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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를 매우 비예술적 인간이라 생각한다. 여지껏 살아오면서 예술작품이라 불리는 것으로부터 '뒷통수를 내리친다'든지 '온몸이 찌릿하다'든지 하는 감동이나 감탄을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들은 오히려 딱딱하다고 하는 이론서들이나 과학서적에서 자주 느끼는 편이다. 이런 구분이 유효할런지 모르겠지만, 만일 인간이 감성적 인간과 이성적 인간으로 구분될 수 있다면 나는 분명 후자에 속할 거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

 

당연히 이와 같은 예술에의 무지 혹은 무감각의 상태로 머무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여전히 유효한 구분일지 의심스럽긴 하지만, 만일 이 세계가 이성적 세계와 감성적 세계로 구분될 수 있다면 한쪽 절반의 세계를 놓치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래서 기회 닿는 대로 이러저러한 작품들, 관련 서적들, 평론들을 접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관심사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 기회로 삼기 위해 6월의 관심도서는 '예술'을 주제로 골라 본다.

 

 

      

 

 

가장 먼저 고른 책은 <미학 편지>(프리드리히 실러, 휴먼아트)이다. '인간의 미적 교육에 관한 실러의 미학 이론'이라는 부제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비예술적 인간이 된 데에는 '어린 시절 학교에서의 재미 없던 예술 교육 때문'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원망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인간의 미적 형성'을 다루고 있다는 소개글에 솔깃할 수밖에 없다. "누구든지 공교육 13년을 마치면 악기 하나쯤은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사회라는 이상에 격하게 공감하는 입장에서, 처음 예술을 접하는 초등학생의 자세로 차근차근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요즘 읽고 있는 책 중 하나가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에릭 부스, 에코의서재)이라는 책인데, 누구나 가지고 있는 예술적 잠재력을 일상생활에서 펼쳐놓는 방법들을 소개하며 삶이 곧 예술이 될 수 있도록 살아가길 권유하는 책이다. 이 책의 연장선에서 <삶의 미학>(리처드 슈스터만, 이학사)이 눈에 띈다. 책소개를 읽어보건데 두 책 모두 '삶이 곧 예술'이라는 전제를 공유하하고 있는 듯하며, 전자가 그 구체적 방법론을 소개하고 있다면 이 책은 그 이론적 근거들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고른 책은 현대예술에 관한 책이다. 많은 이들이 공감할 거라 생각하는데, 예술과의 거리감은 현대예술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물론 현대예술이 직관적 이해보다는 문제제기와 성찰을 더욱 중시한다는 점에서 작품에서 느껴지는 낯섦은 그들의 의도가 충분히 실현된 것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나처럼 낯가림이 심한 인간들은 낯선 상황에 부닥쳤을 때 맞서기보다는 도망가기 일쑤이다. 그러므로 일단 안면을 트는 게 중요하다. <현대 예술>(조중걸, 지혜정원)이 그 주선자가 될 수 있을까. '형이상학적 해명'이라는 부제에서 약간 멈칫하긴 하지만 일단 골라본다.

 

앞의 책으로 현대예술을 개괄했다면 다음은 구체적으로 현대 작가와 작품을 들여다보는 일이 필요하다. 마침 베이컨에 관한 책이 있다. 물론 이 책은 베이컨에 대한 친절한 해설서라고 하긴 어렵다.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듯이, 들뢰즈는 철학자든 예술가든 다른 이들을 다루면서 이를 통해 자신의 사상을 드러내는 방식의 철학하기로 유명하다. 책소개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는데,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저서인 들뢰즈의 <감각의 논리>에 대해 "우리를 베이컨의 예술 세계로 인도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들뢰즈 존재론의 핵심에 다가가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며 오히려 뒷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오래전 들뢰즈의 <감각의 논리>를 어렵게 읽었고, 베이컨의 인터뷰집인 <화가의 잔인한 손>을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기에 선뜻 선택했다.

 

 

 

 

 

마지막으로 고른 책은 <미의 기원>(요제프 라이히홀프, 플래닛)이다. 평소 진화생물학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인간 사회와 생물 세계의 진화 과정에서 미가 차지하는 역할을 규명한 역작"이라는 설명당연히 손이 갈 수밖에 없다. 책소개를 차근차근 읽어보면 미의 기원에 대한 생물학적 설명을 시도하면서 자연선택설을 넘어서는 입장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논증을 펼칠지 궁금해진다.

 

이런 책들을 읽는다고 예술적 삶을 살 순 없겠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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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2-06-0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현대예술, 형이상학적 해명을 추천하기는 했는데.. 막상 되면 좀 당황할 것 같네요. 내용이 만만치 않아 보여서 말이죠.

nunc 2012-06-07 04:42   좋아요 0 | URL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읽어보겠나' 하는 그런 심정도 있었습니다. 막상 된다면 숙제하듯 읽게 되겠죠.
 
