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슬

이슬은 나무에 매달려 있내.
이슬은 재미있게 놀았대.
이슬은 비가 오면 생겨.
이슬은 또 나무에서 있지.
이슬은 물방울이라고도해.

제목 : 수박씨 

아~ 함
동생이 하품을 한다.
안에는 수박
충치는 잘 익은 수박씨

(옥찌, 최명란 동시를 표절한거야?)

제목: 방귀

아빠 방귀는 우르릉 천둥 방귀
엄마 방귀 '뽕' 뚜껑 방귀
내 방귀 피리리 피리 방귀

 저녁에 지희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지민이가 놀아달라고 했나보다. 옥찌는 그림 다 그리고 신나게 놀자고 했을테고. 민은 왜 누구랑(지희 단짝)은 잘 놀고 나랑은 안 노냐고 뾰루퉁해졌다. 옥찌는 누구랑 나는 짝이라 더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니까 민은 대체 짝이 뭐길래 그러냐고 물었단다.

 짝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옥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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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07-01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
아웅 설명이 너무 어려워요.ㅋㅋ
다른 설명 들어봐야쥐이~~!

Arch 2010-07-01 18:46   좋아요 0 | URL
나보다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 전호인님은 어려웠구나~

조선인 2010-07-02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님이랑 지희랑 지민이 목소리 들으니까 좋은데요?

Arch 2010-07-02 20:53   좋아요 0 | URL
^^ 고맙습니다. 조선인님

비로그인 2010-07-02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이 자기도 짝이 되고 싶나 봅니다. ㅎㅎ

Arch 2010-07-02 20:53   좋아요 0 | URL
그런가봐요. 그래서 모른척 했나, 아, 그랬나보다.^^
 
재사회화는 무슨

 앞서 옥찌의 얘기를 듣고 학교에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가자니 별 일 아닌데 괜히 나서는 것 같고, 안 가자니 옥찌가 느끼기엔 이모한테 말해도 소용없다고 느낄까 걱정스럽고. 고민하다가 차라리 옥찌에게 학교에 가면 좀 그런 이유를 설득하는게 낫겠다 싶어 안 가려고 맘을 먹었다. 

 안 가려고 맘을 먹었는데 영구치가 안 나온다며 치과에 꼭 가야한다는 엄마 말에 어쩔 수 없이 학교에 들르고 말았다. 역시 말하기도 안 말하기도 겸연쩍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냥 지나가는 말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선생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아주 적극적으로' 내 얘기를 들어주시는거다. 내가 보기엔 별 일이 아니었다고 느꼈는데, 애가 울어서 놀랐다고 말했더니 선생님도 어젠 별일 없이 잘 넘어갔다고, 애들이랑 잘 얘기해서 해결됐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곤 지희를 부르더니

 그 일이 자꾸 맘에 쓰여서 이모한테 얘기한거야? 그런데 어제 언니랑 얘기 잘 했지? 선생님도 그런줄 알았어. 그런데 이모한테 얘기했네. (이 부분에서 '왜 별 일도 아닌데 이모한테까지 얘기했냐'는 말이 나올줄 알았다. 그런데) 잘했어.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자꾸 맘에 남아서 털어내고 싶으면, 그래서 지희 맘 편안해지면 계속 얘기해도 돼. 이모한테도, 선생님한테도. 우리 지희 잘했어.

라고 하신다.
 
 선생님은 책가방을 챙기러 가는 옥찌를 둘러보며 아이가 요새 당신한테 많이 안긴다는 얘기를 해주신다. 담임 선생님이 소리만 지르는(꼭 나처럼) 할아버지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돌봄 교실 선생님 덕분에 한시름 놨다. 
 정말 별 일 아닌데.

 * 다음 날, 옥찌가 코피가 나서 학교에 들렀다. 옥찌는 나를 보자마자 안겨서 울길래, 
- 괜찮아. 왜 울어. 우리 지희 그만 울자.
 이랬더니 선생님은, 울어야지, 이모 봤으니까 울어야지 하신다.

옥찌가 먹고 있던 간식을 싸주시면서는
- 이거 싸가야지. 집에 갔는데 계속 생각나면 속상하잖아.
이러시고. 

 집 식탁에는 어제 싸놓은 과자 부스러기가 투명 비닐에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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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6-09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왜 별일 아닌데 이모한테까지 얘기했냐고 퉁을 놀거라고 생각했는데 잘했어, 라니요! 흐음. 이럴때 보면 선생님은 괜히 선생님이 아닌 것 같아요.

