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예의 너무 쉽고 예쁜 손뜨개 - DongAilbo Living Mook 행복한 우리집 만들기 1
송영예 지음 / 동아일보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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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뜨게질을 참 좋아하지만 목도리나 장갑 양말 외엔 늘 엄두가 나지 않던 내가 이 책으로 아들 아이의 조끼를 떴고 다음 해엔 응용해서 딸의 봄 스웨터를 떴다.

어느 스승의 날, 졸업한 제자가 카네이션도 아닌 노란 면사 네 타래를 가져왔다. 너무 특이하고 따뜻한 그 선물이 고마워서 이것으로 옷을 떠서 네가 다음에 찾아왔을 때 보여주마 약속했다. 그리고는 내가 좋아하는 끝단을 고무단처리 하지 않은 채 살짝 말려올라가는 반폴라 타입의 면사 스웨터를 뜨다가 생각보다 짧은 소매끝단을 위해 코바늘로 마무리하는 생각지도 않은 응용까지, 난생처음 팔까지 달린 멋진 옷 한 벌을 만들지 않았는가! 물론 그 다음해 겨울에 찾아온 대학생이 된 그 제자에게 옷을 보여주었다.

이 책에 나온 갓난 아기용 덧신은 정말 뜨기 쉬운데 그 모양을 그대로 이용해 연두색 면사로 가터뜨기를 하여 남편과 아들의 덧신도 떠주었다. 모양은 마치 로빈후드의 신발 같고 가터뜨기를 한데다 면사의 가칠한 느낌이 살아 지압효과까지 있는 그 양말은 훈훈해서 맨발로 다녀도 될 집안을 두 남자가 가을겨울마다 신고 다닌다.

무늬뜨기 같은 것은 보고도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지만 일단 예쁜 사진이 의욕을 돋군다는 사실. 그리고 그 전에는 제대로 된 뜨게질 책이 없어서 일본판 책을 베껴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던 어설픈 뜨게책으로 마르고 닳도록 들여다 보았던 기억을 되살린다면 이렇게 자기 손으로 떠보고 개발한 뜨게질 책이 나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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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zzang 2004-04-11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으로만으로도 초보자도 쉽게 손뜨개를 할 수 있는지요? 전, 엄마가 손뜨개를 잘 하시는데 저에겐 영 꽝이거든요. 제 여동생도 이 책보고 조끼하나 떴다고 자랑했는데 책을 가지고 와서 보니..뜰 엄두가 안되더라고요^^;; 제 인내심이 부족한가봐요..

풀꽃선생 2004-04-12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기본 뜨기(코잡기, 겉뜨기, 안뜨기)를 할 줄 알고 목도리 정도를 뜰 줄 안다면 책을 봐가면서 조금씩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목도리 - 장갑 - 양말 -조끼 - 스웨터 2장 - 가디건 순으로 발전해 갔는데요, 거의 한 개 뜰 때 세 벌어치만큼 떴다 풀렀다... 했답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요. 그래도 이전의 일본서 번역한 것보단 쉽지 않나 싶어요. 옆에 뜨게질 좀 잘 하는 사람이 있어야 아무래도.... 저는 조끼 뜨기 전에 양말 많이 떴어요. 앞쪽에 있는 아기 양말 응용해서...
꼭 예쁜 뜨개질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나의 나무' 아래서
오에 겐자부로 지음, 송현아 옮김, 오에 유카리 그림 / 까치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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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에 겐자부로가 쓴 소설을 읽은 것이 없어서 그가 얼마나 노벨상을 받을 만한 재능있는 사람인가를 잘 모른다. 그런데 하필 소설이 아닌 수필집을 처음으로 접한 게 잘한 일인지 어떤 건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을 계기로 언젠가는 그의 소설을 읽게 되겠지.

어린 시절, 오에가 고무공 당첨권을 들고 기뻐 집에 왔을 때 아버지가 그래, 좋겠구나, 이런 심상한 반응을 보였더라면, 단풍나무 위에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 놓고 어려운 책을 읽는 아들이 위험하니 야단치라는 옆집 사람의 말을 한귀로 흘려버리고 그만의 세계를 인정해 주는 어머니가 없었더라면 오에 겐자부로의 모습은 지금과 달랐으리라. 그가 탱크 탱크로라는 만화이야기를 하기에 뜬금없이 무슨 소리인가 했었다. 그는 그 재미난 만화에서 적으로 그려진 중국인의 얼굴을 아무 문제의식 없이 즐겼던 어린 자신을 반성한다.

