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켄지, 경제상식 충전소 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경제상식 충전소
최진기 지음 / 한빛비즈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책을 읽고 두 가지를 느꼈다. 내가 아는 척 했던 경제용어내지는 경제관련 동향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것. 즉, 내가 알고 있는 ‘경제’는 상식수준에도 들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경제’관련 용어도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2010. 7.12 일간지에는 “폭락공포확산 주택시장 무너지나”라는 기사가 실렸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부가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기습인상하면서 부동산 가격폭락에 대한 공포감이 증폭되고 있다. 가뜩이나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금리인상이라는 악재가 돌출돼 재건축 시장에서는 호가를 낮춰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거래공백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이번 금리 인상이 정부의 출구전략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부동산 시장은 잔뜩 얼어붙고 있다.’

기사 내용 중 키워드는‘기준금리’이다. 책에서는 이렇게 쉽게 설명해준다. “금리는 이자, 즉  돈을 빌릴 때 들어가는 비용이다. 금리가 높다는 것은 돈을 빌릴 때 이자를 많이 줘야 한다는 말로 돈의 가격이 비싼 것이고, 반대로 금리가 낮다는 것은 돈의 가격이 싸다는 말이다.” 내친김에 금리에 대해 좀 더 공부한다. “금리는 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그런데 금리는 중요도가 높기 때문에 시장에만 맡겨두지 않고, 정부가 금융정책을 통해 깊이 관여한다. (...)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정치적 압력 등으로 인해 합리적 결정이 흔들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 한 나라의 금리체계의 기준이 되는 중심금리를 기준금리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결정한다. 그리고 시장에서의 각종 금리는 이 기준금리에 따라서 움직인다.

책은 6개 파트로 나뉘어 편집되어있다.
금융(Finance), 경제지표(Economics Indicator), 증권(Stock), 부동산(Real Estate), 경제정책(Economic Policy), 국제경제(International Economy).

특히 나의 관심을 끈 내용은  ‘실업자 되기도 쉬운 게 아니라구요?’와 저출산, 고령화 그렇게 심각한가요? 항목이다.  2009년 한국은행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3%대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거의 ‘완전고용상태’?  이런 통계는 도대체 어떻게 산정하는가?
우리나라의 ‘실업자’는 경제활동 인구 중에서 노동의사가 있지만 취업하지 못한 사람‘으로 정의한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진짜 실업자가 되려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먼저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려면 의무교육이 끝나는 15세 이상의 성인이 되어야한다. 다음으로 ‘노동의사’가 있어야한다. 학생, 가정주부,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의 노인과 심신장애자,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는 노동의사가 없다고 간주하여 경제활동인구에서 뺀다.” 통계에서 요구하는 노동시간을 보자. ‘조사대상 주 동안에 수입이 있는 일을 하지 않았고, 그 이전 4주 동안 일자리를 찾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했던 사람으로서, 일자리가 주어지면 즉시 취업이 가능한 사람’이 실업자로 분류될 수 있다.


저출산 고령화, 2006년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여성의 합계출산률 최저순위 1위는 ‘대한민국’이다. 저자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지금 대한민국이 해결해야할 가장 심각한 경제문제라고 한다. 사실 고령화 문제는 진작부터 시작이 되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한참 늦게 정신이 든 편이다. 정신 차리고 보니 인구 구성비가 달라져 있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안목이 넓고 깊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의 경우는 30년 전부터 고령사회에 대해 경고하면서 각종 사회 보장제도를 준비해왔건만 우리나라는 1996년이 되어서야 산아제한을 철폐하는 등 뒤늦게 고령화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경제적으로 가장 두드러질 변화는 바로 저성장이다. 고령사회란 기본적으로 노동 할 수 있는 청년인구가 줄어들고, 부양을 필요로 하는 노인인구가 많아지는 사회이다.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저자는 고령화 사회의 해법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노인인력을 경제활동에 충실히 활용.
      25년 일하고 30년 먹고 사는 불합리한 사회구조 개선.
둘째. 논란이 많지만 결국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외국인 이민 개방’.
셋째. 가장 본질적이면서 중요한 방법인 저출산을 고출산으로 바꾸는 것.

