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전달자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0
로이스 로리 지음,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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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 마음이 아픈 사람, 범죄자, 능력이 부족한 사람, 다른 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 세상을 달리 보는 사람, 몸이 약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하는 사람,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서 위험한 사람,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돌연변이, 약자, 소외된 사람, 이상한 철학이나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 성소수자, 기괴하게 생긴 사람, 괜히 불쾌감을 주는 사람....

...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사회에서 배제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별 힘이 없고 권한이 없어도 서너 명만 모이면 어떻게든 에너지를 뿜는다. 만약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정치인이 되면 배제의 법안으로 만들며 저들을 옭죌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절대 권력을 갖게 되면 세상이 얼마나 끔찍해지는지는 역사적으로 경험해 잘 안다.

 

그런 차별주의자들은 어디까지 배제하고 싶어 할까? 눈치볼 사람이 없이 마냥 그 배제의 외연을 확대하다 보면 결국 <기억전달자>의 세계에 다다를지도 모른다. 폭력과 범죄가 다름’, 그리고 욕망과 감정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인간에게서 그 다름의 요소들을 다 제거하고 나서 가장 평등하고 가정 평온(해 보이는)한 세상을 만든다. 그걸 만든 이가 누구인지 소설 속에서는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 무섭다. 다수의 이름으로 저런 결론에 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있기에.

 

소설의 도입부에서 소개된 세상은 지극히 평화롭고 안정돼 보였다. 하지만 점점 이 안정감의 정체에 의심이 든다. 범죄와 부도덕의 근원이라 여겨져 성욕을 억제하는 약을 먹인다는 발상은 끔찍하지만 그나마 상상력의 범주 안에 있었던 생각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 상상은 몸이든 마음이든 끌리는상대를 내가 선택하는 일의 싹을 제거하는 일이었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런 제어는 모두 인간의 자발적인 감성에 대한 부정적인 판단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감성을 고조시킬 수 있는 것들 하나하나를 제거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사람들의 감정의 흔들림을 억제하기 위해 빛을, 바람을, 햇빛을 모두 제거했다. 조너스가 사는 세상에는 음악도 없고 예술도 책도 없으며 꿈도 제어되는 그런 세상인 것이다.

 

스무 살 시절 가벼운 우울증을 앓았다. 그 때의 회색빛 세상을 지금도 기억한다. 조너스의 세상은 그런 세상이다. 그런 곳에서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공평한 세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진정으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고통스러운 기억일지라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듯 보인다. 죽음은 죽음이라 말하고, 상실한 것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애도해야 한다. 하얀 눈의 아름다움과 그 위를 달리는 쾌감을 얻으려면 발가락이 얼어붙는 고통도 같이 껴안아야 한다. 자유의지가 없이, 고통도 없이 진정한 행복이 있을까? 설령 행복하다고 생각한들 그것은 진실한 것일까? 평안함, 행복함만을 위해 외면해도 되는 진실이 있는 것일까? 통제하는 자의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기에 더욱 공포스러웠고 흔히 보아왔던 것과 다른 디스토피아를 보여주었기에 더욱 우울했던 이 소설을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햇빛, 바람, 음악, 빛깔의 아름다움을 새삼 깨닫기만 해도 책을 읽힌 보람을 느낄 것이다.

당연한 듯 곁에 있는 이 아름다운 것들은 불편한 것들을 견디면서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것.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줄 알아서 고마운 줄 몰랐던 것들이 사실은 간절하게 소중한 것들이라는 깨달음을 코로나 창궐의 공포 속에 동결시켜야 했던 일상을 통해 얻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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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 박찬일의 이딸리아 맛보기
박찬일 지음 / 창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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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좋아하지 않고 요리하기를 몹시 꺼려하는 나이지만 요리사를 꿈꾸는 나의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신문에서 연재할 때 몇 번 이 글을 읽은 듯하다.

내용은 관심 영역이 아니지만 이런 재기발랄한 문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문장 자체를 즐기며 재미있게 읽었다. 음식에 관심이 없는 이도 다른 나라 문화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박찬일의 농담 코드는 한국적이지는 않다. 과장된 장면을 시크하게 말하는 방법, 투덜거리는 마초 캐릭터 같이 묘사하지만 그 안에 철학과 인간미를 담고 있는 주제뻬를 묘사하는 방식, 고생하고 고전하는 자신의 모습을 남 이야기하듯 거리두기를 하는 위트 등. 이런 유머를 잘못 구사하면 세상 가벼워보인다. 물론 그가 다룬 한국 셰프가 이탈리아에 요리 유학 가서 시칠리아 어느 식당 주방에서 개고생한 이야기는 충분히 가볍고 발랄해도 무탈할 소재이긴 하다. 그런데 낄낄거리고 읽으면서 마음이 깊어지는 지점이 있다.