나는 그의 문학성을 차차 확인할 것이다. 그가 뛰어난 소설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몸담았던 세상에 대해 올곧은 사고방식을 지니지 못하고 아주 어렸을 때, 세상의 중심이 곧 일본이라는 교육에 젖은 그 시절 그대로 평생을 살았더라면, 그가 노벨상을 받았을 리도 없겠지만 그런 상을 받았다 해서 그의 작품을 읽고 싶어지지도 않았으리라. 아니 어쩌면, 그의 이름 앞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라고 붙여주는 찬사는 찬사가 아닐지도 모른다. 빛나는 것은 그의 수상경력이 아니고 어린 날부터 자신을 갈고닦아 50대 후반부터도 다시 공부를 꼼꼼히 해나갔던 그 자세와 끊임없는 문제제기와 자신의 몸담은 세상에 대해 치우침 없이 사랑하기, 아닌 것, 잘못된 것, 편견에 대해 분명히 옳은 입장을 취한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식인의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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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이 블루 - 꿈꾸는 거인들의 나라
이해선 지음 / 그림같은세상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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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열대라서가 아니다. 그 섬이 아름다운 까닭은. 이런 책을 보고, 사진에 비해 글이 심심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정말 사진이 훌륭한 책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갖고 싶은 사진이 있으면 글의 내용에 상관 않고 책을 사는 버릇이 있는지라 표지만 보고도 이 책을 샀다. 그렇게 들인 돈을 아까워 하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 바닷가에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했다. 책을 읽기도 전에.

그리고 역시 책을 읽기 전에 그 안의 석상을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그림으로 그리다 보니 처음엔 그저 하루방과 닮아 보였던 석상의 얼굴에서 남미와 열대의 냄새가 강하게 풍김을 알 수 있다. 글은... 둘 중에 하나이리라, 지은이의 정서가 나와는 좀 다른 것이거나, 가슴 속에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거나...

석상들이 바라보고 있는 저 먼곳의 신비에 대해 꿈꾸던 것들을 이야기해주기를, 아니면 이 섬의 신비를 과학적으로 이러저러하게 더듬어주기를 조금 바랐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좋았던 것은, 그녀가 그 석상들과 나란히 앉아서 오래 바다를 보았다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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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 시인선 80
기형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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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 사람들은 기형도를 잘 모른다. 어쩌다 저 사람, 기형도를 한 줄이라도 가슴에 받아들일 것 같아 그의 시를 선물하면, 너무 어렵다, 혹은, 어두워, 라고 말하고 부담스러워 한다. 그런데 기형도는 벌써 상징이 되었다고?

그의 시에는 그런 분위기가 있다. 서구, 중세적 분위기, 혹은 어두운 석조건물의 끝이 보이지 않는 복도를 걷는 것 같은 묵중하고 암울한, 내가 유령이 되고도 유령이 될락말락한 인간존재들을 조금 시니컬하게 바라보고 있는 듯한 오후 4시의 밝은 햇살 아래서의 무지근한 공포의 분위기...

그러나 자세히 보니 그는 누구를 흉내낸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가 그 젊은 나이에 요절했기 때문에 그의 시를 가슴에 품는 이들이 그토록 많았을 리 없다. 나의 낡디낡은 기형도 시집 속표지에는 '지금 나는 기형도와 연애중이다' 어쩌구 하는 귀절이 있다. 물론 바람끼 많은 나는 수도 없이 랭보와도 연애중이고 윤도현과도 그러하고 .... 그렇게 자주 앓지만 어쩐지 남은 사진이 빅토르 최와 닮은 듯한, 추운 한겨울 빈방과 바람에 우는 문풍지의 추억을 가진, 그러면서도 저 푸른 숲으로 사라지는 환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는 도대체 어떤 영혼을 가진 사내였기에 단 한 권의 시집을 남기고 서러운 연인처럼 그렇게 떠났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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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보고 크는 아이들 -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아이교육
이상금 지음 / 사계절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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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조금 더 있으면 더이상 그림책을 볼 수 없게 되기 직전 무렵 어느 방학, 맘 먹고 그림책 공부를 했었다. 그림책에 관한 지도서나 평론집을 읽고 거기 등장하는 제목들을 모으고 그 목록을 들고 두 아이 손을 잡고 서점을 찾았다. 그렇게 해서 한 두어 번에 걸쳐 그림책 몇 덩어리를 사서 아이들과 함게 읽었다.

노자풍으로 이야기한다면, 아이들을 이끈 어머니인 나는 그 그림책을 꼼꼼히 읽고 평가하고 더 좋아하게 되었지만 정작 아이들은 심상히 그저 재미나게 읽고 던져놓고, 또 몇 달 후 다시 읽고, 책장 정리하다 읽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도 읽고 그런다. 나는 그 책 삽화의 예술적 깊이를 평할 능력이 있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고 나는 지은이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의 깊이를 알지만 아이들은 단순유치찬란하게, 혹은 전혀 주제 따위를 의식하지 않고 읽는다. 어떠랴, 그림만 바라보아도 좋고, 인물과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기만 하다면 된다.

이 책은 좋은 길잡이였다. 내 아이보다 좀 어린 아이를 둔 동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엄청난 감사의 말을 들었다. 우리나라 그림책에도 많은 비중을 둔, 어머니들이 심혈을 다해 골라읽힐 그림책의 길잡이로서의 성의가 보인다. 다만, 이 책이 나온 후 시간이 많이 흘러 너무가 곱고도 좋은, 혹은 그 반대의 숱한 그림책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이 책만큼 친절하고도 관점이 좋은 안내서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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