그러려면 지금처럼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힘들어서는 안 된다. 가족을 꾸리고 자녀를 기르는 것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다. 그런데 이 행복을 가로막는 사회적 요인이 너무 많다. 이 사회적 요인들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특히 이 분야의 정책입안자들과 실무자들이 잘 좀 해줬으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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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켄지 - 서른여섯, 침몰 직전의 회사에 올라타다
사에구사 다다시 지음, 황미숙 옮김 / 오씨이오(oceo)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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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 조직, 기업이든 ‘문제가 없다는 것’은 곧 ‘문제가 있다’이다.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주위의 눈치를 살피느라 입을 다물고 있는 경우가 있다. 한편 외부의 눈에는 문제점이 도드라져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내부자의 눈에 안 보이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이 책에선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해서 처리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CEO 켄지는 누구인가? 책의 저자 사에구사 다다시의 분신격인 켄지. 그의 행적을 따라가며 여러모로 유익한 tip을 얻게 되었다. 저자는 동양권에선 그리 흔치 않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특히 우리나라와는 기업의 풍토가 또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는 일본. 혈연, 학연, 지연으로 강하게 묶여진 분위기. 요즘은 많이 퇴색되었다지만, 종신고용이 일반적이었던 일본의 기업 분위기에서 탄생된 경영의 귀재. 그에게서 경영 및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탁월한 감각, 능력 그리고 신중하면서도 열정적인 젊음이 함께 느껴진다.

책은 저자가 30년이 넘도록 경영현장에서 뛰어다니며 체득한 경험을 켄지라는 주인공을 통해 재현, 소설형식을 빌린 경영전략서이다. 난세에 영웅이 나오고, 위기상황 때 인재가 나온다고 하지 않는가. 물론 영웅이나 인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고, 땅에서 불끈 솟아나는 것은 아니다. 비빌 언덕이 있어야하고 준비된 사람만이 그 대열에 들어 설 수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신사업개발 팀장이자 과장인 켄지는 평소에도 그가 몸담고 있는 기업의 회장(자이쓰)에게 본인의 소신을 피력함에 주저함이 없었다. 오히려 그 자리에 합석한 임원의 마음이 조마조마할 정도로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회장은 켄지가 하는 말속에서 사심 없이 회사를 위한 충정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라는 것에 점수를 준다.

켄지의 회사는 중소업체 여러 곳에 회사의 지분과 함께 제휴회사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수익향상이 이뤄지지 않고 계속 적자행진을 기록하는 위기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 급기야 기대를 많이 했던 제휴회사 하나가 문을 내려야할 정도가 되었고, 이 때 회장은 고심 끝에 켄지 과장을 그 회사의 사장으로 임명하고 전권을 위임했다.

켄지의 입장에선 본인의 경영능력을 발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그 자신에 대한 평가가 내려지는 시험대이다. 젊은 사장이 기존의 직원들을 떠안고 새로운 분위기와 함께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야 하는 큰 짐을 지게 되었다. 당연지사지만 그는 회사가 그 지경까지 오게 된 과정과 문제점을 최단시간 내에 냉정하게 파악하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그 어떤 시스템보다 인적자원 곧 직원들과의 관계에서 벗어남이 없도록 노력했다. 문제점이 드러났을땐 사람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점 그 자체에 주목했다. 나이가 젊은 탓에 더 조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회사의 기술진을 대할 때나 다른 직원들과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누기 위해 직접 그들의 자리까지 찾아갔다. 섬김과 소통의 리더십이다. 사장실 책상도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 두고 사용했다. 물론 그 후 회사가 성공적으로 재기 한 후 2층 사장실로 올라갔지만, 그 후에도 회사 구석구석의 분위기를 계속 그려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한 편의 긴박한 드라마를 보듯 전체적인 흐름이 빠른 편이다. 그러나 위기가 기회가 되고,
기회 또한 위기가 되기도 한다. 회사를 성공적으로 재기시키자 켄지의 위치 또한 대뇌외적으로 확고해진다. 나르시시즘에 빠지는 켄지. 말투, 태도, 생각 등이 달라진다. 위기상황이 왔다. 직원들과의 관계는 물론 대외적으로 회사의 이미지가 떨어지고, 회계장부에 붉은 줄이 그어질 상황까지 오게 되었고, 급기야 회장 앞에 서게 되었다. 회장은 경영상의 적자이전에 켄지의 마음자세가 전과 같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일갈한다. ‘회사를 그만 두어라!’.충격을 받은 켄지는 혼자만의 시간,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된다. 사실 회장은 켄지를 볼 때마다 본인의 젊은 시절이 생각난다고 측근들에게 이야기하곤 했다. 그에게 더 큰 일을 맡기고 싶었던 때에 켄지의 자만심이 회사의 운명까지도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해피 엔딩. 켄지는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일어나고, 회사는 정상적인 운행을 하게 된다.

