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각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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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노시마 섬에서 천재적이지만 기묘한 건축물을 짓는 것으로 유명한 나카무라 세이지 부부와 고용인 부부가 살해당하고 정원사는 행방불명, 게다가 그들이 살고 있던, 온통 청색으로 칠해져 있다고 해서 '청옥부'라는 이름을 가진 건물은 방화로 인해 전소된다. 그로부터 얼마가 지나고 츠노시마 섬을 무대로 한 사람이 복수의 칼날을 간다.  

  모 대학 미스터리 연구회원 7인은 기묘한 살인사건이 벌어진 청옥부의 별관에 해당하는 '십각관'에 일주일 동안 머물 예정으로 3월 26일 수요일에 보트를 타고 섬으로 들어오면서 이 작품은 시작된다. 이들 7인은 모두 실명이 아니라 별명으로 서로를 부르는데 그 호칭이 참 재미있다. 엘러리, 카, 포, 반, 아가사, 올치, 르루. <X의 비극>,<Y의 비극>의 엘러리 퀸, <황제의 코담배 상자>의 존 딕슨 카,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의 에드거 앨런 포, <딱정벌레 살인사건>의 반 다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아가사 크리스티, <구석의 노인>의 엠마 오르치(에무스카 바로네스 올치), <노란방의 비밀>의 가르통 르루가 7인의 별명이다. 

  작가가 <십각관의 살인>은 추리소설 대가들에게 바치는 일종의 팬레터라는 것을 작가 후기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작품은 미스터리 연구회 7인에게 전설적인 추리소설가의 이름을 붙이고, 기본 틀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따르는 등 대가들을 향해 무한한 존경심과 애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리고 추측이긴 하지만 미스터리 연구회원들의 외모나 성격도 대가들의 외모와 성격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미스터리에 빠져든지 20여 년이지만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은 별로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말이다. 그리고 추리소설을 창시하고 그것을 발전시킨 이 전설적인 대가들의 소설전개방식이나 트릭들을 어느정도 차용한 것 같다는 생각 또한 든다. 

  어쨌든, 이 대학생들은 하루에 한사람씩은 아니지만 차례차례 살해당하고, 마지막에는 십각관이 방화에 의해 전소되는 마는, 청옥부 사건이 되풀이되는 듯한 비극으로 츠노시마 섬의 사건은 마무리된다. 

  3월 26일 수요일부터 츠노시마 섬의 하루에 대응되는 육지의 하루가 넷째날까지 지속되고 다섯째되는 3월 30일 일요일에 모두 살해당하고 겉으로 보기에 엘러리의 분신자살로 십각관이 전소되면서 이제 복수는 끝나고 다음날 31일에 7인의 연구회 이외의 나머지 두 멤버가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섬으로 향한다. 육지에서의 내용은 나머지 두 멤버인 가와미나미와 모리스가 나카무라 세이지의 편지를 받게 되면서 나카무라 세이지 일가 참극의 진상을 파악해 가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1987년에 출판된 이 작품을 읽으면서 김전일이나 여타 추리소설에서 많이 본 듯한 장면과 트릭이 계속 스쳐지나가는 것은, 이 작품이 그만큼 대가들의 영향을 드러내놓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이 일본 추리소설에 미친 영향도 그만큼 큰 것이리라. 무인도에 완전히 고립된 대학생들은 과거에 누군가의 죽음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게 되었고 복수의 칼날을 품은 내부의 멤버에 의해 모두 살해당한다는 이야기는 김전일에서 숱하게 보아온 그림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섬 내부에 있는 모두가 탐정놀이에 소질이 있지만 또한 모두가 복수의 대상이므로 사건과 무관한 김전일 같은 탐정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탐정은 섬 밖에서 나카무라 세이지 일가 살인사건을 뒤쫓는데 결국 나카무라 세이지 일가 살인 사건의 범인이 누군지, 동기가 무엇인지 그 진상을 모두 밝혀내는 성과를 거둔다.  

