스의 전신 시스템도 전기선으로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새로운 생각에서 출발한 특허기술이라고 합니다. 


9. 그렇다면 어떤 분야가 특허출원에 유망할까? 정답은 없다고 합니다. 모든 분야에서 특허를 출원할 수 있고 언제 어떤 특허기술이 널리 활용될지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스마트폰, 전기, 전화, 자동차, 자전거 모두 특허 기술과 관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매일매일을 특허기술에 뒤덮여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허는 누구나 금세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것부터 복잡한 전문 분야의 지식이 요구되는 것까지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합니다. 


10. 이 책은 특허에 대해 체계적으로 설명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진 않습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려고 애쓴 책도 아닙니다. 단지 저자가 특허와 관련해선 거의 백지상태나 다름없음에서 지난 몇 년 동안 특허와 씨름하면서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작은 성공을 맛보며 특허를 알아가게 된 과정을 진솔하게 고백한 글입니다. 비록 특허를 못 낼지라도 저자의 열정을 내 가슴과 내 머리에 담는 계기로 삼는다면 이 또한 좋은 일이겠지요. 늘 무심히 보고 지나쳤던 나의 일상에서의 삶을 새로운 시각과 관점으로 들여다 보게 되는 자극의 촉매 역할을 한다고 생각듭니다. 일상의 작은 아이디어가 특허로 연결될지도 모르지요. 클립이나 포스트 잇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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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왜 내 편이 아닌가 - 우리의 습관을 좌우하는 뇌 길들이기
이케가야 유지 지음, 최려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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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뇌는 왜 내 편이 아닌가?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편이란 말인가? 단순히 저자가 관심을 끌기 위해 책제목을 정하고 글을 쓰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책을 펼칩니다. 부제는 '우리의 습관을 좌우하는 뇌 길들이기'로 되어있군요. 


2. 저자 이케가야 유지는 도쿄대학교 대학원 약학계 연구과에서 약학박사를 취득했다고 소개됩니다. 저자의 관심 분야는 기억의 메커니즘과 치매, 간질, 우울증 등입니다. 특히 '뇌의 가소성 탐구'를 연구 주제로 삼고 있군요. 가소성(可塑性)이란 외력에 의해서 변형된 물체가 외력을 제거해도 원래의 상태로 환원되지 않고 영구변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아울러 이전까지 뇌에 관심이 없던 일반인을 대상으로 뇌에 관한 첨단 연구를 알기 쉽게 해설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3. 저자는 이 책을 비롯한 모든 저술 활동의 주제를 뇌 과학의 관점에서 '더 나은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정리하겠다고 합니다. 즐겁게 기분 좋게 살기. 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뇌 과학의 성과가 활용된다면, 저자로서 그리고 뇌 연구자로서 더 없이 행복하겠다고 하네요.


4.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26 꼭지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1부 '깊이 생각하지 않는 뇌' ,  2부 '내 마음대로 했다는 거짓말' ,   3부 '뇌는 내가 하기 나름입니다'. 저자 스스로 핵심적인 내용을 18~20장에 담았다고 합니다. 그 소제목들은 '뇌에는 자유의지가 없다' , '일단 행동을 시작하면 의욕은 따라온다' , '웃으니까 즐겁다는 역인과관계'. 이 세 가지중 첫 번째 '뇌에는 자유의지가 없다'를 제외한 두 가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항이라고 생각듭니다.


5. '빨간색이 뇌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꼭지를 간략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색깔 이야기를 하기 전에 온도가 마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 결과입니다. 콜로라도대학교의 로렌스 윌리엄스 박사팀의 연구입니다. 연구팀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잠깐 메모를 해야겠는데, 이 커피 좀 들고 있어 주실래요?라며 낯선 사람에게 부탁합니다. 이때 실험용으로 따뜻한 커피와 아이스커피 중 하나를 준비하여 상대방의 반응을 비교합니다. 그 결과 따뜻한 커피를 들어준 사람이 아이스커피를 들어준 사람에 비해서 '의뢰자는 온화하고 친근감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는 평가를 더 많이 받았다는군요. 너무 시시한 실험인가요? 어쨌든 비가 오는 날보다 맑은 날 첫 데이트를 할 때 상대방에 대한 호감이 높아진다는 점도 드러난바가 있다니까 참고가 되셨으면 합니다. 


