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가 온다 우리문고 5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김경연 옮김, 유타 바우어 그림 / 우리교육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내가 학급문고나 추천도서로 선호하는 책에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재미있을 것, 간결하고 쉬운 문장일 것, 감동이 있을 것, 이 책으로 하여 다른 책도 읽고 싶어질 것. 그래서 애장하고 있는 책들의 목록에 나는 이 책을 과감히 끼워넣는다. 이 책은 그저 고학년 동화로 볼 수도 있을 만큼 쉽고 재밌다. 우화적 형식과 작가의 유머감각 넘치는 문체가 읽는 사람을 유쾌하게 만든다. 주인공인 '그 개'는 또 어떤가. 정작 자기 자신은 문제 해결을 위해 곰곰히 생각하는 과정을 빠뜨리지 않는 진지남이지만 남들을 대하는 태도나 어려운 사태를 헤쳐나갈 때는 무지하게 낙천주의자이다. 그런 호쾌한 성격은 한국 사람들 중에 찾아보기 쉽지 않지만 그런 사람이야말로 얼마나 사회적으로 건강한 존재인지를 익히 알고 있다.

게다가 '그 개'는 유능하기까지 하다. 단지 연륜이 쌓여서 이일 저일을 잘 해내는 것 같지는 않다. 평소에 익히고 공부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고도 그는 겸손하다. 잘난척 하지 말아야지, 하고 행동을 조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잘났다는 생각조차 않는다. 누군가를 돕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를 사랑하니까 그렇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 개가 벌이는 이러저러한 행적들(특히 학교에서의 일은 직업적으로 공감이 갈 수밖에!)도 참 재미있지만 이 책의 미덕은 그 재미를 넘어서는 '그 개'의 인격과 지혜에 있다. 이런 인격체 어디 없나? 세상 살이에서 만나 볼 수 없어서 작가는 '개' 중에서 그런 인격체를 찾았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험한 그림의 미술사 - 바로크에서 현대까지 미술사를 바꾼 명화의 스캔들
조이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에는 내가 좋아하는 화가가 둘 다루어진다. 카라바조와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카라바조는 예술사적으로 매우 비중있게 거론되는 화가이지만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는 낯설다. 나 역시 전에 몇 번 그의 그림을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자세하게 읽은 바가 없다. 이 책에서는 그의 그림을 여러 편 볼 수 있었다.

가끔 인생이 어떤 한 장의 장면으로 각인될 때가 있다. 그 장면들은 대개의 잘 찍은 사진이나 그림의 화면과는 다르다. 구도가 훌륭하다거나 각도가 좋다거나, 주인공의 얼굴이 클로우즈 업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이다. 혹은 현실이 아닐지라도 인생의, 내 인생의 중요한 감성적 장면을 차지하는 상상과 환영의 장면도 마찬가지이다. 프리드리히의 그림은 그런 장면같다. 그의 시야는 인간의 육안이나 카메라의 렌즈의 시야보다 넓다. 그걸 심안(心眼)이라 부르자 한다면 그는 심안이 넓은 사람일 터이다. 꿈 속 장면처럼 처절하고 고독하고 드넓은 그의 마음밭에 내리는 눈발, 파도, 기도 들...

이 책의 다른 미덕들도 높이 평가한다. 간결한 문장 속에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능력도.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그의 그림을 이토록 오래 볼 수 있게 해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봉수 할머니의 미용 식이요법 - 개정판
강봉수 지음 / 서울문화사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예전에는 먹는 음식 얼굴에 갖다 붙이는 행위가 참 어이없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그 때는 최소한 피부에 자신까지는 아니어도 문제를 별로 못 느낄 때였으리라. 아니면, 자기자신을 별로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때였거나. 하여간 내가 이 책을 사왔을 때 가족들은 몹시 놀라했다. 그러나 그 즈음부터 난 조금씩 날 아껴주기로 했었다.

이 책이 좋은 것은 천연의 재료를 사용한다는 것, 매일매일 노력하는 자세가 좋다는 것, 화려번쩍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꾸준히 자신을 가꿔가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책에 나온 대로 하나, 둘씩 해보면서 나는 나에 대해 기대를 걸게 된다. 그리고 그 기대감에 즐겁고 행복해지기까지 하였다.

구할 수 있는 재료와 할 수 있는 방법 중 몇가지를 해보았다. 흑설탕 에센스는 만들어 두었다가 팩할 때 써보았고 청주를 냉장고에 넣어놓고 스킨처럼 쓰기도 했다. 효과? 갑자기 얼굴이 좋아졌다고 느낀다면 내 얼굴이 그동안 너무 심각했던 것이거나 이 나라 피부과들이 다 문닫지 않은 게 이상한 거겠지.

내 나이 24살 때 스킨이나 로션도 안 쓰고(화장을 안 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단계별로 지켜 하지 않았다는 뜻) 할인매장에서 가장 싼 트윈케익을 사서 쓰곤 한 일, 35살이 되도록 팩을 해본 일이 없던 일, 고작 3년 전부터야 썬크림이란 걸 바르게 된 일을 생각해 보면, 그때야 당장 그런 걸 안해도 아무 이상이 없었기 때문일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내 얼굴에 남겨진 흔적들은 아마도 그때의 무심함의 결과일 터이니 지금 강봉수 할머니를 따라 이것저것 해보는 일은 아마 지금으로부터 5년 후 10년 후에 덜 후회하게 할 일일 터이다.