  섬 밖에서의 나카무라 세이지 일가 살인사건과  섬 안에서의 대학생 살해사건이 묘하게 맞물리면서 하나의 사건은 밝혀지지만 대체 대학생 7명 중에 누가 범인인지는 클라이막스를 향해 갈때까지도 알쏭달쏭하다. 마지막에 엘러리와 반이 남지만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생각해보면 중간에 죽었다고 해서 범인에서 제외하기는 어려우니까 말이다.  

  그리고 범인이 밝혀진다. 전설적인 대가의 이름을 차용하고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틀을 가져오면서 마지막으로 살해된 것으로 보이는 두명이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주는 것은 작가가 범인을 밝힐 때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중간중간에 잘 읽어보면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대목도 있고 전체적인 틀을 보면 범인이 확실해지는 장치도 있는데, 작가의 위와 같은 트릭 때문에 범인이 누구인지 잡아내기가 만만치 않았다. 추리소설에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쓸 수 없는, 작가가 사랑했던 모든 미스터리 작가와 작품에 대한 오마주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훌륭한 미스터리 작품을 써냈다는 것이 무엇보다 독특하고 (김전일을 머리에서 지운다면) 신선했다.   

  하지만 작가의 데뷔작이라 그런지 신선함은 있지만 복수를 하는 자나 살인을 당하는 입장의 인물이나 너무 평면적이다 못해 밋밋하다. 살아있는 인간의 반응이라고 보기에 양쪽 다 뭔가 어설프다. 인물을 다루는 데 작가는 능숙하지 못해서 미스터리가 빛을 더 볼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출판사에 한마디 하자면, p.222 하단에 '기어이 치오리가 코지로의 딸이 아니라는 데까지 상상력의 날개를 펴고 만 것이다.'라고 되어 있는데 내용 전개상으로는 '기어이 치오리가 코지로의 딸이라는 데까지'가 맞는 건데 이런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고, 두번째로 p.307 신문기사에 3월 26일인데 3월 16일이라고 되어 있는것, 세번째로 p.290 별표 바로 밑에 3월 31일이라고 되어 있는데 26일이 수요일이면 31일은 월요일이 맞는데도 31일 일요일이라고 인쇄되어 있는 말도 안되는 출판사 측의 실수가 눈에 많이 거슬린다.   

  위에서 지적한 것과는 조금 다르게 '넷째날 육지' 챕터가 시작되는 p.213에 '역시 어제 모리스 쿄이치의 충고가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라는 문장이 있는데 가와미나미가 모리스를 만난 것은 어제가 아니라 그저께가 맞는 것 같은데, 어제라고 되어 있는건, 아직 내가 이 소설의 시간적 진행상황을 잘 몰라서일까...... 아니면 다시 출판사의 실수일까. 가와미나미 입장에서 모리스가 충고한 것은 '둘째날 육지' 부분이었고 범인이 나중에 트릭을 밝힐 때와 비교해보아도 p.213 문장에서는 '어제'가 아니라 '그저께'라고 하는게 맞는게 아닌가 싶다. 아닐 수도 있는데, 이부분을 면밀하게 따져보기는.. 좀 귀찮다.

  출판사의 말도 안되는 실수 때문에 별 하나 감점.  

  관 시리지는 1.십각관 2.수차관, 3.미로관, 4.인형관, 5시계관, 6.흑묘관, 7.암흑관 등등.. 대충 파악된 것이 이 정도인데(암흑관 이후에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관 시리즈 전부 97년에 학산출판사에서 나왔지만 지금은 절판. 슬프다.. 십각관, 시계관과 암흑관은 출판하면서 왜 나머지는 출판 안해주는걸까. 내일 당장 동네 도서관가서 수차관부터 빌려봐야겠다. 시리즈를 중간에 건너뛰는건 너무 찜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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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2 (양장) - 네 사람의 서명 셜록 홈즈 시리즈 2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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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이 없는 홈즈에겐 일상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무료하고 지루한 것을 넘어서 삶의 의미가 없어서 하루 세번 코카인을 맞으면서 의식의 확장을 시도한다. 홈즈 왈 "내 마음은 정체를 못 견뎌하네" 

