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의 몸을 열다 - 난학과 해부학을 통해 본 18세기 일본
타이먼 스크리치 지음, 박경희 옮김 / 그린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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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서양의학의 발달과 일본의 에도시대의 문화적 열림을 잘 그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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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 in 택시 - 인생에 잠시 쉬어갈 갓길이 필요할 때
브라이언 헤이콕 지음, 김수진 옮김 / 리더스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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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던 각자 마음 먹기 나름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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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의 몸을 열다 - 난학과 해부학을 통해 본 18세기 일본
타이먼 스크리치 지음, 박경희 옮김 / 그린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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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가 예술 및 문학의 전성기였다면 17세기는 유럽과학의 황금시대라고 불릴 만합니다.

이 시기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프랜시스 베이컨, 하비, 케플러, 갈릴레오, 데카르트, 파스칼, 호이헨스, 보일, 뉴턴, 로크,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등등이 있습니다.

이어서 18세기로 넘어옵니다. 의학사가(醫學史家) 찰스 싱어(Charles Singer)는 1700년과 1825년 사이의 시대를 의학에 있어서 정리(整理)의 시기라고 말합니다. 바로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일본어로 ‘네덜란드’는 보통 ‘오란다’라고 하지만, 18세기에는 ‘화란’, ‘화란타’ , ‘아란타’ , ‘홍모’ 라는 명칭이 혼용되었습니다. 에도시대는 일본어로는 江戸時代로 표기되며, 도쿠가와 시대(徳川時代)라고도 합니다. 1603년 3월 24일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세이이타이 쇼군으로 임명되어 에도에 막부(왕조)를 연 시기를 에도 시대의 시작으로 보고 있습니다. 1868년 5월 3일 에도성이 메이지 정부군에 함락되는 때까지의 265년간을 가리킵니다. 에도시대에는 나가사키 데지마에서의 중국, 네덜란드와의 교류와 쓰시마 번을 통한 조선과의 교류 이외에는 외국과의 교류를 금지하는 쇄국정책을 폈습니다. 이 시기는 네덜란드가 일본 교역을 거의 독점하고 있었습니다.

 

책의 부제로 실린 난학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난학(蘭學)은 에도 시대 중기 이후 네덜란드어 서적을 통해 서양의 학술, 문화를 연구하던 학문의 총칭입니다. 바쿠후가 펼친 쇄국정책 탓에 개항 때까지 서양 지식 도입의 유일한 창구였습니다. 아오키 곤요, 스기타 겐파쿠, 마에노 료타쿠, 오쓰키 겐타쿠 등 다수의 난학자가 배출되었고 의학, 수학, 병학, 천문학, 역학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연구가 이뤄졌습니다.

 

사물을 전체성으로만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익숙했던 이 당시의 일본인. 나아가서는 통일성을 깨뜨린다면 균형을 파괴하는 어리석은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이들에게 난학은 분명은 숙고의 대상이었을 것입니다.

 

난학의 감각으로는 무엇이든 제대로 이해하려면 내부를 열어 보이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닫힌 채로는 어떠한 것도 지식의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외부에 대한 내부의 우월이라고도 표현됩니다. 일본인의 시각으로는 새롭고도 기이한 발상이었습니다.

 

그 많은 ‘여는’현상과 ‘열린’ 실체 중에서 저자는 특히 인간의 신체에 국한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인간의 신체는 작은 세계, 즉 우주를 작게 농축시킨 소우주로 여긴다. 따라서 절개된 인체는 그 자체를 넘어서 우주 전체의 현상을 가리키는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인간의 육체는 반드시 알려질 필요가 있으며, 몸을 아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전부를 아는 것이었다.”

 

탐구자의 눈이 인간의 신체로 향한 이상 절개도구가 필요했습니다. 절개도구에는 여러 형태가 있었지만 어찌 되었던 무엇보다 예리한 칼날이 필요했습니다. 일본의 도공(刀工)전통은 유명했습니다. 봉건시대의 무사들은 정장(正裝)의 일부로서 칼을 차고 다녔지요. 베는 도구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권리 덕분에 사무라이는 사농공상 가운데 최상위 지위를 누렸습니다. 칼은 곧 사무라이였습니다.

 

한편 한방의(韓方醫)는 어떤 이유에서든 신체를 절개하려 생각하지 않았고 그 필요성조차도 못 느꼈지요. 외과의를 경시(輕視)하기까지 했으니까요. 굳이 열어봐야 속사정을 아느냐 이었겠습니다. 이 당시 의료계 현황에 비춰볼 때 한방은 매우 잘된 시스템이긴 하지만 ‘들여다보는 일’은 기본조차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난학 덕분에 외과, 해부학이 발달됩니다.

