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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이 담긴 시선으로 - 나에게 묻고 나에게 답한다
고도원 지음, 조성헌 그림 / 꿈꾸는책방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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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이 담긴 시선으로고도원 / 꿈꾸는책방

 

 

 

 

 

 

때로는 평범한 글 한 줄기가 내 안의 어두움을 몰아내는 때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별로 눈에 안 띄던 글들이 내 마음에 꽂히는 때가 있습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그런 마음을 종종 느꼈지요. “영혼 없이 일을 하고, 영혼 없이 사람을 만나니 가장 중요한 때 가장 중요한 것을 못 보거나 놓치고 맙니다.” 요즘 세태를 풍자하는 언어 중에 유체이탈 화법이란 단어가 있습니다. 말소리는 들리는데 그 마음이 전해지지 않는 경우겠지요. 사람의 입으로 나오는 것이 모두 진실 되기만 하다면, 무슨 걱정 있겠습니까? 그러나 종종 진실성이 결여된 상대방의 말은 귀를 닫고, 마음을 닫게 만듭니다.

 

 

 

 

 

 

혼을 담는다는 것은 마음을 담는 것입니다. 마음을 기울여 말하고 혼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고, 사랑이 담긴 손을 건네는 순간 세상은 빛이 나고 저마다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마음과 마음이 서로 합해지는 것은 말이나 행동이전에 느껴지는 마음의 향기입니다.

 

 

 

 

 

 

 

 

 

 

 

 

책 어디를 펼쳐도 잔잔하게 마음을 다독거려주며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글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쁠수록 한 호흡 멈추어보라. 지금 서 있는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올바른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 잠깐 멈추고 돌아보아야 할 시간이다. 말을 타고 달리다 내 영혼이 잘 따라오는지돌아보기 위해 잠깐 멈추어 서는 인디언처럼. 그래야 내가 달려온 길을 돌아 볼 수 있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도 제대로 볼 수 있다.”

 

 

 

 

 

 

회복탄력성이란 것이 있습니다. 누구나 살아가며 힘들고 어려울 때가 있지요. 그러나 다시 일어서는 힘이 꼭 필요합니다. 물론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그 상태에서 머무르고 싶을 때가 있지요. 그러나 그 길로 이 땅을 떠날 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일어서야 합니다. 그래 살아봐야지 / 너도나도 공이 되어 /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글쓴이는 정현종 시인의 시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을 소개해줍니다. 지금 나의 탄력은 어느 정도일까? 돌아보게 해줍니다. 나에게 탄력이 있다는 것은 내 몸 안에 공기가 남아 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몸과 마음이 바닥으로 떨어지더라도 다시 튀어오를 수 있는 에너지가 내 안에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그 에너지가 내 몸에 탄력과 회복력을 안겨줍니다. 다시 일어나서 솟구칠 수 있게 해줍니다.

 

 

 

 

 

 

공기말고 무엇이 들었을까요? 우리가 살아가는데 힘이 되는 것 세 가지가 있다고 하지요. 무엇인가 기대하는 일,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무엇인가 해야 할 일. 나는 이 세 가지 중에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것이 사랑받는 것보다 행복하다고 하지요. 딱히 사랑할 만한 사람이 없으면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권유합니다. 건강한 자기애(自己愛)는 나를 살리고 남을 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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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에센스 - 30초 만에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제러미 도노반.라이언 애이버리 지음, 박상진 옮김 / 진성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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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에센스제레미 도노반 외 / 진성북스

 

 

말을 잘 하는 것도 큰 복이다. 말을 잘 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내 뜻을 잘 전달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말을 잘하는 것도 살아가며 큰 도움이 되는 일이지만, 말만 잘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말에는 의미가 있어야 하지만 연설에는 힘이 있어야 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부족한 연설은 청중을 지루하게 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크고 작은 다양한 그룹의 사람들에게 스피치를 잘해야 하는 것은 개인이나 조직의 경쟁력 향상에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연설에는 본질적으로 연극적인 요소가 있다. 좋은 연설은 큰 범주에서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한다. 첫째,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간결하면서도 그 상황에 적합한 정보나 지식, 스토리를 담아야 한다. 둘째, 청중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연설 내용을 효과적이고 강력하게 전달해야 한다. 셋째,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감동을 내포해야 한다. 나아가 영감을 준다면 이러한 연설은 금상첨화다.

