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에서 푸코까지 - 철학적 기질 혹은 열정 세창철학강좌 2
페터 슬로터다이크 지음, 김광명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플라톤에서 푸코까지]   페터 슬로터다이크 저/김광명 역 | 세창미디어



1. 

책 제목 그대로 플라톤에서 푸코까지 19명의 철학자들을 만나 볼 수 있다일종의 철학사 서적이라 이름 붙일 만 하다.책은 작지만 알차다사실상 유럽 철학은 플라톤을 통해 영양분을 듬뿍 받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플라톤 전집은 고전적인 글 그 이상이다유럽의 이념철학의 총체적인 장르를 위한 기초기록으로 기술방식가르침삶의 형식 등이 다른 것과 비교할 만한 것이 없다철학자가 영혼의 평화를 탐구하는 전문가로 부르게 된 것은 스토아 학파와 에피쿠로스 학파의 영향이 크다.

 

2. 

데카르트가 살았던 세계는 시민혁명이 아닌 종파전쟁의 세계였다따라서 데카르트라는 이름은 신의 의지에 의한 사물의 질서로부터 너무 자의식적인 인류의 불손한 일탈의 상징이었다그래서 더욱 그의 사색의 깊이가 넓어지고 깊어졌으리라 생각이 든다어쨌든 1663년 이래로 그의 저술은 가톨릭 교회의 금서목록에 오르게 되는 명예(?)를 얻게 된다데카르트의 위대한 이상의 종착역은 '다툼이 없는 공간'이었다.

 

3. 

철학이 단지 철학자의 두뇌에만 있으면 무슨 도움이 될까그 생각들이 인간들에게 스며들어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어야하지 않을까근대 철학자들 중 피히테만큼 이 문제에 깊은 통찰을 하고 가르치고자 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피히테에 따르면아무도 본질적인 사유의 중심에 다다르지 못했다는 것이다그가 이야기하는 본질적 사유란 실존을 변화시키는 격변의 상황에서 그의 앞에 놓인 그리고 그의 밖에 놓인 사물의 압도적인 힘에 대한 지금까지의 믿음으로부터 떨어져 나오지 않는 것을 말한다.

 

4.

1800년 무렵 20살의 한 젊은이가 초자연적인 자신감을 보이며 독일철학의 정상에 서 있었다당시의 독일철학은 프랑스혁명의 정신적 보완으로서 그리고 세계사유의 아방가르드로서 표상되었다철학자 쉘링이 피히테의 의식철학으로부터 자연철학으로의 비약을 이뤘을 때 경솔하며 일관성이 없다는 악평이 따랐지만낭만주의 초기 세대의 우상으로 자리잡는다.

 

5. 

20세기의 세계적인 철학자 가운데 현상학의 창시자인 후설에겐 특별한 지위가 주어진다후설은 진정한 철학자가 글 쓰는 책상을 앞에 두고 있다면 그것은 본질세계에 이르는 창문이라고 했다사유(思惟)하며 글을 쓰는 작업 자체에 대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현상학적 바라봄을 기록하는 일은 후설의 평생과업이었다.

 

6.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이란 이름은 철학자가 죽은 지 50년 정도 지나서 20세기의 지성적 신화에 등재된다젊은 시절 비트겐슈타인은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이란 동물과 논리학자 사이에 팽팽이 놓인 밧줄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일생이나 사유의 역사는 세계 내에서의 자신의 위치와 그 세계의 한계에 처해 있는 자신의 위치를 해명하려는 지성인이 겪은 고난의 역사라고 한다.

 

7. 

이 책의 지은이 페터 슬로터다이크는 니체와 하이데거 이후 독일철학을 대표하는 사상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뮌헨 대학에서 철학독문학역사학을 공부했다함부르크 대학에서 현대 자전문학의 철학과 역사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0년 이래 자유문필가로 활동하면서 시대 상황에 대한 예리한 안목을 갖고서 이에 관해 나름대로의 진단을 내리며종교철학심리학문화 및 예술이론과 연관하여 다수의 글과 책을 펴냈다현재 칼스루에 조형대학의 교수이자 총장으로 재직하며 철학과 관련된 여러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가 강연회에서 청중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그래서 어떤 프레임을 가져야 하나요?”라고 한다. 사람들은 프레임조차도 ‘소유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겐 그 자신이 바로 프레임이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거서 2016-10-07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이고 들이는 것을 모두 소유하려는 생각이 자기도 모르게 프레임에 갇혀있음을 자인하는 것이고, 또 다른 프레임에도 잘 갇히게 되리라 봅니다.

쎄인트saint 2016-10-07 23:51   좋아요 0 | URL
예..공감합니다. 우리는 은연중에 모든 것을 소유개념으로 받아들이곤 하지요..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생각하게 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프레임 】      최인철 / 21세기북스

 

1.