인문/사회/과학/예술 분야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운좋게 11기 신간평가단에도 선정이 되었다. 매달 올려야 하는 페이퍼와 리뷰가 마치 숙제처럼 느껴져 조금 부담스러운 면도 있지만, 페이퍼 작성을 위해 매번 새로 나온 책들의 목록을 훑어보는 일이나 리뷰를 위해 평소같으면 그냥 스치고 지나갔을 생각들을 꼼꼼하게 적어보는 일이 나름 재미있다.

 

지난 10기 활동을 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인문/사회/과학'이라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침묵의 봄>을 제외하곤 과학 관련 책이 거의 선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11기에서는 세 분야에 예술까지 추가되어 과학 관련 서적의 인기가 더 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5월 추천 페이퍼에서는 과학 분야 책들만을 중점적으로 골라보았다.

 

물론 나는 과학 전공자가 아니기에 전문서적을 읽어낼 능력은 없다. 그래서 더더욱 나처럼 전공자가 아니면서 과학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과학 교양서나 입문서가 제격이다. 4월 출간 도서 중에 그런 책들이 눈에 띈다.

 

 

    

 

 

먼저 <1, 2, 3 그리고 무한>(조지 가모프, 김영사)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김영사의 '모던&클래식' 시리즈로 출간된 책이다. 이 시리즈는 그 정체가 다소 모호한데, 분야가 한정된 것도 아니고 전집처럼 번호가 매겨지지도 않으며 심지어 어떤 책은 다른 책들과 크기도 다르다. 그럼에도 양질의 책들을 계속 출간하고 있기에 새로 나오는 책들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1, 2, 3 그리고 무한>은 출판사 소개에 의하면 "물리학의 기초적인 전체지형도를 그릴 수 있게 하여, 현대물리학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기 전 기초필독서로서의 역할과 가치를 지닌다."고 한다. 이 책과 더불어 현대물리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양자역학에 대한 입문서인 <양자역학의 역사와 철학>(김유신, 이학사)도 눈에 띈다. 양자역학을 소개하는 입문서 몇 권을 읽어보긴 했지만 여전히 매우 어렵다고 느끼고 있는데, 우리 저자의 글로 이해하기 쉽게 쓰여져 있기를 기대해 본다.

 

 

            

 

 

물리학과 더불어 아니 그 이상으로 현대에 주목받고 있는 과학 분야는 생물학일 것이다. 생물학이 지금과 같은 주목을 받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유전자 구조의 발견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우월한 유전자'니 '생물학적 완성도'니 하는 말을 농담으로 던질 정도로 유전자 혹은 생물학에 대한 대중적 상식이 널리 퍼져있다. 그러나 많은 대중적 상식이 그렇듯이 정확한 지식보다는 흥미거리로 취급되며 잘못 알려지는 것들도 많다.

 

 <상식 밖의 유전자>(마크 핸더슨, 을유문화사)는 소개글처럼 "우리가 몰랐거나 오해했던 유전자에 대한 진실과 거짓"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상식을 바로잡아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마지막 두 권인 <문명이 낯선 인간>(마크 핸슨/피터 글루크먼, 공존), <인간은 야하다>(더글러스 T. 켄릭, 21세기북스)는 유전자와 진화론으로 통해 인간의 행태를 설명하는 책이다. <상식 밖의 유전자>를 통해 알게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용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함께 읽어보기에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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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봄비 탓인지 날씨가 쌀쌀하다. 이번이 10기 신간평가단의 마지막 추천 페이퍼라고 한다. 사실 내가 추천한 책이 평가도서로 선정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아마 내 취향에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만, 큰 불만은 없다. 어떤 책이건 안 읽는 것보다는 읽는 게 더 나은 일일테니까. 때론 읽어야할 책이 지루하기도 했고 때론 반드시 서평을 써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책장에 신간평가단 선정도서들을 주르륵 늘어놓고 보니 그럭저럭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특히 의미있었던 점은, 평소 책을 읽어도 그저 혼자 생각하고 마는 편이었는데, 신간평가단을 하며 자연스레 다른 분들의 서평을 읽게 되었다는 것이다. 같은 책에 대한 다른 생각들. 