 

 

이 책의 내용 중 거의 대부분은 토스트마스터즈와 관련되어있다. 토스트마스터즈 인터내셔널(Toastmasters International)은 그룹 모임과 네트워크를 통해서 대중 연설과 리더십 기술을 가르치는 세계적인 비영리교육기관이다. 201371일 현재 292,000명이 소속되어있고, 122개국에서 14,350개 클럽(소그룹)이 매주 함께 모여 스피치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한다. 토스트마스터즈는 개인들에게 유익한 정보가 담긴 대중 연설을 하는 방법과 비즈니스 환경에서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을 효과적으로 진행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연사가 앞에서 말을 이어 나갈 땐 말만 듣는 것이 아니라, 연사의 표정과 몸짓까지도 함께 본다. 얼마나 성실한 자세로 말을 하고 있는가를 우선적으로 판단한다. 열정이 담긴 목소리인가, 대충 시간 때우기로 가고 있는가를 헤아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루하지 않아야 한다. 졸리면 그 강의는 끝이다.사실을 말하면 배울 것이다. 진실을 말하면 믿을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말해주면 내 마음 속에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다.” 북미 원주민 속담이다. 요즘 인기를 끄는 텔레비전의 거의 모든 프로그램들이 스토리가 담겨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강연 중 유머와 예화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전체 강의 중 70%정도를 예화로 때운 강사는 두 번 다시 만나기 싫었다. 유머도 좀 격이 있어야 한다. 청중들의 마음이나 수준을 염두에 두지 않고 다짜고짜 19금 유머부터 꺼내는 연사 역시 다시 안 만나고 싶은 사람이다. 가능한 한 빨리 첫 번째 웃음을 터뜨려 긴장감을 해소하고 청중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여. 청중이 연사를 좋아하게 만들고 연사의 메시지에 마음을 열게 하라.” 청중의 긴장감을 녹여주는 연사는 호감도가 높아진다. 호감은 친밀한 관계의 기반이 된다.

 

 

 

말에 에너지를 담아 힘 있게 전달하라

 

여기서 이야기하는 에너지라는 것이 꼭 힘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목소리만 크다고 다 되는 일이 아니다. “어떤 연설 상황에서든 다양한 발성과 음향 반사, 소리의 높이(음조)등을 완벽하게 조합하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연사가 연설하는 현장에서, 연설 내용의 논조에 맞게 진심에서 우러나온 목소리로 말한다면 제대로 성공할 수 있다.”

 

 

숨 쉴 틈 없이 말을 하는 연사는 부담스럽다. 공연히 내 마음도 바빠진다. 호흡이 빨라진다. 위대한 연사와 기업가 정신이 뛰어난 리더, 연예인들은 침묵이 가장 효과적인 단 하나의 음성기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정치가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미국의 코미디언 잭 베니는 침묵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언제 말할지 아는 것보다 언제 멈출지 아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이 책, 스피치 에센스말하기의 두려움을 절감하는 사람, 대중 앞에 서면 영문 없이 말문이 막혀버린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말하기의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절한 안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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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서 소중한 것 - 세상의 중심에서 흔들리는 청춘을 위한 인격론 강의
와타나베 가즈코 지음, 최지운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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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서 소중한 것와타나베 가즈코 / 21세기북스

 

 

사람은 모두 인격이라지만 진정한 인격이란 스스로 판단하고 판단에 기초해 결단하고 그 결단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지는 존재다. 부화뇌동한다면 단순한 인간일 뿐 인격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이 책의 키워드는 인격이다. 이 책의 저자 와타나베 가즈코가 대학에서 인격론강의를 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제자 중 한 사람이 강의의 내용을 녹음해서 책으로 만들고 싶다는 요청에 응한 것이 15년 전이었다. 1988년에 발간된 후 몇 번인가 중판을 거듭하다 절판되었던 것을 이번에 다시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시대는 좀 변했지만, 오히려 인격은 옛글과 생각에서 찾는 방법도 좋겠다. 요즘의 글들은 때로 상한 마음을 위로한답시고 무조건 괜찮다, 괜찮다 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로 기본이 안 돼 있어라며 고개를 돌린다. 기본은 무엇인가? 이 책은 그 마음의 기본을 점검해보는 시간을 주고 있다.