가령 유기농 채소에 대하여 이런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것,

 

미국 캘리포니아 거대 유기농 기업들은 최저임금에 멕시칸들을 고용해서 땡볕 아래 샐러드용 채소의 벌레를 손으로 잡도록 시킨다. 그 채소는 다시 경유를 펑펑 쓰며 수천 마일을 달려서 미국 동부로 간다. 과연 이것이 진정한 유기농일까?

 

박찬일의 주방장이었던 주제뻬가 과도한 육식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것,

아마도 우리 자식들은 쇠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없게 될 거야. 우리가 다 뺏어먹었기 때문이지. 고기가 언제까지 무한정 값싸게 공급될 거라고 생각해? 고기는 지구를 파괴하고 있지. 초지가 말라가고 아마존이 무너지고 있어 그게 다 없어지면 우리 아이들에게 고기를 줄 수 없을 거야.”

 

그리고 푸아그라 만드는 방식에 대한 세세한 묘사를 통한 간접적인 비판(박찬일 셰프는 푸아그라를 요리하지 않는단다)...

 

결론적으로이 책은 정말 재미있고 그러면서도 생각할 거리도 있는, 어른에게도 중딩들에게도 권할 만한 좋은 책이다. 베네치아에서 경찰들에게 공식적으로 삥 뜯긴 아픈 추억 때문에 이탈리아에 다시 가고 싶진 않지만 이글을 읽고 시칠리아가 조금 궁금해지긴 했다. 이탈리아 음식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내가 즐긴 것의 세 배 정도 더 재미있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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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선생의 남중 이야기. 23년 동안, 남중에서 남중생들만 가르쳐 온 한 여교사의 교단 일기이자 생태 보고서이다. 몸과 마음의 변화가 가장 큰 사춘기, 소년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기엔 학교의 울타리는 비좁기만 하다. 초등학생티를 채 벗지 못한 1학년 강아지들과 막 야성이 꿈틀대기 시작하는 말썽꾸러기 2학년, 짐승 포스와 소년의 신비로움이 공존하는 3학년. 이 ‘혈기 방자’한 소년들의 서식지에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100m를 22초에 주파하는 풀꽃선생의 유쾌한 동분서주도 멈출 틈이 없다.

가정과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학교는 보루가 될 수 있을까? 이 땅의 척박한 교육 풍토, 어쩌면 아이들에게 최악의 서식지인 학교에서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교육 현실을 비판하는 풀꽃선생의 통찰은 날카롭지만 또한 아프고 쓰라리다. 소박하고 진솔한 물음은 학교와 교사의 역할에 대한 자기반성의 발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풀꽃선생은 ‘혼자 잘 울고, 아이들과 함께 잘 웃는 교사들과 함께’ 이 책을 나누고 싶어 한다.

목차
목차

책을 펴내며

1부 소년에게 물들다

꽃보다 중딩 / 강아지들의 놀이 본능 / 여섯 명의 깁스맨과 대구포 / 졸업식에 우는 아이 / 나팔바지와 스키니 / 새 교복을 입고 자퇴한 아이 / 그 아이가 상처를 극복한 방식 / 비장 발랄한 저항, 직선제와 두발 자유 / 지각 없는 아이스크림의 날 / 사춘기 소년의 사랑

2부 이 죽일 놈의 사랑

만복아, 한잔할까? / 드라마가 아니었어 / 호기심과 성범죄 / 서열 / 너 욕 좀 아니? / 엄마와 여교사를 대하는 그들의 자세 / 아이 싸움, 엄마 싸움 / 분노 조절 호흡법 / 영혼이 작은 아이들 / 아이들을 군대에 보내며

3부 천진하고 무식한 아름다움이여

첫 수업, 주문을 건다 / 진정한 자기 주도 학습 / 잘 들어야 잘 말한다 / 행복이가 만든 ‘나만의 시집’ / 현대판 고전소설 쓰랬더니 뭐? ‘해물파전!’ / 민주주의는 자유로운 상상력이다 / 통일교육 농사 / 주워듣고도 큰다 / 때로는 책이 치유가 된다

4부 학교를 그리다

교사가 어울리는 당신 / 불안과 부끄러움의 역설 / 제자와 후배에게 배우는 교사 / 거울을 들여다본다 / 상담실이 살아나야 한다 / 교사는 어떻게 늙어 가는가 / 박하사탕, 15년 후 / 풀꽃선생의 문집 사랑기 / 그래도 학교를 버릴 수는 없다.