별 일 아닌건 제3자에게나 그렇죠, 당사자에겐 자꾸 건드리는 일이잖아요. 그건 잉미 별 일이 되어버린거에요. 하아- 그래서 저도 요즘 계속 별 일 있는 삶을 살아요, Arch님. Arch님이 내 선생님 할래요? ㅠㅠ

Arch 2010-06-10 09:4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너무 좋더라구요. 나도 어렸을 때 그런 선생님 있었으면 좋았겠단 생각이 들다가, 그럼 뭐, 뭐, ^^

잉미, 이미라고 쓴거죠? ㅋ
남한텐 별 일 아닌데 나한테 별 일이면 이모한테 다 털어놔요.

다락방 2010-06-10 11:52   좋아요 0 | URL
ㅋㅋ 오타작렬. 요즘 정신줄 놓고 살아서요. 하하. 잉미는 이미가 맞죠.

음, 남한텐 별 일 아닌데 나한테 별 일이면 Arch님께 털어놓으면 되요?

Arch 2010-06-11 09:25   좋아요 0 | URL
of course!
스펠링 틀린 것 같아. 스펠링. 괜히 썼어... 괜히 썼어...
 

 * 어제 잠자리에 든 옥찌들 옆에서 촛불을 켜놓고(불나면 어떡하냐, 애들이 장난 친다, 전기세 내가 내준다, 등등의 A,B협박에도 불구) 꼬마 니콜라를 읽어줬다. 엄마 생일날 꽃다발을 사온 니콜라의 이야기를 한참 읽고 있는데 옥찌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말했다.

 훌쩍거리며 이어진 옥찌의 이야기를 종합해보자면,
 돌봄 교실에서 같이 공부하는 언니가 화장실에서 장난을 쳤다, 친구랑 화장실에서 쉬아를 하는데 그 언니가 밖에서 문을 잡고 있었다. 못나오는줄 알았다.
란 것이었다.

 문을 밖에서 잠근 것도 아니고, 언니가 너를 때린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호들갑이냐. 내가 내일 그 언니를 혼내줘야 네가 그만 울겠니, 아니면 선생님하고 얘기를 해야해? 그런데 갑자기 왜 우는거야.
가 평소 내 말하기 방식이었다.

 하지만 옥찌들 덕분에 티끌만큼 변한 난, '내' 밖에 있는 '내가' 들으면 닭살 돋아서 어머머 했을 뻔한 말을 하고 있었다.

 옥찌가 놀랐겠구나, 언니가 장난치려고 한건데 너무 갑작스러우면 그럴 수 있지. 지금은 이모가 있으니까 괜찮아. 그만 울고, 눈 주위가 빨개지잖아. 내일 이모가 언니 만나서 얘기 해볼게. 괜찮아.

 라며 달래줬다.

 옆에 있던 민은 자라는 잠은 안 자고 그러니까 이모가 대체 학교에 몇시쯤 가서 그 언니를 만날건지 스케쥴을 짜고 앉았다.

* 아침엔 옥찌들이 먹고 싶다길래 스파게티를 했다. 누가 보면 불은 면에 토마토 데친 것을 섞어놓은 것에 불과하겠지만, 옥찌들은 식감보다 음식명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편이라 아주 좋아라한다. 얼굴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자리에 앉는데 민이 퉁퉁 부은 얼굴로 멀찌감치 서서 식탁만 바라보는거다.  

 왜 그러냐고 물어도 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갑자기 미친년 벼락맞은 것처럼 화가 났다.  이렇게 일찍 일어나 챙겨줬는데 또 뭐에 삐졌나 싶어,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안 먹고 뭐 때문에 저러나 싶어 화가 났다. 나 때문에 그런지 어쩐지도 모르는데도 말이다. 왜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길래 무시하려다 도저히 밥이 안 넘어가 다시 물었다. 그리곤 민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대체 왜 삐진거냐고 묻는데 A가 나와서 중재를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괜히 짜증날 때가 있잖아. 그걸 자꾸 물어보면 애가 뭐라고 대답해.

 멍충이. 그럴 수 있다는걸 왜 모를까.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내가 한 수고를 알아주지 않아서 그런걸까? 생각해보니 지희가 그랬다면 살살 구슬렸을걸 민의 경우는 더 윽박지르고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또 생각해보니 아직도 민에게 해소되지 않은 감정이 남았던 것 같다. 아이들을 내게 맡기고 외출했던 동생에 대한 원망과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서 악을 쓰고 울었던 민에 대한 미움, 끝까지 내겐 곁을 안 두려고 했던 민에 대한 서운함까지 모두.