책의 중간 중간엔 경영전략서답게 경영과 경제에 대한 tip과 manual이 실려 있다. 그리고, 켄지 보다 훨씬 더 크게 보이는 인물은 자이쓰 회장이다. 켄지의 뒤에서 든든히 받혀주면서 키워주고 있다. 사실 국내 그룹회사의 거의 전부는 2세 경영내지는 친인척 중심의 고위 경영시스템이다. 회사 내에서의 후진 양성 프로그램은 전무하다고 봐야겠다. 그러나, 어느 정도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회장이나 사장 개인 소유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또한 회사 내에서도 주인과 주인의식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한들 어찌 회사가 내 것이 될 수 있느냐가 직원들의 입장이다. 결국 경영자의 재산을 불려주기 위한 희생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 생각을 바꿔보자. 내가 여기서 경영수업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내일부터 당장 회사를 운영해보라고 하면 정말 자신 있을까? 경영자는 물론 켄지처럼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 역할을 멋지게 해보고픈 장래 CEO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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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장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
김진규 지음 / 마음산책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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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을 읽으며 때로 그 안에서 나 같은 사람 즉, 생각이 같은 사람 그리고 행동이 닮은 사람을 찾은 적이 많았다. 특히 문학작품일 경우엔 더욱 그러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생각이나 행동의 소유자를 만나게 되면 내가 별나라 사람은 아니었구나 하면서 위안을 삼곤 했다.

저자가 붙인 책 제목은 「모든 문장은 나를 위해 존재 한다」이다. 내 마음대로 책 제목을 이렇게도 바꿔보고 싶다.  「나의 존재는 문장 어디에나 있다」

나는 책을 읽다가 밑줄을 긋는 것은 왠지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빌려 줄 때 밑줄 친 부분이 나의 생각으로 읽혀지는 것도 싫고, 읽는 사람의 독서흐름에 방해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노트에 옮겨 적기 시작했다. 꽤 여러 권 모아졌을 때 이사를 하면서 그 노트가 사라져버렸다. 일차적으론 나의 부주의이기도 했고, 버린 사람 눈에는 쓰레기로 보인 모양이다. 하긴 이 노트, 저 노트에서 남은 부분을 모아 묶음으로 해놨으니 허접하게 보인 점은 이해는 되나 용서가 안 되어 한참 힘들었었다.

저자가 책을 보면서 노트에 옮겨 놓았던 부분들이 감성과 지성을 터치해주는 칼럼도 되고, 모아 모아 책이 되었다. 나도 이 시를 거의 외울 뻔 했다. 오랜만에 다시 보니 반갑다.
「미당 서정주 시선집」거의 앞부분에 있었다.

에비는 종 이었다. 밤이 기퍼도 오지 않었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
스물세햇동안 나를 키운건 팔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을란다.      -  서정주 / 자화상

오자가 아니라. 원래 분위기가 이렇게 고풍스럽다. 머슴이 나오지 않던가 ?
나는 이 시를 읽으며..‘나를 키운건 팔할이 바람이다’라는 대목에서 뭐야? 이분 내이야기를 하고 계시잖아? 했다.    

 책의 저자 김진규는 이 시를 읽으며 얼쑤! 절쑤! 한다.
‘애비는 종이었다!’에 얼쑤 !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을란다’에 절쑤!

장점과 강한 것을 내세우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의 단점과 약한 것이 드러날 때 주위 사람들 가슴에 찬바람이 일게 한다. 그러나 단점과 약한 것을 마치 남의 것인 양 담담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반대로 강함과 장점이 도드라지면 가슴에 훈풍이 분다. 바로 이런 대목이다.

“세상은 늘 의외의 것들로 북적인다.

나이 마흔에, 이미 5남매를 둔 한 여인이 있었다. 한데 그녀, 언젠가부터 속이 좋질 않았다. 혹시 병일까? 별의별 처방을 다 해보았다. 하지만 그건 새 생명의 기척이었다. ‘나, 여기 있어요!’하는, 그녀, 알거 다 알 나이인 큰 아들에게 민망했고, 낳아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결국 아기는 고집스럽게 버텨냈고, 온전한 몸으로 세상을 움켜쥘 수 있었다. 척박했을게 분명한 그곳에서 운 좋게도 살아남은 그 새 생명이 바로 나다.”