 

 

'인격(person)' 이라는 단어는 라틴어의 페르소나(persona)란 단어에서 만들어졌다. 마스크, 가면, 얼굴을 의미한다. 인격은 때로 위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말이 붙었다고 생각한다. 가면은 역할로 변하기도 한다. 무대의 배우들에게서 볼 수 있다. 고대 연극은 영웅이나 귀족을 중심으로 한 궁정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셰익스피어 극에도 왕후와 귀족이 많이 등장한다. 이런 연유로 페르소나라는 단어가 귀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바뀌어 이성과 자유의지를 가진 귀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나타날 때 사용하게 되었다. 인격에는 두 얼굴이 있다. “인격이란 귀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나타내는 의미도 있고, 또한 가면을 쓴 사람의 외관을 보고 ,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이구나하고 생각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은 뭔가 새로운 것, 독자적인 것을 가지고 있다. 그 사람은 자신과 똑같은 존재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만약 똑같은 존재가 있다면 그 사람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은 그 사람밖에 할 수 없는 사명을 완수하고자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다.” 사명(使命)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라는 단어는 목숨, ()이라는 의미가 있다. 우리는 자신의 명을 사용하는 존재다.

 

 

 

 

삶의 이유가 있는 사람은 삶의 방법이 아무리힘들어도 견뎌낼 수 있다.” 니체가 한 이 말의 의미가 깊이 담긴 작품으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가 생각난다. 빅터 프랭클은 인간을 살게 하는 것은 의미를 추구하는 의지라고 했다. ‘의미적 존재라는 표현도 했다. 그는 이를 로고테라피(logotherapy)라고 이름 붙였다.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 때는 중노동이나 언제 가스실로 끌려갈지 모른다는 공포도 견딜 수 있다. 빵 한 조각과 묽은 수프로도 살아나갈 수 있다. 당장 이 달에 월세 낼 걱정 때문에 잠이 안 오더라도 긍정의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소노 아야코의 부재의 방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한 대목이 주는 울림이 크다. 가톨릭 수도원의 내부를 파헤친 책이다. 수도원 생활이 조금 자유로워지자 한 수녀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지금까지는 없었던 고민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그 수녀의 남동생 부인인 리에코가 신체장애아를 낳는다. 어느 날 면회를 온 리에코에게 수녀인 다에코가 수도생활을 하며 생긴 고민과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그러자 리에코가 이렇게 말한다.

 

언니, 힘들겠어요.”

작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말아주세요. 언니한테는 사는 목적이 없는 것처럼 보여요. 이거 비꼬는 거 아니에요. 정말 언니의 책임은 아니에요.” 다에코의 뺨으로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나는 언니보다 약한 사람이라서, 신이 정말 단순한 목적을 주셨구나 하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나는 젊었을 때 불면증이 있었어요. 엄마 입장을 생각하거나 아버지를 원망하거나 하느라고 언제나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태어난 후에 불면증이 거짓말처럼 나았어요. 오늘 하루 아이가 살게 하는 것 외에는 다른 여유가 없었죠. 다른 일을 생각하거나 의심할 여유가 없어요. 하루 종일 기저귀를 빨고 밥을 먹이고 무거운 아이를 남편과 함께 목욕시키고, 그렇게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면 부끄럽지만 1분도 안 돼서 남자처럼 코를 골면서 자요. 정말 힘든 생활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언니 얘기를 듣고 있자니 흔들림 없이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언니는 뭐든지 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힘든 거라고 생각해요.

 

 

사는 게 재미없다는 생각이나 이렇게 구차하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마음이 고개를 디밀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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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맨 리버 Old man River K-픽션 11
이장욱 지음, 스텔라 김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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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맨 리버이장욱 / 아시아

 

 