  그런 홈즈에게 마리 모스턴양이 찾아온다. 10년 전 아버지가 실종되었고 6년전부터는 값비싼 진주가 한알씩 매년 모스턴 양에게 배달되어온다. 게다가 친구 두명과 함께여도 상관없으니 만나달라는 의문의 편지를 받게된다. 홈즈는 무료하던 참에 선뜻 나서게 되고 그날 저녁 결국 한사람이 살해당하고 50만 파운드 상당의 보물은 사라지고 만다. 

  그런데 그 와중에 왓슨은 모스턴 양에게 연정의 마음을 품게 된다. 세 개 대륙을 돌아다니며 여러 나라의 여자를 만나본 왓슨이지만 '섬세하고 민감한 영혼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모스턴 양에게 푹 빠지고 만다. 범죄 이외의 것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생과 사조차도 염두에 없는 듯한 홈즈와는 달리 왓슨은 아름답고 신비한 분위기의 여인에게 막대한 상속이 있게 됨을 알고는 망연자실하게 될 만큼 그녀를 마음에 새기게 된다. 가엾은 왓슨... 그는 빈부의 차를 극복하지 못할 것임을 알고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접으려 한다.

  생기를 잃어가던 홈즈에게 밀실 살인과 보물의 증발은 그야말로 물만난 물고기. 예리한 관찰력과 추리로 범인의 냄새를 뒤쫓고 결국 증기선을 타고 도망가는 범인을 경찰순시선을 타고 추격전을 펼친다. 셜록홈즈가 눈과 두뇌만으로 추리를 하고 활동적이지 않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이 배 추격전은 홈즈와 왓슨에게 상당한 스릴의 추격임에 틀림없다. 배 두척이 모두 증기선이기에 석탄을 얼마나 빨리 집어넣고 얼마나 좋은 성능의 배인지가 추격전의 성패를 가늠하지만 두 척의 배가 쫓고 쫓기는 이 장면은 나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또 범인은 독침을 쏘고 홈즈와 왓슨은 동시에 총을 쏘아 독침을 날린 자를 제압한다. 나머지 한 사람도 배가 육지에 도착하자마자 도망치려하지만 신체적 핸디캡 때문에 붙잡히면서 범인과 홈즈간의 추격전은 마무리 된다. 추격전 전에도 범인의 증기선을 찾아내기 위해 홈즈는 변장을 하고 강가를 뒤지고 다닐만큼 행동파에다 거지 꼬마들을 수색에 투입할만큼 조직적이기도 하다. 파이프 담배를 피우면서 안락의자에 앉아 추리만을 늘어놓는 것이 셜록 홈즈라는 선입견은 대체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 궁금해지는 장면이 있는 작품이다.

  결론에서는 늘 그렇듯이 홈즈의 빛나는 추리에 대한 사실확인 작업이 범인의 입을 통해서 진행된다. 홈즈의 날카로운 추리에 놀란 범인은 홈즈에게 "선생은 꼭 거기 있었던 사람처럼 말하는구려"라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범인 조너선 스몰의 집념에 찬 복수의 일대기가 연대기 형식으로 진행된다.  

  보물은 범인이 추격전 동안 남에게 빼앗길바에야 없애버리는 것이 낫다는 생각으로 강바닥에 흩뿌려서 모스턴 양에게 돌아갈 보물은 없어져 버렸다. 보물의 완전 증발을 사랑에 빠진 왓슨에게 안타깝기만 한 일이 아님에 그는 모스턴 양에게 청혼을 하고 홈즈에게 이별을 고한다. 홈즈는 냉정한 판단력을 위해서라도 결혼은 하지 않을 작정이라고 말하고 왓슨은 결혼을 하기에 홈즈와의 하숙 생활을 정리하겠다는 대화로 <네 사람의 서명>은 끝이 난다. 결국 왓슨은 사랑을 쟁취하고, 홈즈는 사건이 끝났기 때문에 다시 무료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가엾은 탐정이 되어버렸다. 아아.. 가엾은 홈즈여...  

