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이은희 지음 / 궁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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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다양한 책을 읽히고 싶은 욕심에 역사, 사회, 과학, 예술, 문화, 만화까지 다양하게 책을 탐색하지만 특히나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과학 분야에서 맘에 쏙 드는 교양서(그것도 중학생이 읽을 만한)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기준에서 나를 아주 기쁘게 했다.

중3 국어책에는 '현대사회와 과학'이라는 단원이 있다. 과학의 가치 중립성을 생각해 보게 하는 에세이인데 이 단원 공부할 때 여러가지 과학교양서를 소개했다. 그 중 아이들이 가장 열광했던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의 구성을 이야기하면서 앞에 실린 한편의 신화를 소개하고 그것을 장기이식과 연관해 쓴 글의 일부, 누나를 위해 태어난 아담이라는 아기 이야기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자 도서관에서 이책은 금방 대출이 되었고 내게도 개인적으로 와서 내 책을 빌려다 읽는 아이들이 생겼다.

사실은 중학생이 아니더라도 생물학에 별 관심이 없는 나에게도 이 책은 재미있었다. 중학교 과학 교과서 수준의 상식 정도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면서도 신화나 아주 재치있는 컷과 어우러져 읽는 재미가 있다. 신화와 생물학을 연결하는 능력을 보니 작가의 인문학적 교양도 상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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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온달 힘찬문고 34
이아무개 (이현주) 지음, 김호민 그림 / 우리교육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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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달은 생명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아이였다. 마음이 순수한 아이였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바보'일 뿐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해석이 되지 않는 일이다. 조건이 딱 맞지도 않는 사람들이 죽을 듯이 사랑하게 되는 일은 드라마에만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고, 그 사람으로 인해 다른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는 운명의 전환도 결코 허황한 이야기가 아니다.

새학기에 아이들에게 26살의 자기소개서를 쓰라고 했다. 지금 16살인 아이들은 그 10년 동안 자신을 잘 이끌어줄 선생님 혹은 넓은 음악세계를 아는 친구, 공부에 마음 다잡은 운명적 변화의 자기자신을 만난다고 했다. 이 세상에 자신을 알아주고, 자신에게 숨겨진 잠재성을 발견해주고, 그것을 이끌어주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아직도 내 앞에 누군가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그 마음, 나를 정신차리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 줄 어떤 여인, 혹은 지도자, 스승, 선배, 친구...

평강이 온달을 사랑하게 된 것은 어린 날부터 거의 주입이 되다시피 한 어른들의 '교육'탓일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 그것은 별의 운명이었다. 그래서 온달이 바보이든 못난이든 평강에게 그 이름은 그 모습은 사랑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런 알 수 없는 운명의 끈 말고도 평강은 장군에게 두드려 맞고도 바위처럼 견뎌내던 온달의 품성에서 매력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명을 사랑하던 숲의 아이 온달은 평강을 통해 사회적으로 가장 가능성 있는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못난이 온달의 모습을 깨 버리는 평강은 지혜롭기도 하고 모질기도 한 여인이다. 사랑이란 때로 상대방을 안정과 평화보다도 세상의 험난한 세파에 강하게 대처하는 사람으로 몰아부치기도 하지 않는가. 그렇게 온달은 자연의 아이에서 사회의 승자로 나아간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본성을 거스르며 강하고 굵은 남성적 질서에 나아가 목숨을 잃어야 했던 온달. 그렇게 이끌어 낸 평강의 사랑이 진정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랑은 옳은 길이 없으며 평강도 운명의 한줄기 강물에 흘러가는 사람이었을 뿐, 그녀가 신은 아니었으니, 그녀의 지혜도 인간의 그것에 불과했고 한계가 있었으니까...

나는 이 동화를 읽으며 여태껏 동화들을 읽을 때 느꼈던 행복감이나 평안함과는 다른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이 책을 중학생들의 읽기 교재로 쓰려 한다. 어린 아이들이 읽는 동화이기에 설명될 수 있고 납득될 수 있는 구조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 온달과 평강, 곰 바우의 관계와 얽히는 비극들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자기자신에 대한 갈등들이, 동화이고 역사 속 설화이면서도 우리 청소년들에게 던질 이야기가 많이 있으리라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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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밑에 달이 열릴 때
김선우 지음 / 창비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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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거듭 나오는 귀절, 김선우가 어린 날 가슴에 새겼다는 카잔차키스의  묘비명. "나는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 그녀와 비슷한 나이 때 나는 실험극장인가에서 보고 온 연극 팜플렛에서 뜯어낸 '할일많은 세상, 언제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랴"란 구절을 책상앞에 붙여두고 알수없는 열정을 태웠던 것 같은데... 그리고 김선우보다 훨씬 많은 지금의 나이에도 난 '나는 자유'라고 외칠 수 없는데... 두려운 것이 너무 많아서...

그 사람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을 '이 별'이라고 부른다. 그렇게 불러놓고 나니 나의 생은 더 작아보이고 아프거나 기쁜 일들이 조금 차분해 보인다. 어쩐지 그 사람은 바로 이 글을 썼던 비슷한 나이 무렵의 나처럼 자주 길 위에 있었던 것 같다. 나도 안다. 도로가 4차선, 6차선으로 넓게 포장되기 전, 미루나무가 뽑혀나가기 전의, 알 수 없는 순간에 파르스름한 하늘과 땅이 두려울 정도로 시퍼렇게 저물어 버리는 강원도의 7번 국도를. 그리고 그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나무와 산과 들판 혹은 바다 위로 무슨 일이 있는지,  어떤지 하는 얼굴로 조금은 빗긴 얼굴로 떠 있던 달과 별들을...