6. 자, 그렇다면 빨간색이 어떻다는 이야긴가 들어볼까요? 온도뿐 아니라 색깔 역시 우리 마음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있긴 합니다. 이런 통계도 있군요. 권투, 레슬링 경기에서 홍코너쪽이 청코너쪽보다 10~20 퍼센트 정도 승률이 높았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빨간색이 '파워플한 색'이라는 설명보다는 상대방을 정신적으로 위축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는군요. 다른 팀의 연구결과를 보면 빨간색은 심리적으로 회피적인 경향을 낳고 경계심을 높이는 반면, 파란색은 적극적이며 호전적인 경향을 촉진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빨간색이, 새로운 디자인을 생각한다든지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것처럼 창조성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파란색이 좋다고 합니다. 


7. 저자가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언급한 곳으로 관심을 가져볼까요? '뇌에는 자유의지가 없다'. 이 꼭지글 제목이 책 제목하고 부합되는 듯 합니다. 이렇게 시작을 하는군요. '80퍼센트 이상은 정해진 습관을 따른다'. 흥미로운 연구결과입니다. 미국 노스이스턴 대학교 알버트 바라바시 박사팀의 연구결과에 일면 수긍이 갑니다. 바라바시 박사는 복잡계 네트워크 연구의 선구자 중 한 사람입니다.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된 [링크]의 저자입니다. 


8. 바라바시 박사팀이 활용한 것은 휴대전화입니다. 통신사에는 사용자가 언제 어디에 있었는지 상세한 데이터가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지요. 박사팀은 5만 명의 사용이력을 3개월에 걸쳐 조사한 끝에 각 사람의 이동 엔트로피를 산출해냈습니다. 조사결과를 간단히 설명드리면 평소 행동패턴을 알고 있을 경우 어떤 사람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평균 두곳 이내로 좁힐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변화와 자발성을 간절히 바라지만 현실 생활은 강한 규칙성에 지배된다는 이야깁니다.


9. 자, 그렇다면 '자유의지'라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가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나는 의지가 뇌에서 생겨나지 않고, 주위 환경과 신체의 상황으로 결정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여기에 덧붙인다면 평소의 습관이 들어가겠지요. 착각이라는 표현도 나오는군요. 심리학자 허태균은 [가끔은 제정신]이라는 책을 통해 "착각하지 않는다고 착각하는 당신과 우리"를 향한 메시지를 전해주기도 했지요. 저자의 실험 결과와 논리를 모두 소개하기엔 리뷰라는 공간이 너무 확대되기 때문에 생략하렵니다. 어떤 사항을 결정하려 할 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결에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따라서 (나의)뇌가 내 편이 아닌 경우가 매우 자주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10. 나의 지난 기억을 더듬어볼 때 그런 경험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군요. 뇌를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저자의 조언을 옮겨봅니다. "그러므로 나는 좋은 경험을 쌓아서 좋은 '반사'를 할 수 있도록 전념하는 삶을 제안한다. 이것이 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최선의 지름길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좋은 경험을 하고 그 이후는 뇌의 자동적 반사에 맡길 뿐, 이만큼 긍정적이고 건전한 생활이 또 있겠는가?".  여기서 '반사'를 '결정'으로 바꿔도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직관의 힘'을 키우는 방법이 되겠지요. 나중에 시간이 허락되는대로 '직관'에 대한 책도 몇 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내용이 내용인 만큼 리뷰가 좀 길어졌군요. 뇌에 관한 책이지만 여러 실험 결과가 실려 있어서 읽기에 지루함이 없고, 문장이 쉽게 쓰여져서 권해 드릴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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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케 & 카 : 역사의 진실을 찾아서 지식인마을 7
조지형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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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사는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 모두에게 진정한 의미를 찾게 된다. 역사와 철학을 전공한 헤이든 화이트는 그의 저서 [메타 역사]를 통해 역사가들의 저작을 분석하면서 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역사 서술에 나타난 이미지의 패턴과 사료의 설명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역사 서술에서 역사가들의 시각을 반영한 이미지, 상징, 알레고리를 찾아 분석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2. 이 책에서 저자 조지형 교수는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 레오폴드 폰 랑케와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정의한 에드워드 카 (E. H. 카)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이런 원초적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정말 (역사로 기록된)사실을 알고 있는 것일까? 혹은, 우리는 정말 사실을 알 수 있을까?" 