  다음 3편에서 결국 왓슨과 홈즈가 이별할 리가 없을텐데, 그러면 모스턴 양과의 결혼은 어찌될 것인지... 다음 사건까지 홈즈는 코카인에 푹 절어 살겠지... 어렴풋이 어린 시절에 읽었던 홈즈의 사건집이나 오래된 영화나 드라마를 통한 결록 홈즈에 대한 선입견은 작품을 한편 한편 읽어나갈 때마다 여지없이 파괴되고 새로 만난 홈즈의 모습에 너무나도 반갑다. 사건이 없어서 코카인에 절어 바이올린을 무릎 사이에 끼우고 되는 대로 활을 켜는 홈즈, 사랑은 판단력에 유해하다고 거침없이 사랑에 빠진 왓슨에게 독설을 날리는 홈즈, 추리를 밝힐 때는 잔뜩 뻐기면서 거드름을 피우는 홈즈, 형사들을 버저리라고 대놓고 무시하는 홈즈, 왓슨 마저 속게 만드는 완벽한 변장술의 소유자 홈즈 등등, 이 전집이 끝날 때 바르고 냉철하고 점잔 빼는 파이프 문 홈즈의 모습은 저 멀리 우주로 날아가 버리리다.  

  어릴 적에 홈즈 꽤나 읽었다는 사람들은 다시 홈즈의 사건집에 도전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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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1 (양장) - 주홍색 연구 셜록 홈즈 시리즈 1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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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때부터 셜록홈즈에 열광했는데 성인이 되고부터는 코난 도일이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에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던 찰나에 영화 <셜록 홈즈>가 개봉했고 개봉하자마자 보러가는건 당연한일. 영화를 본 기념으로 오래전부터 책장을 장식하고 있던 셜록홈즈를 꺼내들었다. 

  역사적인!!! 셜록홈즈와 왓슨과의 만남이 그려져 있었다. 두근두근~ 

  왓슨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총을 맞고 치료 도중에 장티푸스에 걸려 영국으로 돌아와 요양을 하다가 주머니 사정상 하숙집을 구하자고 마음을 먹게 된다. 그렇게 생각한 당일, 예전의 수술 조수였던 이가 셜록 홈즈를 소개해주면서 이들의 역사적이고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다. 그 유명한 베이커가 221b번지에서 이들의 동거 생활을 시작되고 왓슨은 기묘한 셜록 홈즈라는 자에 대해 관찰을 시작한다. 문학, 철학, 천문학에 대한 지식은 전무하나 아편이나 독성 물질에 대해 해박하고 화학과 해부학에 대해서는 전문적이며 범죄 관련 지식에는 빠삭하다. 그리고 바이올린 연주는 수준급에 펜싱, 권투실력도 프로급이라고 기술되어있다. 그리고 왓슨이 보기에 홈즈의 성격은 실생활에서는 덜렁거리거나 멍하게 보낼 때도 많지만 범죄에 대한 집중력은 대단하고 잘난척에 오만방자한 면도 있다.  

  범죄에 관련한 지식에는 몹시 해박하고 관찰력도 뛰어나고 격투기에도 능하다. 그런만큼 범죄에 관해서는 자부심이 상상을 초월하는 셜록 홈즈. 처음에 왓슨은 이 무슨 얼토당토않는 소린가 싶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기묘한 동거자에게 수긍하고 그의 기막힌 추리에 대해 경탄을 보내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 셜록 홈즈와 왓슨의 첫번째 사건이 바로 <주홍색 연구>다. 주홍색은 나다니엘 호손의 명작 <주홍글씨> 등에서 알 수 있는, 죄를 상징하는 그 주홍색이다.  

