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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1 - 상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ㅣ 밀레니엄 (아르테)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 이기적이고 음흉한 재벌가 사람들
2. 유조차 사고로 하나밖에 없는 다리가 봉쇄되어, 밀실상태가 되어버린 작은 섬
3. 회장의 신임을 독차지한 어린 소녀의 실종 혹은 죽음
4. 실종된 소녀가 살아있을 때 할아버지 생신 선물로 드렸던 꽃을 넣은 액자가 소녀의 실종 이후 36년 동안 빠지지 않고 매년 회장의 생일마다 배달되는 일
5. 실종된 소녀가 남긴 해독 불가능한 이름과 숫자
실종되거나 혹은 살해당했다고 생각되는 한 소녀를 뒤쫓으면서 주인공 미카엘은 위에서 열거한 다섯가지의 배경과 미스터리를 직면하게 된다. 시간도 이미 36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풀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던 사건이 엄청난 진실을 숨기고 있었음이 드러나는, 완벽한 퍼즐을 완벽한 방법으로 독자들에게 풀어놓고 있는, 대단히 뛰어난 미스터리 소설이다. 거기다가 스웨덴이라는 낯선 공간이 주는 뉘앙스는... 뭐라고 해야할까.. 추운 스웨덴 어느 시골에 불시착한 내가 어리둥절해 하면서 미카엘과 살란데르양의 추적을 멀뚱멀뚱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이 너무도 신비로운 느낌은 결코 영미권이나 일본 미스터리&스릴러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이다.
나치즘에 빠졌던 몇몇 인물들에 의해, 아니 나치즘이 아니라 그저 광기에 사로잡힌 정신병자들에 의해 3대에 걸쳐 반예르 가문의 정신은 썩어들어갔고 그것이 유전적인 것이었는지 생각하기 전에 비정상적인 가정에서 태어난다는 것에 대해 또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머니 혹은 아버지에 의한 학대의 결과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현실을 과연 한 개인의 선택의 문제라고 해도 좋을지, 아니면 선택할 수 있었는데도 가해자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심리학, 의학적으로 여지를 주어야할지 여전히 의문투성이고, 우리 사회는 앞으로 점점 더 이런 질문에 직면하게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어린 시절의 학대가 범죄자가 된 한 인간에게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우리는 그 학대를 얼마만큼 감안해 주어야 할지, 그리고 실상은 범죄자에게 얼마만큼 영향을 미쳤는지 측정가능한지, 그 범죄자에 의해 희생된 사람과 학대와 무관한 범죄자에 희생된 사람은 똑같은데 범죄자에 대한 처우가 달라지는 것은 피해자 가족 입장에서는 또 어떻게 받아들어야할지 등등 우리 사회에 던져진 질문은 무한하다. 작가는 살라데르의 잔인할 정도로 명확한 입장과 미카엘의 인도주의적인 입장을 동시에 제시하면서 과연 어떻게 판단해야할지 독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그리고 미카엘의 직업은 기자이다. 기자는 진실을 파헤쳐서 그것을 낱낱이 밝히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그것이 살아있는 사람에게 치명적인 화살이 되어 돌아간다면 어떻게 해야하겠는가. 전직 기자였던 작가는 이 질문도 우리에게 묻고 있다. 미카엘은 기자보다는 인간의 입장에서 진실을 덮어두는 것을 받아들였지만 만일 희생자가 이민자가 아니라 어떤 의미를 지닌 사람들이었다면, 더 극단적으로 자신과 일면식이라도 있었던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아니 자신의 딸이 희생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면 과연 살아있는 사람을 위해서 덮어줄 수 있었을까 싶다. 소설만이 베풀 수 있는 자애로움을 미카엘을 통해 구현하고 있긴 하지만 뒷맛은 씁쓸하고 작가도 이 점에 대해서 미카엘을 통해서 분노를 표출하고 있지만... 좋은게 좋은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완벽한 복지국가라고 할만한 스웨덴에서 이민자 중에서도 젊은 여성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같은 대접이고, 그것이 또 권력에 의해 은폐되는 것을 보면서 미카엘에게 인간적인 양심에 호소하면서 이 일을 덮어두길 바라는 헨리크 역시 이기적이면서 마르틴과 다를게 없어보였다.
마지막으로, 베네르스트룀에게 당한 그대로 복수하는 미카엘과 잡지 '밀레니엄'을 보면서 이 소설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도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악을 응징하는 슈퍼 블롬크비스트의 모습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인간 보편적, 사회적, 경제적 등등의 관점에서 충분히 지적이고 미스터리함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까지도 충분한 이 소설은 만점짜리다.
물론 '슈퍼'라는 말이 미카엘이 아닌 리스베트 살란데르양에게 붙어야할 칭호같아 보이긴 하지만... 그녀는 카메라와 같은 기억력을 가지고 있어 책 한페이지를 읽는데 10초면 충분하고 해킹실력은 세계 최고이며 악을 응징할 수 있는 결단력과 실천력을 가지고 있다. 살란데르양, 너무 슈퍼우먼 아니신가요...??
ps 1. 1부의 마지막 장을 덮고, 작가가 3부까지만 완성해 놓고 사망했다는 사실이 벌써부터 너무 억울해지기 시작했다. 10부의 완결을 보지 못해 아쉬워할 내 모습이 벌써 상상이 되면서, 또한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2부를 읽을 수 없는 오늘밤에 나는 숙면을 취할 수 있을지.....
ps 2. 1부가 영화화되어서 평단과 관객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하고, 흥행도 아주 성공해서 2009 부천국제 영화제 폐막작으로도 선정되었다는데..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미개봉..ㅜ.ㅜ 렛미인처럼 입소문때문에 개봉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지만.. 그게 언제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