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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 니어링 지음, 이석태 옮김 / 보리 / 199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스코트 니어링 이야기인 듯 싶기도 하고 헬렌 니어링이 주인공인 이야기인 듯도 하다. 두 사람은 참으로 닮은 영혼을 지녔으니 누가 주인공이어도 상관이 없을 것이다. 지위나 돈이 아닌 명예조차에도 연연해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많은 것을 가지지 않아도 저 사람, 깨끗하게 살다 갔다, 는 고고한 평가를 받고 싶은 것이 어찌 보면 인간적인 욕심이 아닌가.
대학 때, 가까운 친구 중 이런 평을 받는 이가 있었다. 사회주의가 앞날이 암연해 보이던 그 시기에, 사회주의 사자만 나와도 붉은 줄을 확 그어버리는 이 대한민국에서 참으로 진정 원칙적인 사회주의자라는, 그런 평가였다.그 평을 한 이는 숭고한 느낌으로 그 말을 읊조렸다. 순수하고 원칙적인, 진정한, 평화주의자? 사회주의자? 사해평등주의자? 그런 게 있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으나 사심없이 자신이 믿는 올곧은 가치관을 위해 맑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몇 안다.
스코트 니어링이 자기자신에 대해 스스로 선언한 바가 있다. 나는 사회주의자, 평화주의자, 채식주의자가 되겠다. 나는 사교춤과 야회복을 포기하겠다. 나는 대중의 인기를 얻으려 애쓰는 성공적인 강연자 노릇을 포기하겠다. 나는 사회복지 공동의 가치, 공동 선을 드높이는 일에 헌신하겠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살려 노력하였다. 그리고 그런 노력의 끝에 죽음에 대해 진정 준비하여 맞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아, 나는 진정 잘 죽고 싶다. 고요하고 단정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나는 진정 스코트가 부럽다.
자기 의지로 삶을 찾아가는 것은 헬렌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남편을 선택한 길이 그러했고 어린 날부터 고집스러이 채식을 주장한 것도 그러했다. 그러나 그에게서 위선적인 억압적인 금욕적인 그 무엇이 느껴지지 않는다. 자기 삶의 주인이었기에 자기가 선택한 것은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만약 그들이, 채식을 하며 그들의 은둔지에서 몇몇 마음이 통하는 친지들과만 교류를 나누고 그토록 고상하게 살았다면 그다지 닮고 싶은 삶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연약하고 맑은 사람들이 갖는 추진력과 활동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가끔 나는 아직 어린(?) 나이에 이만 세속의, 성공의 욕구를 접고 지금의 위치에 자족하며 아무의 눈에도 안 띄는 작고 작은 사람의 삶을 살고 싶은데, 그 점점 초탈한 듯한 태도를 핑계로 삼아 내 아이들에게도 더 깊은 욕심을 갖지 않으려 하고 일에 세상에, 불의에 열정을 접고 팔짱끼고 한발 뒤로 물러서려 하지 않는가 싶다. 그러면서 혼자 고결한 척... 실천하지 않으며 발이 땅에 닿아있지 않는 고상한 정신이란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