  이 소설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왓슨의 시점에서 셜록 홈즈가 형사들에게 사건을 의뢰받고 결국 범인을 체포하는 부분, 작가 시점에서 범인이 왜 살인을 저지를 수 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주는 기나긴 복수의 시간들에 대한 서술, 세번째로 작가 시점의 서술이 끝나고 다시 왓슨 시점에서 셜록 홈즈가 범인을 체포한 다음 부분부터 결론까지. (전집의 나머지 8편은 아직 읽기 전이지만 이러한 시점의 교차가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간간히 등장하는지는 눈여겨봐야할 부분인 것 같다.)

  어쨌든 이러한 작가 시점의 서술은 2009년을 하루 남겨놓고 있는 나에게 혹은 대중에게 진부하거나 흥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홈즈가 사건 현장에서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추리를 해서 범인을 잡은 것에서 바로 작가 시점으로 넘어가 한남자의 복수극의 서장부터 서술하는 것은 솔직히 연대기적인 의미밖에 가질 수가 없다. 또한 홈즈의 추리는 홈즈의 입을 통해서 궁금한 점은 시원하게 해결된다. 홈즈가 왜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는지는 홈즈의 범죄에 대해서만큼은 잘난척하고 싶어하는 성미 때문에 금새 왓슨에게 설명되기 일쑤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소설이 1886년에 집필되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주석을 촘촘히 단 셜록홈즈 전집이 존재하는, 그럴 정도로 많은 이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전설적인 시리즈의 출발점이다.<주홍색 연구> 이 작품은 셜록 홈즈의 등장과 홈즈와 왓슨과의 만남으로 그 가치를 충분히 지닌다. 수많은 셜로키언을 양산해 낸,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와 패러디물의 생산을 가능케한 역사적인 셜록 홈즈 시리즈의 위대한 시작인 것이다.  

  작품 내적으로는 한 남자의 인생을 건 비장한 복수극에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랑하는 약혼녀와 그녀의 아버지를 추악한 인간들 손에 잃고 나서 평생을 걸쳐 그들을 뒤쫓는 집념어린 사내가 등장한다. 결국 그는 복수에 성공하지만 홈즈에게 붙잡힌 바로 다음날 동맥류에 의해 감방에서 사망하고 마는, 복수의 천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초장기 작품이라 그런지 홈즈의 추리보다는 범죄자에게 더 많은 서술을 할애하는 것에서 아직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뭐...그것은 앞으로 8편의 작품집을 통해서 차차 알아보아야 할 문제다.  

  어쩄든 홈즈와 왓슨은 어떻게 만나게 된 사이며, 홈즈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의문이 풀린 것은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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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서브 로사 1 - 로마인의 피 로마 서브 로사 1
스티븐 세일러 지음, 박웅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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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티움의 아르피눔 출생. 로마와 아테네에서 공부하였다. 처음에 그는 보수파 정치가로서 활약하였으며, 집정관이 되어 카틸리나의 음모를 타도하여 ‘국부’의 칭호를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카이사르와 반목하여 정계에서 쫓겨나 문필에 종사하게 되었으나, 카이사르가 암살된 뒤에 안토니우스를 탄핵하였기 때문에 원한을 사게 되어 안토니우스의 부하에게 암살되었다.
  수사학의 대가이자 고전 라틴 산문의 창조자이며 동시에 완성자라고 불리며, 그리스웅변술과 수사학 소양()에서 우러나온 문체는 도도하게 흐르는 대하에 비유된다. 그의 철학은 절충적인 처세 도덕론에 불과하지만 그리스 사상을 로마로 도입하고 그리스어를 번역하여 새로운 라틴어를 만들어 그가 최초로 라틴어를 사상전달의 필수적인 무기로 삼은 공적은 참으로 큰 것이다. 현존하는 작품으로는 《카틸리나 탄핵 In Catilinam》 외 58편의 연설과, 《국가론 De Republica》 《법에 관하여》 《투스쿨라나룸 담론()》 《신에 관하여 De natura deorum》 《의무론 De officiis》 등의 철학서와 《노년론》 《우정에 관하여》 같은 소품, 그리고 친구인 아티쿠스 등에게 보낸 서한이 있다.   