 

 

              

 

 

정치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몇 시간 전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구럼비 바위 발파 허가가 승인되었다고 한다. 총선을 앞두고 반MB니 정권 심판이니 같은 정서가 온,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팽배해 있지만, 단지 대통령이나 국회위원 몇 명만 바꾸면 모든게 좋아질까. 오늘의 강정은, 2006년 대추리였고, 2003년 부안이었다. 공권력은 언제나 공공의 이익이란 이름으로 집행된다. 그러나 그 공공의 이익이란 누구의 이익인가. 단지 정치인 몇 명에 열광 혹은 분노할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체제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2월 신간 중, '자본주의'라는 단어가 들어간 두 책이 눈에 띈다. <가차없는 자본주의>와 <자본주의, 그 이후>이다. 앞의 책은 출판사 소개에 의하면 500년 자본주의의 역사를 일별하며 자본주의의 필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즉 "너무 익숙해진 한 체제에 의문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현실에 대한 의문은 항상 미래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게 한다. 뒤의 책은 자본주의 체제 이후를 고민하며 "‘상생’과 ‘인본주의’라는 두 핵심 개념을 통해 자본주의를 뛰어넘을 대안적 가치를 제시"하려는 책이라고 소개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리얼 유토피아>도 눈에 띈다. 책소개에 의하면 이 책은 "자본주의 체제 아래 존재해온 권력·특권·불평등 구조가 낳은 문제점을 파헤치고, 그 대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책이라고 한다.

 

 

     

 

 

체제의 강화는 가시적 형태의 물리력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가보안법이나 명예훼손, 허위사실유포 등 다양한 법적 제재를 통해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함으로써 완성된다. 사람들의 입을 막음으로써 생각조차 막아버리는 것이다. 검열과 같은 비가시적인 제재가 위험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검열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검열에 관한 검은 책>과 '판옵티콘'이라는 개념을 통해 자기 검열의 위험성을 폭로한 푸코의 전기인 <미셸 푸코, 1926~1984>를 이 달의 관심 도서로 추가한다.

 

   

10기 신간평가단,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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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너무 춥다. 빨리 날씨가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1. <집단 기억의 파괴>, 로버트 베번 지음, 나현영 옮김, 알마

 

  전쟁과 개발. 아마도 문화유적을 파괴하는 주범은 바로 이 두 가지일 것이다. 전쟁의 상흔과 위험이 여전히 잔존하고, 개발이라는 가치가 거의 종교처럼 받아들여지는 우리 사회에서 집단 기억의 저장고이자 보고인 문화유적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관심 도서로 이 책을 고른다. 물론 이 책은 다른 민족이나 국가의 정체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의도적 파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우리 사회에서는 그러한 의도적 파괴보다는 무의식적 파괴가 더 큰 문제인 듯 싶지만, 두 경우 모두 과거, 역사, 집단 기억에 대한 성찰 부족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이 책이 제공하는 논거가 성찰을 위한 좋은 실마리가 되리라 기대한다.

 

 

 

 

 

  2. <루이비통이 된 푸코?>, 프랑수와 퀴세 지음, 문강형준/박소영/유충현 옮김, 난장

 

  한 때 유행처럼 번졌다, 사그라들다, 다시 부활하곤 하는 프랑스 철학 및 이론에 대한 탐구서이다. 무엇보다 책소개에 담긴 "퀴세는 프랑스 이론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됐느냐를 묻는다."라는 문제의식에 눈길이 간다. 프랑스 철학 및 이론에 대한 열광과 혐오가 극단적으로 공존하는 요즘의 상황을 보면, 외국의 이론이 내용에 대한 이해와 그것의 적용을 이끌어내기보다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그 '내용'이 아니라 '활용'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이 책에 관심이 간다.

 

 

 

 

 

 

  3. <현대 사상의 스펙트럼>, 페리 앤더슨 지음, 안효상/이승우 옮김, 길

 

  서구 맑스주의에 대한 그의 꼼꼼한 정리를 기억하고 있기에, 페리 앤더슨이라는 저자에 대한 신뢰가 있다. 더구나 정치, 철학, 역사학과 더불어 '부채'라는 낯익은 주제까지.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책과 함께 크로스체크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4. <과학자처럼 사고하기>, 에두아르도 푼셋/린 마굴리스 엮음, 김선희 옮김, 이루

 

  책의 부제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 시대의 위대한 과학자 37인이 생각하는 마음, 생명 그리고 우주." 목차만 잠깐 훑어봐도 저명한 저자들과 현대 과학의 중심 주제들이 총망라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과학이란 항상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무한히 신뢰할만한 것이란 이중적 인식이 있다. 이 모순된 인식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과학책과 친해질 필요가 있다. 그 안내서 역할을 할만한 책.

