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
캐런 조이 파울러 지음, 서창렬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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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 캐런 조이 파울러 / 시공사


 

시간은 18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밀의 가족이 비밀의 통나무집으로 이주한다. 16년이 지난다. 가족은 늘어나고, 줄어들고, 다시 늘어난다. 1838, 곧 태어날 아이 한 명과 이미 죽은 네 명을 포함하여 아이들은 총 아홉 명이 된다. 아이들을 많이도 낳았지만 많이 죽었다. 그 시절 역학 (疫學, epidemiology )상황을 추정해 보게 된다.

 


아이들은 셰익스피어 연극배우인 아버지를 두었다. 그는 순회공연을 많이 다닌다. 그 집안의 제일 어른은 아이들의 친할아버지다. 백발의 머리를 한 줄로 땋은 그는 유행에 50년쯤 뒤처진 복장을 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의 아버지가 공연을 위해 장기간 집을 비우는 동안 가족을 돌봐줄 목적으로 런던에서 왔다. 책을 읽다보면 심성은 여리고 착한 인물로 묘사된다. 그 당시로선 드물게 흑인노예들에게 관대한 편이다.

 


마초스타일에 때로 연극과 현실을 구분 못하는 듯 좌충우돌형의 아버지에 비해 아이들의 엄마는 사교성은 없지만, 아이들에겐 관대한 여인으로 그려져 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드라마틱하다. 암튼 그녀(아이들의 엄마)는 농장에서 16년을 살아오는 동안 임신을 하고 있거나 어린 아기를 돌보는 생활의 연속이다.

 


아버지 부스가 죽었다. 대배우였던 그의 말로는 참담했다. 알코올중독자(요즘은 알코올 의존증으로 바뀌었지만)였다. 그가 마지막으로 있던 장소는 배 안이었다. 이미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 선실에 혼자 남아 강에서 바로 뽑아 올린 물을 엄청 많이 마셨다. 그를 죽인 것은 아마도 그 물이었을 것이다.

 


후반부 스토리는 남은 가족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가 그려져 있다.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인물은 일곱째(아들)인 에드윈(에드윈 토마스 부스)이다. 에드윈은 유명한 셰익스피어 배우였던 아버지의 명실상부한 후계자이다. 그는 셰익스피어 배우로서 아버지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도 받는다. 자연주의 스타일의 햄릿 연기로 유명했다. 에드윈은 아버지 부스의 죽음으로 가슴에 돌을 매단다. 자신이 건강하지 못한 아버지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이다.

 


1865, 워싱턴 디시의 포드 극장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그 한 발의 총알이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머리에 박혔다. 암살자는 존 윌크스 부스였다.

 


부스 가문의 아홉째인 존 윌크스 부스(혹은 조니) 역시 배우이다. 그러나 형의 명성과 기량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부스 형제자매들 가운데서도 아웃사이더 기질이 다분하다. 배우로서 형보다 못한 존재감을 링컨 암살이라는 대의명분으로 포장해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든다.

 


작가는 이 책을 쓸 때 문제의 인물 존 윌크스 부스’(열혈 남부지지자)가 너무 두드러지지 않게 하느라고 애썼다고 한다. 남부군에겐 영웅이고, 북부군에겐 천하에 둘도 없는 악당이라는 평가 사이에서 균형을 맞췄다. 아울러 미국의 남북 전쟁 당시 그 분위기를 유추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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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흐려진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 마음이 흐려지고, 삶의 의미가 흐려지고, 성장의 의지가 흐려지고, 자신의 고유성이 흐려지고, 판단이 흐려지고....결국 자신마저도 스스로 지우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내가 흐려지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는 것. 어쩌면 이 책이 도움이 되겠다.

 

 

_책 속에서

 

인지부조화는 누구도 피할 수 없고, 자아를 지키기 위해 현실을 왜곡하는 오류 또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지르는 잘못이다. 파랗게 질린 주식을 쉽게 놓지 못하는 것처럼 쓰레기 같은 상대와 좀처럼 헤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희한할 정도로 비슷한 유형의 나쁜 남자만 연달아 만나는 여성도 제법 있다. 가족과 친구들이 무조건 헤어지라고 하고, 본인도 그게 맞다고 느끼면서도 번번이 같은 굴레에 또 얽혀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 때문일까, 아직 사랑이 남아서일까? 미안하지만 둘 다 아니다. 이별을 선택하려면 먼저 한 가지 뼈아픈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데 차마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저런 쓰레기 같은 남자에게 청춘을 낭비할 만큼 어리석다는 사실 말이다. 결국 허영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자신조차 믿지 않는 거짓말로 주변과 스스로를 속인다.” (p.156)

- 9장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자존감을 지키려면 [엘리엇 애런슨]

 

 

#내가흐려질때

#츠위카이

#북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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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책 ]

 

 

미국과 중국이 서로 대립각을 유지하는 것은 지구의 평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 책의 저자인 전 호주 총리 케빈 러드는 중국을 가장 잘 이해하는 서방 정치인이라고 불린다. 현재 중국의 정치적 상황을 외부자가 아닌 내부자의 시선을 갖고 분석했다. 미중간의 패권 경쟁은 필연일 수 있겠지만 전쟁은 절대 필연이 아니라고 한다. 전쟁을 피하기 위해선 이해와 안정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미중 갈등의 역사가 섬세하게 정리되어있다. 저자는 그 역사에서 선을 그어 미래를 향한다.

 

_책 속에서

 

시진핑은 자신이 중국의 영토라고 언급한 곳에 미국과 일본 군대가 침입한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군이 절대적으로 우세한 상황이 아닌 한, 혹은 눈치만 보다가 물러서면 국내에서 치를 정치적 대가가 너무 크다고 확신하지 않는 한, 그는 어떠한 사건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확대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p.417)

 

 

#피할수있는전쟁

#캐빈러드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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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로 온 책들 20231202

 

#정치사상사_마르쿠스앙케_북캠퍼스

#내가흐려질때_츠위카이_북스톤

#깊은시간으로부터_헬렌고든_까치

#오늘도MBTI를확인했습니다_박소진_김익수_원앤원북스

#10대를위한데일카네기인간관계론_책이라는신화

#미래학자의세계경제시나리오2024_최윤식_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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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10분매일월급버는기적의매매공식_책전주식_길벗

#창작과비평_202_2023겨울

#함께읽는동아시아근현대사_유용태_박진우_박태균_창비

#피할수있는전쟁_캐빈러드_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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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책 ]

 

 

문학대담집이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이견도 있겠지만) 8명의 시인과 만났다. 2년여에 걸친 작업이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시()가 화두가 되었다. 시인은 왜 시를 쓰는가?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시인의 시가 탄생된 작업 공간을 취재하고, 그 현장에서 시학에 대한 대화를 이어갔다. 궁극적으로 시의 본질과 미학을 탐구하는 대담집이다.

 

 

_책 속에서

 

저는 세상의 언어가 다 타버린 다음에도 출렁이고 있는 바다 같은 게 있다면 그것이 시라고 생각하는데요. 어떤 슬픔이나 고통이 있다고 할 때, 제가 그 슬픔과 고통을 쓰는 게 아니라, 시가 그것을 저에게 허락하는 거 같다고 느끼거든요. 시는 그렇게 출렁여도 된다고 허락하는 존재죠.” (p.136)

_시인은 그렇게 살겠지, 신용목

 

 

#뒤를보는마음

#우리시대의시인8인에게묻다

#노지영

#교유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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