  이상이 실존했던 인물 키케로에 대한 인터넷 검색결과이다. 수사학을 이야기할 때 아리스토텔레스 다음으로 언급되는 키케로, 그런 키케로가 26세때 실제로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았던 섹스투스 로스키우스를 변론한 일을 바탕으로 <로바 서브 로사>의 주인공 더듬이 고르디아누스의 첫번째 모험담이 펼쳐진다. 

  고르디아누스는 시민권을 가진 엄연한 로마의 시민이지만 지저분한 것에 코를 처박고 범죄의 흔적을 쫓아다닌다고 더듬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지금의 '탐정'에 해당하는 사내다. 그런 사내에게 어느날 키케로가 아버지를 살해한 로스키우스의 무죄를 증명할만한 증거를 모아달라고 의뢰한다. 그것은 재판일로부터 8일전이었고 고르디아누스는 아버지 섹스투스 로스키우스 살해 뒤에 숨겨져있는 진실에 하나씩 접근해가고 드디어 클라이막스를 장식할 재판날이 된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고르디아누스가 아버지 로스키우스의 살인에 대한 전모를 파악해나가고 그것을 키케로에게 전해주면서 재판일을 맞이하는 전반부와 재판 당일 키케로가 당시 독재관인 술라와 그의 심복까지 비판하면서 로스키우스가 아버지를 살해하지 않았다는 것을 배심원단에게 설득시키고 재판에서 이기지만 결과적으로 진실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 밝혀지는 후반부. 

  전반부는 키케로의 의뢰대로 목숨의 위협을 여러번 받아가면서도 로스키우스 살해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스릴러의 형식을 갖추고있다. 하지만 이 책의 압권은 마지막 100여 페이지에 있다. 키케로는 로스키우스가 아버지를 살해한 것이 아니기에 그를 변호하는 것이라면서 고르디아누스에게 강하게 의뢰를 맡아줄 것을 청하였지만 결국 로스키우스가 아버지 살해범으로 밝혀진다. 키케로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독재관 술라에 대한 반감과 정치적인 이유로 로스키우스를 변호하고 결과를 승리로 이끌어내서 독재관 술라의 명성에 흠집을 낸다. 결국 모든 큰그림을 처음부터 자신의 의도대로 그리면서 자신의 승리에 한치의 의심도 없었던 키케로는 진실을 알고 있었으되 정의보다는 정치적인 측면을 고려해 이 사건에 임한 것이다. 풋내기 변호사였던 키케로는 이 사건으로 인해 명성을 쌓을 수 있었을뿐 아니라 보수적인 정치성향에 따라 독재관 술라에게 대항하여 정치에도 입문하게 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던 것이다.  

  로스키우스는 아버지 살해범이나 정치적인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그를 보호해주던 후원자에 의해 결국 로스키우스는 살해당하고 만다. 승리의 그날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던 그의 진실을 듣던 후원자가 목을 찌르고 계단에서 밀어버린 것이다. 고르디아누스의 추리에 의해 범인이 밝혀지지만 귀족이라는 범인의 신분에 의해 그 사건은 그대로 암묵적으로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리고 만다.  

  이 소설 속에는 진실은 있으나 정의는 없다. 의뢰인의 요구대로 사실을 추구해나가는 고르디아누스, 진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나 정치적으로 사건을 이용한 키케로, 아버지를 살해했지만 그것보다는 정치적 보복이 더욱 두려워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로스키우스, 키케로의 정의를 믿어 의심치 않는 노예 티로, 아버지 살해범을 단순히 신이 시켰다는 망상(?)때문에 찔러죽이고 계단에서 밀어서 흔적을 지우려는 어느 귀족 부인까지.... 어느 한사람 진실의 편에 서있는자 없고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하나의 진실을 두고 자신의 입맛대로 취사선택하기 바쁘다. 