 

 

 

 

 

 

  5. <벌거벗은 유전자>, 미샤 앵그리스트 지음, 이형진 옮김, 동아사이언스

 

  일단 책 제목에 '유전자'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눈여겨 보는 편이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소개가 흥미를 더한다. " 누구나 늦기 전에 한 번쯤 제대로 보고 고민해야 할 개인 게놈 프로젝트를 둘러싼 논란과 오해를 걷어내며 그 쟁점들을 보기 좋게 정리해 주고 있다." 어떤 식으로 건 유전자에 대한 연구와 그 결과물은 인간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지만, 그 영향이 긍정적일지 아니면 부정적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연구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계속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손이 얼어 마감날짜를 놓쳤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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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이 되었다. 총선과 대선이 연달아 치뤄지고 진정성이니 거짓이니 진짜니 가짜니 따위의 온갖 말의 성찬이 사회를 지배하리라 예상된다. 그 속에서 방황하지 않기 위해선 그 말들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곰씹어보는 것이리라. 그런 이유에서 1월의 관심 키워드는 정치.

 

 

  1. <말과 권력>, 이준웅 지음, 한길사

 

   요즘 트위터를 보고 있노라면 소통의 도구가 오히려 폭력과 억압의 도구로 쉽게 변질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이의 의견에 대해 반론이나 합리적 토론을 하기보다는 감정적 욕설을 쏟아내는 모습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와 관련된 의견들에 이런 모습이 집중되는 경향이 보이는데, 그 사람이 한 말의 의미를 곰곰이 따져보기보단 그 말이 우리한에 유리한가 아닌가, 혹은 그 사람은 우리 편이냐 아니냐 식의 재단이 먼저 이루어진 후 무조건 동의하거나 무조건 반대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합리적 대화가 가능한가, 와 같은 질문이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나와 참과 좋음에 대한 생각이 근본적으로 다른 자들과 말을 섞지 않고는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저자의 주장이 실현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이 궁금해 진다.

 

 

  

 

  2. <왜 대의민주주의인가>, 강정인 외 지음, 이학사

 

  책소개에서 제시하는 이 책의 핵심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다. "오늘날 대의민주주의가 '대표의 실패'와 '심의의 실패'로 압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당면한 과제는, 대표와 대리의 절묘한 배합, 그리고 이 바탕 위에서 심의의 공간을 확대해나감으로써 민주주의의 내재적 가능성을 발굴하는 것이다." 왜 오늘날 대의민주주의는 대표의 기능도 심의의 기능도 실패한 것인가, 대표와 대리의 차이는 무엇이고 심의란 무엇인가, 민주주의의 가능성은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가, 등등 다양한 질문이 떠오른다. 한 저자의 일관된 논의가 아니라 다양한 저자들의 논문 모음집이라는 점에서 정연한 해답을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앞의 책의 연장선에서 함께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3. <자유주의는 진보적일 수 있는가>, 최태욱 엮음, 폴리테이아

 

  이 책 역시 올해 벌어질 정치 논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책일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용어를 뺄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는 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제 실제 내용이 어떠한지는 차치하고서라도 모든 정치 세력들은 '자유', '진보', '개혁'과 같은 용어들을 자신들의 구호로 내세우게 될 것이다. 또한 그 결과 진짜 진보와 가짜 진보, 자유주의의 진정한 의미, 자유민주주의의 허구성 등등에 대한 논쟁도 그만큼 거세질 것이다. 이 책은 <리얼 진보>(레디앙, 2010)에 대한 자유주의 진영의 대답일 수도 있지만, 올해 벌어질 논쟁의 첫 출발일 수도 있다.

 

 

 

 

  

 

  4. <20세기 최고의 식량학자, 바빌로프>, 피터 프링글 지음, 서승순 옮김, 아카이브

 

  올해 벌어질 국내 정치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지만, 보다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 대한 관심도 중요할테니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그러자 이 책이 눈에 들어온다. 책소개를 보면 "그는 ‘전 세계의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구하려면 농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라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세계를 무대로 온 삶을 바친 열정적인 과학자이면서 작물의 유전적 다양성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있음을 인식한 최초의 과학자였다."라고 한다. 전세계적 빈곤의 문제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 기반도 해결하지 못하는데 과학기술의 발전이란 게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는 생각이 가끔 들 때가 있다. 물론 이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가 문제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일 수도 있겠다. 어쨌건 자신의 부와 명예가 아닌 전인류의 복지를 위해 고민한 과학자의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

 

 

 

  

  5. <생각하는 것이 왜 고통스러운가요?>, 데이비드 로텐버그 지음, 박준식 옮김, 낮은산

 

  이 책의 주인공은 아르네 네스라는 노르웨이의 낯선 철학자이다. 소개글을 보면 그는 '심층생태학'의 창시자이자 철학교수, 레지스탕스, 환경운동가, 은둔자 등의 다채로운 이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이처럼 다양한 이력을 거쳐 그가 도달한 통찰은 책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생각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회피하지 말고 기꺼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당연하지만 실행하기 쉽지 않은 조언을 다시 한 번 마음 깊이 되새기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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