 

이 과정 중에 출간되는 책이 『해체신서』(解體新書)입니다. 에도 시대의 번역 의학서로, 독일 의사 쿨무스의 《Anatomische Tabellen》라는 책의 네덜란드어판인 《타펠 아나토미아, Ontleedkundige Tafelen》를 일본어로 중역한 것입니다. 서양서적 완역으로는 일본 최초의 책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번역 총 책임자는 스기타 겐파쿠였으나,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고 알려집니다. 이 책은 서양 해부도의 전모를 광범위한 일본인 독자층에게 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 타이먼 스크리치는 1961년 영국의 버밍엄 출생. 옥스퍼드 대학 졸업.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 박사학위를 취득 했습니다. 일본어로 된 고문서를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라고 합니다.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에도 시대의 의학 중 외과, 해부학 분야의 역사를 집중 조명 한 듯하지만, 정작 저자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에도 문화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체로서 살아 있는 것’을 그대로 인식하려는 일본의 전통적 지식과 ‘열어서 안을 드러내고 구석구석까지 빛을 비추려는’ 유럽의 근대 지식의 만남이 ‘해부’라는 과정을 통해서 전개됩니다. 일종의 급변기적 상황에서 서양의학 중 특히 난학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많은 사진, 삽화와 함께 그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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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헤이콕 지음, 김수진 옮김 / 리더스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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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만만치가 않습니다. 내 뜻대로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습니다. 큰 욕심을 안내는 일에도 그러합니다. 그러나 한편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도 있긴 있습니다. 내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에피소드 한편이 생각납니다. 똑 같은 일을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근무처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입니다. 한 사람은 자기의 일터인 통행 요금을 받는 시설물(미안한 표현이지만 그냥 Box라고 부르고 싶습니다)로 들어갈 때 죽을 맛입니다. 근무 시간 내내 그 박스 안에 갇혀 있을 생각을 하면 맥이 빠집니다. 도망가고 싶습니다. 본인 스스로 찾은 직장이지만, 하루라도 빨리 일터를 옮기고 싶습니다. 어떤 땐 근무시간 중에도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기 힘듭니다.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본인의 근무지(같은 박스)를 들어설 때 가슴이 마구 뜁니다. 앞사람처럼 싫어서가 아니라 좋아서 그럽니다. 그는 출근하면서 mp3를 포켓에 넣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춤을 추듯이 걷습니다. 그의 꿈은 래퍼입니다. 그런데 노래와 춤을 연습할 공간이 없던 참에 톨게이트 박스에 근무하면서 너무 신이 났습니다. 차가 들어오면 이어폰도 빼고 정중한 자세로 요금을 받고 인사를 하며 보냅니다. 차가 출발하면 다시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하며 춤을 춥니다. 그 박스는 그의 개인 스튜디오나 다름없습니다. 아무리 소리를 크게 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의 시선은 늘 앞으로 향해 있기 때문에 저 멀리서 차가 들어오면 다시 원위치합니다. 그는 후에 멋진 래퍼가 되었습니다. 앞서 불만투성이 근무자는 아직도 그 박스에서 죽지 못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입니다.

 

 

그 사람의 직업이 그 사람을 만들기도 합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 그의 의식을 지배하고,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생각을 같이하며 지내다보면 동화가 됩니다. 그의 생각은 일을 안 할 때도 그의 의식을 지배합니다. 그의 직업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상이 됩니다.

이 책의 저자 브라이언 헤이콕은 택시 운전기사입니다. 아니 다른 말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생각하고 살아가며 다른 이들도 무슨 일을 하던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며 살기 원하는 헤이콕이라는 사람이 일상에서 맡은 역할은 택시 운전입니다.

 

 

택시운전을 직업으로 삶의 대부분을 지내신 분들에겐 죄송스럽습니다만, 더러는 택시 운전하시는 분들이 사업에 실패하시거나 실직을 당한 후 놀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운전대를 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잠시 또는 좀 길게. 미국도 우리나라와 상황이 비슷한 모양입니다. 저자인 헤이콕도 운전을 하기 전에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비영리환경단체인 ‘이콜로지 액션 오브 오스틴’에서 팀장으로 일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저런 환경관련 일을 하던 중 안 좋게 끝이 났고 결국 택시 운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언가 다른 일을 찾는 동안 임시방편으로 시작했지만 그 후에는 택시 운전을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 할까요?