3. 아울러 실증사학에 대한 편견을 우려하고 있다. 실증사학 역사가를 사료에 얽매여 있는 노예쯤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개인적으로 학문적 경향으로서의 실증사학을 지지하지 않지만, 근대 역사학을 열었던 실증사학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원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역사 입문자가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쓰고 있다. 


4. 저자는 자신이 지내온 역사와 자신이 속한 집단(지역, 국가, 세계 등)의 역사를 보다 명확하고, 깊이 있게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읽어 낼 수 있는 기본적인 태도와 식견을 함양하는데 이 책의 목적이 있다고 덧붙인다.


5. 랑케는 평민으로 태어났지만 귀족이 됐다. 1865년 랑케는 독일의 역사학에 기여한 공로로 귀족의 작위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공헌은 독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당시 그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날카로운 지성을 가진 청년들이 몰려왔고, 공부를 마친 이들은 자신의 모국으로 돌아가 그의 가르침을 전했다. 우리나라의 역사가들도 일제 강점기에 일본을 거쳐 '랑케사학' 혹은 '실증사학'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정신적 세례를 받았다. 


6. 랑케는 1824년 [라틴 및 게르만 제 민족의 역사 1494 ~ 1514)를 출간했는데, 이 책은 랑케를 일약 세계적인 역사가로 만들었다. 이 책으로 랑케는 학문적 자질을 인정받아 김나지움의 고전학 교사 생활을 접고 베를린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책 하나 잘 써서 고등학교 교사에서 대학 교수로 올라가는 일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중요성과 가치는 그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책은 지금까지도 존경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역사학이 존재하는 한 존경과 비판이 계속될 중요한 책으로 자리매김한다. 


7. 랑케의 이 책이 중요한 이유는 책의 서문이 보여주는 상징성 때문이다. 그의 유명한 서문은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역사에는 과거를 판단하거나 윤택한 미래를 위해 교훈을 제공해 주는 기능이 있었다. 이 책은 이러한 고상한 과업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것이 진실로 어떠했는가를 보여주려고 할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역사가의 일차적 임무는 과거 사실이 진실로 어떠했는가를 밝히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8. 그렇다면 랑케보다 좀 더 친숙한 이름인 카는 역사에 대한 관점을 어떻게 갖고 있을까? 그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는 40년 넘게 전 세계적으로 역사학 입문서로 각광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선 1964년 길현모 교수가 처음 번역, 출간 이래, 지금까지 대학의 역사 전공생들뿐 아니라 일반 지성인들의 필독서가 되어왔다. 그의 역사 이론은 다른 역사학자의 이론보다 도구주의적이며 실용적인 색채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9. 카가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언급한 것은 사실의 구분에서부터 시작한다. 1) 과거에 대한 사실. 2) 역사상의 사실. 3) 역사적 사실이 그것이다. 아울러 그는 "사실들의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역사가를 연구하라"고 충고한다. 역사책을 읽고 있으면 그 이면에서 속삭이듯 그 책의 저자(역사가)가 역사적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그 저자의 속삭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를 먼저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10. 그렇다면, 리뷰 초두에 언급한 헤이든 화이트는 랑케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가? "랑케의 역사 개념은 낭만주의의 부정 이상의 것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그것은 그 밖의 많은 다른 부정, 즉 헤겔의 선험적인 이론화, 물리학과 당시의 사회이론으로서의 실증주의학파를 통해 일반화된 기계론적 설명 원리, 그리고 공인된 종교적 교리에 나타난 독단론에 대한 부정을 내포하고 있었다. 요컨대, 랑케는 역사가로 하여금 일차성, 특수성, 선명성을 통해 역사의 장을 관찰하지 못하도록 하는 모든 것을 배격했다. 그가 올바른 사실주의적 역사 연구 방법으로 간주한 것은 낭만주의 예술과 실증주의적인 과학, 그리고 당시의 관념론 철학의 방법을 부정한 후에만 달성 될 수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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