  진실. 그것은 인간은 결코 알 수 없는, 신의 영역일 수도 있다. 그리고 하나의 진실을 두고 인간은 그 전모를 파악하지 못한채 자신이 바라본 쪽에서만 진실을 말하게 되고 그것은 사실이라는 이름을 지닌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덤불 속>이라는 작품과 묘하게 비슷하다는 생각도 든다. 

  진실이 무엇이든 정의가 무엇이든,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고대 로마에 대한 풍부한 서술과 묘사다. 슬럼가에서부터 명망있는 귀족 저택 밀집지역, 로마 중앙의 포룸까지 로마 시내를 샅샅이 뒤집고 다니는 고르디아누스 때문에 550 페이지가 넘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에는 로마시내 뒷골목이 너무도 친숙하게 느껴진다. 노예를 대하는 로마 시민의 태도라던지, 동성애에 대한 인식 등등 2천년 전의 로마가 살아움직이는 이 책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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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사 추리 퍼즐 - IQ 148을 위한, 개정판 IQ 148을 위한 멘사 퍼즐
캐롤린 스키트, 데이브 채턴 지음, 멘사코리아 감수 / 보누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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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연말이라고 영화도 드라마도 재방송만하고, 쇼프로는 도무지 재미없고, 두꺼운 책을 집어들기는 왠지 이 연말분위기에 나만 처량한것 같을때, 애인이 없으니 데이트는 물건너갔고, 리모콘으로 모든 채널을 10번씩 뒤적여봐도 나를 지루하게만 할뿐... 

  <멘사추리퍼즐> 이 책은 이런 나를 구원해주었다. ㅎㅎㅎㅎ 첫번째 문제부터 내가 머리를 쥐어짜게 만들었지만, 말장난 같은 문제도 있고 특수 상황에 대해서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해야하는 문제도 있고, 수학적 지식이 필요한 확률문제나 벤다이어그램이 필요한 문제까지... 다양한 추리퍼즐 140문제가 연말 연휴 밤을 새게 만들었다. 더이상 멍~~해서 글자가 눈을 지나 뇌로 들어가지 않는 상태가 될때까지, 문제 니놈이 이기냐 내가 이기냐 한판 승부를 벌였다.  

  승부욕이 강하거나 지적 호기심이 많은 사람에게 딱인것 같다. 나는 말장난 같은 문제보다는 연습장 들고 이것저것 계산해가면서 오래간만에 고등학생이 된 듯한 느낌으로 수학문제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단어의 헛점이나 인간의 고정관념을 이용한 문제는 답을 알고 나면 '에~ 이게뭐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만 고정관념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려운법. 

Puzzle 8.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 날이 저물어 갈 무렵 한 병사가 로마의 영지에서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가 서로 조금 떨어져서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즉시 카이사르를 불러 그들의 죽음을 확인하게 했다. 카이사르는 독약이나 다른 이상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고, 다만 바닥이 조금 갈라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틈은 둘이 들어갈 만한 크기였고, 카이사르는 그것때문에 그들이 죽었다고 판명했다. 그들은 어떻게 죽은 것일까? [단서] 1.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는 목이 졸려서 죽은 것이 아니다. 2.둘 다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3.둘 다 수영을 잘했다. 4.그들은 빈 욕조나 수영장에 뛰어들어 부상당하지 않았다. 

  이 문제의 답을 알고는 헛웃음만 나왔는데, 고정관념이란게 무섭구나..하고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도 사고의 유연성을 추구하는 것 같은데, 솔직히 말장난은 꽤 간파하기 쉬운 편이라서 <멘사추리퍼즐> 이 책의 다음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멘사추리퍼즐 프리미어>의 문제가 더욱 기대된다.  

  심심할때, 할일은 없는데 마냥 쉬고싶지는 않을때 한번씩 풀어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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