무엇보다 찬물팻팅은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도 크다. 얼굴에 뾰로지 안 난다. 그리고 얼굴을 마구 두들기고 난 후 눈동자가 반짝반짝, 정신이 번쩍 드는 그 기분도 참 좋다. 외롭고 힘들고 자기가 초라해 보이는 날, 거울을 보면서, 아냐, 너 참 착하고 괜찮은 사람이야, 널 사랑해, 하고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늘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 자신을 가장 소홀히 해왔음을 알기에 가끔은 이렇게 날 사랑해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가와 모델 - 화가의 붓끝에서 영원을 얻은 모델 이야기 명화 속 이야기 5
이주헌 지음 / 예담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선, 이주헌의 글솜씨, 아니, 주제를 엮어내는 솜씨에 찬탄한다! 서양미술감상에 대해 숱한 글을 읽고 그림을 보아왔지만 대개는 '역사상' 비중있는, 유명한, 의미있는 그림들이었다. 아니면 글쓴이의 개인적 취향에 의해 골라진 그림들이거나. 이 책 속에 보이는 그림들은 물론 아주 유명한 것들도 있지만 그야말로 '모델' 중심으로 골라진 것들이다. 게다가 그 모델들의 실물 사진이 곁들여진 경우도 있고 화가들도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그것이 이 책을 읽는 신선함의 첫번째 요인이었다.

이주헌이 선정한 화가와 모델이 특히 그랬는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대개 영혼의 교감이 뛰어나 대개는 일반의, 일상의, 평범의 잣대로 쉽게 평가할 수 없는 뜨거운 사랑을 꽃피우거나 평생으로 죽음으로 이어지는 끈근한 인간관계로 남거나 했다. 영혼을,특히 예술적 영혼을 읽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돌 속에 숨겨진 유기체의 생명과 형상을 찾아내는 일처럼 내 안에 숨겨진 예술적 생명을 알아채줄 사람을 만나는 일이 아무에게나 내려지는 축복은 아니리라....사랑도 그러하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증보판 리라이팅 클래식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이 책으로 인해 연암의 진면목을 정확히 알게 되었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어떤 인간이나 필부라 할지라도 그 한 사람의 참 모습은 어떤 단면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연암처럼 조명해볼 가치가 있는 사람일수록 어떤 것이 그의 참모습인지에 대해서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매우 달라질 수 있으리라.

호쾌하고 유머감각이 넘치고 열정적이고, 그 안에 사회에 대한 불만과 인생의 허무를 감추고도 그러하게 살 수 있었던 매력적인 인간 박지원, 문인 박지원, 노마드 박지원. 이것이 이 책을 읽은 후 정리되는 박지원의 모습이다. 사실은 고미숙에 의해 '부각된' 박지원의 모습이다. 어떤 인간이라도 자기 자신의 참 모습을 평생 알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 자기가 보는 자신의 모습과 남들이 보는 모습이 일치하지도 않는 게 사실이라면 박지원이 21세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할지 좀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는 과연 이 책 속에 기술된 자신의 모습에 만족할지, 인정할지...

열하일기를 완역해서 읽을 기회를 만날 사람이 얼마나 되랴. 나처럼 국문학을 전공하고도 단편이나 몇 개 읽거나 번역본 몇 편 정도 본 사람이 연암을 안다 말할 수는 없으리라. 그러나 그에게는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문학적 인간으로서의, 정서적 인간으로서의,또 무슨무슨적 인간으로서의 모습이 있을 터이고 그 모든 것이 세상사람들, 후대사람들에게 다 제대로 평가받지는 않았을 터이다. 어쩌면 자신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게 별로 달갑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 역시 달빛 아래 물을 구할 길 없기에 낮에 살짝 남겨둔 술을 모두 부어 먹을 갈아 글 쓰는 연암의 그림자에 매혹되었다. 양면을 지닌 인간들의 매력, 혹은 매혹. 한껏 낭만적이고 한껏 유쾌, 열정적인 그에게 내면의 우울과 치밀한 이성이 공존했다는 것, 한 시대의 우뚝한 지성이었으면서 고적한 인간의 냄새를 팍팍 풍겼던 사람이었다는 것, 그의 흔적을 그토록 쉽고도 재미난 문체로 읽을 수 있었다는 것, 읽는 동안 재미있었다. 너무 빨리, 쉽게, 재밌게 읽어서 고전에 대한 '아카데믹한' 글을 읽었다는 실감이 별로 안난다는 게 흠이라면 흠일까.

댓글(0) 먼댓글(1)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고미숙, 몸과 우주의 유쾌한 시공간 '동의보감'을 만나다
    from 그린비출판사 2011-10-20 17:04 
    리라이팅 클래식 15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출간!!! 병처럼 낯설고 병처럼 친숙한 존재가 있을까. 병이 없는 일상은 생각하기 어렵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나 역시 살아오면서 수많은 병들을 앓았다. 봄가을로 찾아오는 심한 몸살, 알레르기 비염, 복숭아 알러지로 인한 토사곽란, 임파선 결핵 등등. 하지만 한번도 병에 대해 궁금한 적이 없었다. 다만 얼른 떠나보내기에만 급급해했을 뿐. 마치 어느 먼 곳에서 실수로 들이닥친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