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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1기 신간평가단의 마지막 추천.

 

인문/사회/과학/예술 분야라고 하지만 막상 과학 관련 도서는 거의 추천된 적이 없는 듯 하다. 마지막이니만큼 한번쯤 과학 도서가 선정되길 바라며 추천 도서를 골라본다.

 

 

1. <양자 불가사의>

양자역학과 관련된 책들을 몇 권 읽어보긴 했지만 여전히 뭔가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양자역학을 내 것으로 소화할 수 있을 만큼의 물리학적 배경지식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아마 양자역학 자체가 가진 난해함도 한몫 하지 않았을까 위안도 해본다. 해서 '양자역학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소개글을 보면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번에는 뭔가 좀 명확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이번 달에도 양자역학을 쉽게 설명했다고 '주장'하는 책이 나왔다. 물론 직접 읽어봐야 알겠지만 교양강좌의 내용을 출판한 책이라는 점이 기대를 갖게 한다.

 

 

 

 

2. <얽힘의 시대>

책소개는 다음과 같다. "양자 물리학의 근본 개념 중 하나인 양자 얽힘을 파헤친 대단히 독창적이고 풍성한 탐구의 기록이다." 양자역학도 어려운데 '양자 얽힘'이라니. 책의 목차를 보면 시기별로 양자역학의 역사를 일별한 듯한 시도로도 보인다. <양자 불가사의>를 읽으며 함께 읽기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추천 목록에 올린다.

 

 

 

 

 

 

 

3. <미국 기술의 사회사>

기술사 및 기술사회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루스 슈워츠 코완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절판된 <과학기술과 가사노동>이라는 책에서 과학기술이 가사노동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주었으리라는 통념을 깨트려주기도 했고, 냉장고가 왜 지금처럼 윙윙 소리를 내게 되었는지를 추적하여 기술 선택의 사회적 맥락을 조명한 학자이기도 하다. 이런 저자의 책이 새롭게 번역되어 나와 기쁘다.

 

 

 

 

 

 

4. <기계산책자>

'기계비평'이란 것이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지 모르겠지만, "기계와 인간 간의 인터페이스가 갖는 의미를 파헤치고, 그것이 낳은 새로운 사회적 관계와 삶에 방식에 대해 깊이 사유한다."는 소개로 볼 때, 기술의 사회적 효과에 대한 성찰을 의도하고 있는 듯 느껴진다. 그러나 요즘은 워낙 비평이란 단어가 포괄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기에 그것이 피상적인 인상비평일지 아니면 (위의 코완과 같이)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고려한 깊이 있는 연구일지 잘 모르겠다. 어쨌건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5. <광기>

개인적으로 라캉 이론가 중 가장 쉽게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새 책이다. 책소개를 죽 훑어보니 역시 정신분석학의 기본적 개념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려는 의도로 쓰여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관심 저자의 새 책이기에 아무 고민없이 추천 도서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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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절필 선언 이후로 주변에서 아쉬워하는 소리가 종종 들린다. 그의 저서 대부분을 구입해 읽었고 최근의 칼럼들도 챙겨 읽던 충실한 독자로서 나 역시 어떤 아쉬움이 있다. 마치 나의 과거 일부분이 영원히 닫혀버린 느낌. 그의 수려한 문장이 주던 짜릿한 쾌감을 더 이상 맛볼 수 없다는 아쉬움.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가 다시 복귀하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는 확고한 자유주의자 논객으로서 우리 사회 현실에 대한 진단과 구체적 대안을 요구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그에겐 논객으로서의 새로움이 없었다. 사회에 대한 발언은 점점 줄었고, 간혹 발언을 한다고 해도 예전에 했던 얘기들이 변주되어 반복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생긴 빈자리를 주변 인물들에 대한 회고담으로 차곡차곡 채우고 있었다.

 

더 이상 새롭게 할 말이 없는 논객. 이는 두 가지 가능성을 의미한다. 하나는 그가 사회비평을 왕성하게 하던 시기로부터 우리 사회가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기에 동일한 얘기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것일 수도 있고, 다른 하나는 지적 게으름으로 인해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를 내놓을 게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건 글쓰기의 동력을 가질 수 없을 테니, 절필은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물론 (선의의 독자로서) 나는 전자의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절필 선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글은, 예외적 경우가 있긴 하겠으나, 세상을 바꾸는 데 무력해 보였다.” 사실 그가 자신의 글에서 꾸준히 제기한 요구사항은 대단히 상식적인 것이었다. 민주주의 공화국의 원칙을 지키고 사회적 소수자를 보호하자.’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어떠한가. 민주주의를 유린할 가능성이 높은 박근혜가 유력한 대선 후보가 되어 있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억압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현실은 여전히 시궁창이다.