  • 깁스를 푼 아이와 축하의 악수를 하기 무섭게 새로운 환자가 생기는 상황이 계속되니 그냥 있어선 안 되겠다 싶었다.
    “얘들아, 안 되겠다. 이 교실 터줏대감이 너희에게 뭔가 언짢으신 게 있나 보다. 고사를 지내자.”
    (……) 돼지머리는 비씨서 못 사고 “얼굴 뚱그런 네가 대신 목만 내밀어라”는 둥 애들끼리 서로 장... 더보기
  • “오늘 아침에 어떤 선생님이 친절하게도 작년에 여러분이 어떤 학생이었는지 말해 주려는 것을 정중히 거절했다. 난 여러분을 전혀 모른다. 여러분도 나를 잘 모를 것이다. 오가며 우리 학교 선생님인 줄이나 알았을 것이다. 우리 서로 모르고 시작하자. 난 여러분이 작년에 전교 1등을 했어도 관심 없다. 일진으로 학생부에 끌려다녔어도 난... 더보기
  • 소설을 구상하다가 비장하게 “왜 여자가 영웅인 고전소설은 없는 겁니까!”라고 비분강개한 녀석도 있었다. 내가 “박씨전!” 하고 한마디로 대답해 주자 아름다웠던 그 비분강개는 사라지고 녀석의 무식만 남았다. 사실 나는 이렇게 의문을 던지는 아이들이 좋다. 자신의 무식이 드러날까 봐 조심스러워하지 않고 내게 질문하는 아이들이 좋다. ... 더보기
  • 가끔 ‘왜 대안학교를 꿈꾸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을 만난다. 어떤 이는 ‘학교가 죽어야 교육이 산다’는 일리치의 오래된 담론을 새삼 들먹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나…… 학교에 한번 와 보라. 먼지투성이 좁은 책걸상에 앉아 있는 저 아이들은 왜, 유학도 가지 않고 대안학교로 가지도 않고 홈스쿨링도 검정고시도 택하지 않...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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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부터 읽는 맛있는 이야기, 낮은산 구름모자 시리즈 3권. 뜨개질을 좋아하는 누리 할머니와 어린 친구들의 사랑스러운 이야기 다섯 편이 담겨 있다. 간식을 나눠 먹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누리 할머니와 어린 친구들의 모습을 따뜻하게 그렸다.

누리 할머니가 정성스럽게 뜬 커다란 담요와 외투, 조끼, 스웨터는 저마다 아픈 상처를 갖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작고 약하고 착한 이들을 모른 척하지 않고, 위로할 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지혜로운 누리 할머니를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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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공인 남중 전문 교사의 아들 심리학 교실

 

 

 

. ‘욕 끝에 가끔 말’을 하는 사춘기 아이들과 어떻게 하면 좋은 관계를 맺을까? ‘엠창’과 ‘패드립’이 난무하는 남자아이들의 세계 엄마들이 잘 모르는 남의 집 아이들 이야기를 만나 보자.

시시콜콜 교육학 시리즈 두 번째. 자타공인 남중 전문 교사라 일컬을 만큼 남자중학교 아이들만 30년 가까이 가르쳐 온 국어 교사 안정선의 부모 교육서다. 내 아이의 점수를 위해서라면 봉사활동 대타도 마다하지 않고, 생활기록부에 스펙 한 줄 더 넣기 위해 선행상까지 요구하는 ‘진상’ 학부모들에 대해 고민하게 된 저자는, 2013년부터 학교 안팎에서 ‘아들 심리학 교실’, ‘어머니 인문학 교실’을 열며 아들을 둔 어머니들과 이야기 마당을 꾸려 왔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열성도, 열정도 넘치는데 왜 교육을 망치는 주범으로, ‘맘충’ 취급을 받아야 할까. 이 책은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어머니들이 머리를 맞대면 좀 더 건강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현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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