그 사람의 글은 시도 아니고 경전도 아니지만 어쩐지 세상에 눈돌리기보다 자기자신을 고개 숙여 들여다보고, 뚫린 가슴 너머로 바다와 달과 나무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경을 읊는 어떤 사람의 눈빛처럼 무상한 무엇을 발견한다. 혹 나도 그 사람처럼 옴마니밧메홈을 외워보거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경전을 찾아 읽거나 하염없이 관음보살의 얼굴을 들여다 보면서 조금이라도 '나는 자유!'에 다가설 수 있을까. 아니, 개심사 새벽예불을 바라보며 그 새벽 이 세상 것 같지 않은 예식 속에서 저 산 아래 두고온 너무 많은 사랑과 욕심을 떠올리고 치를 떨던 나에게 그 사람의 눈빛은 내것이 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김선우, 라는 검색어로 뜨는 글들이 아직 많지 않은 세상에 기원, 기형도처럼 떠나보낸 애인을 생각하듯 가슴 아린 한권의 시집으로 남지  않도록 단 몇 권으로 남지 않도록 우리 글로라도 자주 만날 수 있도록,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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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 최초의 과학자
마이클 화이트 지음, 안인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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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똑똑하고 인격적이고...

그리고 많은 사람의 사랑과 운까지...

사랑스런 천재 혹은 지도자가 되는 일은 분명 축복일 것이지만 그가 가진 재능의 혜택을 받는 많은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그 역할을 맡아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행복한 일만은 아닐 수도 있다. 무엇으로 그 사람을 안다 말 할 수 있으랴. 그가 가진 상처와 고통을 알기 전에는...

레오나르도는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인가. 재능에 수려한 외모에...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자화상을 통해 본 그의 얼굴은, 제우스라면 이렇게 생겼겠나 싶게 아름답고 우아하다. 게다가 그에게는 작품마다 미완성으로 남았던, 왼손으로 비밀글씨를 썼던, 모나리자의, 신비하고 잘 풀 수 없는 매력적인 그 무엇이 더 있다. 그러나 그 전에는 몰랐다. 지성과 감성을 겸비한, 예술가이자 과학자이고 공학도였던 모습 말고 사회적으로 현실적으로 치밀했던 생활인이면서도 지도층과 잘 지내지만은 못했던 불운한 사람이며 승승장구하는 젊은 라이벌에 비해 가슴쓰린 비애를 안고 살았던 줄은...

모짜르트보다 베토벤을, 미켈란젤로보다는 레오나르도를, 카스트로보다는 게바라를 사랑하는 것이 마이너리티적 감수성 탓이 아니라 진정한 가치는 많은 이의 평가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믿는 까닭이다. 그가, 내가 알고 있던 모습보다 어찌보면 더 현실적이고 속물스런 모습조차도 있으며 능력에 비해 불운했고 아팠던 사람이라는 것이 그를 더 좋아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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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아프리카가 그립다
이지상 지음 / 디자인하우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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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꿈꾸는 이는 많지만 감히 아프리카를.... 지은이의 열망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을 보면 이 주인공도 참 대단한 사람이겠다 싶었다. 아프리카를 가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지만 이 사람의 향기를 맡아보고 싶어서 책을 집었다.

그러나 지은이는 그 먼, 남들이 쉽게 가고 싶어하지 않을 그곳에 대한 열망과 실천치고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여행을 많이 다녀보았다면서 때묻지 않은 순수와 자연과 원초적 인간성을 기대했다는 것도, 그렇게 기대를 하고 간 아프리카에서 막상 만난 그곳 사람들의 상혼과 거친 야성에는 현실적으로 대처하는 모습도... 아무래도 이렇게 책을 내는 사람들에게서는 평범한 사람들 이상의 인내와 남들이 못 보는 것을 보아내는 성찰의 힘 따위를 기대하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사실은 아주 빠른 속도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정취를 느낄 것도 아니고 모험 이야기에도 관심이 없고 아프리카의 정치, 역사에 흥미도 없으니까.

그러나 한 구절을 위해서 시집 한 권을 기꺼이 사듯 이 책에서도 지은이의 남다른 품성을 발견하게 한 구절이 있다. 적지 않지만 특히, 케냐 산을 등반한 서구인 커플 이야기에서 '어린 아이와 같은 소박하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그 모든 자연을 대하며, 겸손하고 자연스럽게 대상과 하나가 되는 이들에 비하면 어떤 식을든 튀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미숙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다 자신과 자신의 행위에 대해 진지하고 비장한 의미를 부여할수록 더욱 미숙하게만 보인다'라는 구절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작은 새와 꽃들 속에서 반짝이는 눈으로 우주를 찾아내는 리처드라는 사람에 대한 이지상씨의 생각에서 지은이가 귀하여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래, 여행을 자신의 업적으로 떠벌이지 않을 수 있는사람이 아니면 그런 소박하나 진실하고 드러나지 않으나 진짜인 것들을 발견해 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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