살아가며 우리는 지식과 지혜를 추구한다. 지식과 지혜가 부족하면 그만큼 정신적, 물질적으로 궁핍한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더러 이러한 것이 부족할지라도 선한 의지로 살아갈 수 있다면 족하지 않느냐는 생각도 할 수 있다. 그 말에도 공감한다. 그렇다면 삶의 지혜는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인 심리학자 최인철 교수는 지혜는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라고 한다. 내가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사이의 경계를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2.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프레임을 간단히 설명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다. 프레임은 결심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설계의 대상이다. 언어와 은유, 가정과 전제, 단어와 질문, 경험과 맥락 등을 점검한 후에 더 나은 것으로 설계하고 시공하는 작업을 필요로 한다. “마음을 비춰보는 창으로서의 프레임은 특정한 방향으로 세상을 보도록 이끄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보는 세상을 제한하는 검열관의 역할도 한다.”

 

3.

지혜로운 프레임은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보고 느낄 수 있다. 암 투병 중이신 이해인 수녀님께서 한 신문에 자신의 행복비결에 대해 글을 연재하신 적이 있다. 그 중 한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투병 과정이 너무 힘이 드셨던 수녀님은 의욕을 잃고 하루하루를 그냥 무기력하게 보내신 적이 있으셨다고 한다. 그러다 문득 내가 허송세월하고 있는 오늘은 누구에게는 간절했던 내일이다라는 말을 떠올리셨다고 한다. 이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만 보이던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기적으로 다가오고, 수녀님은 본인의 삶에서 감사와 행복을 다시 찾을 수 있으셨다고 한다. ‘오늘 = 누군가에게는 간절했던 내일이 또한 아름다운 프레임의 한 형태라고 생각한다. “프레임은 대상에 대한 정의다. 따라서 프레임을 바꾼다는 것은 대상에 대한 정의를 바꾼다는 의미다.”

 

4.

어떤 프레임으로 세상을 접근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삶으로부터 얻어내는 결과물들이 달라진다. 프레임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아저씨가 있었다. 이른 새벽부터 악취와 먼지를 뒤집어쓴 채 쓰레기통을 치우고 거리를 청소하는 일을 평생 해온 사람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늘 표정이 밝았다. 하루는 그 점을 궁금하게 여기던 한 젊은이가 이유를 물었다. 힘들지 않으시냐고, 어떻게 항상 그렇게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느냐고, 젊은이의 질문에 대한 환경미화원의 답이 걸작이었다. “나는 지금 지구의 한 모퉁이를 청소하고 있다네!” 이것이 바로 행복한 사람이 지닌 프레임이다. 나에게 주어진 여건과 환경을 어떻게 해석하고 표출시키느냐에 따라 그 대상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아니 그 주어진 현실은 어찌해볼 수 없는 상황이지만, 상황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달라지는 것이다. 어둠이 빛으로, 악취가 향기로 느껴 질 수 있는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5.

미국 코널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1992년 하계올림픽을 중계한 NBC의 중계 자료를 면밀히 분석했다. , , 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행복지수를 뽑아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분석 결과가 의외였다. 동메달리스트의 행복 점수는 10점 만점에 7.1로 나타났다. 그러나 은메달리스트의 행복 점수는 고작 4.8이었다. 최고 도달점인 금메달과 비교한 은메달의 주관적 크기는 선수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운 것이다. 아쉬움이 많다는 것으로 이해해야겠다. 반면 동메달을 딴 선수는 까딱했으면 (no)메달이었을 텐데, 동메달이 어디냐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동일한 시각 자극들이 주변의 자극에 의해 다르게 해석되듯, 성취의 크기도 다른 성취(단지 상상 속의 성취였다 할지라도)와의 비교를 통해 달리 해석된다.”

 

6.

저자가 강연회에서 청중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그래서 어떤 프레임을 가져야 하나요?”라고 한다. 사람들은 프레임조차도 소유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겐 그 자신이 바로 프레임이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7.

저자가 권유하는 지혜로운 사람의 11가지 프레임

1) 의미 중심의 프레임을 가져라.

2) 접근 프레임을 견지하라.

3) ‘지금 여기프레임을 가져라.

4) 비교 프레임을 버려라.

5) 긍정의 언어로 말하라.

6) 닮고 싶은 사람을 찾아라.

7) 주변의 물건들을 바꿔라.

8) 소유보다는 경험의 프레임을 가져라.

9) ‘누구와의 프레임을 가져라.

10) 위대한 반복 프레임을 연마하라.