그저 그의 삶과 생각을 내어놓고 있습니다. 차에 탄 승객과 잠시 대화를 나누듯 그렇게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어디로 가시죠?”

친절한 택시를 타면 들을 수 있는 인사말입니다. 보통은 기사님의 인사가 나오기 전 “ooo로 가주세요” 또는 “ooo를 부탁 합니다”로 출발합니다. “어디로 가시죠?”는 사실 철학적인 질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수시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고 점검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책은 ‘엔진에 시동 걸기’로 시작해서 ‘목적지에 도착하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택시 운전을 교습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자신의 차에 탄 승객과 독자에게 말입니다. 그렇다고 절대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그저 일기를 쓰듯이 그렇게 써 내려간 내용들이 의외로 깊습니다.

 

저자는 실직과 파산 등 힘든 일을 겪다보니 본인의 삶에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던 중 불교에 관한 강좌를 듣고 난 후에 실질적인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아~ 종교와 관련되어 있다니까 좀 불편하신지요? 뭐 책 제목에 이미 템플이 들어가 있으니까 감은 잡으셨겠지요. 저는 크리스쳔입니다. 그렇지만 이 저자는 어떻게 일상 속에서, 그의 택시 안에서 그의 종교를 삶에 실천하고 있는가 궁금했습니다. 사실 이 점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간혹 저는 어디 가서 제가 크리스쳔이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내세우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대로 크리스쳔다운 삶을 살아가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내 단점을 알고 있으니까 조금씩 나아지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어려운 문자는 없습니다. 그냥 편하게 이야기합니다. 손님이나 친구에게 이야기하듯이 그렇게 말입니다. “이 책에서 우리는 사실 돈 버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택시업계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는 정말로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삶의 엄청나게 많은 부분을 직업에 쏟아 붓고 있습니다. 그러니 월급 외에도 직업에서 무언가를 얻어내야만 합니다. 이 책에서 우리는 정신적 성장을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해 볼 것입니다. 발전하고 나아가 께우침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삶이 나아가는 방식에 대해, 어떻게 삶이 보다 순조롭게 나아가도록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어떻게 삶이 어딘가에 이르게 할 것인지에 대해 무언가를 배우려고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감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냥 못 지나갑니다. 제게 부족한 부분이라서 그렇습니다. 에너지를 보충하듯 언더라인을 그어야 합니다. “삶에는 감사해야 할 것이 아주 많지만 우리는 그런 것을 생각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감사하다고 말해야합니다. 서로에게 감사하고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감사해야합니다. 만일 우리가 오롯이 혼자라면 오래 살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감사해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원하는 것과 가지지 못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가진 것에 대한 감사는 잊고 맙니다. 욕심이고 집착입니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긴 하지만 더 나은 인간이 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감사는 집착의 반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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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고맙다 - 상담가 폴라 다시의 감성 에세이
폴라 다시 지음, 안진이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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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아가면서 가슴에 돌을 하나씩 얹고 살아간다고 합니다. 그 돌의 크기만 다를 뿐이지요. 겉으로는 매우 행복해 보이는 사람.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가는 사람 같아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가슴의 돌은 자라나기도 합니다. 살아가는 삶의 시간이 지날수록 더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그 돌을 내려놓는 방법을 몰라서 못 내려놓고, 내려놓을 자리를 못 찾아서 가슴에 담고 다닙니다.

 

화병은 울화병이라고도 합니다. 화를 참는 일이 반복되어 스트레스성 장애를 일으키는 정신질환 입니다. 미국 정신과 협회에서는 1996년 ‘화병’을 문화관련 증후군의 하나로 등록했습니다. 영어로 ‘hwa-byung’입니다.

 

심리학자 홀메스(Holmes)와 라헤(Rahe)는 스트레스의 정의를 이렇게 내렸습니다. “스트레스란 삶의 변화로 흔들린 정신 상태, 불안 상태에서 원래 상태로 돌아가게 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이다.”

 

이 두 사람이 스트레스 수치를 계산했습니다.

배우자가 죽었을 때 100, 이혼 73, 교도소행 63, 법적인 피해(또는 소송)11, 질병과 부상 53, 은퇴 43, 임신 40, 성문제 39, 직업전환 36, 상사와의 알력 23, 이사 30 등입니다. 물론 이 수치는 유동적입니다. 개인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지요. 분명한 것은 배우자나 자녀, 가족의 죽음이 상위권이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내친김에 스트레스 이야기 조금 더 하겠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한 가지 일만 겪으라는 법이 없지요. 일이 터지면 줄줄이 사탕입니다. 사람이 감당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스트레스 수치가 200이 넘으면 몸과 마음이 병들기 시작합니다. 300이 넘으면 정신줄을 놓기도 합니다. 요즘 심심찮게 오르내리는 ‘공황장애’도 결국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입니다. 때로는 지나친 욕심과 계획이 스트레스로 이어지기도 하지요.