 

이건 단지 보수 진영만을 향한 것도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그의 문구 중 하나는 정치인을 판단하는 기준은 그가 현실 속에서 만들어놓은 결과이지 그의 내심이 아니다.”라는 말이다. 노무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후, ‘노무현의 진정성운운하는 이들에게 했던 일갈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은 그놈의 진정성을 놓지 못하고, 오늘날 다시 안철수나 문재인 등에게 덧씌우고 있다. 이쪽도 시궁창이긴 마찬가지다.

 

근 십여 년 동안 똑같은 소리를 되풀이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짜증. 나는 이것이 그를 절필로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 짜증이 누적되고 왜곡되어 독설로 바뀌기 전에 놔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고맙게도 그는 많은 책을 출판해 놓았기에 그의 문장이 그립다면 언제든 다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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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09-26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그래서 고종석의 글이 요즘 안 보였던거군요...글쓰는 것이 전부인 글쟁이에게 글쓰는 일이 무능력해 보이고, 그래서 글쓰는 일을 포기했다는 말이 너무 서글프게 들리네요.

nunc 2012-09-27 11:54   좋아요 0 | URL
그냥 제 개인적인 느낌과 해석일 뿐입니다.^^;
혹시 절필선언 안 읽어보셨다면,여기서 읽어보시면 됩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529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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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이 책 읽기 좋은 시간이 돌아왔다.

 

 

1. <화풀이 본능>

최근 "묻지마 범죄"와 같은 범죄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자연스레 불심검문제도의 부활이나 사형제의 실시와 같은 강경한 대처를 주장하는 입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엄벌주의가 범죄자에 대한 심리적 만족감을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범죄 자체를 예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범죄란 대개 충동적으로 일어나거나 계획적으로 일어나게 되는데, 충동적인 경우 처벌에 대해 고려할 새 없이 발생할 것이며, 계획적인 경우 처벌을 회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특정 시기에 각종 범죄가 더욱 증가한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범죄를 사회의 병리적 징후로 이해하고 이런 징후를 야기하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묻지마 범죄"에 대한 시의적절한 책이라 생각된다. 책임전가와 화풀이라는 인간에게 흔히 나타나는 행위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그간 진화론과 관련된 책들에서 동물의 공격성 일반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종종 보았지만 화풀이라는 구체적 형태를 다룬 것은 보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두 설명방식을 비교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2. <우리와 그들, 갈등과 협력에 관하여>

물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범죄들은 사적인 화풀이 형식으로 발생하는 것이지만, 이런 화풀이가 집단적 형태로 발전하게 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특히 대선이라는 큰 정치일정을 앞두고 대립하고 있는 각 정치집단간의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지금, 그래서 누군가 지적한 '증오의 정치'가 더욱 심화될 수 있기에 집단 갈등의 매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 책은 그 유명한 오클라호마의 로버스 케이브 주립공원에서 진행된 집단 간 관계 실험에 대한 보고서이다. <우리와 그들, 무리짓기에 대한 착각>(데이비드 베레비 지음, 에코리브르)이라는 책에서 간단하게 접한 적 있는데, 이 책을 통해 보다 자세한 내용을 읽어보고 싶다.

 

 

 

3. <고전으로 읽는 폭력의 기원>

"인류의 역사는 전쟁과 제노사이드로 물든 폭력의 역사다." 우리는 살인이나 전쟁과 같은 폭력적 행위의 부도덕성을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문명화된 세계에 살아가고 있다고 여기지만, 지금 이 순간도 세계 어딘가에선 전쟁과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 최근 시리아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책소개의 첫구절이 과거에 대한 서술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임을 상기시켜준다. 특히 이 책은 "개인 간의 사적인 폭력이 아니라 집단 간의 폭력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요즘 독도 문제를 중심으로 점차 고조되고 있는 반일감정이나 경제 위기의 심화로 인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반감의 증가는 언제든 집단적 갈등의 형태로 표출될 수 있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주제이기도 하다.