글마다 저자의 주변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있다.
‘척박했을게 분명한 그곳’은 어머님의 뱃속이자, 그녀(저자)의 고향이기도 했고, 가족이기도 했다. 저자는 책을 참 많이도, 알차게도 읽었다. 글을 보며, 글 속의 책을 보며 뜬금없이 얼룩말이 생각났다. 흰 바탕에 검은 줄인가 ?  검은 바탕에 흰 줄인가 ? 저자의 글들이 메인인가? 책 속의 책들이 주인인가? 독서의 흔적들에 저자의 삶(저자의 지인 중 한사람이 글을 보고 인간적이라고 표현했다)이 보태진 것인가? 아님, 그 반대일까? 그러나, 아무렴 어떠리. 글을 읽는 깊은 재미가 있다. 저자의 타이틀인 소설가답게 글이 맛있다. 부끄러움조차도 아름답다.

“글 질이 업이 되고부터 부쩍 부끄러운 것이 많아졌다. 별 볼일 없는 기억이나 허접한 일상 따위들을 뻥이요, 하고 글로 튀겨서는 ‘읽어 주시오!’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됐다. 게다가 이번엔 ‘김진규의 길’이라니, 다분히 독자를 의식한, 어디서 들어봤음직한 제목이 또한 웃기다. 물론 쓰고 싶어서 쓰고, 써야 해서 쓴다. 하지만 이러고 살아도 되나, 그런 죄의식이 성가시다. 오늘은 나를 더 부끄러워해야겠다. 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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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전용복 - 옻칠로 세계를 감동시킨 예술가의 꿈과 집념의 이야기
전용복 지음 / 시공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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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옻칠의 무한한 표현력을 사랑한다. 옻칠은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그대로 나타내준다. 화려하면서도 풍요로운 색감에 붓질을 더하면 현대 회화 작품보다 더 현란한 색채가 뿜어져 나온다. 패널 작업은 내가 단순한 칠장이가 아니라 옻칠로 새로운 예술 장르를 개척하는 칠예 작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내 의지의 산물이다. 나는 독학으로 옻칠을 배운 뒤 늘 나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펼쳐 보이기 위해 치열하게 자신과 싸워왔다.”

평범과 비범의 차이는?  한 글자 차이지만 둘 사이의 거리는 무척 멀다. 좀 더 나아가 평범한 삶과 비범한 삶 역시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각기 다른 평가가 내려지겠지만 역시 천지 차이일 것이다.

나는 이 두 가지 측면(평범, 평범한 삶 그리고 비범, 비범한 삶)의 차이를 나를 위한 삶이었느냐? 아니면, 좀 거창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타인 또는 세상과 인류를 위해 무엇인가를 보탠 삶이었느냐 로 결론 내린다.

나름대로 그 기준을 정해놓고도 비범과는 거리가 먼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 몸을 맡기고 있기에, 나와 반대의 삶 그것도 매우 치열한 삶을 살아왔던 분들이나 지금도 살아가고 계신 분들을 보면 존경의 마음을 물론 나 자신을 돌아보며 채찍질하는 계기가 된다.

“너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전용복 - 그는 누구인가?  6.25 전쟁 통에 태어나서 그때에는 누구나 겪었던 피폐한 생활 속 어린 시절을 보낸다. 배우고 싶은 열망은 있으나 주변 상황이 발목을 붙잡는 힘든 여건 속에서, 꿈을 꾸는 시간조차도 사치였던 일상. 군제대후 몇 군데 직장을 전전하던 중, 우연히 목재회사에 취직을 하게 된다. 전국에 합판을 공급하는 유통 업체였다. 이곳에서 근무 중 가구 제작에 참여하게 되면서, 단순한 가구가 아닌 작품성 있는 작업에 몰두하게 된다. 옻칠을 접하게 된 것이 저자의 삶이 ‘외길 한평생’으로 치닫게 된 동기가 되었다. 옻칠 공예와 작품제작을 지도해줄만한 여건이 안 되었던 척박한 국내 실정에 비해 옻칠 분야에서 훨씬 앞서가 있는 일본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그가 옻칠과 인연을 맺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이다.