 

책의 저자인 폴라 다시. 불의의 교통사고(음주 운전자에 의한)로 사랑하는 남편과 딸(21개월 된)을 잃었습니다. 그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 무엇으로도 위로가 안 되는 상황이었으리라고 생각이듭니다. 더군다나 임신 3개월의 몸. 손 하나 까딱하기도 힘든 상황. 몸과 마음을 추스를 힘이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지요. 그러나 지금은 일어섰습니다. 아니 이미 일어서서 비슷한 처지의 다른 이들을 붙잡아 주고 힘을 넣어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제가 알기로 저자의 3번째 책입니다. 「이별수업」과 「마음여행」에 이어 역시 고통 받는 이들을 위로해주고 있습니다. 앞의 두 책은 제목만 눈에 익을 뿐 아직 못 봤습니다. 조만간에 읽어볼 예정입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별에 관한 강연과 상담은 물론, 영성지도자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랍니다.

 

책의 원제는 A New set of Eyes: Encountering the Hidden God입니다.

 

Encountering은 만남, 해후, 조우(遭遇)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누구를 만나느냐? 어떤 일을 만나느냐가 중요합니다. 또 어떤 일을 부딪게 될 때 내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가는 길이 달라집니다. 저자는 우리가 고통과 조우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함께 고민합니다. 고통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문제는 고통에 어떻게 맞서느냐입니다. 그러나 사실 맞선다는 표현도 바람직하진 못합니다. 고통도 내 삶의 일부분입니다. 내가 고통과 만나고 싶지 않다고 안 만나지는 것도 아닙니다. 병에 걸리고 싶은 사람은 없지요. 그러나 몸과 마음의 질병은 예외가 없습니다. 누구나 걸릴 수 있습니다. 겉으로 멀쩡해보이던 사람이 암 진단을 받고 며칠 상간에 피골이 상접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망과 비탄에 잠겨 주저앉아 있느냐. 죽을 생각만 하고 있느냐. 냉정하게 나 자신을 돌아봐야겠지요.

 

저자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감성으로 고통에 대해, 사랑에 대해, 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책의 원제에 God이 들어감으로 비껴 지나갈 독자층을 의식해서 「세상에 고맙다」로 번역한 것 같습니다. 괜찮습니다. 세상이 뭔가요? 곧 사람 아니겠습니까? 세상이 고맙다는 말은 내 주변의 사람들이 고맙다는 이야기지요. 혹자는 고마운 사람들은 커녕 내 주변엔 웬수들만 잔뜩 몰려 있다고 탓하겠지만 말입니다. 원수는 밖에 있고, 웬수는 집안에 있다던가요.

 

시련으로부터 보호받을 수는 없습니다.

시련을 겪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그러나 우리는 우리 자신을 가졌습니다.

매우 위대한, 아니 가장 위대한 존재의

이미지를 본떠 만들어진 우리 자신.

 

 

저자가 고통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한 친구에게 조언자를 소개받았습니다. 그의 현명한 조언을 기다리며 그에게 그동안 그녀가 겪은 고통과 시련을 낱낱이 이야기했습니다. 그녀가 올랐던 산, 흘렸던 눈물, 참아야 했던 가슴 찢어지는 아픔 등. 그리고 그녀는 진정한 위로의 말을 기다렸습니다. 인지상정이지요.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너무 뜻밖이었습니다. “그래서요?” 그 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황당한 말을 들었으나, 폴라 다시의 마음의 눈이 떠지는 순간이었기도 합니다.

 

그녀는 그의 눈동자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읽었답니다.

“그곳에서 방황하지 마시오. 그건 당신이 아닙니다. 그건 당신의 경험일 뿐입니다. 당신은 그 경험을 이겨낸 사람이 아닙니까. 이젠 당신 자신을 알아나가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우리는 대부분 극복의 힘을 외부에서 찾아내려고만 합니다. 그러나 소중한 힘. 다이너마이트 같은 힘은 나의 내부에 있습니다. 폴라 다시가 내게 보내 준 편지라고 생각하고 찬찬히 읽다보면 내 안에서 조용히 그러나 힘있게 일어나는 반응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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