내 팔에 있는 문신 ‘Old Man River'는 그저 노래가 아니라 몇 가지 뜻이 있다. 하지만 한 가지만 얘기해주겠다. 그 단어들은 영원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내 삶은 그 강을 따라 노를 저어 내려가고 있는 것처럼도 느껴진다. 나는 내 길을 가고 있고 삶은 막 속도를 높이려 한다. 아마도 나는 속도를 늦추고 삶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삶이 마구 속력을 내고 싶어 할 때, 속도를 늦추고 삶에 감사하겠다는 부분이 차분하게 내게로 온다. 이 말은 히스 레저가 남긴 말이라고 한다. 히스 레저는 호주 서부의 작은 도시 퍼스에서 태어나 배우로 활동하다 스무 살이 되던 해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마약에 빠지지도 않았고 스캔들로 만신창이가 되지도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도 사랑을 했고, 아이를 낳았으며, 이혼을 했다. 그의 마스크는 태평양의 바닷바람을 머금은 듯 거칠면서도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여러 배역을 소화시키면서 수많은 인생들이 그의 내면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이 곧 인생의 풍요로움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인생은 아주 복잡하고 난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배신감을 느낄 만큼 단순한 것이기도 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알렉스를 만나본다. 그는 지금 이태원 뒷골목에 앉아서 담배를 입에 물고 있다. 밤하늘을 향해 연기를 내뿜는다. 이태원이라는 동네는 대한민국의 서울 한 쪽, 독특한 공간이다. 이질적인 분위기가 구석구석 배어 있는 곳이다. 알렉스는 이태원의 한 생맥줏집에서 스태프로 근무 중이다. 얼마 전에 스물네 살이 되었다. 미국 지방 소도시의 대학을 중퇴했다. 한 달 전에 이태원에 왔다. 알이 한국에 와서 처음 한 일은 텔레비전 방송국을 통해 자신을 알리는 일이었다. 머나먼 타국에 입양되었다가 성장한 뒤 부모를 찾아온 이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떠오른다. 한국에 대해선 자신을 낳아준 부모의 나라라는 것 말고는 아는 바가 없다. 한국말도 서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은 한국어를 배우려고 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배울 계획이 없었다.” 그는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고, 어느 한 곳에도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에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알이 입양된 곳은 북미 중부의 소도시 시더래피즈였다. 양부 니콜라는 항공사 승무원이다. 메릴이란 이름의 양모는 알이 입양된 얼마 뒤 세상을 떠났다. 알은 양부의 손에 큰 셈이다. 니콜라에겐 메릴이 전부였다. “내 삶에는 나 자신도 설명 할 수 없는 신비로운 사건이 세 가지나 있었지. 그 가운데 하나는 메릴을 사랑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메릴과 결혼한 것이며, 마지막은 메릴을 잃은 것이란다.”

 

 

 

 

 

소설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잠시 알의 여자 친구였던 베트남 여인 리엔이 집에 놀러왔을 때였다. 그 때 니콜라가 집에 있었다. 서로 말이 없었다. 어색함을 깨뜨리기 위해 알만 바쁘게 입을 놀렸다. 알은 뒤늦게 그 이유를 알았다. 리엔이 거실 벽에 걸린 사진을 봤던 것이다. 그 사진들은 니콜라가 전쟁에 나갔을 때 찍은 것이었다. 베트남이었다. 니콜라에겐 여전히 그 전장(戰場)이 상흔(傷痕)으로 남아있다.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있다고 니콜라는 말했다. 군인이 사람을 죽이는 것 역시 마찬가지지. 니콜라는 자신이 베트남에 투입된 미군 55만 명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며, 그 전쟁으로 죽은 사람은 300만 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요즘 베트남전을 돌아보는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민주주의란 이름아래 무고하게 희생된 그 수많은 사람들의 원혼은 어찌 달래줄 것인가? 그 책임은 누가 지고 있는가? 그 상처는 누가 보듬어줄 것인가?

 

 

뿌리를 찾기 위해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한 알은 땀은 많이 흘렸다. 양복은 방송국에서 빌려 입었다. 사회자는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 한국에 온 입양아로서의 감회를 물었다. 알은 어머니를 만나고 싶기는 하지만, 만일 어머니가 자신을 만나는 걸 불편해한다면 만나지 않아도 좋다고 대답했다. “저는 한국에 있을지도 모를 혈육에게 아무런 유감이 없습니다. 단지 부모가 어떤 이유로 아이를 버렸는지 확인하고 싶을 뿐입니다.” 아마도 이 부분은 모든 입양아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고향을 그리워하고 언제나 향수를 느끼는 것은 아직 미숙한 사람이다. 세계의 모든 장소를 고향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내면의 힘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전 세계를 타향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완벽한 인간이다.” 12세기 스콜라 철학자의 말이다. 알을 통해 바라보는 이태원. 마치 작은 세계라는 느낌도 드는 동네. 인종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곳. 정체성이 흐려진 그곳에서 사라진 정체성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도 드는 그곳을 떠올려본다.

 

 

이 책은 아시아에서 펴낸 바이링궐 에디션 / K-픽션 시리즈중 한 권이다. 한국문학의 젊은 상상력과 우수한 작품들이 계속 출간되고 있다. 한 쪽 면은 영어로 번역되어 있다. 영어독해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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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계획의 철학 - 미루는 본성을 부정하지 않고 필요한 일만 룰루랄라 제때 해내기 위한 조언
카트린 파시히.사샤 로보 지음, 배명자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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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계획의 철학카르린 파시히 외 / 와이즈베리

 

 

계획을 세우다 날이 새는 경우가 있다. 물론 철저한 계획은 필요하다. 반면 일을 계속 미루다가 날이 새는 경우도 있다. 그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선 나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은 무대책이 대책이라고 조언한다. “습관적으로 일을 미루는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 책을 쓴다.” 마치 자아비판서(?)같다. 책을 쓰는 일은 아주 힘들지만, 이런 책은 세상에 꼭 필요하다. 우리는 일중독에 빠진 일벌레와 아무것도 안 하려는 게으름뱅이 사이의 격렬한 전장에 내던져진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한다. 우리는 유익한 일을 하려한다. 우리 방식으로..” 시작이 좋다. 왠지 기분이 좋아지려한다.