 우린 다시 화해를 하고(일방적인 화해였지만) 아침을 먹었다. 그제서야 자기도 빨리 스파게티 먹고 싶은데 잠옷을 개워야해서 민이 짜증났을거란 생각이 퍼득 들었다. 민에게 어떻게 해도 안 나오던 미안하단 말을 했다. 민은, 스파게티 좀 더 줄 수 없냐고 말했다.

* 또 아침엔,
 옥찌가 같이 학교에 가는 C랑 통화를 하다  화를 내서 A에게 혼난 일도 있었다. 옥찌가 화내는게 꼭 이모 닮았다나. 동생은 옥찌가 저러다 친구 하나 없이 왕따 되는거 아닌가 싶어서 혼냈다며 오바했다. 그러면서 그러다 이모처럼 친구 없이 지내면 어떡하냔 말을 남겼다.

 아침이 참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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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멋진 선생님
    from 기우뚱하다 내 이럴줄 알았지 2010-06-09 14:32 
     앞서 옥찌의 얘기를 듣고 학교에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가자니 별 일 아닌데 괜히 나서는 것 같고, 안 가자니 옥찌가 느끼기엔 이모한테 말해도 소용없다고 느낄까 걱정스럽고. 고민하다가 차라리 옥찌에게 학교에 가면 좀 그런 이유를 설득하는게 낫겠다 싶어 안 가려고 맘을 먹었다.   안 가려고 맘을 먹었는데 영구치가 안 나온다며 치과에 꼭 가야한다는 엄마 말에 어쩔 수 없이 학교에 들르고 말았다.&
 
 
Forgettable. 2010-06-08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 많이 컸구려.

나도 아침에 자다 깨면 짜증내는데 :) 아직 애긴가봐요-

Arch 2010-06-09 11:34   좋아요 0 | URL
뽀는 부어있던데. ㅋㅋ
 


* 사촌 조카 중에 민 또래 여자 아이 J가 있다. 며칠 전에 J가 민에게 나중에 결혼하자고 했다. 민은 흔쾌히 그러마하고 약조를 했다. 집에 돌아와 민에게 물었다.

- 민아, 너 나중에 이모랑 결혼한다며.

그러자 민은 '아, 맞다' 하고선 딴청을 부리고, 옆에 있던 지희가 냉큼 말을 받았다.

- 이모는 지민이가 자라면 늙잖아. (흑)

라고 하길래,

- 그래도 이모는 계속 젊을건데.

그때 다시 대화에 끼어든 민.

- 점은 이모보다 엄마가 더 많지이~ (얘 뭐야!)


* 요즘 민은 자꾸 나를 안고, 껴안고 뽀뽀한다. 드디어 이모도 사랑을 받는 것인가. 이 사태를 옆에서 지켜보던 옥찌는 나름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더니 민이 꼭 이모가 좋아서 그러는 건 아니라고 했다.


- 왜왜, 이렇게 목을 꽉 껴안는데.

- 그건 목 조르려고.

- 왜왜, 이렇게 뽀뽀도 잘 해주는데.

- 그건 얼굴 울룩(퉁)불룩(불퉁)하게 하려고.

- 왜왜, 요렇게 꼭 껴안는데.

- 그건 숨 막히게 하려고.

힝~


* 옥찌가 자꾸 애교를 부리고, 혀 짧은 소리를 내서 왜 그러냐고 물었다.

- 옥찌, 왜 혀가 짧아진거야.

- 그냥, 해봤어. 오랜만에.


* 어린이집을 가는 동안 민은 파워레인저 엔지포스랑 뭐랑뭐랑 얘기를 했다. 물론 하나도 모르는 얘기다. 그러다 피카츄 얘기가 나와서 아는척을 했더니 녀석이 더 신나서 얘기를 하는거다.

- 피카츄에서 마이츄로 진화하는거야.

- 민아, 진화가 뭔데?

- 몸이 커지는거야.

- 음... 그럼 민에서 이모가 되는 것도 진화야?

- ...... 이모, 내가 또 다른 얘기 해줄까?


* 요즘 한창 언어감각이 발달(나 혼자만 그렇게 믿는)하고 있는 민. 앞말 잇기, 아무 단어나 대기를 거쳐 드디어 끝말잇기다운 게임을 해봤다.

- (세모로 생겨서 치면 소리나는거 있잖아.) 트라이앵글? (옳지)

- 음.. 글씨.