 

 

 

4. <누가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가>

범죄, 폭력, 전쟁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한 성찰로 이끈다. '우리는 지금 어떤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가.' 이 책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한 훌륭한 안내서이다. "현대 사회의 주요한 특징(모더니티)을 이루는 근대화와 세계화의 영역에서 우리의 일상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사람과 도시, 시대의 형태를 이끌어온 기업을 관찰한 결과"를 읽어보면서,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조작되는지 살펴보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5.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를 이해했다면 다음 질문은 당연히 '이런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한 철학자의 조언이 담긴 책이다. 책소개에서처럼 이를 단지 한 개인의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문제, 공동체의 문제로 인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우리들 자신이 각자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들도 사실은 함께 해결하지 않으면 완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라는 것, 그리고 그처럼 공동의 문제라는 걸 인식하고 함께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우리들이 처한 이 불안한 유동하는 근대라는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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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 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침대에 누워 책을 읽으려 해도 하루종일 더위에 지친 탓인지 금세 졸음이 쏟아진다. 역시 여름은 책읽기에 좋은 계절은 아닌 듯 싶다. 얼른 더위가 수그러들길 바라며 이번 달에는 지금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책들을 중심으로 골라본다.

 

 

 1. 우리나라만큼 남의 뒷말을 즐기는 사회가 또 있을까? 셋 이상이 모여 수다를 떠는 자리라고 하면 어김없이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주 소재로 테이블에 오르는 경험을 누구든 해보았을 것이다. 이런 습성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물 만난 고기처럼 활개를 친다. 몇몇이서 나누는 뒷말에 그치지 않고 온세상으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인터넷 기사에 달린 수많은 댓글들, 비하인드 스토리라는 명목으로 떠도는 특정인에 대한 부정적 에피소드들, 신상털기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현대식 인민재판 등. 정치인, 연예인과 같은 유명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루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책은 그러한 루머의 메카니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고 소개된다. "이 책은 왜 루머가 만들어지고 확산되는지, 도대체 루머란 무엇인지, 루머가 가진 엄청난 위력과 루머를 통제하는 법에 대해 설명한다." 과연 통제가 가능할까?

 

 

 

 2. 지난달에 나온 책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책이다. 또래압력, 즉 "또래 집단에서 인정받고 동화되는 과정에서 이탈할 경우 발생하는 소외감과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눈높이를 맞추려는 무의식"의 긍정적 차원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남들도 이 정도 하니까 나도 그 정도 해야 되지 않겠어'라는 태도, 즉 자기 자신의 기준에 의해 살아가기보다는 타인의 눈높이에 맞춰 살아가려는 태도에 대해 어느 정도 거부감을 가진 나로서는, 이러한 또래압력이 과연 어떤 점에서 긍정적 효과를 가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3. 이 책은 그 유명한 카뮈와 사르트르의 논쟁을 다룬 책이다. 한때 절친한 친구사이였던 두 사람은 공산주의에 대한 입장-구체적으로 당시 소련에 대한 입장-의 차이 때문에 서로 결별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책 소개를 읽어보니, 이 책은 두 사상가의 철학적 기반을 분석함으로써 '두 사람의 결별'이라는 사건의 필연성을 해명해 보려는 책인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단순히 과거의 에피소드를 다룬 책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 "지금 한국은 증오가 정치의 동력이 되는 정치 양극화 구도에 사로잡혀 있다"는 최근 강준만의 지적처럼, '진보적 폭력'과 '사회적 화합'이라는 두 사람 간의 입장 차이가 지금 우리 사회에도 유효한 설명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4. 카뮈와 사르트르의 논쟁은 바로 이 공산주의에 대한 입장 때문이었다. 공산주의는 한 세기 넘게 전세계인들을 사로잡았던 이상향이었으나 결국 실패한 기획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미완성의 기획으로 변화된 현실 조건에 맞추 더욱 전시켜야할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어느 쪽이건 공산주의의 역사를 일별하고 있는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전자라고 한다면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무엇이 전세계인들을 그토록 사로잡을 수 있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을테고, 후자라고 한다면 미완성의 기획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힌트를 얻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공산주의 사상가들이 제시한 새로운 사회상과 그러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실제로 실행된 제도들, 그리고 그 제도가 가진 현실적 한계들을 차근차근 검토해 봄으로써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유용한 지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5.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에서 이 책을 고른다. 두 시간의 공연을 보기 위해 왕복 여덟 시간이라는 교통지옥을 뚫고 지산에 갔다. 1993년 데뷔 앨범 <Pablo Honey> 이후로 20년 가까이 기다려왔던 공연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맞이한 두 시간의 황홀한 경험. '영접했다'던 누군가의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사실 "~로 철학하기" 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라디오헤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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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2-08-05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력에서 전체주의로, 와 코뮤니스트의 연결이 절묘하네요. 샤르트르와 카뮈의 논쟁 관련 책들은 많기는 한데.. 저 책에서는 어떻게 이야기하려나, 확인해봐야겠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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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되었다. 한편으론 온몸을 끈적이게 하던 더위도 잠시 주춤해졌기에 책 읽기에 좋은 시기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멍하니 떨어지는 빗방울을 쳐다보며 창 밖으로 시선을 빼앗기는 경우도 많기에 그리 좋은 시기가 아닐 수도 있다. 나는 대체로 후자에 가까운 편이었는데 이번 장마 기간에는 전자가 되길 기대해본다.