 

 

 

기한 내에 일을 끝내주기를 주제로 하는 책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업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며 절망에 빠진 사람을 비난하고 당장 내일부터 열심히 따라하면 성공이 보장된다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그룹이 있다. 스트레스가 더 쌓인다. 다른 하나는 멈춤, 느림, 게으름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과학기술의 발전은 해결책이 아니라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들 두 부류의 주장과 다른 해결책을 알려준다. 물론,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꼭 그 일을 해야 할까? 꼭 그래야 하는지 연구된 바가 없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경우(죽기보다 싫은 일 하기)가 적을수록 더 행복해진다.” 이야기인즉슨, 힘들게 자기 삶을 바꾸지 않고도 예전보다 더 기분 좋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것이다.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도 저녁에 이불 속에서 남몰래 괴로워하며 뒤척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왜 안 그러겠는가? 수면위로 보이는 백조의 모습에만 시선을 두지 말라는 이야긴 우리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자주 잊고 산다.

 

 

 

이 책의 키워드나 다름없는 단어가 하나 있다. LOBO라는 단어다   LOBO(Lifestyle Of Bad Organization, 조직화나 계획에 서툰 생활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뜻한다. LOBO들은 어떤 과제에 부담을 느끼고 뒤로 미루는 것이 모두 자기 탓이라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고 그 때문에 좌절감을 느낀다. 그들의 능력에 비해 요구사항이 너무 과한 경우에도 그렇다.널리 만연해 있는 이런 자책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LOBO 들이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일은 하나뿐이다. LOBO들에겐 자기능력에 맞는 환경을 찾거나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래도 일은 하긴 해야지.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나? 어떤 일을 먼저 할지 선택할 때는 내적 감탄을 지표로 삼아야 한다. 서류 분류, 지하실 청소, 다림질, 양말 정리 등이 딴청거리로 사랑받는 까닭은 중요도나 만족감 때문이 아니라 단지 양심을 달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미룸의 대선배들이 있다. 노련하게 미루는 프로들은 종종 훌륭한 업적을 남긴다. 리누스 토발즈는 컴퓨터 운영체제 리눅스를 개발하느라 전산학과를 졸업하는데 8년이나 걸렸다. 로베르트 슈만은 전공인 법학 공부는 하지 않고 피아노만 쳤다. 레오나르드 다빈치는 궁정 화가로서 맡은 업무를 제때 끝내지 못했다. 기하학이 훨씬 더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의 저자들이 미룸예찬론자들만은 아니다. 단지 일을 빨리 끝내지 못한다는 것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이야기다. 너무 자신을 학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독자의 게으름과 대책 없음에 대해 괜찮다~괜찮다~!!” 하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그래도...” 하면서 이렇게 권유한다. 지연행동과 싸울 때는 게으름의 힘이 유용하게 쓰이기도 한다. 집중을 방해하는 충동적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환경적으로든 인위적으로든 장치를 마련해두면 충동에 즉각 반응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평소 한눈을 팔게 하던 게으름이 이 경우에는 오히려 한눈을 못 팔게 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예컨대 침대가 책상 바로 옆에 있으면 30분 만에 짧은 낮잠을 자게 된다. 그러나 침대가 없는 대학으로, 사무실로, 혹은 멀리 카페로 가면 낮잠을 자러 침대로 가는 것이 갑자기 귀찮고 힘든 일이 된다.”

 

 

 

페이스 북 내 비공개 그룹인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2015922일 현재 6,289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진짜 일을 못해서 일을 좀 더 잘 해볼 만한 팁을 얻어 보겠다는 생각인지? 일 못하는 것도 내 복이려니, 내 팔자려니하고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벗들과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겠다는 뜻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어쨌든 일보다 소중한 것은 사람이다. 직장에서 비열한 방법으로 사람을 내쫒을 때 혼자 감당하기 힘든 일이나 부당한 일을 시키거나 일 같지도 않을 일을 시켜서 자존심을 뭉개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일이 더러운 흉기가 된다.

 

 

이 책을 통해 일에 대해,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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