- (민, 다시 한참 생각하더니) 씨발놈


* 지희가 자기 무슨 혈액형이냐고 묻길래 말해줬더니 민도 와서 묻는다.

- 음, 민은 고집형, 땡깡형, 유머형, 재치형 그리고...

- 이모, 재치형이 뭐야.

-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재미난 말을 하는 사람?

- 아닌데. 깜짝 놀라면 친구들이 어 놀라고 나도 어어하고 놀라는데.


* 엄마랑 신데렐라 언니를 보고 있었다. 은조와 천정명이 밤에 숲에서 얘기하는 씬.

엄마- 걔(효선)가 보고 있을거야.

나- 밤인데

엄마- 걔는 밤에도 돌아다녀.

(그 장면이 끝나고)

나- 안 보이는데.

엄마- 좀 기다려봐.

나- 안 나오잖아. 노래만 나오네 뭐.

엄마- 자나?


* 지희 사랑 포에버 아빠가 비오는 날 학교 간 옥찌를 데리러 나가셨다. 한참 후에 옥찌는 왔는데 아빠가 안 오시는거다. 옥찌에게 할아버지 봤냐니까 못봤다고 한다. 아빠에게 전화를 했더니 안 받으신다. 둘이 길이 엇갈렸나보다. 한참 후에 돌아온 아빠. 반바지 차림으로 호기롭게 집을 나선 모습은 사라지고 인상이 안 좋으시다. 그리곤 내뱉은 한마디.


- 내가 30분 동안 개 떨 듯이 떨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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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01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재밌게 읽다 갑니다 ~

Arch 2010-06-04 09:48   좋아요 0 | URL
^^
 



 어제 옥찌가 무슨 말 끝에 또 누구 얘기를 하며 편지를 쓰겠다고 했다. 순간 울컥해서 서운하단 얘기를 오뉴월 엿가락처럼 늘어놨다. 옆에서 밥 같이 먹고, 얼굴 트지 말라고 로션 발라주고, 옷 입을 때 예쁜지 아닌지 의견 보태는 나는 뭐냐고도 물었던가, 꿀꺽 삼켰던가. 창피했다. 나이를 먹었어도 사발 몇천개는 더 먹었는데 꼬마에게 서운하다고 투정부리는 꼴이라니. 게다가 곁에 있고 챙겨주면 맘도 기운다는 착각은 어쩌란 말인가.

 옥찌는 울면서 (에휴, 몹쓸 이모 같으니) 내 말을 들었다. 민은 자꾸 내게 안기며 자긴 큰 이모가 참 좋다고 입에 침 바르며 연신 말했다. 나는 아이들의 불안을 이용하고 있었다.

 옥찌들과 같이 있기 전에 만약 내가 엄마였다면 절대 안 했을거라고 믿었던 일들이 있었다. 매를 든다던지, 아이의 말을 끊고 지금 해야할걸 말한다는지, 아이가 원하는 것보다 아이에게 필요한걸 양육자가 알아서 제시한다든지 하는 것들. 그런데 내가 그러고 있다. 차분하게 대할 수 있는 것도 화가 날 때면, 행여 누군가의 습벽을 아이들이 물려받을까 지레 겁먹을 때면 적정한 수준을 넘어서 아이들을 혼낸다. 가끔은 너무 피곤해 이유 없이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기도 한다.

 옥찌는 자기 일은 알아서 잘 하고, 민 역시 조금만 도와주면 되는데 나는 왜 이렇게 피곤하고 지치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의 일과 뿐 아니라 그들의 감정과 행동까지 받아주기만해서 이렇게 지치는걸까. 한달 넘게 감기다. 이게 무슨 감기인가, 감기가 체질이 된 것 같다.

 양육에 대한 책에선 항상 같은 말을 한다. 경청하라, 아이의 창의력을 복돋아줘라, 좋은 습관은 양육자로부터 나오니 모범을 보여야 한다,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칭찬하라, 그리고 기타 등등 여러 가지 말들, 명령처럼 들리는 말들이 토씨 하나 안 빼놓고 써있다.

 책을 볼 때면 내게 98%쯤 모자란 양육자로서의 자질에 대해 생각한다. 양육자를 사람이라기보다는 모든 것에 통달한 성인쯤으로 보는 것에 분통이 터진다. 아이의 감성과 활동은 양육자로 인해 지지를 받는다 치자. 그렇다면 양육자는 어디서 지지를 받고, 자긍심을 느낄 수 있을까. 아이가 좋은 대학쯤 가줘야 양육자의 입장이란게 비로서 빛을 발하는걸까. 그건 너무 치졸하다.