그 후 저자의 삶은 치열함 그 자체였다. 우리나라에는 비교할 만한 시설이 없기에 선뜻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지만, 일본의 유서 깊은 연회장 메구로가조엔의 옻칠과 자개작품의 복원공사는 그의 삶에서 중요한 획을 긋는 대사건이었다. 저자를 그곳에 붙잡아 둔 힘은 무엇인가?

메구로가조엔을 방문해서 ‘송학도’를 접한 저자는 그의 표현을 빌리면, ‘숨이 콱 막힐’정도의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나전에서 장식된 어른 키만한 큰 학들을 들여다보던 중 작품의 한쪽에 죽파(竹波)라는 일본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혀있고 그 밑에 깨알 같은 글씨로 광신(光信)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광신이라는 이름은 죽파라는 일본화가가 도안한 그림에 자개를 새겨 넣은 조선의 무명 장인이었으리라 짐작하게 된다. 그리곤 어디선가 희미하게 음성이 들리는 듯 했다.   “나는 조선의 칠 쟁이다. 오래전 이곳으로 끌려와 피땀 흘려 만든 작품이 지금은 이렇게 흉하게 낡았다. 네가 다시 생명을 불어 넣어다오.”

그 후 저자의 삶은 드라마틱한 사건의 연속이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단순히 어려움이라고 표현하기엔 너무 미약한 위기상황을 넘기고 또 넘기면서 저자는 옻칠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의 작품 그 이상의 감동을 주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왜 굳이 한국인 전용복이 옻칠의 종주국인 대한민국에선 설 자리가 없어 무수히 많은 그의 귀한 작품들을 일본에 남겨 둘 수밖에 없었나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자리 잡았다.

3,000명에 달하는 일본 최고의 옻칠 장인들과의 경쟁 끝에 일본의 자존심이라고 불리우는 메구로가조엔의 복원공사를 맡게 된 후, 간절히 바라던 것을 얻게 된 그는 너무나도 기쁘고 감격해서 한국의 여러 매스컴과 동북지역 총영사관 등지에 전화를 걸었다. 이 때 그들의 반응은 그의 이를 더욱 악물게 한 계기가 되었다.

"우리 한국의 장인들이 일본의 문화재급 작품들을 복원하는 연구소를 완성했습니다. 한 번 와서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반응들은 냉담했다. “당신들 개인 일에 갈 만큼 한가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바쁜 줄 아시오.!” 거두절미하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도쿄의 모 신문사 특파원은 한 술 더 떴다.
“우리가 그 먼 곳 까지 왜 갑니까?.  작은 중국집 하나 수리하는데 무슨 난리요?”

몇 년이 지나 저자는 옻칠 악기에 도전하게 된다. 명품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능가하는 명품악기를 만들고자 혼신의 힘을 기울여 KIST에 넘겨주었는데, 그 자료는 정부에 의해서 묵살되고 만다. 저자의 옻칠 악기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안 어떤 사람이 이미 특허를 내버린 것이다. 평생 손에 옻칠 한 번 묻혀보지 않은 사람들이 정부의 지원금에 눈이 멀어 특허를 받아 낸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학자의 양심을 포기한 상대방들과 법정에서 싸우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옻칠 악기에 대한 꿈을 접게 된다.

그 후 옻칠을 한 세계 최고가의 명품 시계를 탄생시키기까지의 스토리는 한 편의 드라마다. 그의 목표는 돈이 전부가 아니었다. 옻칠 장인으로서의 자존심과 옻칠 종주국인 대한민국을 알리기 위한 끝없는 도전 정신이었다. 한국에선 앞서와 같이 무관심의 존재로 일본에서는 그네들의 질시어린 시선과 모함 속에서 그는 더욱 굳세게 일어섰다.

안일했던 나의 삶을 되돌아보며, 이 땅에 태어나서 과연 무엇에 나의 에너지를 소진하며, 채우며 살아왔는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든 귀한 책이자 열정적인 삶과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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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 청년 김원영의 과감한 사랑과 합당한 분노에 관하여
김원영 지음 / 푸른숲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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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22일(토)자 동아일보 사회면엔 ‘서울대 피아노학과 첫 시각장애인 김상헌씨의 첫 학기’란 기사가 실렸다. 
 