 

 

방학을 앞둔 탓인지 관심 가는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1차로 열댓 권정도의 목록을 뽑아놓고 거기서 다시 다섯 권을 추려내야 했는데 그 일이 쉽지 않았다. 넣자니 넘치고 빼자니 아쉽고,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하면서 여차저차 다섯 권을 골라본다. 관심 가는 책들이 많았기에 일관된 주제 없이 무작위로 골라보았다.

 

 

1. <진화심리학>은 단 한 권만 고르라고 했으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선택했을 책이다. 진화심리학과 관련된 이러저러한 책들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말 그대로 '교과서'처럼 필요할 때마다 참고할 수 있는 책이 없어 아쉬움이 있었는데 드디어 그런 책이 발간되어 기쁘다. 각 주제별로 추천도서 목록이 제시되어 있는 점도 반갑고, 요즘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인 "5장 집단 생활의 문제"와 "6장 통합 심리 과학"이 흥미롭다.

 

 

 

 

 

 

2. 과학이 다른 학문들에 비해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다루고 있는 대상을 양화함으로써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과학의 성공에 고무된 탓인지 이제는 모든 것을 수치로 표현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개인의 취향이란 것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영화나 음악, 서적에 대해서도 별점을 매겨 평가하는 일이 흔하고(알라딘도 별점을 주지 않으면 서평을 입력할 수 없다!), 행복 지수니 만족 지수니 등 온갖 수치로 한 국가나 개인의 상태를 재단하고 평가하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이런 세상에서 그가 어떤 '존재'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그의 '스펙'을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런 세상은 과연 살만한가? 이 책은 이런 의문에 답하기 위한 하나의 단초가 될 것이다.

 

 

 

 

3. 돈을 벌기 시작한 후로 거의 2년에 한 번씩 한 달 가량 해외 여행을 다니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같은 언어를 쓴다면 얼마나 편할까'라는 것이다. 호기심이 많은 인간이기에 이것저것 묻고 싶은 것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지만 언어적 장벽 앞에서 하염없이 무너져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나의 그런 단순한 생각에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의 삶에서 다양한 언어가 생존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반성을 위해 읽고 싶은 책이다.

 

 

 

 

 

 

4. 일상적으로 사용하지만 막상 그 의미를 캐묻기 시작하면 벙어리가 되고마는 용어들이 있다. 혹은 같은 용어로 대화를 하고 있지만 깊이 따져보면 결국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했음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그런 대표적 용어 중 하나가 바로 '민주주의'일 것이다. 누구나 쉽고 당연하다는 듯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과연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란 무엇이었을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전 세계 역사 속에서 함께했던 민주주의를 살펴봄으로써 민주주의가 태동할 수밖에 없었던 맥락 속에서, 과연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우리 스스로 질문하고 답할 수 있게 해준다"는 책소개가 반갑다.

 

 

 

 

 

 

5. 며칠 전 뉴스에서 한인회장대회에 정치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소식을 본 적이 있다. 대선을 앞두고 재외국민의 표를 얻기 위해 다양한 공약들을 제시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 뉴스를 보며 작년부터 시행된 재외선거인 투표에 대한 의문이 다시 떠올랐다. 유학이나 출장 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해외에 나가있는 이들에게 투표기회를 보장해주는 것은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살 목적으로 장기체류하고 있거나 영주권을 가진 이에게도 투표권을 주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그보다는 우리나라에 장기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은지 하는 의문이었다. 다시 말해 투표권이란 해당 국가에 세금을 내면서 해당 국가의 정책에 영향을 받는 이들에게 주는 것이 더 적절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이 책이 나의 의문에 답을 줄 수 있을까. "세계화 시대 이주와 시민권 문제"라는 이 책의 부제가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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