 내가 아이를 안 보고, 집안일을 안 하면 된다. 그럼 이런 씨잘데기없는 고민은 처박아두고, 좀 더 신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아이는 누가 보고 집안일은 누가 하지? 서로 미루다 결국 엄마가 하게 될 것이다. 엄마는 나보다 몇 배는 피곤한데.

 아이들은 변덕을 잘 부린다. 소란스럽고,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가끔 아이 속에 점프 능력이 뛰어난 뭔가가 있어 아이를 충동질 하는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자는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 다행히 옥찌들은 내가 지어낸 엉터리 얘기를 들으며 깔깔대고 웃다가 '일찍' 잠이 든다. 아이들 잠들 때까지 야근하다(웃겨!) 오늘도 곧 퇴근이다.

 내가 아이들을 돌보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거다, 같이 살면서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주는거다. 수천번 맘을 먹어도 맘처럼 되지 않는 하루를 지켜보면 내게 모자란건 양육자로서의 태도라기보단 괜찮은 인간성과 사람을 대하는 따스한 시선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인성이 모자란 이모를 둔 덕분에 옥찌들은 가끔 나로선 생각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보여준다. 그럴 때면 옥찌들 덕분에 내가 자라는건데, 나는 못난 이모답게 자라기 싫다고 떼쓰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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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0-05-11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아치님은 잘하는 편이신거 같은데요..ㅎㅎ 저는 애들 기르는 이야기를 페이퍼로 쓰면 공적으로 몰릴 것 같아 쓰기도 무서워요...

Arch 2010-05-13 10:39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이 잘 몰라서 그래요. 머큐리님 귀여워요. 앗흥 ^^

비로그인 2010-05-11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벌써부터 이 작은 생명체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액션과 리액션, 피드백을 제가 계산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구요. 이전엔 정말 나름 생각하고 행동하는 줄로 착각했다는 뜻이죠.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같이 산다'는 이 멘트가 너무나도 참신해요. 이렇게도 동등한 관계로 아동을 바라보는 단어는 참으로 오랜만인 듯 합니다.

Arch 2010-05-13 10:41   좋아요 0 | URL
전 쥬드님이 잘 하실거라고 믿어요. 쥬드님 안에는 바다를 포용하고도 남을만한 것들이 가득 채워져 있을 것 같아요. 글 보면 안다니까요.
같이 산다는게 맞는데 맨날 내가 키우는줄 알아요. 옥찌들 입장에선 '같이 못살겠네, 이모' 정도가 될런지.

비로그인 2010-05-13 12:32   좋아요 0 | URL
for Arch님
아치님 아치님 아치님 바다가 아직 만으로 두 살 밖에 안되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마시옵길. 자식이 부모에게 하는 효도는 세 살 까지가 전부라지요. 세 살이 넘어 본격적으로 자기 의견을 말로 소통할 때가 되면 효도는 끝입니다.(물론 지나가는 말이옵지요)
옥찌들은 절대 그런 생각 안할 겁니다. 아치님이 `같이 사는' 것이라는 말을 쓴 이상, 얼마나 그들을 존중하려 노력하는지가 보이니까요.(이런 자각은 아무나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보통은 자신의 `소유'로 은연중에 많이들 생각하지 않던가요!)

穀雨(곡우) 2010-05-12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의 변덕은 손에 쥔 아이스크림같아요. 녹을까 못내 아쉬워 살살 돌려 녹혀 먹다 어느새
흘러 내리는 것처럼 말이죠.
요즘 전 딸래미랑 대립이 하늘을 찌릅답니다. 이게 아닌줄 알면서도 분해하는 나를 보면 사는 게
뭘까하는 자괴감까지 든다면 너무 심할까요..^^ 그런 일상을 매일 반복하는 옆지기가 때론 우러러
보인다는...ㅋㅋ

Arch 2010-05-13 10:45   좋아요 0 | URL
변덕에 대해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는거로군요!
그런데 정말 아이들과 사는건 자기 인성을 점검하게 만들고 나아가 과연 삶이란 무엇인가란 물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심오하고, 별난 경험이랍니다.(유먼데 이래요.)

요새 집안일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모든 엄마들은 위대하다란 수사 안에 갇힌 희생과 저평가된 노동력, 전문적이지 않은 일 등등. 그런데도 필요해서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란 것까지.