김상헌씨는 디지털 파일로 납본된 대학교재를 점자단말기로 읽고 숙제하고 예습까지 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개정 도서관법에 따라 올해 1월 디지털 파일 형태에 대해 고시한 후 장애 대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59개 출판사에 155종의 서적에 대한 디지털 파일 납본을 요청했다. 고시하고 120여 일이 흐른 지금까지 납본된 디지털 파일은 총 58종이다. 성헌씨는 디지털 파일을 전자단말기를 통해 재생해 언제 어디서든 점자로 교재를 공부할 수 있다. 물론 이제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시각장애인이 이와 같이 전자단말기를 통해 원하는 책과 자료를 볼 수 있는 것은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헌씨는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손끝이 환해요”. 
 

책이야기로 들어 가보자. 우선 책의 제목이 좀 길고, 튄다.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차갑고 뜨거운 것과 희망, 욕망이 서로 마주하고 있다. 저자의 나이가 1982년생이라는 것이 또한 나의 관심을 끌었다. 나의 딸과 거의 같은 세대이다. 이젠 부모 곁을 떠나 따로 한 가정을 이룰 나의 딸 세대가 과연 무슨 꿈과 생각을 갖고 있을까 궁금했다. 나의 딸아이를 포함한 80년대 초 세대가 궁금했다고 봐야겠다.

책을 읽어나가던 중 저자가 조금은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김원영은 누구인가?
1982년생. 골 형성부전증으로 지체장애 1급 판정받음. 열여섯 살 까지 병원과 집에서만 생활함.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과정 마침.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의 중학부와 일반 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현재 서울 대학교 로스쿨에 재학중.

“어느 날 아침 뼈가 부러졌다.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어쩌면 미세한 충격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 충격이란 것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였을 것이다.”로 시작하는 ‘골 형성부전증’에 대한 글이다. 책의 저자인 김원영도 대학 후배인 시각장애인 김상헌의 글을 읽었을 것이다. 그(김원영)의 생각이 궁금하다. “다 내 덕인 줄 알아!”라고 했을까?  아니면, 진작 해주었어야 할 작업들을 너무 요란스럽게 치장하며 내세운다고 생각했을까? 

내가 이런 생각이 들만큼 김원영의 생각은 날카롭다. 고집이 있다. 그러나 깊은 사고와 명쾌한 분석, 진솔한 표현이 마음에 든다. 자칫 그의 생각이 어느 한편으로 지나치게 치우치지만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큰 역할이 기대된다.

상식적인 수준에선 이해하기 힘든 수많은 골절상의 후유증으로 그의 다리는 뒤틀려 있고 양다리의 길이가 차이가 난다. 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어릴 적 그의 마음엔 ‘나는 걸을 수는 없지만, 장애인은 아니야.’라는 생각을 한다. 중학생이 되어 처음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하게 되었다. 물론 이 무렵의 지하철역은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지금보다 몇 배 더 힘들 때이기도 했다. 휠체어를 탄 채로 망연자실 방향감각을 잃고 있는 그에게 할아버지 한분이 다가와서 격려의 다독거림과 함께 쥐어준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은 그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

그는 서울대 로스쿨 입시를 앞두고 자기소개서에 이렇게 적었다.
“저에게는 판사 친구부터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하는 친구까지 다양한 친구들이 있고, 저는 그 만큼 여러 세계에 걸쳐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의 여러 모습을 공정하고 폭넓게 바라 볼 수 있는 시선이 있습니다.”

또 면접 때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객관적으로 제가 합격할 만한 경력이나 능력을 갖추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대학에 입학했을 때도 항상 그 집단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었지만, 일단 기회가 주어지면 항상 의외의 결과를 냈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뛰어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특별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합니다.”

글 서두에 특별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던 것은 바로 이런 저자의 멘트 때문이기도 하다. 이 두 개의 본인 소개의 글이 저자의 이미지를 그리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어쩌다 마주치는 장애인과 함께 하는 것은 퍽 조심스럽다. 내가 혹시 상대방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주의를 기울이다보면 오히려 그것이 부담이 된 적도 있다. 장애인 - 선천적인 장애인도 있지만, 비장애인으로 살아가다가 장애인이 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교통사고나 재해로 인해 손상을 받는 경우가 예전에 비해 더욱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 장애인을 보는 시각을 새롭게 해준 책이다.

청년 김원영에게 앞으로도 그가 언급한 기회 -‘일단 기회가 주어지면 항상 의외의 결과를 냈습니다 ’가 미래진행형으로 계속 바꾸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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