11) 인생의 부사(副詞)를 최소화하라 : 글쓰기에서 불필요한 문장들을 줄여가는 과정과 자신의 삶에서 불필요한 장식물들을 줄여가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체 : 2부 암흑의 숲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단숨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삼체 2부에선 ‘면벽자’와 ‘파벽자’라는 단어가 키워드로 등장한다. 삼체인들의 소통 방법의 특징은 그저 어떤 생각을 떠올리기만 해도 상대방이 그것을 함께 느낀다는 점에 있다. 상념(想念)대화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체 : 2부 암흑의 숲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단숨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삼체 : 2부 암흑의 숲 】       류츠신 / 단숨

 

 

삼체2번째 책이 출간됐다. SF 소설이다. 사실 그동안 중국과 SF 소설은 조합이 잘 안 되어있던 부분이다. 세계적으로 중국은 SF 세계에선 변방에 속했었다. 그러나 이젠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책의 저자 류츠신은 중국 SF의 제왕이라고 불려진다. ‘지구의 과거’ 3부작의 1부는 그냥 삼체로 출간되었으나, 2부엔 암흑의 숲이란 부제가 붙었다.

 

 

1삼체의 중심 부분에는 중국의 1960년대 중반 문화혁명, 홍위병들이 기승을 부릴 시점이 자리 잡는다. 중국에서 '문혁'은 매우 불편한 진실이다. 감추고 싶은 상처와 흔적이다. 그러나 특이한 점은 홍위병들의 맹렬한 활동상이 그려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출금이니 판금되었다느니 하는 말이 없다. 오히려 작가는 중국내에서 영웅 취급을 받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 점은 같은 문화혁명을 다룬 옌롄커의 물처럼 단단하게(자음과모음, 2013)와 비교가 된다. 옌렌커는 중국내에서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꿨다. 물처럼 단단하게19금의 사랑이야기를 적당히 섞어서 내놓은 작품이다. 또한 국내에서도 개봉된 2012영화가 오버랩 된다. 중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 이유는 인류의 재앙에 맞선 구원의 중심이 중국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중국이 해결사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 주다보니 으쓱해진 어깨가 문화혁명이야기는 애교로 봐 준 듯하다.

 

인터넷이라는 광활한 정보의 바다에도 변방이 있고, 그 변방에도 또 변방이 있으며, 그 변방의 변방에도 변방의 변방이 있다. 그 가장 깊숙하고 외진 변방에서 가상 세계가 부활했다. 춥고 기이한 여명 속에 피라미드도 없고 UN 본부와 푸코의 진자도 없다. 오로지 광활하고 단단한 황야만이 꽁꽁 언 금속처럼 넓게 펼쳐져 있다.”

 

 

지구인을 멸망시키기 위해 삼체인은 태양계로 거대한 우주 함대를 파견한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우주군이 결성된다. 그러나 매우 열세다. 갈 길이 너무 멀다. 각 분야에 대한 기초 연구에만 50년이 걸리고, 대규모 우주 비행의 중요한 기술들이 실용 단계에 이르는데도 100년이 걸린다. 우주군이 완전한 전투력을 갖추려면 적어도 300년은 걸릴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삼체 위기가 다가옴에 따라 지구는 도피주의가 만연하게 된다.

 

 

삼체 2부에선 면벽자파벽자라는 단어가 키워드로 등장한다. 삼체인들의 소통 방법의 특징은 그저 어떤 생각을 떠올리기만 해도 상대방이 그것을 함께 느낀다는 점에 있다. 상념(想念)대화이다. 여기엔 속임수나 기만이 존재할 수 없다. 지구인들은 어떤가? 지구인들은 속절없이 삼체인들에게 읽힐 뿐이다. 지구인들은 그 대응책으로 UN이 주축이 되어 지구 전체에서 단 4명의 면벽자를 선발한다. 면벽자의 책임이 막중하다. 그들의 생각이 삼체인에게 걸리지 않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지구 구원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 정보를 입수한 삼체인은 지구인을 포섭할 계획을 세운다. 지구인 중에서 불만 세력을 끌어당겨 파벽자를 만들려고 한다.

 

 

삼체1(448)에 비해 두꺼운 708쪽의 분량이지만, 글의 진행이 빠른 탓에 술술 잘 넘어간다. 삼체는 최초, 최고의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중국 SF 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 중국 SF 최초 영문 번역 출간. 아시아 최초 2015년 휴고상 수상작. 2017년 영화 개봉 예정 등이 그것이다. 201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모옌은 중화두수바오(中和讀書報)와의 인터뷰에서 류츠신은 평범한 인간의 삶에 과학적 지식과 상상력을 더해 특별한 울림을 만들어낸다.”라며 극찬을 보냈다.

 

 

광산 엔지니어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류츠신은 수리공정학을 전공 한 후 발전소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게 된다. 퇴근 후에도 아무 곳 갈데없는 발전소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 마작에 빠져들게 된다. 어느 날 하룻밤에 한 달 봉급을 다 날리고 정신을 차린다. “계속 이렇게 살순 없다. 저녁에 돈을 벌지 못할망정 잃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그는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대단한 반전이다. 류츠신의 내면에 소설가의 자질이 감춰져있었기 때에 가능했을 것이라 믿고 싶다. 그 잠재력을 끌어내서 멋진 작품들을 뽑아내 보이는 류츠신에게 박수를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