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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 - 제4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유영소 지음, 김혜란 그림 / 샘터사 / 2015년 10월
평점 :
『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
유영소
글,
김혜란
그림 /
샘터
1. “옛날에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꼬부랑꼬부랑 길을 나섰대.
꼬부랑
열두 고개 꼬불꼬불 산길을 꼬부랑꼬부랑 넘는데,
얼마나
힘든지 몰라.
꼬부랑
열두 고개를 어찌어찌 다 넘으니,
꼬부라진
오두막이 보이지 뭐야.”
요즘
아이들에게 꼬부랑 할머니의 이미지가 잘 그려질지 모르겠다.
요즘은
어르신들이 더 꼿꼿한 자세를 취하며 살아가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도시를 벗어나면 아직도 꼬부랑 할머니들이 종종 눈에 띄긴 한다.
꼬부랑
할아버지보다 꼬부랑 할머니가 눈에 더 자주 들어오는 것은,
아마도
할머님들이 밭일을 많이 해서 그럴 것이다.
2.
꼬부랑
할머니는 꼬부라진 오두막집 툇마루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아무도
집에 없는 것 같다.
조금만
쉬었다 가자 생각하고 있었는데,
벌써
해가 저문다.
배가
고프다.
부엌으로
들어가 봤더니 거미줄만 쳐있다.
어쩔
수 없이 굶고 잤다.
그리고
날이 밝자마자 아마도 오랫동안 사람의 온기가 끊긴 듯한 오두막집을 사람 사는 집으로 만드는데 팔을 걷어붙였다.
3.
“오늘부터
이 집은 내 거여.
주인이
와도 배 내밀고 안 비킬란다.
누가
집 비우고 어디 가랬나?
예는
인자 내 집이여.
방구들도
데우고,
뜨신
물부터 좀 마시자고.”
그러나
웬걸,
이른
아침부터 손님이 찾아온다.
가래떡,
소고기,
사과,
배,
도깨비가
들고 온 달걀,
김치뚝이가
가져온 김치,
감나무골
배 선비가 지고 온 쌀,
개똥이가
가져온 단감 한 바구니,
다람쥐가
가져온 모아 온 알밤,
칡을
잔뜩 캐 온 오소리 등등 하도 찾아오니까,
꼬부랑
할머니는 참말로 짜증이 났다.
4.
그런데,
희한한
일은 그 누구도 ‘어!
그
꼬부랑 할머니가 아니네?’하면서
의문을 품지 않았다는 것이다.
잠시나마
고개를 갸우뚱 한 손님도 없진 않았으나,
대부분
바로 어제 보고 오늘 만난 듯 그렇게 살갑게들 대하는 것이다.
두
꼬부랑 할머니의 성품은 사뭇 다르다.
이
오두막집의 원조 꼬부랑 할머니는 베풂의 천사였던 듯하다.
베푼
만큼 돌아온다는 말을 생각나게 해주는 인물이다.
그러나
얼떨결에 그 자리를 차고앉은 꼬부랑 할매는 베풂이 익숙하지 않다.
“이노무
할망구 대체 뭔 짓을 하고 살았기에 이렇게 손님들이 찾아오누.
아직
떡국을 얼마 먹지도 못한걸.”
아무리
음식이 많아도 내 입에 안 들어오면 아무 소용없는 것.
떡국이라도
한 그릇 배불리 먹고 나서 어찌 좀 움직여볼까 하는데,
연신
들이닥치는 손님(바리바리
싸들고 오는)들
때문에 가만히 앉아있질 못하다보니,
무심결에
툭 튀어나온 말이다.
이
할매의 성품이 그대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5.
할매는
공연히 오금이 저린다.
“지금이라도
도망을 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손님
중에 하나라도 가짜 꼬부랑 할머니라고 알아채면 어째!
박박
우겨도 다 알아채면 어째!
그런데
가면 또 어디로 가누.
꼬부랑꼬부랑
도망쳐서 어디로 가누.
무엇보다,
무엇보다,
저
맛난 떡국은 어쩌고?”
6.
할매의
정체가 밝혀졌다.
그리고
손님들이 감춰둔 마음들도 보여 진다.
할매는
뒤늦게나마 철이 든다.
“....내가
그 할망구처럼,
예서
살면 어쩔까?
진짜
꼬부랑 할망구처럼,
그리
곱게 살아보면,
어쩔까?
(......) 그런데
이노무 꼬부랑 할망구는 대체 어디 간 게야?”
7.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동화 그림책이다.
아이들에게
고운 꿈을 만들어주는 이야기다.
이어지는
두 편의 이야기는 각기 따로 인 듯 이어지는 스토리다.
‘나랑
같이 살 사람 여기 붙어라’,
‘신통방통
인절미 대작전’
두
작품도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겠다.
이
책은 제4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문학상
심사위원을 맡았던 이상배는 이 책(작품)을
이렇게 평했다.
“《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를
읽으면,
우리
사람 사는 세상에서 서로 간에 어떻게 미덕을 나누고 지켜야 되는지를 알 수 있을 거예요.
그것도
아주 색다른 방식의 이야기에 푹 빠져서 풋풋한 인정과 나눔이 무엇인지를 생생한 감동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책
말미엔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라는
글이 실려 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옛 이야기 속 주인공들을 좀 더 친숙하게 소개해주고 있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읽어 볼만한 이야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