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시계의 교양 - 내 손목에 있는 반려도구의 인문학
시노다 데쓰오 지음, 류두진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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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목시계의 교양 】 - 내 손목에 있는 반려도구의 인문학

_시노다 데쓰오 / 한빛비즈

 

 

“10시!” 가끔 버스나 지하철에서 시간을 알리는 음성 알람이 스마트폰을 통해 들린다. 주로 어르신들이다. 동시에 여러 곳에서 소리가나는 경우도 있다. 요즘 세상에 누가 손목시계를 차고 다닐까? 생각하다가도 내 손목에 있는 ‘스마트워치’를 바라보게 된다. 요즘은 나처럼 스마트워치나 또는 패션으로 시계를 착용하고 다니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의 지은이 시노다 데쓰오는 시계 전문 칼럼니스트로 소개된다. 책에 실린 글들을 읽다보니 ‘시계 전문가’ 맞구나 하고 인정하게 된다. 지은이는 ‘시계’를 테마로 인문학적 성찰까지 이끈다. ‘시계의 역사학’ ‘시계의 문화학’ ‘시계의 감상학’ ‘시계의 기술학’을 이야기한다. 손목시계가 나의 결을 나타내고 나의 격을 높이는 도구라고 추켜세운다. “당신의 손목에는 교양이 있다”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한다. 정신없이 바쁘면 짧게 느껴지고, 따분할 때는 길게 느껴지는 이상한 특성이 있다. 그것이 삶에 색채를 더해준다. 예술과 문학의 소재가 되고, 스포츠에 열광하도록 만드는 양념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이상한 시간을 시각화하는 시계 또한 삶을 다채롭게 만든다. 자기주장의 액세서리가 될 뿐 아니라 시간을 보내는 방법 또한 일깨워주는 시계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존재다.”

 

‘손목시계로 비리를 폭로한 블로거 이야기’가 있다. 스위스 시계의 수출국 순위 1위는 홍콩이고 3위는 중국이다. 중국은 여러 상황에서 뇌물이 필요한 나라이다. 특히 고급 손목시계가 뇌물에 효과적이다. 2012년 8월 26일 산시성 옌안시의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사고현장을 시찰한 당시 산시성 안전감독국 국장이었던 양다차이가 화제가 되었다. 그가 찬 시계 때문이다. 한 블로거가 그 사진을 보면서 일개 관료라는 신분과 수입으로는 도저히 찰 수 없는 시계(롤렉스나 오메가 등)를 찼다고 지적한 것이다.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중국 정부도 잠자코 있을 수 없었다. 공산당 산시성 기율위원회(중국 공산당의 반부패 수사기구)가 조사에 착수했다. 양다차이는 유죄(뇌물수수죄)가 인정되어 징역 14년의 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고급 손목시계가 일으킨 파문의 결과였다. 이후 중국에선 스위스제 고급 손목시계는 곧 부정부패 관료의 상징이라는 인식이 정착되었고, 이로써 한때 유행하던 무분별한 고급 손목시계 싹쓸이는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고 한다.

 

시계와 시간은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지은이는 시간이야기도 함께 나눈다. 하루라는 시간 단위는 태양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고, 다시 동쪽에 나타나는 태양의 움직임이 기준이다. 그런데 사실 태양의 움직임(정확히는 지구의 자전 주기)은 일정하지 않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할 때 원이 아닌 타원형의 궤적을 그리기 때문이다. 태양의 움직임에서 도출되는 ‘진짜 하루’는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 따라서 하루의 길이가 정확히 24시간이 되는 때는 1년에 단 4일 밖에 없다. 최대 약 15분이나 긴 날도 있다. 진짜 하루란 애매하고 불분명하다. 이에 태양이 만들어내는 ‘진태양시(眞太陽時, 실제 태양의 위치를 기준으로 삼는 시간)’를 평균 내어 ‘규칙상 하루의 길이’라는 ‘평균태양시’를 정했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시간의 기준이 되었다. 일부 시계공들은 태고의 천재들이 도출했던 태양의 시간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이퀘이션 오브 타임(equation of time)'이라는 장치를 고안했다. 마린 투르비용 에콰시옹 마샹 5887이라는 브레게는 바늘 끝이 태양 모양으로 되어 있으며 하루 동안의 늘어남과 줄어듦을 표시한다. (시계)사진에서는 평균 태양시가 10시 11분이고 진태양시가 10시 2분이다.

 

시계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다. ‘마을을 덮친 대화재, 기적의 시계 도시로 만들다’, ‘동서 냉전이 키운 독일 시계’, ‘보기만 해도 즐거운 기묘한 시계’, ‘운동선수가 손목시계를 차는 이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방수 시스템’ 그리고 마지막 챕터는 세계 ‘손목시계 브랜드 30선’이 선명한 사진과 해설로 실려 있다. 시계 마니아들에게 좋은 정보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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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11-13 1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로군요. 시간이란 것이 감각적으로 뿐이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우리가 인식하는 것과는 다른다는 게 놀랍습니다. 도시화 된 요즘 시대에서의 시간 개념보다 해뜨면 일 하고 해지면 쉬고 하는 게 자연의 시간 개념에 더 가까운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

쎄인트saint 2022-11-13 22:14   좋아요 1 | URL
공감합니다.
옛 사람들에게도 스트레스가 없지는 않았겠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 만큼은 아니었겠지요..
해 뜨면 일하고, 해지면 쉴 수 있는 것이 인간 몸의 정상적인 생체리듬이겠지요..
그러나 요즘은 밤이 되어도 대낮같이 밝은 세상을 살고 있으니..
이 또한 스트레스지요...

서니데이 2022-12-08 1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쎄인트saint 2022-12-08 21:5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날이 많이 차네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셔요~^^
 
손목시계의 교양 - 내 손목에 있는 반려도구의 인문학
시노다 데쓰오 지음, 류두진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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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다. ‘마을을 덮친 대화재, 기적의 시계 도시로 만들다’
‘운동선수가 손목시계를 차는 이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방수 시스템’ 그리고 마지막 챕터는 세계 ‘손목시계 브랜드 30선’이 선명한 사진과 해설로 실려 있다. 시계 마니아들에게 좋은 정보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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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불멸의 역사 - 연금술사에서 사이보그까지, 인류는 어떻게 불멸에 도전하는가 한빛비즈 교양툰 19
브누아 시마 지음, 필리프 베르코비치 그림, 김모 옮김, 홍성욱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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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오래 살아간다는 것. 좋기만 할까? 과연 행복할까? 극단적인 방법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그저 조용히 살다가고 싶은 마음뿐인 사람들의 생명이 위협을 받고 있는 이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랜스휴머니즘’을 생각해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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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요리의 역사 - 선사시대 불의 요리부터 오늘날 비건까지, 요리의 위대한 진화 한빛비즈 교양툰 20
브누아 시마 지음, 스테판 두에 그림, 김모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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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에서 초기 인류는 식(食), 주(住), 의(衣) 또는 식(食), 의(衣). 주(住)의 순서였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먹는 것이 우선순위였으리라 추측한다. 무엇을 먹을까 에서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로 고민하는 가운데 ‘요리’가 생겼다. 요리는 불(火)과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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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한강 4 : 독재
김세영 지음, 허영만 그림 / 가디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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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를 유지하기 위해선 많은 희생제물이 필요하다. 그때 사람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제거해야 할 어떤 ‘대상’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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